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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114화 (11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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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략으로 답하라(3)

송화린이 연무장에 서 있었다.

저 멀리 어른 크기의 통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그녀는 마치 적을 대하듯 통나무를 노려보고 있었고 한옆에서 수란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화린이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힘차게 뛰어오른 그녀가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한 후에 검을 내질렀다.

그녀의 검이 번쩍 하는가 싶더니 검기가 뿌려졌다.

쉬이이이익!

빛처럼 날아간 검기가 통나무를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바닥에 내려선 송화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해냈다!”

수란이 달려오며 기뻐했다.

“성공이에요! 드디어 검기를 사용하셨어요!”

오늘 그녀가 첫 검기를 사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 드디어 성공했다.”

새로 배운 진화검술 덕분이었다. 초반에 검기를 사용하는 초식이 있었던 것이다. 배운 대로 했더니,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공을 익힌 사람은 첫 검기를 날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넌 어땠어? 기억 나?”

송화린의 물음에 수란이 대답했다.

“그럼요. 그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하. 나도 그럴 것 같아.”

“정말 감축 드립니다.”

“고마워.”

“아가씨. 지금 날린 검기는 보통 검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 날린 검기가 이렇게 정확하고 깔끔한 것은 처음입니다.”

“원래 검기가 이런 것이 아니야?”

“그럴 리가요? 첫 검기는 정말 검기라고 하기에도 미안한 것이 대부분이에요.”

“너도?”

“그럼요. 검에서 뭔가가 나가는 것을 간신히 느낀 정도였지요.”

“내가 저 통나무 세웠을 때, 속으로 비웃었겠네.”

“비웃진 않았지만 설마 저것을 잘라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죠. 쏟아내는 것도 어려운데 첫 검기가 목표를 맞춘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아, 그렇구나.”

송화린은 자신이 배운 진화검술이 보통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다. 한데 오늘에서야 진화검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벽리단이 생각났고 그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훌륭한 무공을 전수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핑계로 그가 보고 싶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사마천과 조벽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증거는 사마천을 총군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명백한 증거였다.

어린 아이를 납치해 기녀로 돈벌이를 한 짓은 참형을 받을 중죄였다. 그런 짓을 한 자를 오른팔로 뒀다는 것은 단순히 총군사의 자리에서 내려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일이었다.

갈사량은 실마리를 이렇게 풀려고 했다.

“우린 집법당을 움직여야 하네.”

집법당은 무림맹 내의 감찰과 법집행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맹주를 제외한 누구라도 집법당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들은 누구라도 소환, 체포할 수 있으며 어느 곳이라도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절대

기관이었다.

평소에는 가장 조용한 곳이었지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시무시한 돌풍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집법당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법당주가 저들 편이란 점이네.”

예전에 무림맹 중심조직에서 맹주를 선출할 때, 집법당주 역시 마봉기를 뽑는데 찬성했다. 다시 말해 집법당주 역시 광월단주 주철룡에게 포섭 당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집법당을 움직이지 못하면 결국 애써 찾은 이 증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네.”

“반드시 집법당주를 움직여야하겠군요.”

다시 말해 놈들을 분열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방법을 찾아내야겠지.”

사마천은 눈치가 빠르고 욕망에 충실한 자였다. 갈사량을 죽이려 했는데 실패했다고, 그냥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반드시 다시 갈사량을 제거하려 들 것이다. 그 전에 이쪽에서 먼저 놈을 쳐야 한다.

* * *

나는 이번 일은 전적으로 갈사량에게 맡겼다.

사마천과의 일은 그가 방법을 찾아내야 할 일이었다. 어차피 군사들간의 머리싸움이었고, 나는 갈사량을 믿었다.

그는 며칠 쉬라며 내게 일을 맡기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생사루에서 얻은 귀문둔서를 읽을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원래도 진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었다. 그래서 용어가 어렵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다.

굉장한 진법들이 적힌 책자였는데 그것은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귀문둔서는 바로 마교주에게 바쳐질 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법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이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최상의 진법을 쉽게 이해하고 익힐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실제로 적힌 대로 연습도 해보았다.

