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화. 합류 ― 지독하군 (1)
천무진과 백아린의 공격에 백 명이 훌쩍 넘는 무인들은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 둘의 공격은 그만큼 위협적이었고, 또한 강렬했다.
천무진의 합류에 백아린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강렬한 무공들을 적들에게 향해 쏟아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이 초토화가 되며 그곳에 있던 적풍대, 뇌룡검대의 무인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분명 뛰어난 무인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천무진과 백아린을 막아 낼 순 없었다.
두 사람의 공격에 빠른 속도로 수십 명의 무인들이 쓸려 나갔다.
공격을 쏟아 내는 와중 백아린의 시선이 향한 곳.
뇌룡검대 무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그들의 수장인 여명이었다.
비록 그가 우내이십일성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거침없이 여명을 향해 날아든 백아린의 대검이 그를 향해 내리꽂혔다.
카앙!
명령을 내리던 여명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백아린의 공격에 식겁하긴 했으나, 검을 움직여 막아 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공격을 받아 낸 그의 몸은 십여 걸음이나 넘게 밀려 나갔다.
뇌룡검대가 천무진에게로 향하는 길을 막아선 그녀가 빠르게 소리쳤다.
“이자와 뒤쪽은 제가 맡을게요! 그러니 그놈한테 한 방 먹여 주는 건 당신이 해요.”
백아린이 말한 그놈은 당연히 매유검이었다.
천무진과 매유검 사이에 얽힌 악연에 대해 알고 있는 그녀다. 그랬기에 천무진이 직접 그 일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 백아린의 배려에 천무진이 곧바로 답했다.
“고마워. 곧 끝내고 합류하지.”
말과 함께 천무진은 자신의 앞에 있는 매유검을 바라봤다.
아직 천무진과 검을 섞지도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미 매유검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백아린과의 싸움으로 인해 꽤 많은 부상을 입었고, 그가 얼굴을 감추기 위해 두르고 있는 장포도 이미 반쯤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자신과 마주한 상태에서도 장포가 흘러내리지 않게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매유검의 행동에 천무진이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궁금하네. 대체 그 장포 안에 뭘 감추고 있기에 네 얼굴을 아는 나한테까지 그렇게 꼭꼭 숨기려고 하는지.”
“…….”
천무진의 말에도 매유검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모든 상황에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였다.
‘일이 더럽게 꼬였군.’
하필이면 백아린을 죽이기 전에 천무진이 나타났다. 차라리 그녀가 전투불능의 상태였다면 지금처럼 큰 문제는 안 됐겠지만…….
천무진과 백아린 모두가 건재했고, 이 둘을 지금 이곳에 남은 백여 명에 달하는 수하들과 여명만을 데리고 막아 내야 했다.
백아린과 여명의 싸움.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였다면 여명에게 손을 들어 줬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미 여명과 비슷한 급의 고수인 추풍량을 자신과 함께 협공하는 와중에 죽인 백아린이다. 물론 그 대가로 백아린 또한 처음보다 많이 지친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여명이 이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천무진에 더불어 백아린 또한 자신이 감당해야 했는데…… 그건 무리였다.
으드득.
가볍게 이를 갈며 매유검이 입을 열었다.
“제길 역시 네놈을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어린 시절 천무진을 절벽 아래로 떨어트린 걸로 만족했던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났다.
그날의 실수로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으니…….
매유검이 검을 든 채로 말을 이었다.
“뭐, 이미 지난 일. 지금이라도 순리대로 흘러가게 만들면 그뿐이지.”
천지광은 천무진을 무척이나 아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매유검은 알지 못했다. 허나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천무진은 천지광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를 벗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는 천무진을 죽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될 터.
검을 든 그가 옆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여태 내가 네 녀석의 행동에 대해 참고 넘어간 게 두려워서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다 어르신 때문에 참아 준 거다. 그런데 스스로 그 비호를 벗어던졌으니…… 이제는 봐줄 이유가 없겠군.”
매유검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천무진이 피식 웃었다.
비웃는 듯한 그 모습에 매유검의 미간이 꿈틀할 때였다.
천무진이 말했다.
“뭐야. 설마 여태까지 몰랐던 거야? 비호를 받은 덕분에 살 수 있었던 건 내가 아니라 너였단 걸.”
처음 만났던 그때부터 매유검에게 적의를 드러냈던 천무진이다.
그렇지만 그를 죽이지 못했던 건 전부 자모충 때문이었다. 자모충으로 인해 천지광의 명령을 따라야만 했고, 그를 따르는 매유검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허나 이제 그 속박에서 벗어난 이상 더는 매유검을 그냥 둘 필요가 없었다.
하물며 그가 백아린을 건드린 이상 결정은 더더욱 확고해졌다.
천무진의 도발에 매유검이 살기를 토해 낼 때였다.
천무진이 말을 이었다.
“왜 천지광 그자가 네가 아닌 날 선택했을 거라 생각해?”
이유는 간단했다.
