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111화 (111/170)

111.

차우원의 커다란 손이 단우의 얼굴을 감싸듯이 쥐었다. 그 상태로 고개가 휙휙 돌아가서 단우는 얼이 빠졌다.

‘뭐야.’

벌어진 입으로 차우원의 손이 들어왔다. 볼 안쪽의 여린 점막과 치아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밖으로 나갔다.

“외상은 없네. 마력을 좀 아껴 봐. 자꾸 속이 상하잖아.”

‘기절해 있는 놈 마력 회로 뒤틀린 건 안 살펴보는 건가?’

단우는 의문이었다.

“……그 상황에서 마력 아꼈으면 내상으로 그쳤겠어?”

“하하. 그렇기는 해.”

차우원에게 힐링 포션을 받아 마시며 단우는 인상을 썼다.

“그러니까 빨리 성검이나 차지하라고. 저게 주인을 만나야 사고를 안 칠 거 아니야.”

“내가 치원이처럼 사고 치면 어떡하게?”

“죽이진 않을 테니까 걱정 말고.”

단우는 듬직하게 장담하고 차우원을 봤다.

‘넘어왔나?’

차우원은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하!”

난장판이 된 아지트에서 멀쩡한 건 단우가 침대로 쓰는 소파와 몇 가지 가구밖에 없었다. 차치원을 눕혀 놓은, 소서정이 시끄럽게 굴어서 구비한 3인용 소파도 가죽에 흠집이 났다.

겉모습은 단정한 차치원도 그 위에 눕혀 놓으니 어디서 쫓겨난 사람 같았다. 그러나 차우원은 온전해서 단우는 가슴이 술렁거렸다.

“단우야, 든든하다. 하지만 내가 싫어.”

차우원의 손이 차가웠다. 포션을 묻힌 채 이단우의 코밑과 입가를 닦아 내고 있었다.

피가 말라붙은 살갗을 지나가서, 그의 엄지가 붉어졌다. 그걸 가슴팍에 닦아 내고 그가 다시 웃었다.

“또 이렇게 다치면 내 마음이 아프잖아.”

“…….”

“나는 안 돼.”

단우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책망하는 듯한, 그러나 애정이 담긴 시선이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단우는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아니야.’

차우원은 이단우가 아니었다. 스승님을 죽여 놓고, 차우원이 괴로워하던 모습을 봤으면서도.

어쩌면 차우원의 다정함에 다른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고, 뻔뻔하게 기대하는 이단우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스승님을 죽인 이단우를 그가 어떻게 아낄 수 있겠는가?

-스승님이 말한 ‘불쌍한 애’가 너잖아.

단우는 두 손으로 귀를 감쌌다. 다시 그 말을 되새기려 했다. 차우원이 이단우를 거두며 했던 말을.

자신이 개같이 굴 때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동정심이야.’

이단우는 충분히 불쌍하지 않은가? 스무 살의 차우원도 그가 부모님을 어디서 잃었는지 알았다. 차우원은 비극의 생존자를 동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차우원은 더 이상 단우의 눈을 보고 있지 않았다.

초조해서 훑고 있던 입술에 그의 시선이 고정됐다. 그의 표정이 변하는 게 보였다. 단우는 이제 입술도 핥을 수 없었다. 달싹이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차우원과 눈이 마주쳤다.

단우는 심장이 떨어졌다.

‘아니, 동정이 아니라…….’

욕망이다.

차우원의 손이 뜨거웠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손이 얼굴을 감싸고 있어서 물러날 곳도 없었다.

“왜 그런지 알고 있잖아.”

차우원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단우는 여전히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였다. 피는 한참 전에 멎었는데 어지러웠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차우원이, 이단우의 뒷목을 잡아 고정시킨 채 다가왔다. 고개를 기울인 채로.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단우는 밀어낼 수 있었다.

스무 살의 차우원이 모르는 게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단우는 일어나야 했다.

‘차우원이 이단우를 욕망한다.’

그러나 꿈에서도 꿔본 적 없는 명제가 단우를 주저앉혔다. 다리의 힘을 빼고 몸의 의지를 앗아갔다.

단우는 차우원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입을 열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위층 침실로 올라가는 동안 단우는 다리가 몇 번 꼬였다. 어디에 손을 두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가슴팍은 서로에게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키가 달라서 걷는 속도도 맞지 않는데, 그 상태로 계단으로 오르려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차우원은 잘만 사람을 잡고 입을 맞춰 댔다.

차우원의 시선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시선을 피하려고 단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도 ‘정말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들었다. 차우원이 자신을 욕망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현실성이 없어서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잘못된 길을 밟는 것처럼 공포에 질린 채 고개를 들면, 차우원은 입을 맞췄다. 깃털 같은 입맞춤이었고 단우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침실에 도달했을 때는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나 창밖이 환했다. 이단우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었다.

계단이 어두워서, 침실 문을 연 순간 시야가 밝아졌다. 차우원의 반듯한 얼굴이 초조감을 이기지 못하고 굳는 것이나 그의 목울대가 넘어가는 것까지 눈에 들어왔다.

이단우가 정신을 차렸다는 걸 차우원도 알았다. 그는 단우를 벽에 세워 둔 채 한 걸음 물러났다.

