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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3) (145/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3)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3)

솔직히 2차전에서 끝날 거라고 예상했다. 모든 승부가 그렇듯이 한 번 흐름을 타면 끝까지 이어지니까.

그런데 조커 카드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해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 누가 나와 맞서 싸우겠는가?」

「덤벼라! 나는 이곳에 있다!!」

설마 6성 소드마스터가 나올 줄이야.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항상 조커 카드의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작부터 조커 카드를 뽑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네.”

STFT를 잘 모르는 튜토리얼 때라면 모를까. 예선전을 거쳐 본선까지 왔는데 시작부터 조커 카드라니. 소드마스터를 뽑지 못했으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박았겠지만 뽑았으니···. 미친놈이 아니라 승리자다.

2차전의 패배로 잔뜩 들떴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패배하면 모든 게 끝난다. 다음은 없다. 서버 13279, 그러니까 지구라는 존재가 소멸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승부수를 띄웠다.

“첫 번째 죽음의 방을 공략하는 작전으로 가죠.”

“위험하지 않을까요?”

“연습대로 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패 확률이라고 해봤자 33.3%밖에 안 되니까요.”

팀으로 싸울 경우, 첫 번째 죽음의 방을 공략할 수 있다.

공략방법은 간단하다.

한 명이 방패전사만 뽑아서 4성 하나 혹은 둘을 만들고, 나머지 두 사람이 늑대나 언데드만 모아서 6성 챔피언을 공격하는 것이다.

모의게임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첫 번째 죽음의 방을 여러 번 공략했었다. 가끔 실패하는 경우는 리빙아머나 슬라임과 같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적이 나왔을 때뿐이다.

“위험한 만큼 성공하면 보상도 확실하니까 해보죠.”

첫 번째 죽음의 방만큼은 확률이 다르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다.

그래서 잭 로어가 찬성했다. 잭 로어의 찬성에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던 엘리자베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첫 번째 죽음의 방을 공략하는 작전으로 가겠습니다. 그나저나 작전명은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발할라 작전처럼 멋진 게 좋겠는데···.”

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물어보았고, 신하영이 좋은 대답을 내놓았다.

첫 번째 아이템을 선택하는 장소에서 수수께끼 구슬이 3개나 나왔다. 각각 색깔이 달랐는데, 푸르스름한 파란색과 짙은 보라색과 영롱한 비취색이었다.

“······.”

물론 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 이유는 확률이 낮기도 하지만 수호자의 갑옷과 검과 방패, 투구, 신발, 장갑, 그리고 고블린의 덫, 요정의 이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괜찮은 아이템들이 대거 나온 것이다.

그래서 수수께끼 구슬과 같은 도박성 아이템을 선택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나 또한 8개의 아이템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인 수호자의 방패를 선택할 생각이었는데···. 영롱한 비취 색깔의 수수께끼 구슬이 나를 사로잡았다.

‘어디서 봤지? 분명 저걸 어디서 봤었는데···.’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희미한 끈을 억지로 붙잡아 끌어당겼고, 가까스로 기억해냈다.

두근!!

그 순간 나의 심장이 폭발할 듯이 뛰었다.

그래, 저 비취색이다, 비취색!! 비눗방울처럼 겉면에 물결무늬가 요동치는 비취색의 수수께끼 구슬이야말로···.

대박이다.

물론 그 확률은 50%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딱 중간.

그러나 운명을 걸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나는 영롱한 비취색의 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했다.

[영롱한 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했습니다.]

[10초 동안 다른 플레이어가 선택하지 않으면 10골드에 해당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그러자 크로노스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같은 팀원들도 깜짝 놀라서 눈을 깜빡거렸다.

후우. 후우.

자, 여기가 중요하다.

만약 내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크로노스는 기회를 포착한 사나운 늑대처럼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침착하게, 침착하게 역으로 속여야 한다.

“······.”

나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크로노스를 보았다. 그러고는 낚시꾼처럼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크로노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오기를 바라나?”

