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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4) (152/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4)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4)

아크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현재 이상현이 사용하고 있는 지옥 파수꾼-하브가 그 놀라운 가능성이었다.

‘만약 황금의 모래시계를 두 개 모으고, 발키리의 날개를 장착시켜서 다시 살아나게 한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30초라면, 그때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11초마다 지옥의 방패가 복구되며 강해진다. 그것도 4배로. 물론 황금의 모래시계 두 개가 적용될지는 미지수지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론상으로는 이길 수 있다. 그 터무니없는 적을.

물론 이론상의 전략이라서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리고 적의 챔피언들은 미지의 챔피언이었다.

몇 번이고 실험을 해보았지만···.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 탓에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었다.

‘이상현이라면···. 알고 있을까? 혼돈을? 그리고 저 챔피언을 파훼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아크는 화면 속에 비친 이상현을 바라보았다.

“······.”

아크는 모르지만 STFT 12년차 고인물인 이상현은 지옥 파수군-하브를 쓰러뜨릴 수 있는 법을 알고 있다. 지옥 파수꾼-하브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 방법이라는 게 최대 체력을 깎는 언데드였기 때문이다.

‘방패’가 아닌 ‘최대 체력’을 깎아내는 독이면 지옥 파수꾼-하브를 쓰러뜨릴 수 있다.

‘이상현······.’

아크는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 이유는 STFT 12년차 고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A조)]

[1위: 쿠론(61)│16승, 5패]

[2위: 김인식(60)│16승, 5패]

[3위: 이상현(55)│14승, 7패]

[4위: 킬리언(36)│12승, 9패]

[5위: 신하영(31)│11승, 10패]

[6위: 데카(1)│7승, 14패]

[7위: 르브론(0)│4승, 14패]

[8위: 알레카스(0)│4승, 14패]

세르자의 플레이어 데카에게 남은 라이프는 1라이프. 그 1라이프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이대로는 절대 못 이겨. 못 이긴다고. 이상현을 꺾기는커녕 신하영조차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거야.’

킬리언은 쿠론과 김인식은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바람 궁수인 신하영은 이기지 못한다.

그 말은 킬리언이 지구 측 플레이어를 다 쓰러뜨리기 전에 라이프가 바닥이 난다는 뜻이다.

‘내가 움직여야 해.’

그래서 데카는 ‘자신’이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1라이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1라이프 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곳이 유니버스 STFT라는 곳이니까.

데카의 판단은 팀을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대로 침몰하는 것보다는 발악이라도 해보는 게 나으니까. 적어도 데카의 판단으로는 그랬다.

“희생의 제단?!!”

그런 데카의 눈에 희생의 제단이 들어왔다.

데카는 희생의 제단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아니면 ‘신하영’이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적적으로 신하영이 이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해야 5초니까.

그러나 그럴 확률은 낮았다. 그래서 데카는 망설이지 않고 희생의 제단을 선택했다.

[희생의 제단을 선택했습니다.]

[희생의 제단]

↳영웅을 희생시켜 ???를 소환한다.

희생의 제단의 능력은 심플하다. 4성(★★★★)급 챔피언 한 명을 희생시켜 정체를 알 수 없는 챔피언을 소환하는 게 전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복불복이며, 무엇이 소환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처럼 복불복이지만 영웅의 전당에 이 아이템이 등장하면 무조건 이것부터 집고 본다.

그 이유는 1골드·4성 챔피언을 희생시켜서 5골드·4성이나 6골드·5성과 같은 최상급 챔피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부탁한다!!”

데카는 자신의 운명을 희생의 제단에 걸었다. 지금의 기도는 데카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간절한 외침이었다.

스으으으···.

[희생의 제단에 영웅 오크(★★★★)를 바쳤습니다. 희생의 제단이 붉은빛으로 물들며 전장을 누비던 고귀한 영웅의 영혼을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영웅 오크의 단말마가 울려 퍼집니다! 그 영혼의 소리를 듣고 머나먼 태고의 존재가 이곳에 강림합니다.]

[하라톤-베히모스(★★★★★★)가 합류했습니다!!!]

데카의 선택은 6골드·6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 아, 아아아아아!!!”

6골드·6성! 이 무지막지한 짐승이 어떤 결말을 만들어낼 것인가? 서버20000의 플레이들은 물론이고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도 데카를 주목했다.

킬리언은 영웅의 전당에서 아이템이 아닌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하라톤을 4성으로 만들어, 태초의 왕으로 5성을 완성하기 위함이었다.

[황금 주머니에서 99골드가 나왔습니다.]

‘발키리의 날개가 있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지. 평균 부활 시간이 15초니까. 그러니 힘으로 찍어눌러야 해!’

