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잔. 고든스.
4.
- 쾅!
하는 소리.
아마 그쯤이었을 거다.
- 뭐라고 표현했더라?
여기서 시작이었을 거고.
정환은 기준의 지난 시간을 되짚어 봤다.
눈을 감고 정해진 용량보다 많은 레몬주스를 뚝뚝 흘리고 있는 기준의 표정이,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
이제 더 해야 할 일은 싱가폴 슬링의 기주(基酒)인 진을 넣고 셰이킹을 해주는 것.
그것만이 남았음에도 기준의 손은 멈춘 채, 그대로 갈 곳을 잃은 것 같았다.
‘분명 라임 주스가···’
얼마나 더 들어갔을까.
아마 못해도 5ml에서 10ml.
정해진 용량보다는 그만큼의 양이 더 셰이커 안으로 흘러들었을 것이다.
누구는 물을지도 모른다. 고작 5, 10ml 오버한 레몬주스가 무슨 조화를 부리겠냐고.
그럼 정환은 답할 것이다.
고작 5ml라도, 10ml라도.
바텐더의 계산을 벗어난 계량은 칵테일의 맛을 변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 거라고.
밸런스란 그런 것이다.
한쪽이 과하면 다른 쪽도 함께 무너지는 것.
그래서 칵테일이 더 섬세하고 더 민감한 술로 취급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조금의 계량 실수가 결국에는 결과물의 실수로 이어지고 마는 것.
그게, 바텐더의 실수를 뜻했다.
맛없는 술을.
밸런스가 무너진 술을 그대로 손님에게 내는 방법도 있다.
술을 잘 모르는 손님, 특히나 자신이 주문한 칵테일을 잘 모르는 손님에게는 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또, 손님이 그 칵테일의 맛을 안다고 해도 우기는 방법도 있다. 이건 우리 가게만의 레시피다. 이게 우리의 맛이다. 라고.
하지만, 아르센은.
그 어떤 방법도 쓰지 않는.
말 그대로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강남의 오센틱한 바였다.
오센틱 바에서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칵테일 메이킹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의 바텐더는 결국 한 가게를 상징하는 칵테일을 만들게 된다.
그가 실제로 바 내에서 어떤 위치고 어떤 경력인지를 손님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그 바의 명찰을 찬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었고 그게 맛있었느냐 맛이 없었느냐.
그걸로 손님의 평가는 끝.
그렇기에 각 바에서 바텐더에게 칵테일 메이킹을 허락하는 건 신중하고도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그 바텐더의 실력이, 바의 실력을 대변하는 것이니까.
“······.”
- 덜덜덜.
손이 떨리는 모습을 보니, 눈앞은 이미 새하얗게 변했을 거다. 정환은 서둘러 움직여야 할 순간에도 굳은 채 서 있는 기준을 보며 그의 상태를 짐작했다.
어렵사리 길을 걸어와 이제 막 칵테일 메이킹을 허락받았지만, 그는 아직 초심자였다.
오늘에야 손님에게 칵테일을 내보이는 초심자.
그런 그에게 여느 바텐더라도 할 수 있는 이 실수는.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을 게 분명했다.
“기준 형···”
정환은 슬쩍 등으로 기준의 손을 가리며 기준의 옆으로 붙어 섰다.
바텐더는 실수하지 않는 인물일까.
정환은 이런 물음에 단언컨대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다.
자신 역시 손이 미끄러져 잔을 놓친 적도 있고 때로는 셰이커를 중간에서 놓쳐 바 안을 온통 술바닥으로 만든 적도 있다.
허나, 그게 데뷔전에서.
또 처음으로 손님을 응대하는 자리에서는.
아니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지만.
‘···완전히 굳어 버렸네···’
정환은 그간 첫걸음에 미끄러지는 바텐더를 많이 목격했다. 첫날에 겪은 일이 큰 트라우마가 되어 이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다시는 셰이커를 잡지 못하는 일도 바씬에서는 다반사였다.
제아무리 손기술이 좋은 바텐더라도.
결국에는 이런 멘탈적인 부분에서, 때로는 약점을 보이곤 했다.
