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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38화 (238/250)

238화 전설의 용과 맞닥뜨리다 (2)

순간 주성진은 이기어검과 심검을 떠올려 보았다.

‘으음, 저놈은 인간이 아니야. 공격이 통할지 미지수라고. 만일 통하지 않으면 되레 당하는 건 나야.’

주성진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아 내 마음을 알지. 힘들더라도 같이 가는 거야!’

주성진은 서서히 검과 한 덩이가 되어갔다.

순간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좋아…….’

손에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흡사 팔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바로 그 순간.

꽈오오!

용이 괴성을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주성진은 용의 공격을 가볍게 피함과 동시에 검에다 전 내력을 쏟아 부었다.

우웅!

검이 울었다.

‘가자!’

주성진은 현란한 보법 대신 일직선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만일 누가 본다면 방어를 도외시한 육탄공격처럼 보일 정도였다.

쐐애액!

주성진의 돌발적인 공격에 터져 나온 용의 당혹스러운 혼잣말…….

“뭐, 뭐지? 저놈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용의 생각으로는 동귀어진의 노림수로 보인다.

‘어리석은 인간 놈이군, 안됐다. 인간아.’

용은 인간의 어떤 무기로도 자신의 단단한 육체를 뚫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지하동굴을 울리는 거대한 외침!

“잘 가라, 이무기야!”

쉬익!

안쪽으로 바짝 파고 들어간 주성진은 두꺼운 비늘로 뒤덮인 용의 가슴에 검을 틀어박았다.

푹!

스가각!

주성진의 날카로운 검날이 용의 두꺼운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용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간 검이 점점 길어졌다.

그건 바로 주성진의 검강이었다.

이는 용을 한 방에 죽이겠다는 주성진의 견고한 의지였다.

꾸오오!

끔찍한 용의 비명이 지하광장 안을 가득 메웠다.

용은 설마하니 인간의 검이 자신의 표피를 뚫고 내장을 짓이겨 놓을지 몰랐다.

‘아아, 이럴 수가. 승천도 못 해보고 죽는 것인가.’

용은 주성진이 의기양양하게 미소짓는 모습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나 혼자 죽지는 않겠다.’

잠시 후 용이 축 늘어졌다.

죽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느닷없이 용의 사체에서 불꽃이 일어나더니 용이 훨훨 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용이 죽음 직전 생각한 동귀어진의 노림수였다.

자신의 몸을 태워 반드시 주성진을 죽이겠다는 원념이었다.

주성진은 두 눈을 치켜떴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뭣이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주성진은 재빨리 불길 속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불은 좀체 꺼지지 않았고 주변에 메케한 연기로 가득했다.

‘미치겠군.’

주성진은 점점 호흡하기 힘들어졌다.

‘올라가자! 금은 나중에 다시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바로 그 순간. 콧속으로 파고든 연기를 흡입한 주성진은 오만상을 찡그렸다.

‘독이다. 으아, 용이 불타면서 뿜어낸 독이라니 도대체가!’

주성진은 심후한 내공으로 독을 제어함과 동시에 남은 내공으로 우물 위로 솟구쳐 올랐다.

하나 한 번에 오르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다리가 뻐근하겠구나!

이후 주성진은 우물 벽을 박차며 도약하길 수십 차례, 자신이 짐작한 대로 다리가 뻐근해졌을 무렵에서야 겨우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일행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 밖에 누군가 있긴 있는데 일행들은 아니야.’

주성진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바심이 생겼다.

그렇지만 마음만 급할 뿐 몸은 정비되지 못한 상태였다.

독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음, 평소 내공의 절반밖에는 쓸 수가 없는데 큰일이군. 당분간 나머지는 독을 해소하는 데 써야 하고…….’

급히 건물 밖으로 나오자 주성진은 처음 보는 남녀와 맞닥뜨렸다.

그들은 상처를 입었는지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주변에는 시체들이 여럿이 보였다.

그들은 주성진을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주 단주님이시죠?”

꽤 이쁘장하게 생긴 여인이 말을 건다.

“그렇소. 보아하니 정의단 소속인 것 같은데…….”

“네, 저는 남궁은영이고 이쪽은 팽일성입니다. 얼마 전에 정의단 2군에 합류했습니다.”

주성진은 그들에게 포권하며 그들이 개방대장로 휘하의 소속 무인들이라고 짐작했다.

‘새로이 합류했다는 거군.’

“어찌 된 사정인지 알 수 있겠소? 그리고 여기에 내 일행들이 있었을 텐데…….”

남궁은영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문을 열었다.

한데 그녀가 주성진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주성진을 흠모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뭔가 다급하고 초조한 모습도 섞여 있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일행 세 분은 저희 동료들을 도우러 급히 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죽은 저자들에게 쫓겨 여기까지 왔다가 다행히 세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천운이었습니다.”

“아. 그렇소이까. 하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이오?”

주성진의 물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곧바로 남궁은영이 입을 열었다.

“저희 그러니까 정의단 2군 3대는 흑룡가의 잔당들을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주성진은 급히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

“잠깐, 잔당이라고 했소? 그러면 흑룡가의 주력은 궤멸한 것이오?”

