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술은 특별합니다-134화 (134/175)

< 134잔. 상상도 못한. >

5.

하이볼이라니.

이건 무슨 의미일까. 나온 잔에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 경악이 자리한다.

하이볼이라는 잔이 바에서 나올 수 없는 잔인 것은 아니다. 하이볼은 전체 순위에 포함한다면 바에서도 언제나 잘 나가는 칵테일 중 한 손에 꼽힐 정도니까.

허나, 지금은 다르지 않나.

대회에 참석하는 중이고 또 심사고. 아니, 그런 걸 모두 차치하고라도.

지금은 퍼펙트 서브라는 주문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바텐더가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부어 실력을 뽐내기 좋은 절호의 기회에 하이볼이라는 단순한 잔이 나오니.

누가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나.

모두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아리는 상황이었다.

“흠. 이게, 차정환 바텐더님의 퍼펙트 서브란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기주는 위스키로 정해주셨기에 이런 잔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눈을 한곳에 못 두며 연신 주변을 둘러보는 이들과 달리 이 잔을 내어온 바텐더의 모습은 평안하다.

그는 자신이 건넨 잔에 확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하이볼이라···. 예상외라는 말 밖에는 안 나오네요. 허허. 아. 물론 어떤 예단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김광수 디렉터의 어투에는 진한 진심이 묻어 있었다.

“뭐, 우선, 맛을 봐야겠네요. 백성민 바텐더님. 같이 드실까요?”

“그러시죠···.”

묻고 싶은 건 많았다. 왜 이 잔이 나왔는지, 또 어째서 하필이면 지금 이 잔인지.

하지만, 지금은 심사를 봐야 하는 상황이고 제일 중요한 건 우선 맛을 보고 평가를 하는 것.

김광수 디렉터는 우선 한입을 마신 후에야 모든 의문을 해결해 보기로 했다.

평범한 하이볼이 한잔, 그의 입으로 향했다.

예상가는 맛이야 없진 않았다. 위스키의 진한 맛을 희석한,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청량한 그런 맛이 있겠지.

펍이나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판매하는 레몬즙 등을 넣은 것과는 다른 전통 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심심한 하이볼.

김광수 디렉터는 그런 맛을 떠올리며 잔을 예상했다.

상황이 다른 상황이었다면 어떤 하이볼일지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하이볼에 기주로 쓰이는 위스키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나.

허나, 지금은 대회 중이다. 하나의 주최사가 있고 또 그곳에서 나온 술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

김광수 디렉터는 자신이 속한 회사의 위스키 중 하이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위스키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아까 썼던 조니워커 블랙이겠지.’

피트함을 가지고 있고 또 특유의 잘 블렌딩된 조화가 공존하는 술이 블랙 라벨이다.

개성이 강한 싱글 몰트도 몇 종을 출시하고 있는 회사지만, 이는 하이볼에는 적절하지 않기에 그의 예상은 블랙 라벨 쪽으로 기울었다.

마시기 전의 감상을 말하자면 이건 악수(惡手)일 것이다. 티를 낼 수는 없는 예단이지만 그의 머리는 강하게 그런 생각을 품었다.

앞서 이미 두 잔의 위스키 베이스의 칵테일을 마셨다. 기주의 맛이 흐린 사워(Sour) 종류도 아닌 강하고 독한 종류로.

거기에 기주마저 한 번은 겹치니, 자신의 혀가 여기 블랙 라벨로 만든 하이볼에서 새로움을 느낄 일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를 저버린 채 술을 삼켰다.

- 호르르륵.

뭐. 실력이야 이제는 감탄하는 것도 지칠 정도다. 탄산은 잘 살렸고 은은히 도는 레몬의 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제 곧 치고 올 위스키의 향은 혀에 아무런 감상을 주지 못하겠지.

김광수 디렉터의 머리에 그런 생각이 스칠 때.

!!

그의 혀에 무언가 색다른 감각이 스친다. 이건 조금 다른 종류의 느낌이라.