사실 이런 경우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환은 이런 실수를 되돌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저 한 번 밝게 웃는 것.
- 하하, 실수했네요.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말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정환은 모르지 않았다.
허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기준은 저런 너스레를 떨 정도로 성격이 밝은 바텐더도 아니었고, 또 그런 경험이 있는 노련한 바텐더는 더욱 아니었다.
선임으로 일하는 바텐더가 이명진과 신정우였다. 바백으로 일하며 그들의 실수를 한 번이라도 봤으면 모른다. 허나, 기준은 실수란 말을 전혀 달고 살지 않던 둘 밑에서 일을 배웠다.
즉, 실수에 대한 경험치가.
기준에게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거 쉽지 않네···’
무언가 도와야 한다. 바백은 결국엔 프론트 바텐더를 서포트하는 역할. 실수했든 완벽한 메이킹을 했든 바백은 그를 도와야 한다.
정환은 계속해서 등으로 기준을 가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등을 두드렸다.
- 톡톡톡.
맛을 보라.
우선은 맛을 보고 판단하라.
정환은 그런 사인을 기준에게 보냈다.
바텐더는 칵테일을 만들며 늘 중간에 맛을 체크한다. 직접 마신다는 말보다는 찍어 먹는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방식.
바 스푼으로 배합된 액체를 찍어 손등에 한 방울 올린 뒤 흡입하듯 가볍게 밸런스를 보는 게 바텐더들의 방식이었다.
정환이 손등을 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으, 응?”
기준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정환의 사인을 보고는 서둘러 바스푼을 손등에 올렸다.
- 츄릅.
조심스레 입으로 한 방울 흡입하는 기준.
!
혹시나 하던 기대는 역시나 실망이다. 그의 표정이 어둡게 내리 앉으며 고개를 절레 휘저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준의 고개가 내려갔다.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 그리고 무언가 방법을 알려달라는 그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래, 선임이라면 이런 모습이 못나게 보일 수도 있다. 허나, 기준은 이제 경력이 1년이 조금 넘은 바텐더.
12년의 경력을 가진 정환의 눈에는, 그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게만 보였다.
“형···. 잠시만요.”
정환은 기준의 손에 들린 스푼을 낚아채 배합된 액체를 한 방울 찍어 올렸다.
“저, 정환 씨···?”
- 츄릅.
가볍게 맛을 보는 정환.
정환 역시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밸런스.
베네딕틴과 체리 리큐르, 파인애플 주스와 과하게 들어간 레몬주스까지.
정환은 안에 섞인 액체들 틈에서 무너진 밸런스를 살릴 수 있는 한 길을 찾으려 정신을 집중했다.
‘애매하긴 한 데···’
무언가를 더 넣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한 잔 분량 이상의 술을 셰이커에 담는 건 바텐더의 금기.
정확히 한 잔 분량의 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조차, 바텐더에게는 실력으로 여겨졌다.
정환은 그저 이 실수를 기준이 서 있는 자리, 여기서 끝내주고 싶었다.
술을 버리고 새로 만들게 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다.
오늘이 기억에 오래고 남을 데뷔전만 아니고 또 손님이 조금 특이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그런 생각으로 정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길 잠시.
“형.”
정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준의 어깨를 잡았다.
“으, 응?”
“아직 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마요.”
“정환 씨···. 아무래도 무리가···”
“이제 뭘 해야 하죠?”
뭘 해야 하냐니.
이건 진지하게 묻는 걸까.
기준은 정환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진중함이 잔뜩 묻은 정환의 표정이 기준의 눈에 담겼다.
‘···진지하게 묻는 건가?’
너무도 진중한 정환의 표정 탓일까.
기준은 정환의 물음에 자연스레 답을 뱉었다.
“진을 넣고···, 셰이킹.”
“맞아요. 형은 아직 진을 안 넣었죠? 우선 진을 넣어요.”
“······.”
잘 모르는 거라.
잘 몰라서 그런 거라.
기준은 그런 생각으로 눈을 아래로 떨궜다.
그래, 진을 넣고 흔들면 맛이 변할지도 모른다. 그런 낙관을 아직 칵테일 메이킹에 익숙하지 않은 정환이라면 할 수도 있다.
