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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5) (153/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5)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5)

데카는 짐승 챔피언들을 모으면서도 땅 속성을 모았다. 그 이유는 만에 하나라는 변수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6성 하라톤이 땅 속성에 의해 복제된다고 생각해봐라! 그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이상현의 6성 지옥 파수꾼? 쓰레기다. 허접 쓰레기!

“쳇! 하필이면 소드마스터잖아.”

데카는 복제된 챔피언이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에 혀를 찼다. 물론 승리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지옥 파수꾼이고 나발이고 6성 하라톤이 쓰러뜨리지 못할 적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6성 하라톤에게는 모든 적 챔피언의 방어력을 50% 감소시키는 스킬이 존재한다.

수호자?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다.

그래서 데카는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승리를 기다리는 게 성가실 뿐이었다.

“쓸데없는 발악이라니! 이상현도 별것 아니었군!!”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바람에 높고 높은 곳까지 두둥실 떠올랐던 하라톤이 전장으로 돌아왔다.

“쿠와아아아!!”

하라톤은 감히 자신을 날려 보낸 것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갈기갈기 찢어놓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는 게 불가능했다.

“크허엉?!”

분노에 찬 하라톤이 가장 먼저 공격한 희생양은 황금사자였다. 단단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수호자.

그러나 하라톤-베히모스에게는 조금 단단한 황금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쾅!! 쾅!! 콰앙!!

6성 하라톤은 5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4성 황금사자를 산산조각내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쿠와아아아!!”

황금사자를 끝장낸 하라톤의 털가죽에 파괴신의 무늬가 떠올랐다. 붉은색의 무늬는 파괴의 상징이자 무시무시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완전한 파괴신으로 거듭난 하라톤-베히모스는 악마들과 수호자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했다.

콰아앙!! 콰아앙!!

하라톤의 앞발이 작렬할 때마다 굉음이 일어나며 우주 전장이 부서졌다.

“크라아···아······.”

드래곤은 2초 만에 찢겨나갔다. 그나마 사막의 수호자를 장착한 스핑크스가 제법 오랫동안 버텼지만 그게 전부였다.

“크흐흐.”

이제 남아 있는 악마는 구석에 처박혀있는 지옥 파수꾼-하브뿐.

하라톤은 지옥 파수꾼-하브를 찢어발기기 위해 달려갔다. 하라톤의 발소리는 1000마리의 코끼리가 내달리는 듯했다.

“와라, 덩치 큰 짐승아!!”

그러자 지옥 파수꾼-하브가 지옥불로 벼려낸 방패를 들어 올리며 기세 좋게 소리쳤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무지막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단단한 지옥의 방패는 순식간에 우그러들어 이게 방패가 맞는지조차도 의심스러웠다.

“쿠와아악!!”

하라톤의 포효와 함께 지옥 파수꾼-하브의 목숨을 지켜주던 지옥의 방패가 부서졌다.

“이, 이런?!!”

지옥 파수꾼-하브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반대로 하라톤은 드디어 성가신 악마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섬뜩한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44초가 지났다.

“설렜냐?”

철컹!!

44초는 절대 작은 시간이 아니었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고, 127872의 피해를 막아주는 지옥의 방패가 만들어졌다.

“쿠와악?!!”

“여기까지다, 짐승!!”

하라톤-베히모스의 체력이 4만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발키리의 날개로 부활해도 지옥 파수꾼-하브를 쓰러뜨리는 건 이제 불가능했다.

이상현은 절묘한 우연과 우연이 겹쳐져 만들어진 승리에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전 승리를 확신했다.

데카는 지옥의 방패가 부서졌을 때만 해도 승리를 확신했다. 이제 남은 건 속살이 드러난 악마를 처치하는 일뿐이니까.

“···뭐지? 뭐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부서졌던 지옥의 방패가 복구되더니 도리어 하라톤이 쓰러지는 게 아닌가?

그래,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황금의 모래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완전한 상태로 부활한 하라톤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고 있음에도 부서지지 않는 건 뭐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계산상으로, 지옥의 방패는 7992와 31968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부서지지 않는 거지?

왜?

데카의 머릿속을 의문부호가 가득 채웠을 때. 지옥 파수꾼-하부를 공격하던 하라톤-베히모스가 비참하게 쓰러졌다.

「쿠워어···어어······.」

도저히 믿을 수 없게도 공격을 퍼붓던 최강의 짐승이 쓰러진 것이다.

“아······.”

