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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2) (163/17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2)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2)

    심리전에 말려들어 죽음의 방에 들어간 것부터가 실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

    그리고 또다시 말려들어 아이템을 견제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미 해골전사와 좀비를 뽑느라고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견제까지 했다가는 망할 것이다.

    하지만 실수만 했던 건 아니다. 이상현이 노골적으로 마법사 아이템을 가져간 만큼 이쪽도 얻어낸 게 있으니까.

    첫 번째. 이상현의 조합이 마법사로 정해졌다. 요정의 고깔모자와 드래곤 하트를 가져갔으니까.

    마법사 조합이 아니라 요정 조합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요정 조합은 악마 조합에 매우 약하니까.

    두 번째. 비록 심리전에 말려들어 해골전사와 좀비를 뽑았지만, 팔아버리고 짐승 조합으로 바꿔도 괜찮을 만큼 뛰어난 아이템들을 얻었다.

    야수와 보름달의 짐승.

    두 아이템은 늑대를 괴물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다.

    늑대를 아홉 마리만 모아도 4성을 만들 수 있으며, 1골드·5성급의 전투력을 뽐낼 수 있다.

    나중에는 하라톤과 같은 짐승에게 야수를 장착시켜 공격력을 극대화 시킬 수도 있다.

    그러니 무조건 손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현이 우리를 이용한 만큼, 나 또한 이득을 보았으니까.

    그래.

    말려들었지만.

    손해만 본 건 아니다.

    그리고 이제 겨우 결승전(1-5)다.

    첫 번째 죽음의 던전이다.

    승부를 속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게임에 집중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만약 수수께끼 구슬에서 현자의 돌과 오래된 마법서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나는 무조건 짐승 조합의 아이템을 골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짐승 조합의 아이템이 더 좋으니까.

    길고 짧은 걸 비교할 것도 없다. 짐승 조합은 1티어고 마법사 조합은 3티어 아이템이다.

    아아.

    그래서 후회만 남는다. 룬의 마법서라는 터무니없는 아이템을 만들고자 짐승 조합 아이템을 포기했다는 게.

    뒤늦게 후회스럽다.

    벌써 3개를 모았지만, 혹 4개를 모으더라도 5개를 모으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조합 아이템이다.

    4개까지는 어떻게든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5개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내가 STFT 12년 동안이나 하면서 겪었던 진리는 모으려고 하면 할수록 모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조차도 멍청한 짓을 반복하고 말았다.

    “···없는 셈 쳤어야 했는데.”

    야수와 보름달의 짐승.

    두 아이템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전부와 바꾼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아이템이다.

    그래.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현자의 돌과 오래된 마법서에 눈이 멀어서···.

    이 중요한 무대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차라리 견제를 받았더라면, 그랬다면···. 미련을 가지지 않았을 텐데. 실수다. 치명적인 실수.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겠지.”

    나는 뺨을 손바닥으로 탁! 쳤다. 그러자 조금이지만 정신이 들었다.

    “정신 차리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워 담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요정 조합이든 마법사 조합이든.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야 한다.

    룬의 마법서?

    깔끔하게 포기한다.

    미련을 가지면 더 힘들어질 뿐이니까.

    100% 마법사 아이템 견제가 들어올 테니까.

    그러니 현실적으로 포기하는 게 맞다.

    ···죽을 만큼 아깝더라도.

    짝!!

    정신 차리자.

    마법사 조합을 완성하려면 반드시 운이 좋아야 하는 이유는 초반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타이탄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샌드백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잘 풀려야 가능한 조합인데···. 내 경우에는 운이 좋게도 잘 풀렸다. 정확히는 꼬마요정의 스킬이.

    「이히히! 내 친구들의 힘이 어떠냐?!」

    「한 번 더 까불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요정의 고깔모자를 장착해 5성이 된 꼬마요정은 결승전(1-5)와 (1-6), (1-7)에서 연달아 3성 챔피언 셋을 소환했다. 그것도 2골드, 4골드, 5골드 챔피언으로.

    그 덕분에 나는 6연승을 거두게 되었다. 아쉽게 7연승이 아닌 이유는 (1-1)에서 아크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내 순위는 단숨에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 1차전]

    [1위: 이상현(94)│6승, 1패]

    [2위: 아크(87)│5승, 2패]

    [3위: 신하영(83)│4승, 3패]

    [4위: 쿠론(77)│3승, 4패]

    [5위: 오시리스(76)│3승, 4패]

    [6위: 오르타(75)│3승, 4패]

    [7위: 잭 로어(73)│2승, 5패]

    [8위: 게온(72)│2승, 5패]

    나로 인해 방패전사를 선택한 오르타는 3연패를 한 탓에 순위가 6위까지 주저앉았다.