킬리언은 이상현을 이기기 힘들 거라고 판단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상현이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나 길은 있으니까.

그리고 길이 보였다.

피닉스의 심장이라는 길이.

‘5성. 반드시 5성을 만들고 만다. 그리고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피닉스의 심장을 획득하면···. 내가 이긴다.’

킬리언의 집념은 무시무시했다.

오즈의 바람.

이 아이템은 재밌는 아이템이다.

하나의 챔피언을 3~30초 동안 전장에서 이탈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동 순서도 매우 빨라서 황금사자의 머리나 황금사자가 아니면 대부분 날아간다.

나는 그 오즈의 바람을 획득했다.

[오즈의 바람]

↳무작위로 적 챔피언 중 한 명을 3~30초 동안 전장에서 이탈시킨다. 마법사가 장착하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100 상승한다.

만약 킬리언의 하라톤을 하늘로 훨훨 날려 보낼 수 있다면, 그 순간 게임이 끝날 것이다.

“발키리의 날개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네.”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전투를 준비했다.

6성 하라톤을 획득한 데카의 반격은 매서웠다. 쿠론과 김인식, 신하영 할 것 없이 모두가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아직 이상현과 만나지는 않았으나 결과가 눈에 보였다.

“내가 짐승 조합을 했다면···!!”

데카는 그게 몹시 아쉬웠다. 10레벨을 달성한 이 시점에서 조합을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모아보자.”

10레벨이 됐다고 해서 1골드 챔피언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다. 매우 낮은 확률로 나타난다.

“시간은 많으니까.”

그러니 한두 마리씩 모으다 보면 언젠가 10짐승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데카는 판단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A조)]

[1위: 이상현(55)│18승, 7패]

[2위: 쿠론(31)│18승, 7패]

[3위: 김인식(15)│17승, 8패]

[4위: 킬리언(24)│15승, 10패]

[5위: 데카(1)│11승, 14패]

[6위: 신하영(0)│13승, 14패] 

[7위: 르브론(0)│4승, 14패]

[8위: 알레카스(0)│4승, 14패]

신하영이 탈락하고, 김인식과 쿠론의 라이프도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김인식의 경우 이제 한 번만 더 패배한다면 탈락할지도 몰랐다.

데카는 당연히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킬리언도 죽음의 방으로 들어가 한 자리를 채웠다.

김인식과 쿠론이 이상현을 바라보았다.

“6성 하라톤을 이길 수 있을까요?”

김인식의 목소리에는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솔직히 이상현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싶었다. 그것은 쿠론도 마찬가지여서 낯빛이 어두웠다.

“의외로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상현의 대답은 두려움과 거리가 멀었다. 매우 차분하고 침착해서 같은 게임을 하는 게 맞는가 싶었다.

“정말이죠?”

쿠론의 물음에 이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게요. 뭐, 믿지 않으면 죽으니까 어차피 믿어야 하지만. 자, 시간이 없으니 들어갈게요. 죽음의 방으로 들어갈 거죠?”

쿠론은 김인식과 함께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상현은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끝났다, 이상현!!”

나에게 말을 건 플레이어는 킬리언이 아니라 데카였다. 데카의 얼굴에는 승리에 취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나는 데카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러자 데카가 소리쳤다.

“곧 나의 하라톤이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네놈의 부하들까지도!!”

6성 하라톤을 뽑았으니 저렇게 건방지게 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은 아니다.

보통 3성만 만들어도 게임을 끝낼 수 있는데 6성을 뽑았으니까. 오만해도 된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뭐? 킬리언의 조무래기 따위가?”

나는 일부러 심리전을 걸었다. 혹시라도 팀에 균열이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러자 데카가 언성을 높였다.

“누가 조무래기라는 거냐!! 지금의 나는, 킬리언을 능가했다!! 내가 세르자의 대표란 말이다!!”

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니까.

조금 더 부채질을 해보자.

“그래? 뭐,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가령 발키리의 날개가 나온다면···. 킬리언이 가져가지 않을까? 네가 아니라.”

“웃기는 소리!! 그거야말로 나를 위한 아이템이다!! 6성 하라톤에게 어울리는 아이템 말이다!!”

오오! 된다, 돼!

“그래? 하지만 킬리언의 생각은 다른 것 같은데?”

나는 일부러 킬리언을 끌어들였다. 그러자 킬리언이 나를 지그시 노려본 다음에 조용히 말했다.

“발키리의 날개가 나온다면 내가 획득해야 한다. 너는 라이프가 너무 적다. 한 번이라도 지면 끝장이다. 그러니 내가 획득해서 위험부담을 줄여야 한다.”