가장 기본적인 진법은 주위 사물을 이용해서 간단히 만들 수 있었다.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배치해서 사람이 길을 잃게 하는 진법 정도는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쉬운 진법은 그 위치에 정확히 재료를 놓는 것만으로도 발동했지만, 상위 진법으로 갈수록 재료가 많아졌고, 설치할 때 힘조절을 해야 했으며, 정해진 심법을 운용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다른 기물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 기물이 수십 개가 필요한 진법도 있었다.

당연히 상위진법으로 갈수록 귀한 재료들이 필요했다. 한 번 진법을 발동시키는데 수백 냥, 수천 냥이 드는 진법도 있었다.

그런 진법은 강호의 고수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진법이 된다.

하지만 정작 내게 더 도움이 되는 내용은 진법의 설치법보다 파훼법이었다. 현실적인 도움이 될 부분이었으니까.

진법에 빠졌을 때,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의 위치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오늘도 밤늦게까지 귀문둔서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나가보니 갈사량이었다.

“잠시 걸을까?”

“네.”

숙소를 나와 무림맹 외원을 함께 걸었다. 아무도 없는 달빛 아래서 갈사량이 말했다.

“사마천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냈네.”

과연 그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 *

사마천이 집무실에 앉아서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일은 수하들에게 맡겨두고 자신이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보고서는 무림맹 내 인사들을 뒷조사한 자료였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놈이 어디 있느냐는 사마천의 오랜 지론 중 하나였다. 능력이 되지 않으면 수완이라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은 그의 생존철

학이었다.

그때 책임군사 채모(蔡謨)가 들어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맹 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상한 소문?”

“그게…….”

말하기를 망설이다가 사마천의 재촉이 있고서야 그가 말했다.

“집법당에서 군사님과 관련해서 조사를 할 예정이라는 소문입니다.”

“뭣이?”

사마천이 깜짝 놀랐다.

“집법당에서 왜?”

“조벽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한 조사라고 합니다.”

꽝!

사마천이 사정없이 책상을 내리쳤다.

“이 미친놈들이! 아무 관계도 없다니까 왜 지랄이야? 그것도 다 지난 일을!”

이미 죽은 놈이 자꾸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조벽과 연관되면 끝장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단 조벽이 소녀들을 데리고 기루를 운영한 것 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몰랐다고 딱 잡아떼면 그만이다.

그를 시켜서 수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그 중에는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인 일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들이 밝혀지면 자신은 끝장이었다.

‘혹시 이번 일과 관련된 일인가?’

갈사량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면 마봉기 쪽에서 자신을 제거하려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했다.

“빌어먹을! 가서 집법당주 것을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채모가 서둘러 달려 나갔다.

사마천이 눈을 고깝게 치켜떴다.

“건방진 놈! 감히 나를 건드리려 해?”

* * *

사흘 후, 한 대의 마차가 어둠에 잠긴 장원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늦은 밤이라서 보는 눈은 없었지만 마부석의 두 고수가 주위를 살폈다. 그렇게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마차 문을 열었다.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집법당주 가경(家京)이었다.

우아한 자태를 지닌 여인이 그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평소에 쉽게 보기 어려운 아주 아름답고 고상해 보이는 중년미부였다.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사마천이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가당주.”

반면 가경은 못내 꺼림칙한 마음이었다.

“어인일로 나를 보자고 하셨소?”

총군사가 된 이래 지금껏 한 번도 따로 자신을 만나자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런 은밀한 장원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우선 앉아서 목이나 축입시다.”

사마천이 그를 상석으로 안내했다. 괜찮다는 것을 억지로 앉혔다.

자리에는 근사한 요리와 값비싼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경은 술을 받아서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 이 자리가 내키지 않았지만 사마천은 직접 만나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일의 성격상 다른 조직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그였지만, 상대

가 총군사였기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이오?”

“오랜만에 뵈었는데 급할 것 없지 않소?”

