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튜토리얼(2)의 끝 (53/170)
  • 튜토리얼(2)의 끝

    튜토리얼(2)의 끝

    사람은 어려움에 처하면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알고 싶으면 어려울 때 함께하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 말은 행운에도 적용된다.

    행운.

    선천적으로 타고나야하는 재능.

    겉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이 무한한 재능은 어려울 때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말하자면 진짜 타고난 행운은.

    역경에 처해야지만.

    드러나는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현재 김아람의 성적은 2승 4패로 사실상 5위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남아있는 라이프라고 해봐야 29라이프가 전부다.

    앞으로 두세 판만 더 지게 된다면···. 0라이프가 될 게 분명하다.

    “아아아···.”

    그 탓에 김아람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이보다 처참할 수가 없었다.

    [30초 동안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죽기 싫어······.”

    김아람의 조합은 전설의 늑대(★★★★★), 영웅 멧돼지(★★★★), 영웅 악어(★★★★), 영웅 하이에나(★★★★), 영웅 하이에나 전사(★★★★), 괴물 하이에나 궁수(★★★), 괴물 그리즐리베어(★★★), 괴물 드루이드(★★★), 괴물 바실리스크(★★★), 히드라(★)로 이루어진 9짐승 조합이다.

    나쁘지 않은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좋은 조합도 아니었다.

    그래서 2승 4패를 기록했고, 하필이면 다음 상대가 이상현이었다.

    9짐승과 9마법사의 대결은.

    100이면 100.

    마법사가 이긴다.

    마법사가 질 수가 없다.

    물론 그 사실을 김아람이 알리가 없었다.

    그러나 김아람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튜토리얼(2-7)에서 자신이 패배할 것이라는 것을.

    덜덜덜.

    그래서 김아람은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무심코.

    신에게 매달리며.

    조커 카드에 손을 올렸다.

    “제발, 제발······.”

    구원을 바라는 심정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50골드를 지불했습니다.]

    [2골드 남았습니다.]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최악의 행동이었으나.

    촤악!!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잠들어 있던 비열한 가짜 왕,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합류했습니다!!!]

    행운이라는 재능은.

    행운이라는 녀석은.

    그럴수록 더더욱 강렬한 힘을 발휘했다.

    9마법사 타이탄이 최강임에도 실제 게임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10레벨을 달성하기 전에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9레벨때 게임이 끝난다. 8위나 7위 같은 경우는 7~8레벨 때 결정된다. 6레벨이 되기 전에 8위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말하자면 10레벨은, 9마법사 타이탄은, 게임을 끝내라고 존재하는 조합인 것이다.

    게임을 이만 끝내라고.

    그리고 조커 카드에서 나오는 5골드·5성의 챔피언도, 게임을 끝내라고, 이기라고 존재하는 챔피언이다.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이에나 왕.

    겉모습만 보면 2골드인 하이에나들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 속에든 괴물(스킬)은 180도 다르다.

    스킬-하극상.

    이 스킬은 ‘약자멸시’를 뒤집은 스킬로, 6골드 챔피언들에게 사용하는 특수한 스킬이다.

    스킬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적용 대상이 한정적이라서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다만, 그 탓에 실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하이에나 왕을 뽑지 않는다.

    기껏 뽑아봐야 6골드 이상의 챔피언은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9레벨에 게임이 끝나는데, 왜 뽑아서 쓰겠는가?

    그래서 사실상 버려진 챔피언인데···.

    조건만 갖춰진다면.

    조건만 들어맞는다면.

    유일하게 9마법사 타이탄을 이길 수 있는.

    섬뜩한 비수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하이에나 왕이다.

    “왕은 바로 나야!!!”

    왕임과 동시에 ‘암살자’인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암살자답게 바람을 뚫고 들어와 타이탄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하찮은 존재여. 사라져라.”

    우르르르콰과과과광!!!

    우레가 전설의 하이에나 왕에게 작렬했다.

    그러나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죽지 않았다. 크나큰 피해를 입었지만 5골드·5성답게 버텨냈고.

    “우두머리는 하나면 충분해.”

    푸우욱!!!

    하극상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치명적인 하극상을.

    쿠우우웅.

    한 방.

    한 방이었다.

    괴물 타이탄(★★★)이 고철이 되어 바스러지는데 필요한 공격이, 단 한 방이었다.