그는 혀를 감싸는 부드러움에서 이를 필연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블랙 라벨이 아닌가?’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기주에 대해 자신이 잘못 예상했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의 교수를 맡으며 본사의 술이란 술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이건, 분명 블랙 라벨의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블랙 라벨이 아니란 생각을 두어도 종류는 제한된다.

‘그보다 위에 있는 그린이나 블루?’

아니. 그것도 아닐 것이다. 그린 라벨은 블렌디드 위스키인 다른 제품군과 달리 퓨어 몰트라 불리는 몰트만을 배합한 제품군으로 자신이 몰라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일 수도 있다는 말인데. 김광수 디렉터는 이마저 부정하기로 한다.

제아무리 심사라지만, 허락 없이 손님에게 블루 라벨이나 되는 고가의 술을 기주로 제공하는 건 바텐더로서 실격인 일일 테니까.

‘그렇다면···’

답은 아래로 향해야 한다. 블랙보다 한 단계 아래인 레드 라벨.

허나, 김광수 디렉터는 잠시간의 시간에도 그마저 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혀를 감싸는 맛은 그린에서 오는 특유의 개성도, 레드에서 오는 특유의 저가형 알콜 부즈도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의 혀를 감싸는 건, 그저 부드러움. 즉, 포근함이었으니까.

그는 자사의 제품군 중 떠오르는 게 없자, 이내 예상을 그만두기로 했다.

- 툭.

그의 손에 들린 하이볼 잔이 힘없이 내려왔다.

“입에는 맞으신가요?”

때마침 바텐더의 질문이 그를 향한다. 들려줄 순 없겠지만 솔직한 마음은.

정말 입에 잘 맞다는 말일 것이다.

앞서 강렬한 맛으로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혀를 이번 잔이 따스하게 위로해줬다.

배합 역시 좋았고 탄산은 말해 뭣하겠나.

그저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조금 다른 방향의 문제일 것이다.

“···좋네요. 부드럽고. 바에서 마실 수 있는 하이볼의 특징을 잘 담았군요. 단지···”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기주.”

심사장은 조금 눈을 낮게 깔며 바텐더를 응시했다.

“기주가, 제 생각에는 우리 회사의 위스키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규정 위반인 건 알고 있으시겠죠?”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다른 위스키를 썼다는 말입니까? 그건 실격 사유입니다.”

엄연히 자본이 투입된 대회고 이를 주관하는 사기업이 있다. 우승자에게는 주어지는 혜택 역시 있고.

그런 만큼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제약이 바로 주관사의 술만을 써야 한다는 것.

특히나 본사에 직원으로 고용된 심사 위원인 김광수 디렉터에게는 이 역시 중요한 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실격 사유인 걸 알고 있냐는 물음에 안다는 답을 했을 뿐입니다. 전,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쓰지 않았습니다.”

!

정환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온다.

“우리···회사의 제품을, 그것도 위스키를 썼다는 말입니까? 이 하이볼에 들어가는 위스키로···?”

“네. 당연히요.”

!

다행이란 말을 해야 할까. 김광수 디렉터는 잃어버린 초점의 눈으로 양옆으로 오갔다.

어쩌면 다행일 수는 있다. 여기서 어이없는 사유로 내치기에는 아까운 바텐더니까.

하지만, 연이어 나오는 생각은.

자사의 위스키 중 자신이 아는 한 이렇게 부드러운 맛을 내는 위스키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 본사 아카데미 교육과 주류 디렉팅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바에서 사용되는 위스키 중 이런 맛을 내는 제품은···”

“있습니다.”

없다. 그런 단언이 나오기도 전에. 정환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손님의 말을 가로챘다.

“···보여주시죠.”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손님은 자신이 마신 잔에 들어간 술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바텐더는 언제나 손님을 속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를 공개해야 한다.

이건, 밀주가 성행하고 질 낮은 품질의 술을 팔던 서부 시대부터 내려온 절대 변하지 않는 바의 규칙.

