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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55화 (55/170)

55.

물론 1센터에 오라는 게 제 발로 오란 소리는 아니었다.

팀원들을 불러 모으자마자 그들은 검은 차에 태워져 센터로 향하게 됐다.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정부 요원이 차 안에서 말했다.

“극비 임무입니다. 사실 이번 작전은 다른 대형 길드와의 공조가 계획되어 있었으나, 해당 길드장의 추천으로 <차우원 팀>에게 협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대형 길드?’

단우는 예감이 들었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받은 모든 임무를 해결하셨지요. 대부분이 던전 2차 공략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차우원 팀>과 같은 독립팀의 성과를 몹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야 대형 길드의 힘이 커지는 결과가 아니면 정부에서는 뭐든 환영할 것이다.

“이번 임무를 해결해 주신다면, 앞으로 저희와 많은 일을 함께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뭘 특혜를 주는 것처럼 말하냐.’

‘제발 함께해 주십시오’가 되어야 맞지 않는가?

단우는 절로 코웃음이 나왔으나 차우원이 적절하게 반응해서 정부 요원에게 들키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영광이네요.”

차는 센터에 도착했다.

지하에서 바로 숨겨진 장소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그들은 말 그대로 작전 수행하듯 위층으로 직행했다.

소서정은 차에 타서부터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뺨이 상기되어 있었다.

‘저게 좋아할 만한 작전이지.’

‘비밀 작전’이니 ‘정부 심처’니 하는 단어는 또 소서정의 가슴을 얼마나 뛰게 하겠는가?

‘정부에 대한 호감과 별개로.’

자신이 기밀에 접근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놈이었다.

아무튼 도착한 장소에는 단우가 예상하던 인물이 있었다. 청연 길드장이 두 팔을 벌리고 그들을 환영했다.

“오, 왔네. 연락 한번 없는 내 제자 차우원과, 매정하고 유능한 내 팬 이단우 헌터 아니야! 차우원 팀 다 모였네.”

‘역시였냐…….’

<차우원 팀>을 굳이 작전에 포함시키려 할 대형 길드는 하나뿐이지 않은가? 그것도 길드장이 나서서.

단우는 “안녕하셨어요.” 하며 인사하다가 입이 다물렸다. 그의 시선이 스승님 뒤에 있는 인물에 고정됐다.

앳되고 씩씩한 인상의 소년이 그곳에 서 있었다.

“아, 이쪽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겠네. 우원이 동생. 차치원이라고, 내 새 제자야.”

스승님이 차치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으스댔다.

단우는 멍해졌다.

새 제자라니…….

‘정부 헌터 관리국 소속이어야 할 애가 왜?’

과거 스승님에겐 제자가 둘뿐이었는데 첫째가 차우원이고 두 번째가 이단우였다. 차치원이 스승님의 제자로 들어갔던 적은 없다.

미래에 차치원은 아예 센터로 들어가는 인물이었고……. 청연 길드와는 어떤 연관 관계도 없었다.

차치원이 앳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드립니다. 이번 작전에 함께하게 된 차치원이라고 합니다. 아직 수련생 신분이지만,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가 씩씩하게 말했다.

정부 요원은 별말이 없었다. 정부 작전에 대형 길드의 길드장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양보라, 그 길드장이 막 들인 제자를 시종으로 데려오든 말든 그가 말을 얹을 입장이 아니기도 했다.

이단우는 모르고 있었으나 청연 길마는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참 탐나는데 말이야.’

그는 평생 제자 욕심을 부려 본 적이 없었는데 이단우는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다들 ‘네 검술이 아깝다. 네 나이에 무슨 현역 활동이냐. 그만 슬슬 뒤로 빠져서 제자 육성이나 해라. 그것도 큰일이다.’ 말하기는 했다. 그러면서 들이미는 유망주들은 하나같이 눈에 안 찼지만.

‘첫 제자가 너무 잘나서 그래.’

차우원 때문에 눈이 높아졌다.

제 첫째 조카는 청출어람이 무슨 뜻인지 온몸으로 알려 주던 제자였다.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알고, 가르치지 않은 것도 스스로 깨우친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죽순 키우듯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새 저만치 커 있는 애를 대하다가 다른 애들을 가르치려니 절로 한숨이 나오고 두통이 이는 것이다.

‘내가 좋은 스승이 아니라 혹시 제자가 좋은 제자였던 건가?’

청연 길마는 자신의 가르치는 능력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차우원 이후로 만난 유망주들과 신입들 덕분에 현실감을 되찾았다.

생각해 보면 차우원은 누가 키워도 보석이 될 만한 원석이기는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단우는 차우원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헌터였는데, 일단 검을 쓰는 방식부터 그랬다.

차우원은 자신의 검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중검으로 상대를 정석적으로 몰아붙였고, 공격이 물러섬 없이 이어지며 앞으로 나가는 검이었다.

이단우는 반대로 먼저 몸을 붙여서 굉장한 쾌검으로 초근접전을 펼치는 식으로 검술을 구사했다.

그러나 검로 자체는 청연 길마에게 익숙했다. 움직임은 단순했으나 대단히 빠르고, 약점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

좀 더 가르치면 더 유려하고 세련된 유형의 쾌검을 구사하지 않을까…….

라는 게 청연 길마의 욕심이었다.

‘그런데 꼬셔도 넘어오질 않는단 말이야.’

보면 볼수록 아까워서 청연 길마는 입만 쩝쩝거렸다.