막상 말하고 나니 주성진은 자신이 우스웠다.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비록 실권은 없지만, 엄연히 정의단의 최고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궁은영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주성진의 물음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다만 치열한 전투 끝에 흑룡가의 가주를 저승으로 보내고 본진을 접수했습니다만 개중에 3할 정도가 도망쳤습니다. 하여 위에서는 곧바로 추격대를 꾸렸고 저희는 그들을 추적하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

“한데 흑룡가의 잔당들을 따라잡아 그들을 섬멸하는 도중에 뜻밖의 강적들을 만났습니다. 알아보니 그들은 흑룡가를 도우러 온 용병들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원래 소속 없이 중원을 떠돌아다니는 마인들이었습니다.”

주성진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뭐라. 용병? 새로운 변수인가?’

“흑룡가에서 용병을 구했단 말이오?”

“정확히는 신광상단에서 거금을 들여 고용한 용병들이었죠. 다행스러운 건 그들 용병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희가 흑룡가의 본진을 접수한 이후였다는 거지요. 그런데 음. 솔직히 여기서 저희가 용병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사실은 까마득히 모를 뻔했습니다.”

주성진은 그녀의 말마따나 그 점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들 용병들이 빨리 왔다면 전쟁이 길어질 뻔했었군.’

“음, 알겠소이다. 한데 마주친 용병들이 강하오?”

그녀가 힘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네, 저희 3대와 마주친 용병 중 몇 명은 엄청난 고수였습니다. 그런데 싸움 도중 대주께서 저의 둘에게 명령을 내렸지요. 여기로 가라고요. 혹 단주님이 있을 줄 모른다고요. 사실 대주님의 명을 듣기 전까지는 저희 둘은 여기가 흑룡가의 옛터인 줄 몰랐습니다.”

“음, 이제야 좀 알 것 같소. 그러니까 여기서 죽은 자들은 그대들을 추적한 자들이었고, 내 일행들은 정의단 2군 3대를 도우러 갔다는 말이겠구려.”

“네, 덧붙이자면 여기서 죽임을 당한 자들 대부분은 단주님 일행에게 당한 것이지요. 저희도 싸움에 참여했지만 보시다시피 부상을 입었고요. 사실 처음엔 지치고 출혈도 심해 여기에 있었지만, 저희도 곧 일행에 합류하려 했습니다. 때마침 그때 주 단주님을 보게 된 거죠.”

주성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쯤 아군도 큰 피해를 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피해가 적었으면 좋겠는데…….’

“한데 말이오. 좀 전에 말한 엄청난 고수 말인데…….”

주성진이 말을 더듬는 순간 그녀가 곧바로 입을 놀렸다.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상으로 봤을 때 저희 세력이 충분히 버틸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저희 대주님은 알아주는 고수시거든요. 거기에 주 단주님은 아니지만, 무공이 뛰어나신 세분이 도와주러 갔으니 저희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음, 그렇다면 다행인데… 자, 그럼 나도 합류하지요. 갑시다.”

“네. 주 단주님.”

한데 바로 그때였다.

‘뭐지?’

주성진의 귀가 쫑긋거렸다.

순간 주성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휴, 한바탕 싸움이 불가피하겠구나.’

“잠시만, 누군가 오고 있소이다. 뒤를 돌아다보시오.”

두 사람은 뒤를 돌아다보았다.

잠시 기다리다 보니 멀리서 다섯 명 정도의 인물이

기진맥진한 채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연이어 뒤따르고 있었다.

남궁은영은 달려오는 자들을 보며 신음성을 흘렸다.

‘아하! 우리 편이 당했구나.’

그녀의 안타까운 신음.

말 그대로 달려오는 자들의 몰골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한 명은 팔이 하나 잘려 있었고, 또 한 명은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내장이 흘러내릴 정도로 그 상처가 심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그 외의 두 명은 상처 입은 자들을 부축하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마지막 한 명은 그들의 배후를 지키려는 듯 검을 든 채로 네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다.

보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 정도였다.

남궁은영은 안색을 굳히며 팽일성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도와주러 가시죠. 아군이 위험에 처했어요.”

“그럽시다. 남궁 소저.”

둘은 이야기를 끝내고 주성진을 바라본다.

“저희가 저들을 구해오겠습니다.”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내가 엄호하겠소이다.”

“면목 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그들은 주성진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걸 주성진에 의지하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 개개인은 거대 정파에서 손꼽히는 후기지수였기에.

한편 주성진은 처음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이 직접 도망오고 있는 자들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두 사람은 주성진은 놓아 두고 경공으로 단숨에 부상당한 자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신법으로 보아 능히 대단한 경공의 소유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한데, 그들은 미처 부상당한 자들에 도착하기 전에 기겁하고 말았다.

쉬익!

사력을 다해 도망치던 자들을 향해 하나의 섬광이 번쩍였고, 동시에 그들의 후위를 보호하던 아군의 머리가 날아갔던 거였다.

섬광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빨라서 죽은 자가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은 무사들 돌아볼 사이도 없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네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쉬이익!

그때였다.

한줄기 그림자가 두 사람을 추월하여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남궁은영은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주성진이구나!’

남궁은영은 순간 자책감에 빠졌다.

‘아아, 내 자존심 때문에 동료 한 사람이 죽었어. 주성진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동시에 주성진도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이런 내가 나설 것을. 설마하니 놈들 중에 이기어검을 구사하는 자가 있을 줄이야. 비록 간신히 입문한 것처럼 보였지만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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