정환 역시 이런 규칙을 어길 생각은 없었다.

“맛에 대한 예단이 있으실 것 같아 올려두진 않았습니다만.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정환은 자신이 부러 손에 속력을 붙인 이유와 함께 테이블 아래에서 작은 술병을 하나 꺼내왔다.

각진 모양에 곡선이 함께 담긴, 그리고 조금은 화려한 모양의 위스키가 한병, 테이블 위로 향했다.

!

“이, 이걸 쓰셨다구요?”

“허어···.”

“······.”

그리고 그 병을 보는 심사 위원들의 통일된 반응. 바텐더도, 또 글을 쓰는 이도.

거기에 술을 교육하고 이를 판매하는 이도. 모두 만나서는 안 될 이를 만난 표정이다.

이들이 마주한 위스키는.

“윈저···?”

윈저라 불리는 국산 위스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회사의 제품군이긴 했다.

정확히는 국산이라기보다는 국내 내수 판매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가져와 한국에서 판매만 하는 술이 바로 이 술이었으니까.

그래도 이건, 국내 회사에서 기획하여 만든 국산 위스키는 분명했다.

“정확히는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 윈저 17년 숙성입니다. 블렌딩된 원액 중 최저 숙성 연수가 17년이라는 뜻입니다.”

“와. 이걸 바에서 볼 줄은 몰랐네요! 이런 건···”

“룸. 조금은 은밀한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술이죠.”

오래된 술이고 또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술이기에 이채현 편집장도 백성민 바텐더도 윈저를 알아본다.

두 사람의 말처럼, 바라는 공간보다는 조금 은밀한 방안에서 흥겨운 노래와 함께 자주 볼 수 있는 술이 이 윈저였다.

“허, 참. 윈저라니···.”

김광수 디렉터는 나온 술의 정체를 보자, 허탈한 한숨을 내쉰다.

윈저라는 술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자신이 디렉팅하고 교육하는 술 중에는 윈저도 있으니까.

다만, 이런 자리에서. 또 이런 바에서.

저 윈저라는 녀석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였다. 옆에 앉은 두 사람은 김광수 디렉터의 저 한숨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 모르는 눈치다.

“왜···. 왜 하필이면 윈저를 쓴 겁니까?”

술을 정체를 알아챈 심사장은 곧장 심사에 들어간다. 저건 어떤 의미가 담긴 물음일까.

이런 곳에서, 또 바에서. 룸에서나 마시는 술을 가져왔다는 부정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 답은 바텐더에게 넘어갔다.

“지금 손님께 내기에 가장 알맞은 잔은 하이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자리였다면 다른 위스키를 고려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심사 중이니까요. 윈저는 분명, 귀사 소속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환은 날카롭게 날아오는 질문에 차분히 답을 한다. 얼핏 듣기로는 다른 술을 쓸 게 없어 윈저를 썼다는 말로 들릴 수 있었지만, 그의 의도는 그런 쪽에 있지는 않았다.

심사기에 이를 보는 이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 올드 패션드에 갓파더를 주문해서 맛을 보았던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마지막 잔에서도 기주가 되는 위스키의 맛이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윈저는 이런 중요한 기주의 성질을 잘 살릴 수 있는 위스키라. 정환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우리 제품군이라면 조니워커 블랙도 있고 레드도 있었을 겁니다. 아니, 다 떠나서 그린라벨 정도는 손님 허락 없이 써도 되었을 텐데요?”

“아뇨. 앞서 마신 잔들이 강한 향을 가진 잔들이었습니다. 딱 3잔을 마신다는 말씀을 들었고 마지막 잔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는 강한 맛보다는 부드러운 맛이 어울릴 거로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제품들은, 맛이 너무 강합니다.”

“그 부드러움이 이 윈저란 말씀이군요. 이건, 생각보다 취급이 좋지 않은 술이지 않나요?”

“오해라는 말씀을 남기고 싶습니다. 적어도 바텐더로서 제 생각은 이 윈저란 술이 그리 나쁜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싸구려 술은 아니다? 그런 의미인가요?”

