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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68화 (68/250)

068화 비도술의 실체

주성진은 계면쩍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음, 일단 발뺌을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저 그게 말입니다,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헤헤."

"아니 본인이 그래놓고 그걸 모른단 말이오? 허허 참……."

"제가 실전에 처음 사용한 무공이라서요, 한데 피가 좀 안 나오면 안 되나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들었습니다만. 음, 한데 제가 모르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그가 주성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허허, 저 친구의 표정을 봐서는 잘 모르겠구나, 사실인지, 거짓인지……. 어쨌든 이거 내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야. 도대체 저 친구의 사부가 누구야, 무공을 가르쳤으면 제대로 가르쳤어야지. 무공의 원리나 파급력은 알리지 않고 무조건 무공만 익히라고 하면 어떡하냐 말이야.'

그는 딸기코를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대 사부가 가르치지 않았소? 형산에 있는……."

이곽춘은 성진이 이미 형산파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 펼친 무공은 사부님이 가르친 무공이 아닙니다만."

이곽춘은 그 이야길 듣고 깜짝 놀란다.

"뭐요? 사부가 가르친 무공이 아니라고! 그럼 형산파에서는 아무 무공이나 익혀도 된다는 것이오? 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데, 각파의 무공엔 잘 짜인 체계가 있는 법이오. 기초 무공부터 상승무공까지…….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소이다. 또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듯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탈이 없는 법이라오."

주성진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무공 대부분이 유실되었는데 답답한 소리를 하는 군…….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저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 거지, 산의 정상에 올라가면 아래가 훤히 보이는 것처럼 무공도 일정 경지에 다다르면 뭔가 보이는 것이 있을 거라고. 그때 되어서 무공의 전체적인 유기성을 좀 더 치밀하게 연구해 보자고…….'

순간 주성진의 뇌리에 만류귀종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그래 결국 물줄기는 돌고 돌아 바다에서 만나는 것이야. 그러고 보니 시작과 끝은 하나라는 말도 있었군. 결과와 원인은 시작과 끝으로 다른 듯 보이지만, 그게 아니지. 애초 출발점은 같은 거야. 가령 내공의 시작은 도인들이 신선이 되려고 몸에 내단을 만들려는 시도부터 생겨난 것이고, 무공의 초식은 동물의 움직임의 흉내 내면서 시작한 것이라고.'

주성진은 다소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거야, 뭐 내부사정이 있는 것이니까요."

"……."

그때였다.

당천기의 일행 중 하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저,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제가 좀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이곽춘이 고개를 끄떡이자 그가 다시 주성진을 바라본다.

"아, 네… 그러십시오."

"고맙습니다, 저는 당학수라고 하고요, 여기 계신 당주님의 조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주 상단주님, 그의 사인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까? 제 말은 그저 겉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그 안까지……."

주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의원도 아닌데 죽은 사람의 상처를 왜 해부하냐고… 그 상황에서 경황도 없었고, 독에 중독돼 죽어가는 일행들이 있었는데.'

"아뇨, 제가 살펴본 건 단지 그의 가슴에 일자형의 상처가 났고 그곳이 정확히 심장 부근이었다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갈라졌을 거로 추측했고요."

"아. 그러면 안을 살펴보진 않으신 거군요. 그런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주성진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뭔가가 있나, 내가 모르는…….'

"사실 제가 의원도 아니고요, 상식적으로 누가 죽인 자의 상처를 헤집으며 보겠습니까?"

"혹시 제 말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주성진은 형식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눈치가 없는 친구는 아니군…….'

"아, 뭐,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한데 진짜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요?"

"그게요. 저희 당가가 독과 암기를 다루다 보니까, 의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의술에 대해선 열심히 공부한답니다. 물론 대다수가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제가 당주님이 시신을 수습하라고 할 때 그의 사인을 빠르게 살펴봤었지요."

"……."

"확인해보니 심장이 군더더기 없이 예리하게 갈려졌더군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결론지은 건 이건 도검에 의한 상처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

"그리고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심장 부위가 굉장히 차가웠습니다. 아마 지금도 약간은 냉기가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주성진은 깜짝 놀랐다.

'뭐라, 냉기, 그게 어떻게…….'

주성진은 급히 그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저 미안하지만 먼저 그걸 확인하고 이야기를 다시 나누시지요."

"아. 네, 그러시지요."

잠시 후 주성진은 죽은 자의 가슴을 헤집고 갈라진 심장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그의 악행에 질려서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다. 조금도 그에 대한 측은지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 정말 그러네, 허허 참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주성진이 손을 떼자 당천기와 개방 장로 이곽춘이 차례로 심장 부위를 살펴본다.

'음, 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곤 일제히 주성진을 쳐다보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의 시선도 일제히 주성진에게 집중되었다.

주성진은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음, 예리한 상처는 검기에 의한 상처일 것이고, 차가운 건, 내가 펼친 기운이 그랬다는 것인데, 그렇다는 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내공의 성질이 변했다는 건가…….'