    “그래서 말했잖아. 왕은 바로 이 몸이시라고.”

    전설의 하이에나 왕의 섬뜩하고 비릿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전장의 안쪽과 바깥쪽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전설의 하이에나 왕을 봤을 때 혹시나 했는데.

    설마, 치명타가 터질 줄이야.

    “···미쳤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만 헛웃음을 흘렸다.

    바람의 신도 어처구니가 없었던 모양인지.

    [와. 정말···. 오묘한 게임이란 말이지.]라고 말하며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신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드디어···. 드디어 첫 패를 기록하는구나!! 죽음의 신]

    [그러게 골렘으로 했어야지!! 땅의 신]

    [우와!! 끝내주는 하극상이잖아!! 생명의 신]

    [정말 화끈한 공격이었다. 다만, 물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 불이었어야 했는데. 불의 신]

    “······.”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괴물 타이탄 말고도 드래곤도 쓰러뜨렸다.

    쿠오오오오······.

    치명타가 터지지는 않았지만 2초면 충분했다. 2초면 드래곤의 목을 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성가신 덫이로군.」

    다행스럽게도 늪의 저주와 가시나무 덫이 전설의 하이에나 왕을 붙잡았다.

    「큭큭큭. 감히 이 몸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나는 얼굴을 잔뜩 구기며,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최악의 상황이란 당연히.

    패배였다.

    「기다려. 너희들도 곧 죽여줄 테니까.」

    하이에나 왕의 웃음은 진심으로 오싹했다.

    이상현에게 불행 중 다행이라면.

    김아람이 STFT 초보자라는 점일 것이다.

    그것도 실수를 모르는 초보자.

    분명 김아람은 전설의 하이에나 왕(★★★★★)을 뽑음으로써 자신의 운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데 그 운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히드라를 빼고 전설의 하이에나 왕을 넣었다는 것이다.

    뭐, 히드라가 1성이니 5성인 하이에나 왕을 넣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9짐승 조합의 기본은.

    물 속성이기 때문이다.

    물 속성.

    말하자면 괴물 하이에나 궁수를 빼더라도 물 속성인 히드라(★)를 넣어서 모든 챔피언의 체력을 +100% 상승시켰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초보자라서,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떴다는 것에만 집중해서, 물 속성인 히드라를 빼고 물 속성인 전설의 하이에나 왕을 넣은 것이다.

    그래서 물(5)이 아닌 물(4)이었다.

    물론 초보자에게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조그만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곳이 바로 STFT였다.

    “도와줘, 친구들아!!!”

    이상현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꼬마요정-루의 고깔모자에서 처음 소환된 친구들은 2골드·2성의 미라였다. 그리고 이번에 소환된 친구들은 3골드·3성의 괴물 흡혈귀였다.

    괴물 흡혈귀.

    “오오, 위대한 밤이 깊었다.”

    “피가 나를 부른다.”

    “박쥐들이여! 나를 위해 노래하라!”

    당당히 언데드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언데드 조합의 핵심이자 허리를 담당하는 챔피언.

    데스나이트가 모일 때까지 언데드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력이다.

    그래서 강하다. 3골드 챔피언들 중에서 최상급으로 평가 받는 그리즐리베어조차도 한수 접어줄 정도다.

    4골드 챔피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역겨운 짐승들이여.”

    “포식해주마.”

    밤의 귀족이자 암살자인 괴물 흡혈귀들이 날아올랐다. 밤을 닮은 망토는 죽음을 상징했다.

    “퀘엑?!!”

    괴물 흡혈귀들은 하이에나들처럼 영악하게.

    철저히 약한 짐승들만을 노렸다.

    푸욱!!!

    날카로운 송곳니는 짐승을 마비시켰고, 피를 쭈우욱! 빨아먹었다.

    여섯 명이나 되는 괴물 흡혈귀들의 흡혈은 불과 3초 만에 영웅의 멧돼지를 뼈와 가죽으로 만들었다.

    “맛없군, 맛없어!!”

    퉷!!

    피를 빨아먹었지만 괴물 흡혈귀들은 더더욱 분노하며 다음 먹잇감을 노렸다.

    피처럼 새빨간 눈동자에 비친 먹잇감은 많았다. 괴물 타이탄이 아무것도 못하고 죽은 덕분이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전설의 하이에나들이.