“저 사람이 스승님께서 제자로 삼아 주겠다고 했는데 감히 거절한 사람이군요! 제가 멋지게 이겨서 스승님의 명예를 회복하겠습니다.”

새로 들인 제자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

순진하고 씩씩한 게 참 귀여운 녀석이었다.

‘다 들린다, 인마.’

청연 길마는 차치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생각했다.

차치원은 리더…… 그 차문경의 둘째인 것치고는 별 재주가 없는 애였다. 일단 검술에 대단한 재능이 있지는 않았는데 형 때문인지 검을 쓰겠다고 고집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 때문인지 창을 쓰겠다더니.’

창은 검보다 더 엉망이어서 볼 것도 없었다.

애초에 청연 길마는 창술은 전혀 몰랐다. 차문경이 좁은 통로에서도 창으로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꿰뚫어 죽이는 걸 보고 ‘창이 인류 최고의 무기가 아닐까?’ 생각했던 게 창술에 대해 그가 유일하게 생각한 순간일 정도였다.

평소였다면 청연 길마는 차치원을 제자로 받지 않았을 터였다.

‘차우원 같은 애가 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단우는 진짜 제자 안 돼 주려나.’

그러나 청연 길마는 간만에 제자로 받고 싶던 애한테 거절당해서 몹시 외롭던 차였다. 청연에 들어와 줄 거라고 생각했던 제자도 독립팀으로 가 버렸고.

그는 과거 <차문경 팀>의 일원이었으나, <종말>의 여파를 막다가 저주에 걸렸다. 그 때문에 <최후의 던전>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 안에서 차문경을 지키지 못한 게 청연 길마 인생의 가장 큰 후회였다.

‘내가 얼마나 더 살지도 모르겠고.’

저주의 여파는 그의 몸을 계속해서 갉아먹었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몸은 죽어 가고 있었다.

형이 전화해서 늘 하던 소리를 늘어놓다가 ‘치원이를 키워 보는 건 어떠니’ 했을 때 충동적으로 부탁을 들어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보내요. 실력 한번 볼게요.

‘나는 이게 문제야.’

사람이 충동적이다.

그랬으니 대형 길드를 차 버린 채 <차문경 팀>에도 들어갔고. 그곳에서 차문경을 만났기에 후회는 없지만.

청연 길마는 사실 차우원이 독립팀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어머니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애가 영 반응이 시큰둥하더니 역시 하는 짓은 차문경과 비슷하지 않은가?

<차우원 팀>의 다른 팀원들도 반짝반짝한 게 빛나는 원석들이었다. 다가올 종말은 저들이 막겠지만.

‘아, 아깝다.’

이단우를 보며 청연 길마는 씩 웃었다. 이단우가 미간을 좁히며 ‘뭔데요’ 하는 표정으로 마주 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차치원의 말을 들은 게 틀림없었다.

‘어린애가 하는 소리잖아.’

청연 길마는 기분 나빠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일부러 들으라고 말했다.

“아이고, 자신만만해라. 네가 이기긴 아직 무리지. 수련이나 해라.”

“아, 스승님!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차치원의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그가 얼굴을 붉히며 항의했다.

이단우는 그 광경이 신경 쓰였다.

과거로 돌아온 뒤, 단우는 다시 차치원을 만나게 될 상황을 대비해 왔다.

‘트라우마라도 생기는 건 아니겠지.’

단우는 헌터답게 약점이 생기는 걸 죽도록 싫어했는데, 이미 약점투성이인 몸에 새로운 약점을 더하고 싶진 않았다.

그가 누구한테 맞았다고 기가 죽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차우원에게 그렇게 맞아 놓고 수도 없이 다시 덤볐을 리가 없다.

그러나 죽음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보통 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으니, 단우 자신이 저를 죽인 놈한테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상상이 안 갔다.

쓸데없는 트라우마가 생긴다면, 차치원에게 정식 결투를 신청해 그를 죽기 직전까지 밟아 놓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애초에 딜링 능력으로 차치원은 단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경험 없는 어린 차치원이라면 더욱 그랬다.

‘한번 밟아 놓으면 트라우마도 고개를 안 들겠지.’

대충 생각은 해 놨는데…….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단우는 심장이 빠르게 뛰지도, 숨이 막히지도 않았다. 공포에 질리지도 않았고…….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차치원을 이렇게 빨리 만날 줄 몰랐다. 그를 만나는 자리가 스승님의 두 번째 제자를 소개받는 상황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저곳은 단우의 자리였는데.

<이단우 팀>에서 차치원은 탱커였다. 적성에 안 맞는 검사 클래스를 걷고 있다가 차우원의 죽음 이후 그는 클래스를 바꿨다.

그러고도 <최후의 던전>에서 활약할 만큼 재능 있는 놈이었다.

왜 그때까지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형을 그렇게 동경하던 놈이었으니까.’

그가 정부에 들어갔던 것도 청연과 정부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 명령이라고 했었나.

-형이 길드와 정부 간의 갈등을 막길 원했어요. 그래서 저는 센터에 들어간 거예요.

차치원이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서, 이단우는 차우원이 죽은 뒤에도 그가 좋은 놈이었다는 것만 확인했다.

어쨌든 어수선한 인사가 끝나자 정부 요원은 브리핑을 시작했다.

“여러분……. 이 사건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뭔데 분위기를 잡냐.’

서로 인사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데…….

이즈음에 큰 사건이 또 있었던가?

이단우는 잠시 고민해 봤지만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러분이 막아 주셔야 할 일은…… 던전 마정석 탈취 사건입니다.”

‘아,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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