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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좌의 게임-40화 (40/177)

#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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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기어 나왔느냐! 썩 물러가라!

-..에비뉴 왕국인가..?

-황국이다!

-그런가..?

스캇의 양손엔 각기 다른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른손엔 밤보다 어두운 구체가 들려있었고, 왼손엔 이글이글 타오르는 백염이 맺혔다.

-마법사여..

악마는 말을 좋아한다. 그 음흉한 혀에서 나오는 달콤한 말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악마의 꾐에 빠져버린다는 것을 스캇은 알고 있었다.

-닥쳐라!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스캇은 엄포를 놓으면서도 수많은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번의 육체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악마만 물리쳐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평소라면 타인이 어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든 준비를 그가 했고, 명목상 번은 그의 제자다. 책임이 있다는 거다.

번의 새빨간 두 눈이 스캇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입이 열렸다.

-..나는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뭐?’

갸웃하며, '거짓말하지 마라! 간교한 놈아! 어딜 속이려고 드느냐!' 외치려던 스캇. 갑자기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낀다. 그건 악마도 마찬가지였는지 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그 순간!

쩌엉-!

주변을 감싸던 모든 어둠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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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캇..!”

상념에서 깨어난 스캇이 몸을 흠칫 떨며 옆을 돌아보았다. 황제가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라 하지 않았나?”

“아, 그게..”

스캇은 다시 번을 돌아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대체 왜 이 녀석의 이마에 악마의 문장이 찍혀 있는 걸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단 말인가? 답답함을 느끼는 스캇이다. 그의 성격상 이런 종류의 의문을 견디질 못한다.

“곧.. 알아내겠습니다.”

늘 얄미울 정도로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사람 염장을 찔러대던 녀석이 이렇게 나오니 황제로서도 더 핍박할 순 없었다. 누가 뭐라해도 스캇은 함께 황국을 건설한 공신이자, 친구다.

이때, 문을 지키던 호위 하나가 크게 외쳤다.

-가이아 신전의 성녀님이 도착했습니다!

황제가 끄덕이며 말했다.

“들라하라.”

늙은 사제 둘과 함께 나타난 성녀는 얼굴에 면사를 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목구비를 볼 수 없었지만, 그녀를 본 사람들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여인보다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그녀가 단순히 아름다워서도 아니며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닿은 것이다. 가장 고귀하고 찬란한 신성이.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폐하.”

찬찬히 걸어온 그녀가 머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여기선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오. 잘 오셨소. 가루비.”

평소 신전들을 고깝게 보고 있다고 해서 성녀까지 면전에서 막돼먹게 굴 황제는 아니다.

한데.

“으으으으..!”

성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격하게 반응하는 이가 있었으니.

“황자님?”

번이었다. 놀란 스캇이 눈을 크게 뜨고 번의 몸을 급히 살폈지만, 경련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무슨 일이냐! 스캇!”

황제도 놀라 엉덩이를 반쯤 들었다.

“모르겠습니다!”

눈을 까뒤집으며 부들부들 떨어대는 번은 입에 거품까지 물었다.

“악마가 제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성녀가 다급하게 외치며 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번의 목에서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인간은 절대 낼 수 없는 짐승의 울음이었다.

-우, 우우우우우.. 우우우..

“허! 이런 해괴한!”

늑대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한 그 소리에 황제가 스캇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시선을 받은 스캇조차 이런 현상에 대해 꼬집어 답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몸을 비켜 성녀에게 길을 터주었다.

다급히 번의 앞으로 다가온 성녀.

그녀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번의 이마에 닿았다. 그러자 격하게 몸을 떨며 반응하던 번의 몸이 돌연 차악 가라앉았다.

“으음..”

“..허어..!”

“황자님께선 어떻습니까?”

황제는 탄식하고, 은사는 급히 성녀에게 물었다. 스캇은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눈치다. 늘 철두철미하던 그의 성격상 이런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주쳤을 땐, 이성을 잃는 것이었다. 잘근잘근 깨문 입술에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정도.

“잠들었어요.”

성녀는 그리 말하며 번의 이마를 몇 번 더 쓸었다. 그러자 호흡이 가늘어지고, 맥이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사람이 깊이 잠에 빠졌을 때 보이는 육체적 특징.

‘이상한 사람..’

성녀는 번의 얼굴을 내려보다가 일어났다. 사박사박 그녀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만이 대청을 울리고, 황제와 마주한 성녀는 말한다.

“폐하.”

“······.”

황제는 일이 생각보다 더럽게 꼬여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건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어가고 있지 않나? 성녀의 표정만 봐도 말이다.

“보통 악마가 깃든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뽑아낼 수 있겠소?”

“신께서 뜻을 두신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답니다.”

“그 신이 원치 않는다면?”

