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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61화 (161/170)

161화.

“뭐라는 거야!”

소서정이 비명을 질렀다.

이단우는 몬스터의 목소리가 두 겹으로 들렸다. 뼈를 울려서 내는 신경 긁는 소리와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다.

‘제물이 왔군.’

몬스터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제물이 왔다고 말하고 있어.”

“뭐?”

당황한 소서정이 돌아봤다.

이단우는 이 감각을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아니, 다른 곳이 아니라 다른 물건에서다.

‘성검.’

비교할 곳이 없어서 몰랐다. 지금까지 성검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짜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 목소리는 이단우의 머릿속에서만 들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정확히는 목소리가 아니라 마력의 울림이었으니까.

‘미친 게 아니었군.’

그동안 이단우는 성검의 이전 주인인 차우원이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빌어먹을 성검이 차우원 앞에서는 입을 닫고 있었단 말인가? 이 검이 대답도 안 하는 이단우를 만나서 수다쟁이가 됐을 것 같지는 않은데, 차우원은 헛소리를 듣는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이단우는 자신이 미쳐서 환청을 듣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단우는 왜 자신만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도 깨달았다. 그가 마력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직접 운용하는 마력이 몬스터의 마력에 감응하고 있다.

예전에는 소유 중인 <성검>의 마력 공명만 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마력 컨트롤이 더 좋아진 듯했다.

‘약 버리고 먼지만 한 마력을 아껴 쓰던 게 도움이 되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모래주머니 수련법 비슷한 걸 한 게 아닌가?

섬세해진 마력 감응력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마력의 흐름을 감지했다.

마력이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해골 사제가 선 곳은 제단의 뒤편이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듯한 각진 제단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꺼지더니, 검은 공동이 드러났다.

그 공동에서 어두운 빛이 직선으로 올라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치솟았다. 제단 안과 밖을 분리하듯 빛이 공간을 나눴다.

피부가 오싹오싹했다. 어디서 불어오는 건지도 모를 바람이 그들의 몸을 구멍으로 밀어냈다.

이제는 마력 감지 능력이 없는 팀원들도 그 구멍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저건 스킬 쓴 탱커도 삼킨다.’

조건을 달성해야 제단이 닫힌다.

“뭐……!”

장비 무게가 가벼운 소서정과 권준홍은 물론 차우원까지 쭉 빨려 들어갔다. 그가 <육예>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카가각——!

검이 끌려가려는 몸을 지탱해, 바닥은 크레바스라도 생긴 듯 갈라졌다. <육예>의 크기를 키워도 버텨지지 않는다. 차우원은 검을 잡지 않은 손으로 권준홍의 뒷덜미를 잡고 있었다. 이미 소서정은 저만치 날아갔다!

“지금?!”

그가 외쳤다.

“던져.”

‘공양 받아라.’

이단우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차우원이 온 힘을 다해 해골 공을 발로 찼다.

뻑!

그들이 끌고 온 기괴한 공이 골대를 향해 가듯 검은 공동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희윤의 수레는 누가 걷어찰 것도 없이 굴러가는 중이었다. 바퀴 달린 물건이 바람에 버틸 리 없다.

동시에 소서정이 펼친 거대한 스킬진이 허공에 펼쳐졌다. 팀원들의 몸이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어억!”

해골 머리 선물 세트까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그들은 애매한 공중에 떠 지켜봤다. 아무리 빨아들이는 힘에 저항해도 그 위로는 올라갈 수 없다. 소서정은 태풍에 맞서는 기분이었다.

뼈다귀는 빛의 공간으로 들어가더니, 마치 입자 하나하나가 분해되듯 파스스 재가 되어 위로 날아갔다.

“……!”

말 그대로 제물이라도 되는 듯한 이펙트였다. 그리고 몬스터가 상정한 제물은 본래 그들이었을 터였다.

물리적 공격이라면 뭐 어떻게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걸 어떻게 상대하란 말인가? 일단 땅에 발을 딛고 설 수도 없는데.

이단우는 기희윤을 힐끗 봤다. 입 모양으로 ‘왜?’ 하고 물으며 그가 생글거렸다.

2차 공략 때, ‘제물’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먼저 주목한 사람은 기희윤이었다.

-저 제물 우리가 될 것 같지. 이 던전은 소모전을 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단우가 우리 돌아가면서 잘 갈아 줬는데, 이제 아예 몇 명을 받고 싶은가 봐. 제물 지원자 받는 거면 나는 기권이야. 알아 두라고.

-쓰레기 새끼. ……확실히 분위기가 그렇군요. 전대에도 이것과는 다르지만 던전 자체가 희생을 강요하는 면이 있었다고 했죠. 탱커 둘이니 저 하나는 없어도 되겠죠. 절 바치고 지나가셔도 됩니다.

-고청 헌터가 가장 베테랑인데 무슨…….

-저, 제가 가장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를 보내셔도…….

-지랄 말고. 다른 거 받으라고 해.

-……?

-이 필드에 마력 덩어리인 거 몇 개 있잖아.

마력으로 가득 찬 해골 사제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제단 범위 안에 들어가면 뼈도 못 추리겠다는 직감에, 팀원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곧 열 수밖에 없었다.

“안 닫히잖아!”

빨아들이는 힘은 약화됐으나 제단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 남았잖아.”

이단우가 대답했다.

