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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4화 (14/170)
  • 14.

    택시 운전사가 목적지를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그는 ‘이 새벽에 어린애들이 콜택시를’이라고 생각하는 표정으로 백미러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우야, 집이 어디야.”

    차우원이 물었다. 밤새 조사받느라 경찰서에서 날이 새도록 있었는데도 그는 멀쩡한 얼굴이었다.

    그의 변호사가 불려 왔다면 일이 더 빨리 끝났겠으나, 단우는 그걸 원치 않았다.

    -우리 팀 일인데 네 변호사를 부르는 것도 웃기잖아. 이 팀은 초반부터 집안빨 받아 성공했다는 소리는 못 듣게 하고 싶거든.

    단우가 멋지게 설득한 말에 차우원도 동의했다.

    -그것도 그렇다. 사실 변호사가 와도 할 일 없을 것 같은데.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러면서 차우원은 어깨를 떨었다.

    ‘100퍼센트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단우는 깨달았으나 지적하지 않았다. 사태를 키운 건 그들이었으나 애초에 사건의 발단은 붙잡힌 놈들이 나쁜 놈이었던 탓이 아닌가?

    차우원은 약자에게 관대하고 질 나쁜 놈들에게 냉혹했기 때문에 경찰 앞에서 헛소리를 할 리도 없다.

    차우원을 아는 센터 관계자의 도움까지도 필요 없었다.

    그들이 버스 강도를 잡을 때 만난 경찰들이 먼저 알은척을 해 줬기 때문이다.

    “세상에, 잡힌 친구를 구하러 오신 거군요! 정말 멋져요.”

    “역시 차우원 님과 이단우 씨예요.”

    “그런데 왜 신고를 안 하시고…….”

    이단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친구가 실종돼서 연락이 없는데, 간신히 어디 있는지만 알게 된 상황이어서요. 이렇게 사태가 심각할 줄 몰랐어요.”

    “이단우 씨는 센터 연수생 출신이 아니신데 강울림 씨와 친하셨군요! 혹시 관계가…….”

    ‘예리한데…….’

    “잠깐 소식이 끊겼지만 어릴 적 친구였는데요.”

    경찰 후배가 감탄했다.

    “아! 그랬군요. 역시 세상이 좁아요. 알고 보니 또 강울림 씨는 차우원 님 친구분이시기도 하고!”

    “거기서 그럼 두 분이 우연히 만나신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둘이 뜻이 맞아서 울림이를 구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많이 친해지셨군요! 두 분처럼 정의롭고 강한 분들이 친구라니 너무 좋아요! 잘 어울려요!”

    후배가 좋아했다.

    “그것보다 깊은 사이긴 해요.”

    차우원이 말했다.

    “예?”

    “……?”

    단우도 차우원을 쳐다봤다.

    “둘이 공격대 결성했거든요. 앞으로 가끔 뵐지도 모르겠어요. 거점이 C시여서요.”

    “와아아아……!”

    “두 분 시험장에서 처음 봤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역시 인연이라는 게 알 수 없네요! 차우원 님은 틀림없이 청연에 들어가실 줄 알았는데……. 그때 서로 딱 알아보신 거예요?”

    “선배, 선배. 삼국지에서도 그랬잖아요. 유비랑 관우랑 장비도 서로를 바로 알아보고 도원결의 맺은 거 아니에요! 어떡하죠! 너무 설렌다!”

    “네가 설레서 어쩌려고?”

    그들이 요란하게 조사를 해 줘서 굳이 단우와 차우원을 재차 귀찮게 하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차우원의 집안도 집안인 데다 그들은 ‘키메라를 이용한 결투’라는 끔찍한 짓을 자행하던 조직을 일망타진한 영웅들이 아니던가? 그들을 더 귀찮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차우원의 품에는 키가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한도 안겨 있었다. 경찰들이 ‘아이고 힘드시죠, 친구분은 저희가 병원으로 보내 드릴게요.’ 했으나 이단우가 눈짓으로 신호한 탓이었다.

    “제 친구니까요.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고 계시는데, 바로 제가 데려가서 안심시켜 드리고 싶어요.”

    “아, 그것도 그렇겠네요! 하지만 친구분이 정신도 못 차리시고, 어디 크게 다치신 것 같은데…….”

    강울림의 부상은 키메라가 아니라 차우원이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이런 곳에 끌려와서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그것도 그렇네요! 세상에, 이렇게 어리고…… 음…… 어린데.”

    그 외에 강울림에게서 불쌍한 면을 차마 찾을 수는 없었는지, 경찰 후배가 입맛을 다셨다.

    강울림은 키가 2미터였는데 아직 성장기가 끝나지 않았다. 단우가 팀원이었을 때는 저것보다 더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던 것이다.

    튼튼하고 멍청한 강울림이 기절해 있는 동안, 차우원과 단우는 경찰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그들을 붙잡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택시에 올랐다.

    “D시 A동 E번지로 가 주세요.”

    단우는 강울림의 소지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확인했다. 경기장에 갇혀 있을 때 빼앗겼던 물건이었으나, 경찰이 압수해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거기가 네 집이야?”

    차우원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먼저 들를 데 있어.”

    단우가 다시 압수 물품을 뒤졌다. 차우원은 자신의 팀장이 어떤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남의 개인 물품에 손대는 데 거리낌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찾았다.”