주성진은 막연히 음양오행의 원리가 작용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게 되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 혹 마령단의 기운 때문에 그런 것일까……?'

주성진은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사람의 생기가 냉기를 띨 리가 없잖아. 어휴 모르겠다, 더는…….'

그러면서 어제 강설현에게 시범을 보인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휴, 하마터면 강설현을 다치게 할 뻔했었구나. 기운은 마음에 따라 생동한다고 들었어, 만일 내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마음을 품었더라면 날아가는 검에서 검기가 뻗쳐 나갔을 것이야.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후유.'

가슴을 쓸어내린 주성진은 생각을 정리하고 좌중을 바라보았다.

"저, 사실 얼마 전에 비검술을 익혔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기로 조정하는 비검술이지요. 줄로 조종하는 게 아니라……. 솔직히 실전에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결과는 아시는 데로고요."

당천기와 이곽춘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져나간다.

그저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얼굴에 경련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이곽춘이 겨우 입을 뗐다.

"정말이오?"

"네, 그렇습니다."

"그거 아시오? 비검술이 이기어검으로 가는 단계라는 걸?"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제가 얼마 전에 입수한 책에도 그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이곽춘은 또다시 염두를 굴렸다.

'음. 비급을 입수했다는 말은 비급을 샀다는 말인가……?'

"실례되지 않는다면 그 책은 어디서 구한 것이오?"

"아, 그게 저와 동업관계인 천화각에서 그 책을 구했습니다. 사실 책의 제목은 나중에 지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비검록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곽춘이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성진을 바라보았다.

"천화각에서 판매하는 비급을 보고 그런 고도의 비검술을 익혔단 말이오?"

주성진은 그의 말에 감정이 좀 상했다.

뭐만 이야기하면 고개를 흔들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되묻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뭐, 믿든 말든 그건 장로님의 자유시고요. 저는 그 책을 보고 익혔습니다. 음, 제가 마저 이야기할 테니 질문이 있으면 나중에 말씀해 주십시오."

이곽춘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알고 재빨리 고개를 끄떡인다.

"알았소, 좀 전의 내 말은 내가 너무 흥분해서 한 말이니 마음에 담지 마시오."

"네, 그럼요. 음, 제가 좀 생각해봤는데 결론적으로 두 가지 작용이 동시에 발생해서 과다출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어디까지 저의 추론이니 참고만 하십시오."

주성진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의 사인은 검이 아니라 검기에 의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제가 음양오행을 원리를 이용해 진기를 바꿀 수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검기라고? 방금 비도술을 펼쳤다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음양오행이라니……?"

주성진은 그의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방금까지 잘 몰랐으니까.

한편 그러면서도 세상에 자신이 펼친 비도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은 제가 비검술을 펼치면서 동시에 검기를 쏘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죽은 자는 정확히는 저의 검에 맞은 게 아니라 저의 검기에 심장이 갈라진 것이라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덧붙여서 제가 음양오행을 원리로 이용해 저의 진기를 냉한 기운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

"다만 이번 같은 경우는 저로서도 좀 의외라고 할까요. 왜냐하면 의식적으로 펼친 것이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데, 그 성질이 음한지력이었던 같습니다. 그러니까 음한지력에 피가 얼어붙어서 과다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게지요."

주성진은 시시각각 변하는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하, 좀 놀라시는 군요, 사실 제가 일전에 양강지력은 펼쳐봤습니다만 음한지력은 처음입니다. 솔직히 저도 좀 놀랐습니다."

"허……."

"자, 과소출혈의 이유는 대강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검이 아니라 검기에 의한 상처로 인해 피가 조금 흘렀고 거기에 더해 냉한 기운이 피를 얼려버린 것이지요. 추가로 궁금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지요."

이곽춘보다 먼저 당천기가 입을 열었다.

그는 주성진의 놀라운 무공에 감탄한 상태지만, 문파에서 요직을 맡은 자답게 전체적인 세력변화와 분포에 더 관심을 가졌다.

형산파가 욱일승천한다면 정파의 서열이 다시 매겨질 것이고, 관련하여 그들이 가진 이권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다.

"음,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그럼 이제 형산파가 완전히 부활한 것이오?"

"아직은 아닙니다만 모두 그렇게 되도록 힘을 내고 있습니다. 뭐 제가 수없이 들었던 질문을 똑같이 제기할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면, 향후 형산파의 무공은 과거 무공의 회복과 동시에 계속 새롭게 추가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그 선봉에 있는 셈이죠."

그러자 당천기가 웃으며 덕담을 날렸다.

하지만 속마음은 완전히 그런 건 아니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오오, 그렇소이까, 이는 정파 무림의 쾌거요. 이거 앞으로 그대와 형산파에 잘 보여야 할 것 같소이다."

"하하, 과찬의 말씀입니다. 뭐 그리고 저에 대해선 미주알고주알 설명하지 않아도 두 분은 경험이 많으시니, 잘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그 순간 또다시 당학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끼어들었다.

"저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뭘 안다는 말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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