천인혼을 쥔 천무진이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너와 나는 애초부터 그릇이 다르거든.”
“닥쳐!”
천무진의 그 말에 선택받지 못한 이후의 삶이 생각나서인지 매유검은 격한 반응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그의 검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슈우우웃!
유성처럼 길게 꼬리를 물며 날아드는 공격이 순식간에 천무진을 향해 밀려왔다.
그렇지만 천무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천인혼을 휘둘렀다.
카앙!
검을 쳐 냄과 동시에 천무진의 몸이 움직였다.
천룡비공(天龍飛功) 무수화(無數花)가 펼쳐졌다.
허공을 베는 순간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숫자의 꽃잎 형상이 일렁거렸고, 이내 그것은 날카로운 기운이 되어 매유검을 덮쳤다.
그가 뒤로 물러서며 서둘러 검을 휘둘렀다.
카카카캉!
밀려드는 기운을 받아쳐 내던 매유검은 이내 서둘러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그 때, 땅으로 틀어박힌 무수화의 초식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연달아 터져 나오는 폭발 속에서 매유검은 이를 악물었다.
‘뭐지?’
분명 검으로 막아 내려 했다.
하지만 몇 번 직접적으로 힘을 마주하는 순간 일방적으로 밀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천무진의 단전과 혈도는 이미 천추나락을 익히기 위해 넓혀져 있었고, 순간적으로 내공을 뿜어내는 능력이 예전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었으니까.
놀란 매유검이 멈칫하는 사이, 천무진의 다음 공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콰콰콰쾅!
땅으로 쑤셔 박은 천인혼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기운이 순식간에 포위하듯 매유검을 좁혀 왔다. 그리고 인근에 있던 적풍대 무인들까지 이번 공격에 휩쓸리고야 말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안위 따위를 신경 쓸 매유검이 아니었다.
파도처럼 치솟는 공격을 바라보며 매유검은 서둘러 자신의 검을 움직였다.
츠츠! 츠츠츳!
연달아 내젓는 검의 방향에 따라 커다란 검기들이 채찍처럼 휘둘렸다.
서둘러 공격을 막아 내는 건 성공했지만…….
“으으으으읏!”
감당해 내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마주한 탓에 매유검은 순간적으로 전력을 쏟아 내야만 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고, 이내 그 여파가 몸으로 돌아왔다.
퓻퓻!
백아린과의 싸움에서 입었던 어깨와 무릎 쪽의 상처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순간 천무진의 천인혼에서 또 다른 공격이 날아들었다.
부웅!
이번에는 받아 낼 수 없다 생각한 탓인지 매유검은 곧장 꼴사납게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렇게 구르다가 몸을 일으켜 세운 그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을 때였다.
천무진이 조롱하듯 말했다.
“그 안 봐주겠다고 호언장담한 실력은 대체 언제 보여 줄 생각이지?”
“이잇!”
화가 난 듯 곧바로 달려드는 매유검의 모습을 보며 천무진은 자신의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 생각했다.
괜히 이런 말로 매유검을 자극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에도 긴 시간 같이 지냈지만, 십천야의 일원으로 몇 번 마주하며 그에 대해 더욱 많은 걸 파악해 뒀다.
그랬기에 매유검이 도발에 상당히 약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흥분해서 움직이는 그를 향해 천무진이 내력을 실은 천인혼을 움직였다. 동시에 천인혼에서는 마치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맹수처럼 집어삼키는 듯한 형상으로 공격이 쏟아져 나왔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와중에 쇄도하는 공격을 본 매유검은 이를 꽉 깨물었다.
‘돌파한다! 그리고 저놈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천무진의 얼굴을 뭉개 놓아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매유검은 순간적으로 막대한 양의 내공을 끌어올리며 천무진을 향해 파고들었다.
콰콰쾅!
충돌과 동시에 폭음이 일었지만 매유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검이 빠르게 천무진을 향해 날카로운 공격을 쏟아 냈다.
반달 형태로 휘둘러진 매유검의 검.
그리고 그 검 끝에 맺힌 서슬 퍼런 강기가 매섭게 치고 들어갔다.
천무진의 공격에 피해를 입으면서도 파고든 매유검의 일격.
그만큼 이번 일격에 신경을 썼기에 천무진의 공격에 피해를 입는 것도 감수했던 것이다. 쏟아진 기운이 단번에 천무진을 반으로 가를 것처럼 날아들었고, 그 공격이 지척에 닿는 순간 매유검의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가 맺혔다.
‘먹혔어!’
이번 공격으로 천무진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멀쩡한 상태로 자신을 내려다보지는 못할 거라는 확신이 담긴 공격이었다.
하지만…….
부웅! 쾅!
휘저은 검을 강하게 바닥에 꽂아 넣은 천무진의 앞으로 새하얀 빛이 마치 방패처럼 솟구쳐 올랐다.
천룡비공의 방어 초식인 천강기였다.
콰아아앙!
쏟아져 나온 매유검의 공격은 실로 위력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위협적인 공격을 펼친 당사자의 안색은 곧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이, 이이이!”