“······.”

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심리전을 건 덕분일까? 크로노스는 내 침묵을 ‘함정’으로 받아들였는지 코웃음 쳤다.

“내 선택은 수호자의 방패다.”

다행스럽게도 크로노스는 시작 아이템으로는 가장 좋은 수호자의 방패를 선택했다.

아마도 내가 미끼를 뿌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윽고 10초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나에게는 영원과도 같은 찰나였다.

[영롱한 수수께끼 구슬(??)을 획득했습니다.]

두근두근.

50%의 확률이다.

이 50%에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

만약 50%의 확률이 뒤집힌다면 그때는 내가 아닌 잭 로어나 신하영, 혹은 엘리자베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수호자 아이템이라는, 후반에도 괜찮은 아이템을 포기하고 선택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수수께끼 구슬을 개봉했다.

[영롱한 수수께끼 구슬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특별한 가치를 지닌 물건을 소환합니다.]

[신의 사자를 획득했습니다!]

[신의 사자]

↳전장에 시무르그를 소환한다. 소환되는 시무르그의 등급은 3성(★★★)이며, 이보다 높은 등급의 시무르그를 가지고 있으면 해당 등급에 맞춰 소환된다. 또한, 신의 눈 효과가 33%로 상승하며, 첫 번째 스킬을 반드시 무효화시킨다.

부르르!!

나는 도저히 참기 어려운 짜릿짜릿한 감각을 맛보았다.

그래, 이것은 승리의 감각이다!

승리로 향하는 전율 말이다!

시무르그는 ‘신의 눈’이라는 매우 특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이다.

적 챔피언이 스킬을 사용할 때 25% 확률로 스킬을 ‘실패’시켜버리는 스킬인데, 놀랍게도 이 능력은 패시브 스킬에도 발동이 된다.

가령 단단한 골렘처럼 마나 없이 체력을 회복시키는 스킬조차도 25% 확률로 실패하는 것이다. 그래서 10그림자와 합쳐지면 상상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다만, 특수능력이 좋은 만큼 공격력과 방어력이 낮고 타이탄과 달리 땅 속성이 아니라 바람 속성이라서 실전에 자주 쓰이는 챔피언은 아니다.

피닉스 조합처럼 스킬에 의존하는 조합을 카운터치기 위해서 가끔 쓰는 정도다.

말하자면 전략적인 챔피언이라고 해야 할까? 직접 뽑기는 싫지만 스킬은 욕심나는 챔피언, 딱 그런 포지션이다.

나는 그런 시무르그를 공짜로 소환할 수가 있게 되었다. 신의 사자라는 최고급 아이템을 통해서!

이제, 이 게임의 승리는 9할 가까이 나한테로 넘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시무르그의 능력을 200% 활용하기 위해서 피닉스 조합을 선택했다.

10요정을 중심으로 하는 피닉스 조합을!!

이상현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이상현을 이길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크로노스는 그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우선 패배를 쌓았다.

‘무작정 치고 나가는 것보다 맞춰가는 게 훨씬 더 유리해.’

예선전과 달리 본선은 서버 대 서버로 붙는다. 플레이어들끼리 붙는 게 아니라. 그래서 상대 플레이어가 어떤 조합으로 가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는 그 점을 이용해 이상현의 조합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상현!!’

크로노스는 16강(3-4)에서 이상현과 만났다.

과연 이상현은 어떤 조합을 구상하고 있을까? 또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

크로노스는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지혜를 총동원했고, 뜬금없이 시무르그라는 벼락에 한 대 얻어맞았다.

『꾸오오오!!』

그리고 전장에 배치된 챔피언은 허수아비였다. 어떤 조합인지 알 수 없는 허수아비.

“······.”

놀리는 게 분명했다.

후순위, 그러니까 상대의 조합을 보고 맞춰가는 식의 플레이를 농락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작부터 ‘신의 사자’와 같은 고급 아이템을 뽑으면 된다. 

