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용병 출현 (1)
주성진을 입술을 깨물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 검이 떠났다.
곧바로 주성진의 의지와 연결된 검은 맹렬히 적진을 향해 비행해 갔다.
남궁은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의 시야에 자신들의 아군을 추적하는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엄청난 섬광이 그들을 덮치고 있었다.
‘아아. 저건 이기어검이다. 주성진이 시전한…….’
먼저 추격하던 두 사람의 인영이 거짓말처럼 허공에서 멈추었다.
일체의 비명도 없었다.
스걱!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떨어져 내리는 그들은 이미 머리가 잘린 채 이분되어, 머리보다 먼저 몸 쪽이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쿵…….
그들은 피하기는커녕 자신들이 왜 죽은 지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주성진은 검을 회수하고 눈을 부릅떴다.
‘일단 급한 불은 껐어.’
한편 적들은 가슴이 서늘해져 있었다.
죽은 두 사람은 결코 무공이 약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변변한 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그들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자가 앞으로 한발 내디뎠다.
이미 그들은 동료의 죽음에 추격을 멈춘 상태였다.
나이 많은 자가 넋이 빠진 모습으로 중얼거린다.
‘아… 아아, 제대로 된 이기어검술이다. 음, 완벽했어! 나는 겨우 초입에 들었을 뿐인데. 그럼 대체? 혹 그가…….’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은 부상당한 자들은 추적하는 것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나타난 자가 주성진이라면 지금 상황은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뼈를 묻을 수가 있어.’
그는 안력을 돋우어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하나 거리가 좀 있어서인지 주성진인지 여부는 판별하기 어려웠다.
‘음, 주성진이 아니라도 지금의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아. 도망갈까?’
그는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속도에서 이기어검을 당할 순 없지. 어차피 죽을 거면 차라리 정면에서 붙는 게 나아.’
한편, 남궁은영은 허겁지겁 도망쳐 온 네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투성이 모습에 머리는 산발하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도저히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 순간 팽일성이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곤 다친 그들은 지혈하며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다.
사실 팽일성은 무공 외에 의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자였다.
부상을 당한 자 중 하나가 쥐어짜는 목소리로 팽일성을 보며 말했다.
“난, 정의단 2군 4대 소속이오. 아마도 저들이 더 몰려올 거요. 여기에 금괴가 잠들어 있다고 소문이 나서…….”
부상을 당한 자는 끝내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그나마 그는 나은 편이고 출혈이 심한 세 사람은 긴장이 풀려 이미 기절해 있는 상황이었다.
팽일성은 남궁은영에개 고개를 돌렸다.
“소저, 적들이 더 있다고 하오. 이리 몰려오고 있다는데…….”
“아하 큰일이군요.”
한편 그 시각.
적들은 주성진이 천천히 다가오자 모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주성진이었구나! 이기어검을 부린 자가…….’
적들의 수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그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예외 없이 모두가…….
하지만 그들 모두는 주성진이 다가오기만 할 뿐. 공격할 기미가 없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단번에 공격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였다.
그들 모두는 주성진이 자신들을 천천히 피를 말려 죽이려고 여흥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받았다.
“아아, 고양이 앞에 쥐 신세인가.”
무리 중 누군가의 한탄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만큼 주성진이란 이름 석 자가 가지는 무게는 대단하였다.
적의 수장은 수하의 한탄을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애초에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구나. 주성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첩보가 있었는데…….’
적의 수장은 주성진의 손을 바라보며 조금 전 생각했던 바를 떠올렸다.
‘만일 저자가 이기어검을 펼치지 않는다면 살 방법은 있다. 그런데도 우리 중 몇은 죽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도망치는 것도 일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도망쳐 보자! 조금이라도 빨리!’
하지만 곧바로 인상을 지었다.
지신 외 부하들이 주성진을 따돌리는 게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쉽지 않겠지, 쉽지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차마 명령을 전달할 수가 없었다.
‘으음…….’
한데 마침 그의 생각을 읽은 듯 그의 직속 부하가 입을 열었다.
“용 부대장님, 수하들을 데리고 먼저 후퇴하시지요. 주성진은 저와 권일경이 막아 보겠습니다.”
그의 직속 부하도 주성진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강한수! 그럴 수 없다. 곧 대장님이 당도할 터이니 그때까지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자.”
용 부대장은 강한수의 말을 듣고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한방에 정리했다.
그건 바로 애초에 생각한 그대로였다.
“그러면 빨리 공력을 회복하십시오. 좀 전에 이기어검을 펼치느라 공력이 소진되었을 터이니…….”
“아니야, 이미 회복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저희가 어떡하던 막아 보겠습니다. 보아하니 이기어검을 펼칠 것 같진 않습니다. 우리가 도망치지 않는 한.”
용 부대장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래. 일단 너와 권일경을 믿어 보겠다.”
한편 주성진은 섣불리 적들을 공격하지 못하고 멈칫거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용이 스스로 불타면서 내뿜은 독연이 체내에서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어서였다.
거기에다 조금 전 공력 소모가 큰 이기어검을 시전한 터라 또다시 이기어검을 전개한다면 공력에 무리가 올 수도 있었다.