그 순간, 데카는 끝장났다. 비참하게 쓰러진 하라톤처럼 완전히 죽은 것이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0]

공허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A조)]

[1위: 이상현(55)│19승, 7패]

[2위: 쿠론(31)│19승, 7패]

[3위: 킬리언(24)│16승, 10패]

[4위: 김인식(0)│17승, 9패]

[5위: 데카(0)│11승, 15패]

[6위: 신하영(0)│13승, 14패] 

[7위: 르브론(0)│4승, 14패]

[8위: 알레카스(0)│4승, 14패]

불길한 예감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데카가 탈락했다. 6성 하라톤을 가지고 있던 데카가 이상현에게 패배한 것이다.

“···끝났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김인식을 탈락시켰지만, 데카가 패배한 시점에서부터, 이상현에 의해 발키리의 날개가 데카에게 넘어간 시점에서부터 모든 게 끝났다.

킬리언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수수께끼 구슬. 거기서부터 모든 게 잘못되었군.”

만약 그때 이상현을 견제했으면 어땠을까?

이상현을 견제해서 수수께끼 구슬을 획득했다면, 지금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을까?

“아니, 도망쳤던 것부터 잘못이야. 등을 보이고 도망치면 안 됐어. 상대가 이상현인데. 그런데 난···. 한 번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거야.”

킬리언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후회는 언제나 그렇듯이 씁쓸하고 아쉬웠다.

“그래. 이상현과 맞서 싸웠어야 했다고. 큭. 큭큭큭! 크흐흐! 그런데 난···. 한심하게도 싸움을 피했지. 아아, 정말 한심한 놈이군. 빌어먹게도 한심한 놈이야.”

킬리언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팀이라는 문제를 떠나서 ‘플레이어’로서 이상현보다 부족했다고 말이다.

“끝까지···. 한심하군.”

킬리언의 실패는 무토에게 좋은 교훈이 되었다. 반면교사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역시 결론은 하나군. 이상현을 이기기 위해서는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지. 도망쳐서는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

무토는 킬리언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플레이어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고맙다, 킬리언. 네 덕분에 나는···. 이상현과 싸워서 이길 것이다.”

무토는 4강전을 고대했다.

네메시스도 무토처럼 킬리언의 실패를 보고 성장했다.

“나는 네놈처럼 도망치지 않는다. 네놈이 실패한 원인은 단 하나. 정정당당히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간절히 승리를 원한다면 도망쳐서는 안 되지.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이겨내야지, 그걸 도망쳐? 넌 실패자다.”

실패한 킬리언을 동정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으나, 그만큼 경멸했다.

왜냐하면 잔머리 따위를 굴렸으니까.

그래서 동정하면서도 경멸했다.

“난 도망치지 않는다. 정정당당히 겨뤄서···. 반드시 이상현을 꺾고 우승할 것이다.”

네메시스는 킬리언처럼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아크가 경악한 부분은 데카의 패배도, 킬리언의 실패도 아닌 ‘유황불’이었다.

이상현이 찾아낸 것이 분명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아이템. 아크는 진심으로 경악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떤 짓을 했기에 저런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지? 단순히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이상현의 기량이 나보다 몇 배는 뛰어나단 말인가?”

아크는 자신보다 이상현이 뛰어나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이상현의 기량이 자신을 능가하는 게 분명했다.

아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인정한다. 지금의 넌. 나보다 강하다. 나보다 높은 곳에 올라서 있다. 하지만 난. 반드시 너를 뛰어넘을 거다. 뛰어넘어서 지금보다 높은 곳에 도달할 거다.”

아크는 자신의 ‘적’을 떠올렸다.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적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하고 섬뜩했다. 그리고 그 모습 위로···. 어렴풋이 이상현의 모습이 보였다.

“기다려라, 이상현.”

아크는 결승전에 올라서 있는 이상현을 향해서.

한 걸음씩 다가갔다.

패배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패배를 받아들였음에도 킬리언은 마지막까지 싸웠다.

‘저건···.’

킬리언은 마지막이 분명한 네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도플갱어의 구슬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구슬을 사용해 하라톤을 5성으로 만들었다.

10짐승+5땅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역전의 가능성이 0%인 건 아니었다.

만약 운이 좋게도 하라톤이 복제된다면, 그리고 고대의 신의 힘이 하라톤에 깃든다면 그때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말처럼 간단했다면 누구나 승리자가 됐을 것이다.

킬리언은 마지막 전쟁에서 하라톤이 복제되는 기적과도 같은 기적을 맛보았다.

하지만 더 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대의 신은 하라톤이 아닌 바실리스크에게 강림했다.