허나, 기준은 알고 있다.
이미 무너진 이 맛의 밸런스는.
일반적인 고든스 진으로는 잡히지 않을 거란 걸 말이다.
‘어쩔 수 없군···’
기준은 이제야 현실을 직시하며 실망한 눈으로 손님을 향하려 했다.
잘못을 고하고 다시 만들겠노라.
첫 데뷔전에서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던 그 말을.
기준은 스스로 겸허히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형. 여기 고든스요.”
정환은 그런 기준의 어깨를 붙잡고는 고든스 진의 술병을 건넸다.
이미 끝난 일임에도.
정환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진짜 해보라는 말일까.’
기준은 패기 넘치게 자신의 손에 술병을 건네주는 정환을 보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자신조차도.
지금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한 번···’
해볼까.
그런 생각이 기준의 머리를 스쳤다.
정환의 말이야 그저 응원하는 말일 수도 있다.
정환이 무얼 알겠나.
다만, 지금 여기서 다시 칵테일을 만드나 우선은 완성품을 만든 후 맛을 보고 다시 칵테일을 만드나 거기서 거기일 거라. 그런 생각마저 들자.
기준은 이내 정환이 건넨 술병을 받아 들 수 있었다.
- 꽈악.
묵직한 고든스 진의 술병이 기준의 손에 감겼다.
고든스야 바에서 많이 소비하는 진의 술병이다.
손님이 특히나 고든스를 요청하기도 했고.
만약 고든스를 청하지 않았다면 다른 술로 맛의 밸런스를 고쳤을 수도 있다.
고든스의 도수는 43도. 만약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쎈. 그러니까 예컨대 탱커레이나 부들스, 넘버쓰리 같은 브랜드의 45도가 넘는 진을 쓰면, 맛의 균형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바텐더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손님이 정해준 기주가 있다면.
이를 따라야 하는 게 바텐더의 의무.
손님은 분명히 ‘고든스’라는 브랜드의 진을 지명했다.
기준은 지거에 진을 따라내고 그대로 셰이커에 담았다. 이제는 모든 재료가 모인 셰이커.
기준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셰이커를 올려 들고 셰이킹을 시작했다.
- 샤카! 샤카! 샤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셰이킹 소리가 울린다.
술과 공기, 그리고 얼음이 만드는 하모니는 바텐더의 심정을 무시하듯 홀로 밝게 울려 퍼졌다.
- 탁.
기준은 적당히 술이 섞이자 셰이커를 내려뒀다. 그리고 셰이커의 캡(*뚜껑)을 열어 스푼을 가져가는 기준.
맛이 밸런스를 잡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달리 새롭게 해둔 건 없었으니까.
얼마나 밸런스가 무너졌을까.
기준은 그거라도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손등에 완성된 술을 올렸다.
- 츄릅.
살며시 흡입하며 이를 맛보는 기준.
자신이 만들어낸 술이 그의 혀에 닿자.
!!!!!
기준의 눈이 위로 찢어지며 이내 놀람이란 감정을 담기 시작했다.
“······.”
기준의 눈이 연신 껌뻑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영문을 모르겠다는 사람의 표정.
조금 전까지 흩어졌던 맛의 밸런스가 어느새 정확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게 왜···?’
처음 계산대로 계량했고 그에 실수를 더해 라임 주스가 과하게 들어갔다.
고든스 진을 쓸 것까지 예상해 맛을 계산했던 기준.
그런 기준의 혀에, 자신의 예상과 달리 균형이 잘 잡힌, 술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싱가폴 슬링이 닿자 기준은 놀란 표정을 감히 감출 수가 없었다.
“괜찮죠?”
“정환 씨···?”
정환은 그런 기준의 표정마저 감추려 아무렇지 않게 다가서 말을 묻는다.
기준은 자신이 한 것 없이 균형을 찾은 술을 내려다봤다. 만약, 자신이 아니라면.
지금 이 바 안에서 이 싱가폴 슬링에 이런 조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정환이 유일했다.
술병에 따로 손을 댄 사람은 기준을 제외하면 정환뿐이었으니까.