그 하나가 아래에서 움직였다.

사제장이 뼈로 이루어진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

빛기둥에 감싸인 제단을 핵으로 두고 폭풍이 불었다.

소서정이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였다. 폭풍 속에서도 이마는 식은땀으로 번들거렸다. 그가 스킬의 통제력을 잃으면, 팀원들은 전부 제단 범위 안으로 쓸려 나간다.

위에서는 사제장이 불러일으킨 바람이 팀원들을 쥐어흔들고, 아래에서는 땅 밑에 묻혀 있던 뼈다귀들이 몸을 들썩이며 일어났다.

지금껏 팀원들이 지나쳐 온, 벽을 이루고 있던 뼈다귀가 해체되면서 말라붙은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태풍에 쓸려 날아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육체 저항이 약한 헌터라면 살이 베였을 터였다. 이 팀은 그 점에서는 괜찮았으나,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약한 신체 부위가 있기 마련이었다.

팀원들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눈에 들어가면 큰 부상을 입는다.

그러느라 길게 뭉친 뼈다귀가 거대한 뱀의 형상이 되어, 그들을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모습을 순간 놓쳤다.

쾅!

그러나 팀원 가운데는 시야가 가려져도 마력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차우원이 거대해진 <육예>로 뼈로 만든 뱀의 머리를 후려쳤다!

서로의 마력이 부딪히며 생긴 충격파가, 소서정의 스킬까지 간섭했다. 그들의 몸이 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잠……!”

“사제장을 잡아야 한다는 거지. 서정아, 바닥만 얼릴 수 있을까. 미끄러워지게.”

“동시에 마법 여러 개 운용하는 게 쉬운 줄 아냐고!”

소서정이 스태프를 꽉 쥐고 허공에 스킬진을 하나 더 만들어 냈다.

동시에 두 개의 스킬이 운용되며, 단우의 뺨에 가볍게 날리는 눈발이 닿았다.

던전 연속 공략은 좋은 성장 방식이어서, 지친 헌터들에게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소서정은 어떤 스킬이든 웬만큼 펼쳐 냈으나 섬세한 컨트롤이 약점이었다.

‘불화살로 목표물을 조준할 바에는, 차라리 목표물이 피할 수 없도록 화살의 크기 자체를 무한정 키워 버리는 게 낫다.’

혹사당한 끝에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컨트롤 따위 갖다 버린 소서정이 필드를 딱딱하게 얼렸다.

안 그래도 애매하게 떠 있던 그들의 몸이 일순간 훅 낮아졌다!

“어어어!”

“있어 봐, 올려 줄 테니까!”

소서정이 컨트롤에 다시 집중했다. 그들이 허공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차우원은 계속해서 생겨나는 두 번째 뱀, 세 번째 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역시. 저건 바람의 영향을 안 받는구나. 그래도 미끄러운 필드에서는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네. 몸이 뼈다귀라 고충이 있나 봐.”

‘머리 좋은 놈.’

2차 공략 때 이단우가 저 뼈 뱀들을 무시한 과정은 좀 더 무식했으나, 소서정이 있는 이상 탱커가 몸빵할 필요는 없었다.

이 팀에는 탱커도 없었지만.

“좋아. 내가 뱀 묶을게. 해골 제단에 던져 버려. 자기가 모시는 신한테 보내 준다고 하면 저것도 좋아하겠지.”

단우가 말했다.

“저 제단이 몬스터를 가루로 만들어서 살려 둘 것 같진 않은데. 보스몹 죽여도 돼?”

차우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보스를 죽이지 않는 방식으로 관문을 통과했다.

“어.”

‘이게 끝이다.’

함정 길이 몇 개 생성되든 상관없다. 보스룸은 헷갈릴 수 없으니까.

차우원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게 마지막 관문이라는 걸 그도 알아들었다.

그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거대 뱀의 뒤에서 나타났다. 뱀들이 자기 사이의 이질적인 존재를 깨닫기도 전에, 그의 신영은 다시 사라졌다.

그러나 보스몹과 맞붙는 순간 모든 뱀이 그에게 달려들 게 분명했다.

‘내려가서 어그로 끌어야 한다.’

이단우는 소서정에게 말했다.

“나 떨궈 봐.”

“너도 균형 잡기 어렵잖아?”

소서정이 반문했다.

필드 바닥은 좀 과하게 얼었다. 사제장이 서 있는 곳은 바닥이 대리석이라 상태가 더 나빴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소서정은 두말하지 않았다. 이단우의 신영이 뚝 떨어졌다.

변변찮은 이동기 하나 없는 이단우는,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려 해골 뱀 위에 떨어지는 것으로 낙하 충격을 상대에게 전가시켰다.

푹!

검이 뼈를 내려찍는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성검>의 예기는 쥐고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문제는 검이 너무 깊게 박혀서 오히려 빼내는 게 일이라는 사실이었는데…….

그 순간 온몸의 털이 일어났다. 예민해진 이단우의 감각이 새로운 마력의 접근을 알렸다.

팀원 중 누군가 이단우 뒤에 있다.

“그러게. 정말 어렵다. 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기희윤이 이단우를 툭 밀었다.

“‘성검의 주인’ 정도면 적당한 제물이겠지. 저런 썩은 해골보다 좋아할걸.”

“……!”

이단우의 몸이 제단으로 밀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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