    킁킁! 코를 벌렁거렸다.

    “캭캭캭! 정말 멋진 밤이야!!”

    “동감이야, 친구!!”

    하이에나들의 약자멸시는.

    하이에나 왕과 달리 그 대상이 많았다.

    푸욱!!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감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존재들을 모두 처치했다.

    괴물 타이탄(★★★)에서부터 드래곤(★★)과 실피드(★★)까지. 하극상을 일으켜서 모두 죽여 버렸다.

    “내가 왕이다. 내가 왕이란 말이다!!”

    그리고 감히 건방지게 구는 괴물 하이엘프와 영웅 지니와 영웅 마법사, 괴물 드루이드, 영웅 마녀, 괴물 고블린 주술사를 처치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9짐승답게 공격력이 매우 높고 공격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크하하하!!”

    물론 그 대가로 체력이 20%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남아있는 마법사라고 해봐야 꼬마요정-루가 전부였다.

    이제 꼬마요정-루만 처치하면 마법사는 끝장나는 것이다.

    “자, 이제 마지막···?!”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하찮은 것들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런이런!! 누군가 했더니 왕이 아니신가?”

    “왕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행차하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하이에나 전사와 하이에나 궁수.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고개조차도 들지 못했을 것들이 왕을 막아선 것이다.

    당연히 하이에나 왕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네놈들 따위가···!!”

    하지만 그 분노는 오래가지 못했다.

    “커허억?!!”

    왜냐하면 갑자기 나타난 괴물 흡혈귀들이 왕의 몸에 송곳니를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이···!!!”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두 눈을 부릅떴다.

    부르르르!! 강렬한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그러나 손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스으읍!!!

    “캬캬캬!! 위대한 왕도 이렇게 보니 별 볼일 없군!!”

    “송곳니 맛이 어때? 꼼짝달싹도 못하겠지? 쿄쿄쿄!! 아마 죽을 때까지 움직이지 못할 거야.”

    하이에나들의 말대로.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마비된 상태였다.

    그리고 여섯 명이나 되는 괴물 흡혈귀들에게 의해 무한으로 마비가 걸리는 중이었다.

    “커···헉! 크흐···으아악···!!”

    그렇다.

    무한이다, 무한!!

    꼬마요정의 스킬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해서 마비가 무한으로 걸리고 있는 것이다.

    그 탓에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움직이기는커녕 손가락조차도 까닥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러면 왕을 죽여보실까?”

    “정말 좋은 생각이야 친구! 우리도 이참에 하극상이라는 것을 해보자고!”

    야비한 하이에나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날카로운 검을 왕의 옆구리에 쑤셔 박고, 뾰족한 화살을 뒤통수에 꽂아 넣었다.

    “이, 이, 이 자식들······.”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죽어가면서까지 눈을 감지 못했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결국···.

    털썩! 쓰러졌다.

    위대한 왕을 처치한 하이에나들은 왕의 시체를 짓밟으며 아름다운 황금 목걸이를 들어올렸다.

    “큭큭큭! 크하하하하하!!”

    “캬캬캬캬캬~!!”

    하이에나들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들은···.

    [앞라인···. 앞라인만 더 버텨줬어도 이겼을 텐데. 앞라인이 조그만 더 버텨줬어도 이겼을 텐데!!!]

    [히드라를 빼면 어떡해, 이 멍청아!!! 차라리 저 쓸모없는 멧돼지나 뺄 것이지!!!]

    [참 병신 같이 지네.]

    [그러게. 진짜 병신 같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이상현에게 이길 수 있었음에도 패배한 김아람을 진심으로 욕했다.

    [튜토리얼(2-7)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사냥으로 +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가까스로 승리를 지킨 이상현과.

    어처구니없게 패배한 김아람의 운명은.

    [1위: 이상현(7승, 0패) 100라이프]

    [2위: 강수아(6승, 1패) 60라이프]

    [3위: 최문호(6승, 1패) 38라이프]

    [4위: 민정식(4승, 3패) 34라이프]

    [5위: 김아람(2승, 5패) 25라이프]

    [6위: 성하늘(1승, 5패) 0라이프]

    [7위: 김성태(0승, 5패) 0라이프]

    [8위: 진만표(0승, 4패) 0라이프]

    너무나도 극명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