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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79화 (179/250)

179화 황궁무림대회 (5)

동벽태는 심검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선뜻 가르쳐 주었다.

“고맙습니다. 길을 알려 주어서…….”

“아니야. 그리고 자네가 가진 호신강기를 더욱 갈고 닦기를 바라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한데 주성진은 흡족한 모습인 데 반해, 동벽태는 그렇지 않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자네, 얼마나 비정해질 수 있는가?”

주성진은 순간 말문을 열지 못했다.

‘뭐야. 갑자기… 음 그렇다고 뚱딴지같은 소리는 아닐 것이고. 무슨 의미가 있을 텐데…….’

“음, 비정해지라고요……?”

“자네를 공격하려는 자들은 자네의 약점을 파고들 것이네, 가령 인질을 붙잡고 자네를 위협할 수도 있음이야, 그러면 어떻게 하겠나?”

주성진은 만약 강설현이 인질이 된다면 비정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휴, 어렵군요…….”

“그래서 말인데 자네도 그들의 약점을 파고들게. 여차하면 그걸로 위협하라고!”

“아,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요. 알겠습니다. 저도 비정해지겠습니다. 하하.”

주성진은 동창의 비리를 차근차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할 거야.’

“자네 얼굴을 보니. 뭐 좋은 수라도 있는 모양이지?”

“동창이 북경의 흑도들을 봐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단은 관련 증거를 확보해서 소문을 내겠습니다. 그러한 소문이 퍼지면 그 일을 수습하느라 당분간 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겁니다.”

그러면서 주성진은 자신이 들은 내용을 동벽태에게 들려주었다.

“이것 참.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자네 주변엔 늘 일이 끊이지 않는구먼… 음, 내 생각도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어. 대신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알겠습니다. 오늘 밤부터 당장 북경의 흑도 들을 정중히? 방문해 보겠습니다. 물론 본모습은 감추어야겠지만요.”

“그렇게 하게. 노파심에 다시 말하겠는데 초지일관 흑도 둘에게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네. 그들 때문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항상 기억하게나.”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     *     *

시간이 흐르고 북경 외곽 청구관의 앞마당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흑도들이 즐비했다.

야심한 밤에 자다 일어난 관주는 너무도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구냐고 고함을 질러도 묵묵부답.

정체불명의 수상한 자는 경계를 서던 부하들을 모조리 때려눕혔다.

그리곤 한다는 말이 왜 관주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냐 라는 것이었다.

사실 청구관도 과거에는 청구파로 불리었다.

하지만 동창의 지시로 청구관으로 바꾸고 두목이라는 명칭도 관주로 바꿨다.

뭐 호박에 줄 긋는 다고 수박이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그런 명령을 내린 거였다.

사실 관주에게 질문을 던진 당사자는 주성진이었다.

그는 동벽태와 헤어지고 곧장 청구관으로 온 거였다.

전 백주관의 관주로부터 북경 흑도들의 정보와 위치를 들었기에 아무리 밤이라 하지만 찾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청구파의 관주는 너무도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두 눈에서는 화산 같은 불똥이 튀었다.

“이 새끼! 죽여 버리겠다!”

관주는 이를 갈며 앞뒤 가릴 것 없이 신형을 날렸다.

그게 신호탄이 되었다.

그의 신형 뒤를 청구관 건물 내외에 흩어져 있던 부하들이 뒤따라 붙었다.

주성진은 관주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저자는 다혈질로 성질나면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군.’

북경의 흑도들이라 그런지 작은 읍의 놈들과는 반응이 달랐다.

달리 돌발적인 상황이었지만, 제법 민첩하고 일사불란한 행동을 보였다.

하나 그들의 상대는 흑도들과 인연이 깊은 주성진이었다.

장사성에서 첫 강호 입성의 재물로 흑도를 때려눕히지 않았던가…….

‘후후, 제법이다만…….’

청구관의 관주는 동요하지 않은 주성진을 보며 흠칫했지만, 이내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환도를 전면에서 횡으로 그어 갔다.

쐐애액!

방어를 무시한 공격 일변도의 수법이었다.

이는 주성진을 가볍게 본 탓도 있고, 여차하면 자신의 부하들이 그의 뒤를 바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펑!

요란한 폭음이 울리며 횡선을 그리던 환도가 위로 치솟았다.

거센 반탄력으로 퉁겨진 것이었다.

관주는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환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손을 사용해야 했다.

‘제기랄, 빌어먹을……!’

관주는 분기탱천해서 이를 갈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였다.

하나, 그는 망설일 여유조차 없었다.

주성진이 득달같이 신형을 날리더니 순식간에 그의 코앞으로 육박하고 있었다.

‘헉!’

관주는 다급히 서너 발짝 뒤로 물러나며 전보다 강하게 환도를 휘둘렀다.

쐐애액!

주변 공기가 출렁이며 날카로운 파공음이 대기를 가른다.

그런데 그 순간, 관주의 신형은 본인의 생각과 무관하게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바닥으로 패대기쳐졌다.

쿵!

“크윽!”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당한 당사자조차 미처 파악할 수 없는 황당한 현실이었다.

사실 주성진은 앞으로 나아가다가 신형을 귀신처럼 우측으로 돌린 후, 뻗어지던 환도를 맨손으로 잡아 한 바퀴 돌린 것뿐이다.

관주의 신형은 환도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따라 회전해서 바닥에 내던져진 것이고.

설명은 쉽지만 실제로는 한 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 빠르고 예리한 반격이었다.

‘내가 도깨비에게 홀렸나!’

