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50화 (150/261)

-------------- 150/261 --------------

독도 섬의 남쪽 해안.

아름다운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나무 그늘 아래에 널찍한 평상(平床)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숨소리가 다소 거친 남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는데 오늘도 방갈로에 틀어박혀 사랑을 나누다가 이제야 겨우 바람을 쐬러 나온 팰리스와 축복이었다.

물론, 두 사람에게 시중들기 위해 시녀들이 주변에서 대기했다.

완전무장한 친위대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위를 엄중하게 감시했다.

친위대원들의 얼굴이 이리도 굳어있는 건 몬스터 토벌이 3일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뻐엉! 뻐버버버벙~ 뻥····’

“서방님. 병사들이 고생하는데 우리만 노는 것이 어째 좀···”

“왜, 마음이 불편해?”

“당연하잖아요.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우는데 서방님과 저는 이렇게 마냥 놀잖아요.”

팰리스는 갑자기 짓궂은 표정이 되었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밤에는 그냥 손만 잡고 잘까?”

“네, 네? 그건···”

“병사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말이야.”

“···”

한동안 고민하던 축복이 자그맣게 대답했다.

“사람마다 다 할 일이 따로 있어요. 병사들은 뭐··· 팔자소관이겠지요?”

“크흐흐흐~ 그 말이 정답이다.”

“그런데 그래도 좀···”

“방금 네 말대로 각자는 각자의 맡은 바 임무가 있어. 우리의 당면과제는 당연히 신혼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고.”

“정말 그래도··· 될까요?”

“아암~ 당연히 그래야지. 그 대신 우린 배달의 미래와 수많은 목숨들을 양 어께에 짊어지고 살잖아. 평생을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살아가니깐 잠시 동안은 맘 편히 쉬어도 좋다고 봐.”

“호호호~ 정말 그러네요? 알았어요, 서방님. 지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질게요.”

축복이 정말로 마음이 편해졌을까?

바람이 좋다는 둥 경치가 좋다는 둥 탄성을 터뜨리다가 어느새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뭐, 밤낮으로 울리는 총성이라 귀에 너무 익어버렸고 팰리스가 하도 밤낮으로 괴롭힌(?) 까닭에 당연한 생리현상이리라.

물론, 팰리스 또한 피곤했다.

그러나 오늘도 그는 낮잠을 자지 않았다. 마나를 운용해 피로를 해소하곤 평소처럼 평상에 가부좌로 틀어 앉았다.

방금 전에는 아내에게 편히 쉬라고 말했지만 팰리스가 마냥 쉴 팔자였던가?

미래를 위해 대비책을 찾아놔야 한다.

“후우웁~ 후우~ 후우웁····‘

팰리스는 마나호흡을 유지하면서 보름 전부터 틈날 때마다 시행했던 머릿속 탐색작업을 개시했다.

‘오늘은 꼭 찾아내자. 예전(전생)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분명 뇌관(뇌산수은, 작은 충격에도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총탄의 뇌관으로 사용한다)에 관한 자료를 슬쩍 살핀 적이 있었어.’

알다시피 팰리스의 기억창고에는 전생의 칠성이 보고 들은 모든 정보들이 보관되어 있다.

흘깃 스쳐 지나쳤던 정보까지 보관되었으나 문제는 목록과 검색기능이 없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제국의 군부는 화승총을 도입했다. 파이온의 군부는 수석식 소총으로 무장했으니 총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니 언제 캐논소총 수준까지 따라올지 모른다.’

그리되면 배달이 은근히 자신했던 무기의 우위가 사라진다.

무기의 이점을 계속 유지하려면 보다 앞선 무기를 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

팰리스는 그것을 ‘뇌관’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뇌관이 만들어지면 풀 메탈 재킷이 완성될 것이고 그럼, 드워프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해버린 에무원(M1) 소총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총기발전의 역사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총탄 발전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도 팰리스는 마나호흡으로 수련하며 미래를 위해 뇌관에 대한 정보를 찾아 머릿속을 뒤쳤다.

‘예전에 대체역사소설을 구독했을 때였던가? 분명 뇌관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네이뇬‘을 검색한 적이 있었어. 그때 뭐라고 검색··· 아~ 맞다, 뇌홍! 뇌홍이란 단어로 검색했었지. 그런데 그때가 언제였더라?’

팰리스는 유력한 실마리를 찾아 당시의 기억들을 다시 뒤쳤다.

그러다가 마침내 원하는 정보를 찾아냈다.

[뇌홍(Fulminating Mercury, 雷汞): 뇌산수은. 수은을 질산에 녹인 질산수은 용액에 에틸알코올을 작용시켜 만든다. 조금만 문지르거나 건드려도 잘 폭발하기 때문에 뇌관 같은 장치의 불을 일으키기 위한 약품으로 쓰인다.(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2011. 국방기술품질원)]

‘···위한 약품으로 쓰인다. 출처는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차, 찾았다.”

보름 넘게 궁리했던 것이라 기쁨이 더욱 컸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뇌홍! 마침내 뇌홍을 알아냈단 말이다. 우하하하~“

‘고롱고롱~’

“어, 어머! 깜짝이야.”