    물론 겨우 첫 번째 영웅의 전당이라서 크게 의미는 없다. 끽해야 1승, 2승 차이에 불과하니까.

    이제 이곳에서 아이템을 획득해야 한다. 그리고 요정 조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마법사 조합으로 갈 것인지 완전히 선택해야 한다.

    더 늦으면 한 번에 무너질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이곳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해야 한다.

    요정인지.

    아니면 마법사인지.

    [여덟 번째 선택자]

    [지구: 이상현]

    게온과 오시리스. 두 사람의 역할은 견제였다. 적당히 승리를 챙기면서 이상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다.

    역할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순수한 실력만 놓고 봤을 때 7, 8위인 두 사람은 1, 3위인 아크와 오르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다.

    그렇다고 행운이 좋냐? 라고 묻는다면 심지어 행운마저도 아크와 오르타가 더 좋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역할을 바꿀 수가 있다. 잘 떴는데 견제 역할을 고수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 정도면 상당히 괜찮군.’

    오시리스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이 매우 좋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죽음의 던전에서 전사 조합에 좋은 아이템인 강철의 기사와 용병대장의 추천서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시리스는 오르타와 아크를 바라보았다.

    “역할을 바꾸려고 하는데. 두 사람은 어떤가?”

    오시리스의 물음에 오르타가 대답했다.

    “나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군.”

    오르타의 표정을 보니 상황이 매우 나쁜 듯했다. 아무래도 암살자 조합으로 갈아타는 것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오시리스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견제를 잘 부탁한다.”

    이리하여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었다.

    견제 역할이었던 오시리스가 주력으로.

    주력이었던 오르타가 견제 역할로.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팀으로써는 훌륭했다.

    그리고 견제 역할로 바꾼 오르타가 ‘현자의 돌’을.

    게온이 ‘오래된 마법서’를 견제했다.

    두 아이템은 마법사 조합에게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자, 룬의 마법서라는 마법사 최강의 아이템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아이템이었다.

    최초 계획은 나와 잭 로어가 승부를 이끌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잭 로어의 상황이 매우 나빠서 신하영과 역할을 바꾸었다.

    쿠론이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누구를 견제하는 게 좋을까요?”

    “짐승 조합을 선택한 아크를 견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짐승 조합을 선택한 아크가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잭 로어와 쿠론에게 아크를 견제해달라고 부탁했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둬.”

    두 사람이 장막 너머로 사라지고.

    신하영도 아이템을 선택하기 위해서 장막 너머로 넘어갔다.

    “······.”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요정이냐 아니면 마법사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저건?!’

    아크는 영웅의 전당에서 바실리스크의 눈알을 발견했다.

    그것은 짐승인 바실리스크의 힘을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으로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아이템이었다.

    ‘견제가 들어왔을 텐데···. 일단은 선택하자!’

    아크는 바실리스크의 눈알이 남아 있는 게 의아했지만, 그보다는 선택이 우선이었다.

    [바실리스크의 눈알을 획득했습니다.]

    10땅+6짐승을 생각하고 있는 아크에게 바실리스크의 눈알은 좋은 아이템임이 분명했다.

    역할을 바꾼 오시리스는 영웅의 전당에서 지휘관의 망토를 선택했다.

    당장은 필요 없어도 사령관의 능력을 상승시켜줘서 후반에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총사령관’이라는 뛰어난 조합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어서 보험용으로도 좋았다.

    “운이 좋군! 확실히 이번만큼은 운이 좋아!”

    오시리스는 운이 자신에게로 흐른다고 느꼈다.

    그래서일까? 상위 플레이어, 특히 아크에게 짓눌렸던 자존심이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운명이 장난을 친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야 요술램프와 바람의 장막이 한 자리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하나는 마법사.

    하나는 요정.

    만약 요술램프를 선택한다면 나는 룬의 마법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그렇다. 요정의 잉크만 모으면 룬의 마법서라는 마법사 최강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고문으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내 경험상 90%다. 희망고문으로 끝날 가능성이.

    그러니까 안전한 바람의 장막을 선택해서 요정 조합으로 가는 게······.

