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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56화 (156/170)

156화.

“꺄아아악!”

배지슬의 비명이 들리고 통신이 끊겼을 때, 차우원은 강력한 마력 반응이 보인 곳을 향해 되짚어갔다.

그곳에서 소서정의 시체를 봤다. 그가 마지막으로 일으킨 폭발은 세 갈래 방향으로 흔적을 남겼다.

그중 하나는 차우원이 들어온 통로였다. 다른 두 방향이 동료들의 위치다.

차우원은 이단우를 찾기 위해 달렸다. 소서정이 흔적을 남긴 두 방향 중 마력 반응이 현저히 적은 쪽으로.

이단우의 검술은 마력을 가장 적게 소모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차우원은 그의 자취를 알아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도, 차우원은 이단우의 위치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었다.

이단우를 붙잡아 그의 체내에 강제로 길을 내고 마력 패턴을 읽었으니까.

앞을 가로막은 몬스터를 전부 베고 차우원은 직선거리로 통로를 이동했다. 그러다 문득 멈춰 방향을 틀었다.

이단우가 이동하고 있다.

차우원은 그때까지도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공략은 실패했다. 그가 슬퍼한다고 해결될 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러나 이단우가 이동하고 있었다. 동료들을 찾아서.

차우원은 이 던전에서 가장 감정적인 사람을 알고 있었다. 이단우는 자신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초조해서 호흡이 어긋나고 손발이 흐트러졌다.

스스로 무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한 채로, 그는 모든 것을 베고 이단우 앞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넋을 놓은 이단우를 발견했다. 그를 억지로 깨워, 통로 뒤로 무작정 밀어냈다.

그리고 차우원은 죽었다.

그는 이단우를 살리지 못했다. 이단우가 살아남는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단우는 자신을 미워하는 채로 죽었다.

자신이 그를 원망한다고 믿으면서.

아니, 이단우는…….

-너를 살리려고 돌아왔는데…….

닫힌 눈꺼풀 위로 빛이 어른거렸다.

차우원이 손으로 받아 냈던, 이단우의 뺨에서 떨어지던 눈물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차우원은 눈을 떴다.

* * *

이단우는 체내로 마력을 굴렸다. 혹사당한 마력 회로는 지난 관문을 거치는 동안 한결 식었다.

그곳으로 성검의 마력이 쭉 빨려 들어오며 강제로 회로를 열어젖혔다. 미세혈관 가닥마다 열감과 통증이 화끈하게 퍼졌다.

단우의 몸을 거치며 그의 통제하에 들어온 마력이 다시 검에 서렸다.

이단우에게 차우원처럼 낭비할 마력은 없었다. 마력은 겉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만 검날에 얇게 덧씌워져, 날붙이의 예기만 증폭시켰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세이렌의 심장을 찔렀다.

얇은 검은 갈비뼈 사이를 지나가 맥동하던 장기를 정확히 꿰뚫었다. 검날에서 <성검>의 마력이 터져 나와, 세이렌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푹, 푹, 푹, 푹, 푹!

순식간에 섬에 근접한 세이렌을 정리하고 단우는 숨을 골랐다.

‘인간형이라 상대는 쉽다.’

이 필드에는 몸을 올려 둘 만한 쪽배 등의 다른 사물도 존재했다. 그곳으로 피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필드에서 벌여야 할 싸움이 수성전이기 때문이다.

‘한곳에 몰아넣어야 지키기 편하다.’

그리고 바닥이 단단하지 않은 필드는 세이렌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필드가 바다인 놈들 장기가 뭐겠는가?

‘수영이겠지.’

깊은 물속에서 튀어나온 세이렌 셋이 이단우의 목덜미를 노렸다.

세이렌은 인간과 흡사한 상체에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하체를 가지고 있었다. 얼핏 봐서는 동화 속 인어 같았다. 그러나 큰 입에 빽빽하게 들어찬 치아와 크고 흉물스러운 눈 때문에, 이단우는 동화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사람 먹는 동화가 어디에 있냐.’

상어 이빨 같은 게 이단우의 뺨을 물어뜯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피가 튀고 시야 한쪽이 붉어졌다.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단우는 몸을 틀어 치명상만 피해 냈다.

‘한 번.’

그가 상대해야 하는 건 자신에게 붙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이단우는 이를 악물고 성검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차우원을 흉내 내어 만든 마력 덩어리를 섬 가장자리로 던졌다!

키에에엑!

섬을 빙 둘러싸고 팀원들의 다리를 붙잡고 끌어내리던 세이렌 떼가, <성검>의 마력에 선을 그은 것처럼 베어졌다.

몬스터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바다 위로 둥실 떠내려갔다.

짙푸른 바다가 피로 물들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초점을 잃은 팀원들은 세이렌이 흔들던 대로 흔들거리며 바닷속으로 끌려 내려가다가, 다시 멍하니 제자리에 섰다.

‘한 번 더.’

이단우는 헛구역질이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뭐가 왈칵 넘어와서 뱉고 보니 손이 온통 붉었다.

망가진 시야 때문에 보이는 환상이 아니다.