무슨 짓을 한 거냐.
얼떨떨한 표정의 기준이 눈으로 물으려 할 때.
“거···, 아직인가?”
자신이 주문한 칵테일을 보채는 손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준은 잠시 또 눈을 껌뻑이더니, 이 맛이라면 대접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솨르르르륵.
쏟아지는 분홍빛과 주홍빛 경계의 액체. 위에는 적당히 섞인 거품이 올라와 유독 빛이 더욱 살아나는 싱가폴 슬링이 잔에 부어졌다.
기준은 정환이 준비해둔 파인애플과 체리로 가니쉬를 마친 후 이를 손님에게 밀어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싱가폴 슬링···입니다.”
“흠.”
손님은 기준이 내어준 싱가폴 슬링을 보며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야 시비조가 강했고, 계속해서 불만을 표했던 그였지만, 어느덧 그런 모습이 사라지고 기준의 칵테일에 기대감만을 뿜고 있는 그의 얼굴이다.
“색이 아주 좋군. 과연 엑조틱한 동양의 신비야.”
손님의 입이 만족스러운 말을 토할수록 기준의 입술은 말라만 갔다.
자신이 맛을 본 게 혹여나 실수는 아니었을까.
착각은 아니었나.
불안한 생각이 차기 시작하는 기준의 머릿속.
- 괜찮죠?
정환이 무언가를 안다는 듯 뱉은 그 말이 마치 안심을 시켜주는 위로처럼 들렸기에 홀린 듯 잔을 내밀긴 했다.
하지만 아직.
온전히 안심을 하기에는 이른 순간이다.
- 흐으으음.
손님은 코로 싱가폴 슬링에서 뿜어지는 과일 향을 음미했다. 잔잔한 진에서 나오는 솔 내음과 잘 섞인 열대 과일의 향.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내 입으로 잔을 가지고 갔다.
‘제발···. 제발···!’
차라리 다시 만들걸.
그랬다면 이렇게 간을 졸이진 않았을 텐데.
기준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혹여나 일그러질지도 모르는 손님의 얼굴을 그대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음-!”
- 흐으응!
제법 괜찮은 감탄사와 함께 콧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바에 대해 잘 알던 손님인 만큼. 제대로 맛을 보는 소리가 기준의 귀를 울렸다.
“혹시···, 맛은···?”
기준은 잔뜩 불안한 표정으로 손님에게 평가를 물었다.
그리고 손님의 입에선.
“아주 맛있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덧붙이는 손님의 말.
“아까는···, 말투가 심했네. 먼 곳에서 억지로 이곳으로 오느라 기분이 좀 좋지 않았어. 헌데, 강 사장의 말처럼 오길 잘했군. 이렇게 좋은 곳에 좋은 바텐더라니···. 사과하겠네.”
기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좋은 곳에 좋은 바텐더라.
기준은 정환이 준비해두었던 싱가폴 슬링의 재료를 내려다봤다.
베네딕틴과 체리 리큐르, 파인애플 주스와 레몬주스 그리고 고든스 진.
기준의 시선이 마지막에 놓인 병, 고든스 진의 술병에 닿자.
!!
그는 방금 자신이 사용한 술병이 평소에 다루던 고든스와는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 47.3%vol.
정확히 그렇게 적힌 숫자를 똑똑히 목격했다. 이건, 술의 도수를 나타내는 표식이다.
그렇단 말은. 방금 자신이 넣은 고든스 진의 도수가 47도가 넘는다는 뜻일 것이다.
기준은 이를 보자,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고든스는···’
43도다. 고든스야 워낙에 자주 쓰이는 진이기에 이를 기억하지 못할 리는 없다.
기준은 의문이 잔뜩 어린 눈으로 라벨을 마저 읽어 내려갔다. 다행히 해답은 여전히 그 라벨에 남아있었다.
- only for Europe.
이라 적힌 작은 글귀.
이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유통되는 술이 아닌, 유럽에서 건너온 고든스임이 분명했다.
‘······.’
기준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옆을 돌아봤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손님과 밝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환의 모습.
기준은 한동안 그 모습을 말없이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술병을 건넨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