물론 그의 심후한 공력 덕분에 그런 생각이 기우일 수도 있지만…….
‘음…….’
속내를 감춘 주성진이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뭐, 말 좀 섞어 볼까.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니 일전을 불사할 모습인 것 같은데 말이야.’
한편으론 적이지만 상대다 대견하다고 느껴졌다.
‘죽음을 불사한다는 건 무인이라도 쉽지 않은 거야.’
“음, 음. 난 주성진이오. 그대들은 누구요?”
용 대장이 불린 이가 얼른 나섰다.
그는 주성진이 말을 걸어오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조금이라고 시간을 끌 수 있어서였다.
“나는 용운일이오. 내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소이까?”
주성진은 기억을 더듬더니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사실 용운일은 무림에서 꽤 위명이 높은 자였다.
그렇다고 악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그렇소. 홀로 강호를 주유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오.”
주성진이 비꼬는 투로 말하자 그가 살짝 미소 지었다.
“후후,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소.”
주성진은 순간 남궁은영에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그대들은 용병들이오? 신광상단에 포섭된…….”
용운일은 깜짝 놀랐다.
‘저자가 용병 2대를 통해 들은 모양인데…….’
용병 2대는 그가 부대장으로 있는 용병 3대보다 먼저 이 지역으로 온 용병단이었다.
“아니, 그걸 어찌 아시오?”
“나도 귀가 있소이다. 그러니 들을 수밖에…….”
“용병 2대로부터 들었소?”
주성진은 눈을 깜빡거렸다.
‘용병 2대? 그럼 저자들은 또 다른 용병들이란 말인가?’
그 순간 주성진의 뇌리로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가만. 저자가 시간을 끄는 것 같은데…….’
주성진은 처음에 자신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안 되겠다. 대화는 그만하고 저자들을 땅에 눕혀야겠어. 내 감이 맞는다면 저들은 원군을 기다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주성진은 용운일을 보며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적으로 만났으니 어쩔 수 없게 되었소. 선공은 양보하리다.”
용운일은 애써 침착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우리가 싸울 운명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
“그럼 시작해봅시다”
주성진이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용운일은 오히려 후퇴했다.
그리고 그의 부하 둘이 전면으로 나섰다.
주성진은 다시 한번 용운일을 노려보았다.
‘뭐, 난 또 저자가 단독으로 공격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후후.’
그 순간 상대가 포권했다.
“나는 강한수요. 영광이요 그대와 대결하는 것이.”
“나는 권일경이요. 음 나도 영광이오.”
주성진은 그들의 포권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려는 속셈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죽더라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눈빛이었다.
‘이 자들이 나와 붙어 보고 싶은 건 진심이군. 아마 내가 펼친 이기어검 때문에 도망가는 건 포기했는지 몰라.’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면 자신도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자들 내버려 두면 골치 아프겠어.’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포권했다.
“주성진이오.”
주성진도 나름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독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아무리 상대의 원군이 온다 한들 후후…….’
잠시 후 조용하던 대치 국면이 깨졌다.
쉬이익!
순간 강한수의 품 안에서 두 개의 단검이 주성진의 얼굴과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어라!
주성진은 조금 놀란 듯 빠르게 검을 치켜들고 강한수의 비도를 쳐내려 하였다.
사실 주성진이 놀란 건 강한수가 검수였기 때문이었다.
한데 검을 들지 않고 비수로 먼저 공격한 것이다.
‘뭐, 따지고 보면 나쁘지 않은 작전이네. 한 수 배웠다.’
주성진이 생각을 굴리는 사이 돌연 권일경의 권경이 벽력 같은 소리를 내며 주성진의 전신 요혈을 노리고 밀려왔다.
주성진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제법인데, 그러고 보니 합공도 제대로야. 음 신광상단이 끌어모은 용병들이 오합지졸이 아니었구나.’
주성진은 상대 용병 중에 무공이 높은 자들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가 생각한 기준이지만… 하지만 그의 생각은 두 사람을 통해 여지없이 깨지고 있었다.
두 고수의 협공은 주성진이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한편 지켜보던 용운일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강한수와 권일경을 바라보았다.
설마 둘의 합격이 주성진을 위협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였다.
사실 그들은 강호 무림의 평판 고하에 따라 신분이 정해졌지만, 용병으로 모인 사이이지 그 전부터 개개인 서로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기에 현재는 수하라 할지라도 용운일이 강한수와 권일경을 잘 알 수가 없었던 거였다.
‘저 친구들의 무공이 제법인데. 아 그러고 보니 둘이 친구라고 했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대결을 지켜보던 용운일의 안색이 갑자기 일변하였다.
주성진의 검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섬전처럼 수하들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위협적으로 반격을 개시한 것이다.
‘이런, 큰일이다. 내가 도와주어야겠어!’
인상을 찡그린 용운일의 신형이 급히 움직였다.
한데 그 빠르기와 은밀함이 유령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의 신형은 단숨에 수하들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던 주성진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곤 주성진을 향해 위에서 강하게 검을 내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