그때 문이 열리며 앞서 가경을 안내했던 중년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어서 절로 눈길이 갔다.

“임부인이오. 평소 지모가 뛰어나서 이 사람이 도움을 많이 받고 있지요.”

사마천은 이곳이 기루가 아니라 여염집임을 확실히 했다.

여인이 가경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명성이 높으신 당주님을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과찬의 말씀이시오.”

곧이어 뒤따라 젊은 여인이 하나 들어왔다.

“제 동생이랍니다. 들어와서 두 분께 인사드려라.”

“화선이라 합니다.”

그녀를 보는 순간, 가경이 깜짝 놀랐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가경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단지 젊고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꿈에서라도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여인이었다.

사마천의 뒷조사에는 좋아하는 성적인 취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과연 준비는 보람이 있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가경은 마음이 흐트러졌다. 이성으로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한 잔 받으시지요, 당주님.”

이것이 덫인 줄 알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가경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말 오랜만의 과음이었다.

옆에 벌거벗은 여인이 누워 있었다. 어제 그 젊은 여인이었다. 언뜻 언뜻 기억이 났다. 여인과 밤새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눴던 기억이.

그때 밖에서 사마천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가당주. 일어나셨소?”

가경이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이 자리가 의도된 접대임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이 뭐요?”

사마천이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것 없소이다. 나이를 먹으니 그런 생각이 들더구려. 우리 나이쯤 되면 잘 놀아야 한다고. 일만 하다 쓰러져 죽는다면 그 얼마나 비참한 인생이겠소?”

원하는 것을 묻는다고 곧장 말하는, 사마천은 그런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마천과 가경은 이틀 후에도 만났고, 그 다음날에도 만났다.

가경은 여인에게 흠뻑 빠졌다.

사마천은 그가 완벽하게 미끼를 물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마천은 살면서 여러 방법으로 사람들을 다뤄왔다.

잘 통하는 몇 가지가 있다. 듣기 좋은 말로 치켜세우고, 권력을 과시하고, 돈을 먹이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유혹하고.

가경에게 가장 잘 통하는 것은 여인이었던 것이다.

술상이 차려지고 여인들이 들어오기 전, 둘만 있는 시간에 가경이 물었다.

“자, 이제 말씀해 보시오. 내 그리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오.”

사마천을 대하는 가경의 태도는 첫날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사마천은 이제 낚싯대를 낚아채야 할 순간임을 깨달았다. 너무 오랫동안 놔두면 물고기는 미끼만 먹고서 달아나 버릴 것이다.

“좋소. 내 솔직히 말씀드리겠소. 이번에 집법당에서 본인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소문을 들었소.”

“그 소문은 나도 들었소. 역시 그 소문 때문이었구려.”

가경은 그를 조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역시 소문으로 그 내용을 들었던 것이다.

그것도 사마천을 만났던 첫 날에는 알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었다.

다음날 그 소문을 듣고서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일 때문에 자신에게 잘 보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이후 두 번의 만남에서는 그 사실을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원래 이런 관계에서는 아쉬운 소리를 먼

저 하는 쪽이 불리한 법이다.

반면 사마천은 가경이 모른 척 잡아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긴 자신이라도 상대를 조사하려 한다는 말을 쉽게 하진 않을 것이다.

이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였다.

“조벽이란 자, 솔직히 알고 있는 자요. 가끔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시켰지요. 하지만 하늘에 맹세코 놈이 그런 기루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소.”

“그러셨군요.”

“큰일을 하다보면 조용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생기는 법이지요.”

“이해하오.”

가경은 이미 이에 대해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큰일을 하다보면 묻어둬야 할 일들도 생기는 법이지요.”

만약 거절해야 했다면 첫 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야 했으리라.

때마침 문이 열리며 두 여인이 들어왔다. 여인의 얼굴을 보자, 가경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처세술이 제대로 먹혔음에 기뻐하며 사마천도 환하게 웃었다.

“자, 오늘도 신나게 놀아봅시다!”

하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은 노는 것이 아니라,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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