“싫으면 지금 말해. 지금이면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이성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쇳소리가 섞여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 스스로가 멋쩍은 것처럼, 차우원이 웃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 마.’

단우는 생각했다.

그는 약에 취하지 않았다. 포션의 효과로 회복된 몸은 현기증조차 나지 않았고 새 피를 공급받은 뇌는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어떤 변명거리도 없다.

그러나 단우의 손은 차우원의 멱살을 쥐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런 느낌이었나?’

차우원의 입 안은, 이상했다. 부드럽고 따듯했다.

기분 좋았다. 하지만 차우원은 제정신으로 보였다. 단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맞춰 주고 있다.

차우원이 핥았을 때 자신은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은데, 차우원은 멀쩡해서 단우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떻게 움직였더라?

‘이렇게……?’

단우는 생각했다. 그 생각에 골몰해 움직이느라 차우원의 신체 반응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의 모든 경험은 약에 취해 차우원과 한 게 다여서, 제정신도 아니었고 자신이 스스로 움직일 것도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았던 것 같은데…….

차우원은 죽을 노릇이었다.

말랑말랑한 혀가 입 안을 되는대로 핥고 있었다. 키스를 한다기보다 배운 것을 시도해 보는 학생에 가까운 태도였는데, 거기에 흥분하는 자신이 놀라웠다. 차우원은 단우의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손에 힘줄이 돋고 피가 빠르게 몸속을 내달렸다.

두 손을 항복하듯 올린 채, 차우원은 단우를 최대한 건드려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단우가 입맞춤을 멈추더니 턱부터 점점이 입술을 붙여 가며 애무를 시도했다.

‘미치겠네…….’

차우원은 정신이 아찔했다. 뭘 더 할 것도 없어서, 단우는 그냥 작은 소리를 내며 피부에 부드러운 입술을 대고 있을 뿐이었다. 차우원의 셔츠 단추를 풀어 가면서.

그게 누굴 따라 하는 건지 의심할 여지도 없어서 차우원은 정말이지 괴로워졌다. 그사이 셔츠 단추는 전부 풀렸다. 단우의 머리카락이 명치께를 간질이고, 입술은 배꼽 아래를 더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엄한 짓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차우원은 손으로 눈을 덮었다. 일말의 자제력을 되찾고 물었다.

“어디까지 내려가려고?”

농담처럼 말할 생각이었으나 그는 내뱉은 순간 실수를 알았다. 목소리가 너무 낮았다. 단우가 위협을 느낄 것 같다.

‘어디?’

단우는 자기가 어디를 애무하고 있는지는 의식하지 않았다. 차우원의 바지 버클을 마주하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이걸 내가 건드려도 되나?

그러다 고개를 들었는데 차우원의 단단한 배가 보였다. 복부에 힘을 주고 있어, 근육의 모양이 잡혀 있었다.

‘왜 이렇게 힘이 들어가 있지…….’

그런 생각은 잠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이단우의 몸은 이렇게 근육이 보기 좋게 잡히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뼈대가 가늘고 체질이 마른 탓이다. 속검을 쓰는데 큰 근육은 방해가 될 뿐이어서 그는 몸을 키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편이 더 효율이 좋다는 걸 이미 과거에 겪어 봐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련된 몸을 보는 건 좋았다. 차우원의 것은 이상적인 검사의 몸이었다. 검사라면 누구든 탐낼 수밖에 없는 종류여서 단우는 무심결에 차우원의 복부를 더듬었다. 피부는 건강하고 매끄러웠으며, 그 아래까지 탄력 있는 힘으로 꽉 차 있는 게 느껴졌다.

균형을 잡느라 단우는 한 손으로 차우원의 허벅지를 쥐고 있었다. 순간 허벅지 근육이 단단해졌다.

손이 잡힌 건 그다음 일이었다.

‘……?’

마음껏 더듬던 손이 제지당해서, 단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차우원이 단정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뭘 궁금해하는 거야.”

그가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우를 밀어내지 않았다. 단우의 손을 가져가 더 아래로 내렸다. 단우는 그의 앞섶을 쥐게 됐다.

부피감 있는 게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거렸다. 언제 이렇게 된 거지? 믿기지 않아서 단우는 손을 뗄 수 없었다.

마치 단우가 원해서 허락했다는 듯이 차우원이 물었다.

“더 뭐가 궁금해, 단우야. 나도 궁금해해도 돼?”

그러며 차우원은 몸을 낮췄다. 이단우에게 몸을 붙이고 예민한 곳을 자신의 것으로 눌렀다.

“아……!”

이단우는 자신이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자신은 본래가 제대로 되먹은 곳이 없었다. 그가 놀란 건 다른 부분이었다.

‘정말이잖아.’

바지의 천 너머로 차우원의 흥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게 이상했다. 상대는 이단우인데.

이단우가 멍청한 짓을 해서 그가 달래 줘야 할 상황도 아닌데, 차우원의 손이 열기를 띤 채 자신을 쓸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단우는 의문이었다. 납득되지 않아서 두려웠다.

그는 잠시도 착각하고 싶지 않았다. 착각하면 자신이 차우원에게 뭘 바라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좀 더 들어가도 돼?”

따듯한 감촉이 귀를 덮었다. 축축하게 핥고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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