    단우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강울림의 손가락을 가져갔다. 지문 인식으로 휴대폰 잠금이 열렸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단우의 얼굴을 비췄다. 차우원은 이제 다시 재미있어져서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그가 뭘 하나 지켜봤다.

    “여보세요.”

    단우가 입을 열었다.

    “저 울림이 친구인데요. 지금 울림이가 가족들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태여서요. 어머니 맞으시죠. 아버님은 계세요? ……아, 안 계시는구나. 괜찮아요. 어머님 지금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울림이가 의식이 없어서 데려가는 중인데요. 저희가 집으로 가도 되는지 모르겠어서요.”

    “…….”

    ‘저런 목소리도 낼 수 있었네.’

    얼핏 싹싹한 목소리라 차우원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단우가 미간을 찡그리고 있지만 않았다면 다정하고 상냥한 친구 같았을 것이다.

    이단우가 그러고 있던 이유는 폐부가 아파서였다.

    마력 촉진제의 부작용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아닌 안을 망가뜨렸는데, 오늘 사용한 양은 아직 약에 절여지지 않은 몸에 부담이 될 만한 분량이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난데없이 새벽에 전화를 받은 강울림의 어머니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우리 울림이가 어떻게 된 건가요?]

    “지금 말씀드리기는 조금 그렇고……. 금방 도착하니까 걱정 마세요. 건강에 크게 이상은 없어요.”

    [그래요……! 와 주세요. 고마워요. 우리 울림이가 왜…….]

    ‘이 가족은 사이가 좋다.’

    과거 강울림은 가족을 사랑했고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어머니가 가끔 도시락을 싸서 보내 줄 정도였으니 자기만 애틋한 것도 아니었으리라.

    그렇다면 강울림이 아프고 심신 미약일 적에 모든 일을 결정해 둬야 편치 않겠는가?

    원래 강울림은 머리가 좀 나쁜 놈이다. 어디서든 속을 놈이니, 그 전에 이단우가 속여 두는 게 나을 터였다.

    전화를 끊고 단우가 말했다.

    “일단 강울림부터 팀에 넣자.”

    차우원이 시계를 봤다.

    “새벽 네 시가 사람 영입하기 좋은 시간이긴 하지.”

    “…….”

    단우는 오늘 두 번째 만난 놈에게 욕을 해도 되는지 잘 판단이 되지 않았다…….

    * * *

    “세상에! 울림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애가 왜 이래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아드님이 무슨 일 하고 있는지 모르셨나요.”

    단우가 물었다. 강울림의 어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들 말로는 멀리 일하러 간다고……. 고생은 하겠지만 크게 돈 벌 일이 있다고, 너무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했는데…….”

    ‘크게 돈을 버는데 어떻게 위험이 없냐.’

    단우는 그녀의 순진함이 놀라웠다. 이런 부모 밑에서 컸으니 강울림이 단순하고 사람 잘 믿는 성격으로 자랐을 터였다.

    “울림이 불법 격투장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는데요. 목숨 걸고 일하면서 돈 벌고 있었습니다. 안 위험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오늘 잘못했으면 울림이 다시 못 보실 수도 있었어요. 적어도 사지 멀쩡한 꼴로는 못 보셨을걸요.”

    “아…….”

    쓰러지려는 어머니를 차우원이 잡았다.

    “단우야. 그렇게 설명드리면 이해 못 하시잖아.”

    ‘……?’

    ‘충격받으시잖아’가 아니다.

    단우는 의아했으나 사회성으로는 차우원이 그보다 몇 수 위였다. 단우가 침묵한 채 설명을 맡기자 차우원은 ‘강울림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으며, 오늘 정말 위험할 뻔했는데 우리가 구했다’는 사실을 찬찬히 말했다.

    강울림 어머니는 심장에 손을 얹고 들었다. 금방이라도 혼절할 듯한 표정이었다.

    “얘가…… 얘가 그런 일을……! 나는 조금도 모르고……! 얘가 정말……!”

    “그래서 말인데요. 일단 조직이 무너지고 강울림 몸도 빼낸 건 좋은데, 그쪽에서 조사하다 보면 강울림 또 찾을 것 같거든요.”

    “왜, 왜요?”

    어머니의 눈이 커졌다.

    “원래 그런 데가 집요하잖아요. 대충 봐도 돈 나올 구석인데 놔줄 필요도 없고, 계약서 남아 있겠다, 잡아 올 힘도 있겠다, 찾아오겠죠.”

    단우는 단순하게 설명했다.

    ‘내가 그렇게 안 두겠지만.’

    “……그럼 어떡하죠!”

    어머니가 절박하게 물었다. 그리고 차우원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

    현실은 단우가 알려 줬는데 왜 차우원에게 매달린단 말인가?

    차우원이 다정하고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괜찮아요. 방법이 있으니까요. 저희 울림이 친구예요. 도와드리려고 온 거예요.”

    어쨌든 차우원은 영리한 놈이라 자기가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울림이 어떻게 살릴 수 있나요!”

    ‘아니, 걔 끌려가도 안 죽는데.’

    하지만 그 사실이 위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단우가 말했다.

    “계약서 쓰시죠. 저희가 울림이 보호할게요.”

    “……?”

    “빚도 갚아 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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