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자를 읽는 한의사-104화 (104/150)

환자를 읽는 한의사 104화

-‘두 얼굴의 한방병원’

‘조작된 진료 후기, 조작된 댓글들. 조작된 영상. 모두 한 한방병원 이야기이다?’

‘요양원에 와서는 어르신들에게는 관심도 없고 온통 자신들이 찍어갈 영상에만 관심 있었어요. 모두 대본에 짜인 대로…….’

‘인터뷰랍시고 찾아와서는 허락도 없이 영상 찍어가고 악마의 편집 해놓고 항의하니 모자이크에 음성 변조했으니 상관없다네요.’

“이야.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까 장난 아닌데?”

재마가 결단을 내린 후, 만 하루가 되지 않아 성은이 담당하고 있는 채널에서는 ‘두 얼굴의 한방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이 게재되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는 듯싶었지만, 입소문을 탄 건지 재생횟수가 급격히 오르고 있었다.

요즘 ‘환자를 읽는 한의사’ 채널에서 손을 놓고 있던 강산이었지만, 오래간만에 자신이 담당하는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에 관심을 가지며 쭉쭉 올라가는 구독자 수에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다.

┕설마 내가 아는 그 한방병원 이야기인가?

┕나도 여기 솔직하게 후기 썼더니 후기 다 삭제되던데 조작도 하고 후기 삭제도 하는 그 병원?

┕그래서 어디인가요? 어디인지 힌트만이라도…….

┕이런 영상 게재할 때는 힌트를 줘야지. 궁금해서 살겠나.

┕내가 너무 빨리 왔네.

“댓글 반응들도 장난 아니야, A 한방병원 B 한방병원 다들 난리다.”

강산은 재마와 마주 앉아 각자 휴대전화로 너튜브를 보고 있으면서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반응 진짜 장난 아닌데?”

“내가 제일 걱정했던 점인데…….”

“뭐, 아무 한방병원이나 의심받을까 봐?”

강산은 재마의 성격상 정한 한방병원이 잘못을 했어도 그 잘못이 밝혀지기까지 애꿎은 다른 한의원들이 피해를 받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 눈에 훤했다.

영상이 핫해지자, 인터넷신문사에서도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실시간으로 한방병원들에 대한 기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수순 아니냐, 우리가 단번에 정한에서 부정한 일을 저지릅니다. 하고 딱 발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리고 한방병원들, 한의원들 중에 허위 후기 올리고, 타 병원에 악플 달고 하는 한의원들 이번 기회에 다 반성해야 해.”

“그렇다고 우리랑 관련도 없는 한의원들까지 비난할 자격은 있는 건 아니잖아.”

이번 미션이 대한민국 한의학을 위해 결심을 내리라는 걸 통보받은 재마는 결단을 내렸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예상한 대로 문제없는 한방병원, 한의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김 기자님, 바쁘시겠는데. 이 정도 이슈면 한의사 협회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최대한 돕기로 했어. 우리가 받은 피해, 그리고 허위 영상 올린 것에 대해 정우가 인터뷰도 할 예정이고.”

재마는 김 기자가 명의 한의원을 위해 도와준 만큼 도울 수 있는 건 도울 예정이었다.

출근을 해 오전 진료 준비를 하던 효주는 처치실 안까지 들리는 재마와 강산의 이야기에 고민만 하고 있었다.

정한 한방병원 동기들의 연락으로 이미 영상을 확인한 효주였다.

정한 한방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동기들에게는 억울한 부분이 많은 모양이었다.

만약 해당하는 한방병원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한방병원이라면 창피해서 근무하기도 쪽팔린다는 반응이었다.

정한 한방병원 오너 일가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효주는 동기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정한 한방병원으로 밝혀진다면 피해는 해당하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임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 * *

귀남과 성은이 함께 일하고 있는 작은 사무실은 오늘 새벽에 올린 영상 하나로 쉴 새 없이 전화를 받아야 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 박귀남과 한의 신문 기자 출신 김성은.

거기에다 기자 경험이 없는 인턴 맹철호까지 세 명뿐인 사무실에서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정도였다.

“네. 네. 후속 영상은 또 올라갈 거고요. 네.”

“허위 영상 아닙니다. 저희가 충분히 팩트 체크 했고요.”

“대표님, 댓글이 너무 실시간으로 많이 올라와서 다 확인하기 힘들어요.”

귀남과 성은은 전화에 불이 나듯 기자들에게 확인 전화가 쏟아졌고, 영상의 댓글 관리를 맡고 있는 철호에게는 버거울 정도로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감당이 되지 않는 철호는 대표와 성은에게 몇 번이고 SOS를 외쳤지만, 두 사람도 밀려드는 전화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네. 해당 한방병원에서도 저희가 영상 게재하리라는 것 알고 있었습니다. 확실합니다!”

성은은 전화를 모두 받는 것이 버거운지 쏟아지는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꺼버렸다.

숨이라도 돌려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끄고 널브러지듯 의자에 쓰러진 성은을 보며 귀남도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전화를 꺼버렸다.

“하아…….”

“버겁냐?”

“버겁죠. 이렇게 바빠 본 지가 언제인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전화를 받아놓고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터지는 성은이었다.

목이 터져 나갈 정도로 대답하느라 몸은 고단했지만, 이 난리통에도 웃음이 나왔다.

