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100화(2부) (100/170)
  • 100.

    1차 공략팀의 합동 장례식은 센터와 길드 연합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백 명이 넘는 헌터가 희생된 게이트였다. 그곳의 재공략이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받을 사건이었는데, 희생된 헌터 대부분의 신원이 확인됐다. 유례없는 일에 뉴스가 내도록 전파를 탔다. 장례식에 관심이 쏠리는 건 물론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단우는 가장 주목받는 유족이었다.

    -이단우 헌터는 사건으로 열다섯 살에 양친을 잃고 친척 집에서 자랐으며, 열아홉 살에 각성해 이듬해 헌터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이후 친구들과 독립팀 ‘차우원 공격대’를 결성해 유례없는 속도로 팀을 성장시켜, 설립 3년 이하 독립팀들을 평가하는 ‘신진 독립팀’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였습니다.

    스튜디오에 앉은 기자가 이단우의 이력을 읊었다. 아나운서가 말을 받았다.

    -로 비극을 겪은 소년이 성장해, 게이트를 닫고 1차 공략의 희생자들을 구출해 낸 거군요.

    -그렇습니다. , 그러니까 현재 <리자드맨 밀림>으로 명명된 A급 던전은, 그 위험도와 변칙성 때문에 재공략이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단우 헌터와 차우원 공격대는 종말 예언 발표 직후 <리자드맨 밀림>의 공략권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두 곳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다른 한 곳이 이림이군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예. 기존 공략권을 가지고 있던 길드가 공략 의사가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리자드맨 밀림>의 경우, 1차 공략의 희생 때문에 어디서도 섣불리 공략 의사를 보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우원 공격대와 이림이 자원한 건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이림의 경우, 5대 길드로서의 책임감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차우원 공격대는 5대 길드가 아닌데요. 그냥 독립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이 경우 차우원 공격대의 특성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드문 일이지만, 이전 세대만 해도 친한 헌터들이 독립팀을 꾸려 활동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습니까?

    -차문경 공격대처럼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영웅팀과 마찬가지로, 차우원 공격대 역시 젊은 헌터들이 친분으로 순수하게 뭉친 팀입니다. 친구의 아픔을 공유한 동료들이 뜻을 모아 공략에 도전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단하네요! 1년 차 헌터들의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기도 하고요.

    이림 같은 거대 길드에서 재공략에 성공해도 사람들은 놀랐을 터였다. 그런데 공략대의 일원으로 신생 독립팀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 팀의 딜러인 이단우는 던전 안에서 부모님을 잃었다.

    -이단우가 누구야?

    생소해하던 사람들도 곧 그가 누구인지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아는 사람만 알던 차우원 공격대의 설립 과정과 활약상까지.

    종말이 시작됐다. 불안과 공포에 질려 있던 사람들은, 차문경을 빼닮은 그 아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가 만든 독립팀이 동료를 위해 목숨을 건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그 불가능한 공략을 성공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차우원 공격대는 차문경의 팀을 연상시켰다.

    ‘친구들이 만든 팀으로 A급 던전을 공략했다.’

    사람들은 영웅에게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

    평범하게 엘리트로 자라나 대형 길드에 들어간 신인이 가질 수 없는 어떤 것.

    차우원 공격대는 이번 공략으로 어떤 순수한 위상을 획득했다.

    그러나 명성은 언제나 좋은 일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 * *

    합동 장례식 이후 가족장이 개별적으로 열렸다. 매스컴의 관심 때문에 정부 측에서는 유족들에게 따로 사람을 붙였다.

    ‘관리 대상이 됐네.’

    그러나 차우원은 정부에서 모든 유족에게 이와 같은 배려를 했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헌터는 너무 고급 인력이었고, 또 지금은 그들이 가장 바쁠 시기였다.

    차우원은 센터에서도 우등생이었으나 교관들의 총애를 받는 편은 아니었다. 단순히 우수한 학생으로 여기며 다가가기엔 여러모로 다른 아이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우원도 교관들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교관들은 그에게 잘해 주었으나, 모든 대화가 ‘그래서 진로 결정은 했는지’, ‘센터에 남아서 받을 혜택이 무엇인지’로 흘러서야 즐거운 기분이 들 리 없었다. 특별 관리 대상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떠올랐을 뿐이다.

    단우는 아무래도 그 대상이 된 듯했다. 어쩌면 자신과 팀원들도 또다시.

    그러나 예전만큼 불쾌하지는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차우원은 감시당하는 기분을 좋아하지 않았다. 합동 장례식부터 곁을 맴돌던 정부 측 관계자가 거슬려야 마땅할 일인데, 차우원은 그를 거의 의식도 못 하고 있었다.

    빈소가 휑했다. 상주는 이단우 혼자였다. 조문객도 많지는 않았다. 길드 소속이 아닌 헌터라는 건 다시 말해 프리랜서라, 직장 관계로 찾아올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입구는 기자들로 붐볐으나 그들은 장례식장 안까지 들어오지 못했다. 식장 자체를 팀에서 대여한 탓이다.