“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째서죠? 다들 그렇게 생각할 텐데.”

따지듯 물어오는 강경한 어조에도 바텐더는 흔들림이 없다. 정환은 술병을 손에 들고는 찰랑이며 이를 손님에게 보여준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원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블렌더’라 불리는 사람의 역할이죠. 위스키의 맛을 잡고 성격을 결정해 주는 사람이 바로 이 블렌더입니다. 현재는 외국인 마스터 블렌더로 바뀐 상황이지만, 제일 처음 이 윈저를 기획하고 개발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명인이셨죠.”

!

“우리나라에 마스터 블렌더가 있었어요?”

“쉿.”

한국인 마스터 블렌더가 술을 만들었다는 말에 이채현 편집장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여준다.

업계에 깊게 관여하지 않은 그녀에게는 놀랄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좋은 마스터 블렌더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좋은 술은 아닙니다. 다만, 이 윈저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한국인이 밸런스를 잡은 술입니다. 거기에 한국의 위스키 섭취 문화는···”

“많이 마시고 말아 마시는 방식이고.”

“그렇습니다. 해서, 많이 마셔도 부담이 없는 부드러운 맛. 거기에 다른 음료와 섞이기에 좋은 맛. 그 맛을 애초에 상정하며 만든 위스키가 이 윈저였습니다.”

- 턱.

정환은 항변과 비슷한 설명을 마치며 윈저 술병을 손님 앞에 내려두었다.

“앞서 강한 위스키 베이스의 술을 두 잔이나 연달아 마신 손님께는 두 개의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더 강한 맛으로 인상을 심는 것과 부드러운 맛으로 입 안을 씻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전 후자로 하이볼을 택했고, 쓸 수 있는 술이 정해진 상태에서는 이 윈저가 퍼펙트한 서빙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명은 끝났으니, 이제 반응은 앞에 앉은 이의 몫이다. 그는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여전히 싸구려 술을 썼다며 핀잔을 줄까? 아마 아닐 것만 같다.

“재밌군요. 재밌어요. 하하하. 윈저라. 이걸 바에서 볼 줄이야!”

설명을 듣던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찾아온 진한 미소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맞아요! 윈저는 절대 그런 술이 아니지요. 허허! 부드럽고 포근하게 도는 꿀 향. 거기에 과실 향까지. 사실 무언갈 섞어 먹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술인데 말이지요! 2011년에는 국제 품평회에서 금메달도 받았고!”

술을 디렉팅하고 또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원석은 누구보다 잘 알아볼 자신이 있는 게 바로 자신.

언제나 자사의 제품군 중 저평가받던 윈저를 가장 아쉬워 하던 사람은 바로, 김광수 디렉터였다.

본인도 바에서, 또 심사에서, 대회에서. 이 술을 이용하는 바텐더가 나올 줄은 몰랐기에 잠시 머리를 비웠었지만.

그는 이 술을 절대 싸구려라거나 룸살롱 용이라 평가절하하는 이는 아니었다.

그가 조금 공격적으로 말을 물은 건. 그저 이 술에 대한 바텐더의 확신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거기에 강한 맛을 연달아 주며 우격다짐으로 인상을 심는 것보다 부드러움을 주는 길을 택했다니, 손님으로서도 또 한 명의 심사장이자 회사의 직원으로서도.

그의 선택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였다.

거기에 기주의 맛과 당사의 술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고 싶었던 그에게, 이 답안지는 만점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는 만족감이 가득해 보였다.

마지막 잔을 받고 던진 몇 마디의 질문 후로는 심사 위원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앞에 놓인 잔을 즐기는 모습이 전부.

이들의 잔은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자자. 다들 잔을 비운 것 같군요. 혹시 시간이 더 필요하신 분이 있으신가요?”

작은 노트에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긁적이던 김광수 디렉터가 자리를 정리한다.

아직 더 물을 말이 있다면 물으라는 마지막 신호.