    “···이건 어쩔 수 없다.”

    [요술램프를 선택했습니다.]

    [요술램프]

    ↳전투 시작 때마다 적 챔피언들에게 마법을 건다. 마법이 걸릴 확률은 각각 10%이며, 어떤 마법이 걸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니나 이프리트에게 장착시키면 전투 때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희망고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요술램프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STFT 고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앞으로 1개만 더 모으면 되는데,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선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뭐든지 그렇지만 용기 있는 자만이 영광을 얻는 법이다. 실패할 확률이 90%라는 말은 반대로 성공할 확률이 10%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제 마법사밖에 없다.

    [우주 전장으로 돌아갑니다.]

    내 선택은 마법사다.

    그리고 룬의 마법서다.

    게임의 흐름은 무난했다. 낮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 싸움 중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나는 순항했다. 마법사 조합을 선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좋은 흐름이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 1차전]

    [1위: 이상현(82)│8승, 3패]

    [2위: 아크(80)│8승, 3패]

    [3위: 신하영(75)│7승, 4패]

    [4위: 오시리스(68)│6승, 5패]

    [5위: 쿠론(62)│5승, 6패]

    [6위: 오르타(55)│4승, 7패]

    [7위: 잭 로어(53)│3승, 8패]

    [8위: 게온(52)│3승, 8패]

    순위 변동도 거의 없었다.

    오시리스가 살짝 치고 올라오기는 했지만, 전사 조합이라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순서가 멋지게 비벼졌다는 점일 것이다.

    그 탓에 계산이 복잡해졌지만, 1위인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2위인 아크도 복잡할 게 없었다.

    예상대로.

    죽음의 방부터 가득 차고, 그다음이 악마의 방이었다.

    아크는 사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확률적으로 요정의 잉크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시련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급 아이템에 속하는 요정의 잉크는 시련의 방이나 짐승의 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특히, 시련의 방에서 자주 나오는데, 내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는 룬의 마법서를 만들기 위해서 수없이 실험했기 때문이다.

    뭐,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만약 이곳에서 요정의 잉크가 등장한다면···. 그때는 게임이 끝난다.

    다름 아닌 룬의 마법서니까.

    정말이지···.

    희망고문이다.

    [보스몬스터: 괴물 마녀(★★★)와 괴물 나무귀신(★★★), 괴물 꼬마요정(★★★)을 쓰러뜨렸습니다.]

    [요정들의 몸에서 네 개의 보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에서 두 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황금 주머니(1~100)]

    [2. 요정의 잉크]

    [3. 요정의 이파리]

    [4. 파란 수수께끼 구슬(??)]

    그런데 요정의 잉크가 나왔다.

    희망고문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룬의 마법서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바로 찾아낸 것이다.

    [황금 주머니(1~100)를 선택했습니다. 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요정의 잉크를 선택했습니다.]

    「와아! 요정의 잉크야! 나한테 꼭 필요한 거였는데!」

    「이거 나한테 줘요!」

    「싫으면 파업할 거야!」

    [현재 현자의 돌과 오래된 마법서와 요술램프와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룬의 마법서를 만드시겠습니까?]

    나는 떨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의 꼬마요정의 품에서 룬의 마법서가 탄생했습니다. 룬의 마법서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힘이 꼬마요정의 고깔모자에 깃듭니다! 고깔모자가 화사하고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신비로운 무지개입니다!]

    [꼬마요정-루(★★★★★★)가 탄생했습니다.]

    「야호!」

    「이 몸 등장!」

    [꼬마요정-루(★★★★★★)]

    속성: 바람

    직업: 요정, 마법사

    공격력: 291

    방어력: 323

    체력: 4940

    마나: 250/250

    스킬: 도와줘, 친구들아!!, 안 아프지롱!

    [룬의 마법서]

    ↳마법사 직업 전용 아이템. 장착한 마법사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모든 아군에게는 이로운 효과를 가진 마법을, 반대로 모든 적군에게는 해로운 효과를 가진 마법을 건다(마법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지속 되며, 그 효과는 장착한 마법사의 등급에 따른다).

    룬의 마법서를 만들었다.

    그것도 게임을 시작한 지 (1-12)만에.

    (1-12)만에 마법사 최강의 아이템을 만든 것이다.

    덤으로 꼬마요정-루도.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1-12)]

    [상대: 2위 아크(80)]

    [잔여 라이프(82)]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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