    적막한 빈소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은 이단우였다.

    “다른 가족분은 없으십니까?”

    정부 측 관계자의 질문에 “이모가 있어요.”라고 대답한 뒤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에게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해서, 차우원은 아무 저지 없이 그의 곁에 붙어 있을 수 있었다.

    이단우는 어린애처럼 순순했다. 차우원이 “물 마시자”고 하면 입을 벌려 물을 받아 마셨고 “밥 먹자” 하면 또 주는 대로 먹었다.

    그리고 차우원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몸 어딘가를 차우원에게 붙인 채 계속 멍하니 있어서 차우원은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단우는 눈을 들어 차우원을 쳐다봤다. “물 가져올게.” 하고 이유를 말하면 고개를 끄덕였으나 시선은 떼지 않았다. 차우원이 돌아올 때까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이단우가 눈을 떼면 차우원이 사라질 거라고 믿는 사람처럼 굴어서, 차우원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었다.

    “좀 자둬.”

    차우원의 권유에 이단우는 눈을 감았다. 앉은 자세 그대로 눈만 감아서 차우원은 쓴웃음이 나왔다.

    “편하게 자. 친척분들 오시면 깨워 줄 테니까.”

    “응.”

    대답만 순순하다.

    눕지도 않고, 이단우는 등과 머리만 뒤에 기댄 채 앉아서 눈을 감았다. 손가락은 차우원의 검은 양복 상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다.

    옷자락에 신경이라도 있는 듯했다. 가슴께가 멍이 든 듯 아팠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다니 이상한 일이다.

    차우원은 온전히 단우의 보호자가 된 기분이었다.

    “여기 있을게. 어디 안 가.”

    약속하자 이단우의 가슴팍이 작게 들썩였다. 그의 숨이 깊어지는 걸 확인하고 차우원은 그를 안쪽에 눕혔다. 던전 클리어부터 장례식까지, 며칠을 눈도 붙이지 못한 탓에 이단우는 혼절하듯 잠들었다. 헌터의 기감은 예민했으나 의식이 사라진 상태에서 감각이 작동할 리 없었다.

    이단우의 눈을 덮으려 드는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걷어 주고 차우원은 일어났다. 그런데 팔이 무거웠다. 이단우의 손이 여전히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차우원은 겉옷을 그에게 덮어 주고 나갔다. 누구 한 명은 자리를 지켜야 할 테니까.

    “왔어?”

    나가 보니 소서정과 강울림이 와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그들은 장례식장이 낯설다는 태도였다.

    소서정이 어색하게 물었다.

    “이단우는?”

    “자고 있어.”

    차우원은 셔츠 윗단추를 풀어 목을 느슨하게 만들며 대답했다. 잠을 자지 못한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단우를 재우고 나자 급속히 피로해져서, 그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단우 친척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지.’

    그런데 연락이 간 지 한참일 텐데도 친척들은 연락이 없었다. 단우의 휴대폰도 울리지 않아서 차우원은 의문이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소서정이 숨죽여 물었다.

    “너 이단우가 비정기 게이트 희생자 가족인 거 알고 있었어?”

    “아니.”

    “너한테도 말을 안 했어? 어쩐지, 알면 네가 막았을 줄 알았어.”

    “뭘 말하는 거야?”

    차우원은 의문을 느꼈다.

    막다니. 던전 공략을 말하는 건 아닐 텐데…….

    “어? 너 몰라? 아, 식장이라 휴대폰을 못 봐서…….”

    소서정이 아차 하는 기색으로 입을 다물었다.

    사방에서 하도 떠들어 대서 차우원이 모를 줄은 몰랐다.

    언제나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손해 보기 마련인데, 소서정은 손해 보는 역할은 하기 싫었다.

    특히 이건 이단우의 가정사가 아닌가. 이단우에게 욕먹는 취미는 없었다.

    소서정은 ‘네가 말해’라는 표정으로 강울림에게 공을 떠넘겼다. 그러나 강울림은 신호를 알아듣지 못했다.

    “……?”

    “…….”

    “무슨 일이야, 서정아.”

    차우원이 부드럽게 재촉했다.

    소서정은 멍청한 강울림을 쳐다보는 걸 그만두고 머리를 헝클였다.

    “이단우네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 났던데. 그러니까, 친척이 이단우 학대했다고…….”

    차우원의 표정이 변했다.

    “서정아. 목소리 조금만 더 낮출래.”

    “어?”

    식장 안에 정부 측 관계자 외의 다른 사람은 없었다. 휴게실 안에 있는 건…….

    ‘이단우?’

    소서정은 즉시 볼륨을 줄였다. 차우원이 그를 복도 쪽으로 이끌었다.

    “그 얘기 자세히 듣고 싶은데.”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