킬리언의 말은 논리정연했다. 그러나 데카가 반박했다. 같은 팀이고 뭐고 없었다.

“헛소리하지 마라, 킬리언!! 6성 하라톤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진다고? 진다면 그건 발키리의 날개가 없어서다!! 그러니 네놈이 포기해라! 기껏해야 4성 하라톤 주제에!!”

나는 킬리언과 데카의 의견대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잠시 후, 보스몬스터가 쓰러졌다.

그리고 분란을 일으킨 발키리의 날개가 정말로 나타났다.

[1. 발키리의 날개]

[2. 황금 주머니(1~100)]

[3. 고장 난 시계]

[4. 용암나무 지팡이]

[5. 죽음의 왕관]

[6. 드래곤 하트]

[7. 악마의 성배]

차분히 생각해본다면 데카에게 발키리의 날개를 주는 게 옳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킬리언은 데카의 라이프가 1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에 하나라도 패배한다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내가 더 안전하다.”

그래서 킬리언은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이상현까지 나서서 방해했다.

“난 데카의 의견에 찬성한다.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막는 게 불가능하다면, STFT 플레이어로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야 할 테니까.”

적이,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 찬성하는 꼴이라니.

하, 하하하! 킬리언은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실없는 헛웃음만 나왔다.

“전략이 아니고?”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전략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늦어버렸다. 왜냐하면 이상현의 ‘동의’를 얻은 데카가 발키리의 날개를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데카는 당연히 자신이 발키리의 날개를 가져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드래곤 하트나 견제해라 킬리언. 지금의 네 역할은 견제다. 승리가 아니라 견제란 말이다. 알아듣겠나?”

그 순간 킬리언은 운명을 느꼈다.

패배라는 운명을.

“뭐 하고 있어? 알아들었으면 얼른 움직이지 않고.”

용암나무 지팡이와 지옥불을 합치면 ‘유황불’이라는 아이템이 만들어진다.

[유황불]

↳악마 전용 아이템. 장착한 악마의 특성이 4배 상승한다.

악마의 특성을 4배나 높여줘서 어마어마하게 좋은 아이템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악마의 특성 자체가 허접하기 때문이다. 악마(3)의 경우 기본공격을 가할 때마다 방어력을 1% 감소시키는 건데, 이게 4배로 늘어나 봤자 4%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악마(6)의 특성도 666이 2664로 늘어날 뿐이며, 악마(10)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말하자면 악마(3)(6)의 특성만 4배로 늘려줄 뿐이며, 그마저도 장착한 악마에 한해서다.

6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STFT에서는 유황불이라는 아이템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알다시피 썩었으니까.

뭐, 지옥 파수꾼에게 장착시키면 시작부터 7992의 방패를 획득할 수 있어서 ‘방패’로써는 제격이지만.

고급 샌드백을 획득할 바에야 다른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서 전략적인 가치가 작았다.

그러나 6성 챔피언이 존재하는 유니버스 STFT에서는 다르다. 지옥 파수꾼-하브(★★★★★★).

유황불은 이 녀석을 위해서 존재하는 아이템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44초라는 긴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내 경우에는 황금의 모래시계 덕분에 22초지만, 원래는 44초 동안이나 버텨야 한다.

44초는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단단한 수호자 조합이 아니면 게임이 끝나는 시간이다.

애초에 지옥 파수꾼-하브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이너스다. 냉정히 말해서 2골드·6성을 만들었는데 못 이기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5성도 아닌 6성인데.

챔피언 상점에 팔아버려도 400골드 혹은 300골드를 받는 놈인데. 그걸 들고도 진다고? 지금 농담하는 건가?

그래서 현실적으로 유황불은 썩었다. 쓰레기 아이템이다. 지금처럼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가치가 없는 아이템이다.

나는 그런 유황불을 아주 우연히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지옥 파수꾼-하브에게 장착시켰다.

[황금빛의 유황불이 메케한 연기를 뿜어내며 화륵! 화르륵! 타오릅니다! 지옥 파수꾼-하브(★★★★★★)의 이빨과 방패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집니다!!]

이로써 하브는 시작부터 7992라는 방패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22초가 지나면 31968이 된다.

그래, 22초만 지나면.

6성 하라톤의 총 체력을 능가하는 것이다.

물론 발키리의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44초가 필요하지만, 앞쪽 방패 라인이 20초를 버틴다고 가정했을 때, 44초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오즈의 바람이 있다.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는 오즈의 바람이.

내가 어쩌면 수월하게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도 이 오즈의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오즈의 바람이 6성 하라톤을 날려 보낸다면, 그 시간이 15초 이상이면, 가볍게 이기지 않을까?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3-26)]

[상대: 5위 데카(1)]

[잔여 라이프(55)]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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