반달 모양으로 날아든 날카로운 공격.
천무진은 정확하게 자신의 앞에 천강기를 펼치며 날아드는 공격을 완벽히 받아 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천무진은 극히 일부분의 공격만 받아냈을 뿐, 나머지 공격은 그를 스쳐 지나가 뒤편을 덮쳤다.
그리고 그곳에는 적풍대와 뇌룡검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매유검은 이번 공격으로 아군에게만 피해를 준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매유검은 알 수 있었다.
이번 공격이 그냥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애초에 천무진은 매유검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넣었고, 자연스레 뒤편에 적들이 위치하게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지금 같은 순간을 위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매유검이 내력을 끌어올렸다. 이런 일이 벌어진 직후라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했겠지만 매유검은 그런 사내가 아니었다.
수하들이 죽은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속았고, 우습게 보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뿐이다.
츠츠츠츠!
새카만 기운이 매유검의 주변으로 피어올랐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천무진은 놀랍다는 시선을 보냈다.
지금 매유검이 펼치려는 무공이 잔마폭멸류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번 생에선 자신의 무공이었고, 이번엔 백아린에게 전해 준 그 무공.
그제야 천무진은 알 수 있었다.
“잔마폭멸류를 배웠던 건 너였군.”
천무진에게 있어 저주받은 무공이었던 잔마폭멸류.
그 또한 익혔기에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매유검이 펼치려는 잔마폭멸류가 완벽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걸.
천무진은 천인혼을 든 채로 숨을 내쉬었다.
그의 검으로 빠르게 내력이 몰려들었다.
이번 격돌.
천무진에게 있어서는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윽.
들어 올린 천인혼으로 세상이 빨려 들어온다는 착각이 들었다. 거대한 힘으로 인해 천인혼이 울어 대기 시작했다.
웅웅웅!
검명이 가슴을 파고드는 순간 천무진과 천인혼은 하나가 되었다.
신검합일.
천룡비공 천괴살(天怪殺).
잔마폭멸류와 비슷하게 천무진의 몸 주변으로도 검의 형상을 한 기운들이 피어올랐다.
순간 매유검이 자신의 힘을 폭발시켰다.
“으아아아!”
괴성과 함께 뿜어낸 잔마폭멸류가 천무진을 향해 검은 이를 드러내고 날아드는 그때. 천무진의 천인혼도 따라 움직였다.
동시에 하늘에 떠올랐던 검의 형상을 한 기운들이 들이닥치는 잔마폭멸류를 향해 그대로 날아들어 격돌했다.
쿠웅!
자그마한 울림.
그리고…….
쿵! 콰아아앙!
이어지는 커다란 굉음.
동시에 서로에게 엄청난 폭발이 밀려들었다.
마치 수백여 개의 돌이 온몸을 두들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휩쓸리는 내력이 두 사람의 전신을 휘감고 들어갔다.
동시에 다시 한번 큰 폭발이 일었다.
쾅!
두 사람이 있던 장소가 터져 나갔고, 이내 그곳에 자리한 둘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엄청난 격돌에 한창 여명을 몰아붙이고 있던 백아린조차도 멈칫한 채 뒤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천무진의 상태는…… 놀랍도록 멀쩡했다.
옷 일부가 충격에 터졌을 뿐, 천무진에게는 조그마한 상처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밀려드는 내공을 감당해 내며 내상을 입었는지 입 언저리에 슬쩍 피가 묻어 있는 정도뿐, 그 외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반면 매유검은 이번 격돌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바로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장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견뎌 내지 못한 장포가 아예 찢겨 나갔고, 그 때문에 매유검은 언제나 감춰 오던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매유검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보, 보지 마!”
허나 이미 손으로 가리기 전에 천무진은 매유검의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매유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천무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러난 얼굴은 놀랍게도 노인의 것이었다.
매유검의 나이가 아직 젊다는 걸 감안하고 보았을 때 노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건 충분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
허나 천무진이 놀란 이유는 매유검의 얼굴이 노인이라서가 아니었다.
매유검의 얼굴은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천지광이었다.
놀랍게도 매유검의 얼굴은 천지광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천무진이지만 이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정말 지독하군.”
천지광은 허수아비를 준비해 둔 것이다.
만약의 상황에 자신을 대신하여 죽어 줄 존재.
그 존재로 선택된 것이 바로 매유검이었다.
그랬기에 매유검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성장이 멈춘 직후 자신의 얼굴을 빼앗겼다.
인피면구로 속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약물과, 사람의 손을 통해 오랜 시간을 들여 똑같은 외향이 되게끔 만들어 낸 것이다.
그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얼굴 뼈를 부수고 또 부쉈다.
거기다 억지로 피부도 망가트리고, 지독한 약물 속에서 고통을 참아 내며 지금의 이 얼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매유검은 평생 장포로 얼굴을 가린 채 살아야만 했다.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매유검의 눈동자가 상처 입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가 말했다.
“너…… 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