통증 때문에 마력 조절이 안 되고 있다.

헌터의 스킬은 헌터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전용 용기에 담긴 염산이 용기를 쥔 손을 녹이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이단우는 마력 그 자체를 이용하고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양만 받아들여 컨트롤하지 않으면, 몸이 안쪽에서부터 무너진다. 성검 강탈자가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

‘돌겠네…….’

이단우는 <마력 촉진제> 한 알이 간절했다.

섬 일대의 모든 세이렌을 정리했을 때, 이단우는 딱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체내에는 한 톨의 마력도 남지 않았다.

‘좀 더 쉬었어야 했나?’

아니, 계산은 정확했다. 이단우는 모든 잡몹을 베어 냈다. 마력은 다 소모했으나…….

밖은 지금도 오염이 악화되고 있었다. 그걸 방치하고 있는 건 이단우였다.

그는 서두르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잊어서는 안 됐다.

‘괜찮아.’

그는 스승님을 믿었다. 스승님께 일선에서 A급 헌터로 뛸 만한 체력과 마력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스승님은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스승님이 ‘해 보자’고 말하면, 사람들은 해볼 희망을 얻었다.

그 정반대 작용을 하는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지능종인 세이렌은 겁이 많고 머리도 웬만큼 돌아갔다. 이단우가 섬으로 기어올라 오는 잡몹을 전부 죽여서, 그들은 이단우를 ‘대적할 수 없는 상대’로 판단했다. 그리고 보스를 들쳐 업은 뒤 바다 밑바닥으로 도망쳤다.

‘한동안은 여유가 있다.’

이때가 팀원들을 깨울 때였다.

세이렌이 바다 밑바닥에서 부르는 노래가 두개골 안을 울렸다.

“좀 닥쳐 봐.”

이단우는 중얼거렸다.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기고 있었다. 팔이 후들거려서 몸을 받치질 못한다. 무릎이 바위 바닥에 긁혀 또 피가 났다.

이단우는 그냥 주저앉은 채 힐링 포션을 까먹었다. 피에 젖은 얼굴도 바닷물로 슬슬 닦아 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한 알이면 되는데.’

이단우는 약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딱 한 알, 아니 세 알…… 다섯 알만 먹으면 이 죽고 싶은 통증이 사라질 텐데.

말라붙어서 바스러질 듯한 마력 회로도 숨통이 트일 터였다.

눈을 깜빡이니 앞에 기희윤이 있어서, 이단우는 그놈 가슴팍에 손을 넣었다.

헌터가 전투 용품을 넣어 두는 위치는 정해져 있다. 단우는 손쉽게 약병을 꺼냈다.

‘약 없이 마력 쓰려던 게 애초에 말이 안 됐잖아. 뇌 녹을 것 같아서 컨트롤도 안 되고, 공략에도 지장이 생기잖아. 의존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할 때 도움을 받겠다는 건데…… 이건 의약품이지. 왜 먹어야 하는지 차우원도 알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걸.’

눈을 다시 깜빡이는 동안 이단우는 생각했다. 그리고 약병을 열고 통째로 입에 털어 넣으려는 순간,

차우원이 보였다.

-난 매번 약에 절어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사람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어.

-팀에 남을게. ……그럼 이건 버리자.

-네 몸을 함부로 쓰지 마.

‘아 제기랄…….’

뻑!

이단우는 그대로 뺨을 갈겼다.

‘하지 마. 처돌았나. 뭐가 의존이 아니야. 개같이 매달리고 앉았네.’

그는 약병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그 상태로 뺨을 한 대 더 갈기고 단단한 유리병을 다시 세게 쥐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유리병에 힘을 가했다.

병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건 뭐가 이렇게 단단하냐.’

이단우는 이걸 가루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팀원들을 깨워서, 이 빌어먹을 관문을 통과한다. 애초에 <성검>의 작용 때문에 자신은 세이렌에게 홀릴 일도 없는데, 혼자 알아서 멘탈 시련을 부여하고 있다.

‘미친놈 아닌가.’

“도와줄까, 단우야.”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손아귀에서 병이 쑥 빠져나갔다.

약병을 가져간 차우원이 손쉽게 병을 깨뜨리고 그 안의 사탕 같은 알약을 으스러뜨렸다.

“…….”

“…….”

이단우는 입이 말랐다.

차우원은 무표정했다.

“나 안 먹었어.”

“그래? 지금 몸 안 좋지.”

차우원이 갑자기 물었다. 이단우는 무작정 대답했다.

“응.”

“단단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게 낫지?”

“응.”

‘그게 뭔데?’

대답하고서 의문이 들었으나 차우원은 이미 바싹 다가와 있었다.

“아무래도 손톱이 점막에 상처를 낼 수도 있으니까. 나도 혀가 나은 것 같다.”

그가 이단우의 턱을 쥐고 고정시켰다. 그대로 고개를 꺾고 입 맞췄다. 멍하니 벌어진 입으로 차우원이 들어와 안을 훑었다.

‘아니…….’

이단우는 숨도 못 쉬고 불심 검문을 받아 냈다……. 그는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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