“근데 선배.”

혼자 피식 웃던 성은이 의자에서 번쩍 상체를 들어 올렸다.

“우리 대박 난 거 아니에요?”

“대박이지!!!”

두 사람은 그간 몇 달간 고심을 하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자, 힘든 것도 잊을 만큼 신이 난 모양이었다.

철호는 철없이 자신들의 채널이 대박이 났다고 얼싸안고 좋아하는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포털사이트를 들어갔다.

채널 댓글창도 난리 났으니, 채널에 대한 기사도 분명히 올라오고 있을 것이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철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잠깐. 대표님. 그리고 기자님. 지금 그렇게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에요.”

“뭐? 왜 왜.”

성은은 철호가 걱정스럽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자 그를 바라봤다.

“한의사 협회에서도 대형 한방병원들에서도 지금 우리 채널 고소한다고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어요! 네이브 기사 좀 확인하세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철호는 자신이 간신히 몸담고 있는 채널이 고소를 당하기 직전인 상황이라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고소? 고소하라지. 원래 기사 터뜨리고 고소 좀 먹고 해야 제맛이야.”

귀남은 쉬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려 철호가 말한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했다.

오히려 기사까지 났다는 말에 신이 난 듯, 어깨까지 들썩이는 귀남이었다.

성은이 의자에 누운 채로 휴대전화를 끼적이며 여유롭게 기사를 확인하는 모습에 철호만 얼굴이 퍼렇게 질릴 뿐이었다.

* * *

정한 한방병원 대표실을 맡고 있는 비서들은 상도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보고하기 위해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 모두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오전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홍보팀장이자 박상철의 딸인 연아와 박상철은 대표실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침부터 정한 한방병원 본원이 평소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연아는 자신의 아빠 옆에서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대표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난번에 김성은인지, 김성인인지 하는 기자 대표실로 찾아왔을 때 대표님이랑 다 이야기되었던 것 아닙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초조하게 있던 연아는 박상철의 말에 귀가 번뜩 뜨였다.

이런 영상이 올라올 걸 박상도가 알고 있었다면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영상을 대비해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 뒀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잘만 한다면 자신이 빠져나갈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이거 터뜨린 사람이 기자라고요? 그리고 대표실로 찾아왔었어요?”

연아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카롭게 기를 세웠다.

“지난번에 겁도 없이 나랑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타고 올라왔었어. 젊은 여자 기자가 겁도 없더라고.”

상철은 겁도 없이 기어오른다는 듯, 지난번에 만났던 성은을 떠올렸다.

감히 정한 한방병원을 건드리냐는 듯 두 부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콧방귀를 꼈다.

“이미 저희 홍보팀 직원들이 댓글들 취합해 보고 있고 정한 한방병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하고 있는 댓글들은 고소 준비를 위해 자료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연아는 이번 일을 벌인 김성은이라는 기자도, 그 영상에 정한 한방병원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달고 있는 구독자들도 모두 법적인 책임을 묻게 하겠다는 듯 보고를 했다.

“이것들이 다들 법원에서 만나야 찍소리 못하지. 어딜 감히 정한 한방병원을 건드려?”

상철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동생인 상도 앞에서 으름장을 놓았다.

“조용히 좀 하세요!”

형과 홍보팀인 연아가 상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영상 게재를 한 채널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둥, 악플을 다는 구독자들을 고소하겠다는 둥 이야기를 하는 탓에 골치 아픈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 상도는 소리를 질렀다.

“홍보팀장.”

상도의 외침에 잠시 조용해진 상철과 연아를 바라보며 상도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연아는 자신의 부름에 곧장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대표님.”

“이 영상에 올라온 일, 정말 정한 한방병원과 무관한 일인가?”

“네?”

조금 전까지 영상을 게재한 채널과 그 영상에 댓글을 단 구독자들까지 고소를 하겠다고 날을 세웠던 연아였지만 자신에게 묻는 박상도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무관한 일이라고 묻잖아!!”

박상도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연아에게 소리를 지르자, 상철이 나서서 대답을 했다.

“박 대표, 너무 애를 몰아세우지 말고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진정이요? 형님, 아니, 박 이사님. 지금 진정하고 악플러들 고소하겠다 할 때가 아닙니다. 요즘 사람들이 만만한 줄 아십니까? 이제 하루도 되지 않아 떠들썩하게 이 한방병원 저 한방병원 쑤셔대며 해당하는 한방병원 찾아낼 겁니다. 그럼 세상 사람들이 정한 한방병원인 거 다 알겠죠.”

박상도는 영상의 주인공이 정한 한방병원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내는 건 시간 문제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를 때마다 연아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대로 가만히 넘어가지 않습니다. 정한 한방병원 얼굴에 먹칠한 사람들 이번에 각오하세요.”

“동생. 제발 진정 좀 하고…….”

정한 한방병원 얼굴에 먹칠한 사람들을 색출해서 처분을 내릴 것이라는 듯 장담하는 박상도의 으름장에 연아뿐 아니라 상철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연아도 연아였지만, 상철도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하고 일단 우리는 발뺌하고 모른 척해 보자고. 설마 대한민국 제일의 한방병원이 이런 자질구레한 인터넷 방송의 B급 영상에 흔들리겠어?”

상철은 최대한 자신의 동생이자, 정한 한방병원의 대표인 박상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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