“퀘에에엑!!”

4성 바실리스크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나쁜 건 아니지만, 멧돼지 따위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하라톤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오즈의 바람이 날려버린 챔피언이 하필이면 진짜 하라톤이었다.

“쿠워···어···어···!!”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이제 킬리언에게 남은 것은 패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짐승들은 자신의 적들을 향해서 이빨과 발톱을 마구 휘둘렀다.

“쿠와아악!!”

복제된 하라톤은 짐승 특유의 공격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나약한 악마들을 찢어발겼다.

쾅! 쾅쾅! 난폭함은 6성 하라톤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절대 뒤지지 않았다.

다른 짐승들도, 특히 고대의 신이 강림한 바실리스크는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드래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크라아악?!!”

콰직!! 바실리스크의 단단한 바위 이빨이 드래곤의 비늘을 가볍게 뚫고 들어가 큰 상처를 입혔다.

“넌 죽어야 해!!”

그리고 하이에나 왕의 집요한 공격이 드래곤의 생명을 빼앗았다. 악마들의 우두머리인 드래곤이 전장에 나타난 지 불과 5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캬캬캬!”

“어디 죽어 보라고!”

비열한 하이에나들도 리빙아머와 같이 허접한 챔피언들을 집중공격하며 승전보를 올렸다.

이처럼 짐승들이 악마들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수호자들을 상대로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두 마리의 황금사자를 상대로는 기를 쓰지 못했다.

“커허엉!”

“크아아앙!”

황금사자들은 그야말로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서 짐승들을 상대했다. 몸이 어찌나 딴딴한지 발톱 자국조차도 남지 않았다.

“쿠와아악!!”

무시무시한 파괴신이 강림한 하라톤조차도 쉽게 쓰러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하다못해 스핑크스라도 쓰러뜨려야 하건만. 스핑크스는 물론이거니와 가고일도 쓰러뜨리지 못하는 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하하하!! 이것이 마법의 힘이다!!”

지니가 범위 마법인 블리자드를 사용해 짐승들을 3초 동안 꽁꽁 얼려 버렸다.

한시가 급한 짐승들에게 3초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컸다.

“크···아···아···아!!!”

하라톤의 분노가 응어리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높고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진짜 하라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점일 것이다.

“크워어어어!!”

진짜 하라톤은 곧장 전장에 끼어들어 수호자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잘 버티던 수호자들의 방패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쾅!! 콰앙! 콰아앙!!

두 마리의 하라톤이 뿜어대는 괴력은 무시무시한 짐승 하라톤-베히모스를 연상시켰다.

하라톤들은 끈질기게 버티던 황금사자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겼고, 뒤에 있던 스핑크스와 가고일도 부스러기로 만들었다.

“큭큭큭! 가소로운 놈들!!”

이제 남은 수호자는 지옥 파수꾼-하브뿐이었다.

반대로 짐승들은 하라톤 두 마리와 고대의 신이 강림한 바실리스크, 하이에나의 왕, 하이에나 전사와 궁수, 서펜트가 남아 있었다.

수적으로는 짐승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어디 죽을 때까지 덤벼봐라!! 난 이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까!!”

왜냐하면 44초가 지났기 때문이다.

44초. 그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 어느덧 지나 있었다. 그래서 짐승들이 이기고 싶어도 이길 수가 없었다.

“쿠와아아악!!”

그러나 하라톤은 짐승답게 달려들었다. 지옥의 방패에 가로막혀 온몸이 불타오르든 말든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피를 부르는 사냥!

오직 그 사냥만을 갈구할 뿐이었다.

그것은 다른 짐승들도 마찬가지.

“죽어! 제발 죽으란 말이다!!”

짐승들은 마지막까지 혈투를 벌였다.

그리고 모두 바스러졌다.

“큭큭! 크하하하!!”

오직 악마의 웃음소리만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A조) 결과]

[1차전: 서버13279(승)]

[2차전: 서버20000(승)]

[3차전: 서버13279(승)]

[최종 승자: 서버13279]

킬리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났다.

“아아.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싸우는 건데. 뭐, 처음부터 싸웠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싸워보기라도 하는 건데.”

킬리언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패배자의 넋두리에 불과했다. 시답잖은 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킬리언은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킬리언이 말했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싸워라. 설령 지더라도 싸워서 지는 게 더 후련하니까.”

진심 어린 조언은 경쟁자들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이것이 킬리언의 마지막이었다.

“잘 있어라, 이상현! 넌 최고였다.”

마지막 웃음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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