나중에 진짜로 사용할 챔피언들은 창고에 박아두고, 필요 없는 챔피언들을 전장에 배치해서 혼란을 주면 맞춰가는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

나는 크로노스가 후순위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래서 허수아비만 배치했다.

예상대로 크로노스는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맞춰가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안 됐군.”

신의 사자라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아이템을 크로노스가 예상했을 리는 없을 터. 나는 크로노스를 진심으로 동정하며 가볍게 승리를 주워 담았다.

[16강(3-4)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4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이것으로 나는 4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A조)]

[1위: 이상현(100)│4승, 0패]

[2위: 잭 로어(95)│3승, 1패]

[3위: 신하영(94)│3승, 1패]

[4위: 카이손(90)│2승, 2패]

[5위: 엘리자베스(89)│2승, 2패]

[6위: 시타(84)│1승, 3패]

[7위: 엘렌(83)│1승, 3패]

[8위: 크로노스(78)│0승, 4패]

물론 초반이라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성적이다.

당장 동료들의 성적만 해도 대실패다. 견제 역할을 맡은 신하영과 엘리자베스가 7위나 6위를 해서 적 플레이어가 한 방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크로노스를 포함한 엘렌과 시타가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6위였다면, 저들은 악마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자의 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칫.”

엘리자베스는 아쉬움을 삼키며 괴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서 카이손이 괴물의 방으로 들어갔다.

“······.”

나는 신하영과 잭 로어를 바라본 다음에, 그 두 사람과 함께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죽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죽음의 문이 닫힙니다.]

[깊고 깊은 어둠의 끝에서 핏빛으로 물든 안광이 번뜩입니다. 피를 부르는 어금니가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늑대-리코스(★★★★★★)가 나타났다.

“신의 사자인가.”

크로노스는 충격에서 빠져나와 추측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추측은 크로노스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다면 피닉스 조합이군. 시무르그의 힘을 200%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은 흔치 않으니까.”

크로노스는 피닉스 조합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기본공격을 회피하는 요정과 스킬을 회피하는 신의 사자의 능력이 합쳐지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마 조합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두 번 꼬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차피 시작부터 꼬인 게임이다. 위험하더라도 가야 해.”

크로노스는 결단을 내렸다. 악마 조합으로 피닉스 조합을 카운터치기로.

[성스러운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케르베로스의 불꽃을 획득했습니다.]

[지옥불을 획득했습니다.]

때마침 나온 아이템들은 악마 조합에 힘을 실어주는 것들이었다.

‘가자.’

만약 보통의 경우였다면 4성 방패전사 따위는 시작과 동시에 물어뜯기고 늑대-리코스 공략에 실패했을 것이다. 고정피해를 입히는 늑대 앞에서 방패는 무용지물이니까.

다행스럽게도 이상현의 시무르그 덕분에 시작부터 물어뜯기는 참사는 면했다. 신의 눈이 늑대-리코스의 물어뜯기를 무효화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까스로 늑대-리코스를 공략할 수 있었고,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어마어마한 아이템들이 나왔다.

[1. 악마의 성배]

[2. 이프리트의 램프]

[3. 피닉스의 심장]

[4. 거인의 발자국]

[5. 운디네의 축복]

[6. 제우스의 번개]

[7. 발키리의 날개]

[8. 배신의 깃발]

[9. 용암나무 지팡이]

용암나무 지팡이를 제외하면 하나 같이 고급 아이템들이었다. 게다가 3개를 선택할 수가 있어서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목숨을 걸고 죽음의 방을 공략한 보람이 있었다.

“······.”

이상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이유는 여차하면 악마 조합이나 황금 사자를 중심으로 하는 수호자 조합, 혹은 마법사 조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사 조합으로 가자. 잘 풀렸으니까.’

이상현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지금처럼 게임이 잘 풀렸는데, 마법사 조합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우스의 번개와 발키리의 날개, 그리고 용암나무 지팡이를 선택했다. 세 아이템 모두 마법사 조합에게 있어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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