“아차차~ 미안.”

“아니에요. 그런데 서방님이 요즘 고민하는 그거예요?”

“웅,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드디어 그 제조법을 알아냈어.”

“어머, 그랬어요? 축하해요, 서방님.”

“하하하~ 고마워. 이것이 다 네 덕분이야.”

마냥 빈말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뇌관 즉, 뇌홍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장기간의 신혼여행 때문에 보름 넘게 기억창고를 뒤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호호호~ 그렇죠? 마누라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잖아요. 그런데 이상하네. 도대체 떡이 뭔데 내가 이런 말을 했지?”

“하하하~ 떡이 무엇이냐면 그건···”

떡을 생각하자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였다.

배달영지의 캐논에게 보낼 마법통신보다도 이쪽이 더욱 급해졌다.

‘그래, 윈스턴 경이나 캐논에게 보낼 통신은 나중으로 미루고.’

‘꿀꺽~’

“축복아~ 떡을 만들려면 일단은 떡을 쳐야 하거든? 가자~ 떡치러!”

“떡치러··· 가요?”

‘갸우뚱~’

“서방님. 그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아주 좋을 것 같네요. 헤헤헤~”

배시시 웃던 축복은 팰리스의 손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방갈로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엿차, 엿차, 으엿차~’

‘철퍽! 철퍽! 철퍼덕, 철퍽···’

“아흑~ 서, 서방님! 더, 더··· 좀 더! 좀 더 씨게··· 아흑~”

방갈로 문틈으로 참으로 찰지고도 찰진 소리와 함께 남편을 격려하는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당연히 간만에 휴식하던 시녀들에게 다시 업무가 시작되었다.

“아이고 달기야. 주인님과 마님이 또 시작하셨다.”

“슬기야, 물수건이랑 뒤처리할 것들은 준비했지?”

“당연하지. 그나저나 두 분, 정말 너무하시네.”

“그러게··· 나는 우리 마님이 더 너무한다고 봐. 말로는 힘들다, 죽겠다고 말하면서도 또···”

“맞아. 그렇게 힘들면 우리에게 대신하게 할 수도 있는데··· 그치?”

‘후르릅~ 꿀꺽!’

‘후르릅~ 꿀꺽!’

“맞다. 내말이··· 우리가 대신 고생(?)할 수도 있는데.”

시녀들 중에서 잠자리시중의 우선권은 당연히 축복의 몸종인 달기와 슬기에게 있었다.

두 시녀의 무엇을 생각하는지 양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근처에서 의학서적에 고개를 처박고 집중하는 엘리자베스. 그녀의 목덜미가 불덩이처럼 빨겠고 목울대가 자꾸 꿀렁거렸다.

* * *

‘떡’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시킨 다음날, 팰리스는 간만에 영주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다.“

“떡은 그만 좀 즐기시고··· 영주님! 정말 이상하네요.”

탐험과 건강을 각각 책임진 하든과 엘리자베스가 보고 겸 떡의 과식(?)을 방해하러 찾아왔기 때문이다.

“성녀는 잠시 뒤에··· 일단은 헤라클 경! 토벌 상황부터 보고받겠소.”

“넵, 영주님. 몬스터 토벌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점심 무렵부터는 이제 이곳에서 몬스터를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오~ 고생했소. 몬스터 부산물은 알아서 잘 챙겼을 테고··· 그런데 피해상황은 어떻소?”

“넵, 피해상황은···”

하든이 보고하려고 했으나 엘리자베스가 중간에서 끼어들었다.

“간단한 찰과상 13건. 몬스터를 토벌하다 경상자 3명이 발생했어요. 다행히 포션을 바르는 방식으로 치료했네요.”

“···험험~ 그렇다고 합니다. 이상입니다.”

“···하아~ 이제 성녀 차례요. 그나저나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지요?”

“피부병 환자가 늘어났어요. 그리고 고열에 구토 근육경련에 시달리는 환자가 꽤 많아 졌어요.”

“···”

‘아마도 황열병이나 말라리아 같은 토착병이겠지?’

“그렇소? 그럼, 환자의 비율은 얼마나 되지요?”

“탐험대 총 150명 중에서 20% 가량이에요. 포션과 성수를 이용해 치료하고 있지만 발생 원인을 통 모르겠어요. 포션과 성수를 마구 사용할 수도 없고, 알아야 예방하는데.”

“그건 모기에 물리거나 비위생적인 물을 마셔 그런 것이오.”

“모기와 물··· 때문이라고요?“

“영주님. 배달에서도 모기에 물리고 우물물을 그대로 마셨습니다. 하지만 그땐 이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배달의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오. 허나, 이곳은 우리에게 낯선 곳이오. 당연히 이곳의 병원성 미생물에 우리의 몸이 적응하지 못했소.”

“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말하는 것이죠? 영주님께서 주신 책에서 읽었어요.”

“그렇소. 질병을 예방하려면 모기에 물리지 말아야하고 물도 반드시 끓였다가 식혀서···”

팰리스가 예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1달 전에도 똑같은 예방법을 들려줬었다.