다소 불경한 언사에 늙은 사제 둘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성녀는 빙긋 웃을 뿐이다.

“그럴 리는 없답니다.”

“어찌 확신하시오?”

“황자님께선 여러 신의 사랑을 받고 계시거든요.”

“그 얘긴 전에 들었소. 말이 나온 김에..”

황제가 번을 힐끔 보았다.

새근새근 잠든 것이 당장은 괜찮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저 녀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요?”

성녀는 눈을 세 번 깜빡이더니, 입을 꾸욱 다물었다가 벌렸다. 어떤 꿈이 생각나 잠깐 불쾌했던 것이다.

“그것은 저 역시 알 수 없답니다. 저는 허락된 범주 안에서만 그분의 뜻을 전파할 수 있을 뿐.”

“흐음..”

깊은 신음을 내던 황제는 성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뭔가 아는데,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이 광신도들이 싫다. 이놈들은 사지를 자르고, 손톱을 하나씩 뽑아내도 절대 입을 열 것들이 아니니까.

그놈의 신이 뭐라고!

“궁 안에서 해결되는 거요?”

황자가 악마에 먹혔다는 이 소문이 밖으로 흘러서 좋을 게 없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여의치 않을 땐 신전으로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수의 도움이 있다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니까요.”

정수란 가이아 신전에서 신성시하는 복숭아나무의 이름이었다. 고작 미신 따위가 아니라 그 나무는 진짜 특별해서 그 가지 하나를 잘라 구울 같은 놈을 후려치면 살이 타들어 가고, 열매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신비로운 것이었다.

그 빌어먹을 열매가 백 년에 한 개 열릴까, 말까 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렇게 인간을 사랑한다면 주렁주렁 열려야 하는 거 아니냐?’

황제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역시나 신이 싫다. 하지만 정수까지 사용해서 황자를 돌본다는 성녀 앞에서 그걸 드러내기엔 좀 그렇지?

“좋소. 조속히 마무리 지어주길 바라오. 내 이 건은 잊지 않을 터이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성녀가 끄덕이자, 늙은 사제 둘이 번을 짊어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황제는 의자에서 일어나 스캇에게 손가락을 뻗는다.

까딱까딱.

‘넌, 따라와.’

명백한 의사에 스캇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황제의 분노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

정신을 잃고, 늙은 사제의 등에 업혀 대청을 빠져나가는 번의 눈이 아주 잠깐 반짝 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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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의 팔다리가 힘없이 허공에 덜렁거렸다. 누가 봐도 번은 지금 의식을 잃은 상태. 하지만,

「밀랍 개구리의 ‘죽은 척’이 활성화 중입니다.」

「‘죽은 척’의 숙련도가 크게 올랐습니다.」

연기는 완벽했다.

-이런 악마보다 음흉한 놈을 봤나!

머릿속의 악마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시선 하나가 계속해서 피부를 따끔하게 했고, 절대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음에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짐승의 소리를 내는 것쯤은 그에겐 일도 아니다. 거품이 아니라 거미줄까지 뽑아낼 수 있는 번 아닌가?

한동안 사제의 등에 업혀 작은 방으로 이동한 번이 침대에 눕혀졌다.

“두 분은 나가보세요.”

성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렸다.

어수선한 소리도 잠시, 사제들이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는 소리가 울리고, 이제 방엔 두 사람뿐.

“······.”

“······.”

정적이 흐르고.

「밀랍 개구리의 ‘죽은 척’이 해제되었습니다.」

“크흠..!”

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머쓱한 얼굴로 상체를 일으켰다. 아까부터 쏘아지던 시선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쩝..”

번은 머리를 부르르 털며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가 그러는 동안 성녀는 아무 말 없이 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 속였는데 젠장.. 이 여잔 뭐야? 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작게 내쉬는 번. 입이 근질근질하다.

“이유가 뭡니까?”

지금 번의 목소리와 말투는 다소 과격했다.

하지만 성녀는 배시시 웃었다.

“내가 당신이 모두를 속이는 것을 모른 척 한 것을 말인가요? 아니면..”

그녀는 얼굴에 쓰고 있던 면사를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방 안이 한순간 화악-! 밝아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난다. 하지만 번의 표정엔 변화가 없다.

“그 악마가 사실 당신에게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을 말인가요?”

철렁-!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정확한 지적에 번의 얼굴이 가볍게 굳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가 어디 한두 번이었나?

“둘 다요.”

능숙하게 넘어간다.

“글쎄요.”

성녀는 엉덩이에 두 손을 모으고, 빙글 돌았다. 방안을 산책하듯 느리게 걷던 그녀는 창가에 서서 번을 향해 돌아섰다.

“아직도 마나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그렇습니다.”