이채현 편집장과 백성민 바텐더는 조용히 고개를 절레 저었다.

“차정환 바텐더님께서는 더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좋군요. 그럼.”

심사장은 참가자에게 마지막 의사를 확인하고는.

“월드 클래스 코리아 바텐더쉽 2차 심사. 참가자 차정환 바텐더님의 인 바 저징을 종료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심사가 끝났음을 알렸다.

***

1. 위스키 하이볼.

(위스키 + 탄산수)

-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칵테일, 위스키 하이볼입니다.

- 재료가 간단하죠? 네. 단지 위스키 음용법의 하나로 보기도 합니다.

- 시중에 판매되는 하이볼과 바에서 마시는 하이볼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 이자카야를 중심으로 하이볼에 레몬즙을 더한 잔이 많은데요, 정확히는 하이볼보다는 존 콜린스가 맞는 명칭일 것 같습니다.

- 그렇기에 바에서 하이볼을 주문하면 바텐더분이 되묻곤 합니다. 혹시, 어떤 하이볼을 원하세요? 라고요.

- 바에서 마시는 하이볼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다만, 정확한 한가지는 원래는 바텐더들만의 은어였다는 것입니다.

- 하이볼이라 불리는 이 칵테일의 진명은 위스키 앤 소다 입니다. 직관적이죠?

- '리플리 '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작중 나오는 재즈 음악인 Tu Vuò Fa' L'Americano라는 음악에 나오는 가사 중 위스키 앤 소다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흑백 시절이니, 진명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

2. 윈저 17년 숙성 블랜디드 스카치 위스키.

- 많은 오해를 받으며 취급이 좋지 않은 위스키, 윈저입니다.

- 대부분 만날 수 있는 곳이 룸^^이죠. 나이트든 살롱이든. 하지만, 전 집에서도 자주 마십니다.

- 싱글 몰트 위스키가 대유행을 몰고 왔습니다. 그에 따른 반동으로 블렌디드 위스키를 싱글 몰트보다 한단계 아래로 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 전 싱글 몰트 위스키 보다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좋아합니다.

- 한 증류소의 몰트만을 이용한 싱글 몰트 위스키는 강한 개성을 맛 볼 수 있는 반면, 몰트 위스키에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블렌디드는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블렌디드 위스키 중 현재 국내 시판 되는 '동급' 외산 위스키 포함, 윈저를 이길 품목은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 한국인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명인이 개발에 참여해 한때는 맛을 잡았던 술입니다. 현재는 오미나라로 독립하셔서 다른 술을 만들고 계십니다. 문경 바람과 오미로제 등이요.

- 2011년 IWSC 주류 품평회에서 17년산이 골든 메달을 받았을 정도로 평가가 좋은 술입니다.

- 다른 윈저 제품군이 40도를 넘지 않아 위스키라 부르기 모자란 반면, 12, 17, 21년 군의 제품은 40도를 넘는 진짜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 가격에 대한 오해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절대 저렴한 술이 아닙니다!

- 단순 가격 비교로 조니워커 블랙라벨이 100ML당 7800원(e마트 기준 반올림, 이하 같음)인 반면, 윈저 17년산의 경우 100ML당 8600원입니다.

- 이는 병입 용량이 적어 가격이 저렴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니워커 블랙 라벨의 경우 700ml 1병 54800원 정도지만, 윈저 17년의 경우 450ml 1병 38500원에 판매 중이기 때문입니다.

- 같은 용량(700ml)으로 봤을 경우 윈저의 가격이 59900원 정도로 더 값비싼 술이죠:) 단순 가격만 해도 말입니다.

- 이렇게 저렇게 보아도 위스키 입문자에게는 딱 좋은 술이라 생각합니다.

- 하이볼로 만들어도 맛있습니다!

- w, ice 등의 제품군이 있지만 40도가 넘지 않으므로 스카치 위스키라 볼 수 없습니다.

- 디아지오 소속의 주류였으나, 사모펀드에 매각되어 현재 미래가 불투명하기도 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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