관주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한동안 엎어진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막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신형을 일으키려고 할 때는 이미 천근 바위처럼 무거운 압력이 그의 왼쪽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바로 주성진의 발이었다.

‘빌어먹을!’

관주는 어깨가 탈골되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자신의 부하들을 원망했다.

‘아무리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내가 위험에 처했는데도 한 놈도 달려오지 않는다니…….’

동시에 그의 눈빛 속에 떠오른 것은 주성진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었다.

무공으로 따지면 북경 흑도 서열 1위라고 자부한 그였다.

한데 이처럼 간단하게, 마치 어린아이의 팔목을 비틀 듯 손쉽게 당한 거였다.

‘아아, 내가 뭐에 홀린 것인가? 그나저나 창피해 죽겠구나.’

다다닥!

그제야 관주의 부하들이 쓰러진 관주와 주성진을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덤빌 테냐?”

주성진이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순간 그들 중 누군가가 한 발 앞으로 움직였다.

“나는 부관주요, 어서 관주님을 풀어 주시오!”

그는 참담한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만은 여전히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 상태로 주성진의 눈을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우리를 건드리면 엄청난 보복에 직면할 것이오.”

“후후, 엄청난 보복이라고?”

“한 치의 거짓도 없소!”

주성진은 피씩 웃었다.

“그 엄청난 배후가 어딘지 듣고 싶은데……?”

부관주의 위협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주성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부관주는 선뜻 답변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그때 주성진이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

“관주를 살리고 싶으냐?”

“당연하오.”

“그러면 묻는 말에 답하고 증거를 가져오면 풀어 주겠다.”

부관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뭘 묻고 싶은 것이오?”

“너희들 뒤에 동창이 있음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 순간 주성지의 발끝이 출렁거린다.

관주가 놀라 몸을 꿈틀거렸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어, 한 번 더 움직이면 어깨뼈를 바스라 버리겠다.”

주성진은 관주에게 위협 섞인 말을 날리고는 다시 부관주를 바라보았다.

“다 알고 왔다. 백주관의 관주가 내게 다 말했거든. 수익의 7할을 동창에 상납한다고 말이야.”

“으음…….”

부관주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한데 그때였다.

쉬이익!

청구관의 2층 창문을 통해 두 사람이 비조처럼 뛰어내렸다.

그리곤 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관주를 놔 주거라!”

주성진은 새로운 인물의 출현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이대로 가면 일이 잘 될 것 같았는데, 저놈들 때문에… 그나저나 저들은 누구지?’

“싫다면……!”

“그럼 죽어라!”

쩌렁쩌렁한 외침과 동시에 두 자루의 검이 주성진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주성진을 포위했던 관주의 부하들은 그들이 땅에 착지하는 순간, 포위를 풀고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쐐애액!

두 자루의 검은 얼핏 주성진의 허리를 노리고 있었다.

적어도 주성진으로부터 다섯 자 떨어진 곳에서 상하로 나뉘었다.

하나는 목덜미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허벅지로 검로를 바꾸기 전까지는 그렇게 보였다.

꽉 짜인 배합도 배합이거니와, 바람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그 쾌속함은 주성진으로서도 감탄할만한 놀라운 거였다.

‘허허, 이런…….’

주성진은 자신이 그들을 얕잡아 봤음을 인정했다.

‘음, 생각보다 강자들인데…….’

별수 없이 반격의 기회를 놓친 주성진은 두 자루의 검을 피하고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물러서기에 앞서 관주의 어깨를 못 쓰게 만드는 건, 주성진에게 있어서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주성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만 발로 관주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공포감을 주고는 뒤로 물러났다.

주성진이 뒤로 물러나 그들의 검을 피하자, 둘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암기를 집어 던졌다.

쐐애액!

예기치 않게 의표를 찔린 주성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특별히 고명한 암기술은 아니었지만,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암기가 그들의 손을 떠난 순간, 벌써 주성진의 가슴 옷자락을 파고들고 있었다.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주성진이 암기에 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성진의 대응은 그들을 놀라게 했다.

‘치사한 새끼들!’

주성진은 그들의 변칙 공격에 욕을 해대며 급히 신형을 움직였다.

그러자 주성진의 몸이 뿌옇게 흐려졌고, 비로 그 순간 암기가 주성진의 몸통을 강타했다.

쉬익!

하지만 아무런 비명도 나지 않았다.

그저 암기들이 주성진을 지나 허공으로 계속 날아갈 뿐이었다.

“헉, 저것은!”

주성진에게 죽어라 라고 외쳤던 자가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그가 보기에 주성진의 몸뚱이는 마치 허깨비라도 되어버린 양, 자신들이 던진 암기를 그대로 통과시켜 버린 거였다.

사실 주성진이 펼친 건 이형환위의 신법이었다.

형을 옮겨 위치를 바꾼다는 이형환위는, 무림인이면 그 요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신법이었다.

하지만 찰나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비집으며 저토록 능란한 몸놀림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암기를 피한 주성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쥐새끼 같은 놈들! 가만두지 않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쉬이익!

주성진의 목검이 그의 손을 떠났고 찬란한 빛을 머금고는 어느 순간 피 보라를 일으켰다.

그러고 언제 그랬냐는 냥 얌전히 검집에 들어가 있었다.

척!

쿵, 쿵, 쿵, 쿵!

거의 동시에 둔탁한 소리를 동반하며 그들의 신형이 무너졌다.

잘린 수급과 함께…….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변고에 장내는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선체로 누런 오줌을 지리는 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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