팰리스의 의도대로 한번 뜨거운 맛을 보더니 경각심을 가지고 팰리스의 말에 집중했다.

보고를 마친 하든과 엘리자베스. 곧장 팰리스가 지시한 대책들을 실행했다.

그러자 발병률이 크게 떨어졌다.

엘리자베스는 완벽하게 예방하려고 힘썼지만 현대의 지구에서도 모기에 물리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발병률이 크게 줄었지만 토착병에 걸리는 환자는 꾸준하게 발생했다.

다행히 포션과 성수라는 사기적인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진 않았다.

각설하고, 독도 섬에 상륙한지 4일 만에 몬스터가 완벽하게 토벌되었다.

이제야 전진기지로 개발할 준비를 끝마쳤다.

팰리스는 토벌을 마친 독도 섬에 가장 먼저 임시 선착장을 건설하게 했다.

작은 보트로 물자와 인력을 옮겨 실어야하는 불편을 덜고자 함인데 튼튼한 돌로 쌓을 시간도 인력도 없었다.

그래서 독도 섬에 풍부한 통나무를 베어 와 얕은 바다에 박고 바다로 뻗은 목조다리처럼 만들었다.

그제야 인근 바다에 떠있던 삼동이가 겨우 독도 섬에 정박했다.

팰리스는 병사 20명과 선원 10명을 남겨 선착장을 유지관리하게하고 전진기지에 걸맞은 시설들을 건설하게 했다.

본격적인 기지로 개발하려면 태풍이나 폭풍에도 견딜 선착장을 쌓아야하고 각종 창고와 수리시설들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부족 때문에 소수만 남겼다.

각설하고, 30명을 제외한 탐험대는 다시 삼동이호에 올랐다.

“영주님. 출발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끄덕끄덕~’

“그럼 출발합시다.”

‘뿌우웅~ 뿌웅, 뿌응~’

요란한 뱃고동 소리와 함께 삼동이호에 장착된 2기의 워트제트 추진기가 맹렬하게 물을 토해냈다.

‘기이이이이잉~’

‘출렁~’

“어이쿠! 깜짝이야.”

갑작스런 출발에 비틀거린 것도 잠시, 삼동이호는 팰리스가 지시한 곳을 향해 나는 듯이 항해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이리자야의 대표적인 교역한 톨롱항! 수십 개의 부족국가들이 난립하는 가이아대륙 남부에서 가장 강성한 부족국가의 항구였다.

참고로, 팰리스가 교역상대로 이리자야를 선택한 이유는 그곳이 가장 강력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됐다는 기록 때문이었다.

안전하고 꾸준하게 거래하려면 상대방이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에 인근의 산물(産物)이 모두 집중된다.

서울에 대한민국의 모든 산물이 집중되고 가격마저 산지보다 저렴한 난센스 같은 경우처럼 이리자야에 가면 원하는 것을 가장 빠르고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삼동이호는 4시간의 항해 끝에 목적지 이리자야의 대표 항구 톨롱에 거의 도착했다.

여담이지만 이곳은 가장 활발한 교역항구라서 이리자야 왕가에서 (자작급)관리를 파견하여 다스린다.

그런데 톨롱에는 (삼동이호처럼)먼 바다 쪽이 아닌 다른 해로 즉, 해안선을 따라 방문한 것으로 여겨지는 다수의 선객들이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돛대에 3개의 서로 다른 깃발을 매단 100척 선박들이 그들이었는데, 그들 중의 하나는 뭐하는 자들인지 한 눈에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해, 해적?”

“영주님! 해적이 톨롱항을 침략한 것 같습니다.”

검은 바탕에 해골과 뼈다귀가 알파벳 ‘X’자 모양으로 엇갈린 형상의 깃발. 해적이었다.

아마도 2개의 부족국가들이 해적과 연합하여 기습적으로 이리자야의 톨롱을 침략 했으리라.

실제로 자잘한 100척의 배들이 느린(그들에겐 맹렬한) 속도로 선착장에 배를 댔다.

“빨리 내려! 우리들이 먼저 차지해야 한다.”

“크하하하~ 톨롱은 이제 우리 차지다. 마음껏 죽이고 빼앗고 강간해라!”

“와아~ 놈팡이를 죽이고 마누라와 딸을 강간하자~”

일부 성급한 배에서는 병사(해적)들을 무기를 들고 얕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엄청난 전리품과 피를 기대하며 속속 육지에 상륙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톨롱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침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이제야 경비대로 보이는 무리 100여명이 부두로 몰려나왔다.

그러나 제법 막아내는 것 같더니만 점차 수에서 밀렸다.

“후, 후퇴! 지금 즉시 성안으로 후퇴한다.”

경비대장 이만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 부두의 수많은 민간인들을 버려두고 꽁지 빠지게 도주했다.

부근에 살았던 수천에 달하는 민간인은 이제 이웃 부족과 해적들의 손에 떨어졌다.

대륙남부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기록되었던 이리자야의 톨롱. 무법지대가 될 상황에 직면했다.

44. 허니문을 빙자한 대륙 남부탐험- 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