번을 처음 봤을 때, 그녀는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정신이 흐려진 상태였다. 평소 그녀였다면 지금처럼 이성적이고 차분했을 거다. 황제 앞에서도 당당한 그녀였으니까.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답니다. 조급해할 필욘 없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번이 빠르게 묻는다.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호기심이라고 해두죠.”

“······.”

'호기심이라..'

썩 달가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번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었다. 다른 문제는 차차 해결해도 된다. 급한 것은..

“이거 지울 수 있겠습니까?”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불가능하다. 나와 함께 있는 한 절대 징표를 거둘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를 내보내 달란 말이다! 이 잡것아!

악마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머리가 웅웅-! 울렸다.

“어렵진 않아요.”

“······?”

번이 눈을 치켜뜨며 갸웃하자, 악마가 또 외쳤다.

-아니야! 거짓말이다! 그건 말도 안 돼! 저년이 근본도 없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라고!

번은 잠시 악마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성녀가 번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팔이 들릴 때, 번이 살짝 움찔했지만 피하진 않았다.

“황자님껜..”

번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는 손.

“성력이 깃들어 있어요. 황자님도 아시죠?”

번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이 여자에겐 거짓말이 통하질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을 외부로 돌리면 악마의 상징을 걷어낼 수 있답니다.”

“그런 것을 할 줄 알았다면 마나는 진즉에 다뤘을 겁니다.”

번의 말에 성녀가 환하게 웃었다.

“성질은 비슷하나, 두 힘은 완전히 다른 것이랍니다. 게다가 제가 있잖아요? 이끌어주는 대로 행하시면 어려울 것은 없어요.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걷지 못할 정도로 어린아이는 아니잖아요?”

‘어린아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는 그녀의 의도에 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대체 이 여자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길의 종착지에 다다를 때쯤이면 황자님의 성력은 더욱 견고하고, 튼튼해질 거에요.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 악마도 소멸하거나 설 자리가 없을 거랍니다.”

성녀의 말에 발악하는 악마가 느껴졌지만, 번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밥 달라고 빽빽-! 거리는 형제들 틈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온종일 정신줄 잡고 버텨냈던 어린 새의 경험이 이럴 땐 도움이 된다. 그때에 비하면 훨씬 덜 시끄러우니까.

“내게..”

번은 팔을 들어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이미 9살짜리 꼬마의 눈빛이 아니었다. 다 자란 수컷 맹수의 번들번들한 시선에 보통 여자라면 다리에 힘이 풀렸을 거다. 하지만 성녀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이제 서로의 거리는 고작 한 뼘.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번의 얼굴에 닿을락 말락 했다.

그녀가 번에게 잡힌 손을 살며시 뺐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번의 가슴을 쿡 찔렀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부위였다.

“여기 깃든 신들이 누군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에 번이 이마를 찌푸렸다.

“당신이 말입니까? 아니면..?”

번의 뒷말이 누굴 칭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번에게서 물러났다.

“저는 그분의 여자랍니다.”

생각 같아선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낚아채고, 침대에 눕혀 거칠게 묻고 싶었다. '네가 아는 게 뭐야! 네가 아는 걸 다 토해내!' 라며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망부석이 되고만 번.

“오늘은 푹 쉬도록 하세요. 밖엔 제가 잘 일러두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문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번에겐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은 그녀를 이용해야만 하는 처지다. 생각을 정리해 이 위기를 탈출한 묘수를 떠올려야 했으니까.

“아..! 그리고..”

문고리를 잡으려던 그녀가 돌아섰다.

“그 악마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황자님껜 하등 도움되는 것이 없을 테니까요.”

타악-!

그녀가 나갔다.

“으음..”

번은 침대에 앉아 팔짱을 꼈다.

심각한 그의 얼굴이 움찔거린다.

-저년을 죽일 완벽한 기회였다! 악마에 속아 기억나지 않는다고 우길 수도 있었다고!

악마는 성녀가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 악마도 소멸하거나 설 자리가 없을 거랍니다.’라는 말을 한 직후부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저년을 죽여야 후환이 없을 거라며 바득바득 우기기도 했고,

-신이란 것들은 죄다 사기꾼들이야! 널 이용하려고 하는 거다!

신성모독을 거침없이 내뱉기도 했다.

물론 번은 악마의 주절거림 따윈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나 그렇다고 성녀의 말을 백 퍼센트 신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등 도움될 게 없다고?

‘그거야 일반적인 사람에게나 그런 거고.’

번은 알고 있다.

“이봐. 악마.”

그가 황제의 눈길을 피해 이런 낯부끄러운 쇼를 해가면서까지 시간을 필요로 했던 이유.

“이 힘. 어떻게 쓰는 거지?”

몸속의 거대한 어둠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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