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면 잘살거 같지-27화 (27/261)

-------------- 27/261 --------------

8. 혈투

“어, 어라? 도대체 저건··· 마, 말도 안 돼! 멍청이들이 어떻게 저런 대단한 작품을···”

티아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투덜거렸다. 알고 보니 세륨과 그 친구들이 만든 그것은 연노 즉,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석궁이었다.

* * *

“어, 어라? 도대체 저건··· 마, 말도 안 돼!”

난데없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빠른 화살이 날아와 오크들을 마구 쓰러뜨렸다.

데이비드도 깜짝 놀라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러나 그는 곧 신색을 바로 했다. 마리오네트는 아프다고 꾀(?)를 부리는 그런 허약한 생체병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장이나 머리를 허용한 일부 오크는 즉사했다.

그러나 몸통이나 팔다리에 맞은 대부분의 오크들은 다시 일어나 거리를 좁혀왔다.

더욱 시뻘게진 눈동자로···

“어, 어? 저것들···”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전개에 드워프들이 당황했다.

그제야 팰리스도 오크들이 뭔가 수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했던 팰리스는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저것들 설마··· 약국에서 히로뽕이라도 사서 먹었나?’

일제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피로회복제로 널리 팔렸던 히로뽕(이미지 참조)!

그래서 팰리스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많이 보았었다.

초점이 없는 시뻘건 눈동자로 연신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마약중독자였다.

“뭔가에 중독된 것 같아요. 무슨 약 같은 거요.”

“약이라면 설마··· 마약?”

티아늄을 필두로 드워프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티아늄. 아무래도 마약이 아닐까요?”

이런 팰리스의 생각과 달리 피리온은 마법사. 그래서 다르게 판단했다.

“아냐, 팰리스! 이건 분명 흑마법이야. 오크들은 흑마법의 노예가 된 것 같아!”

“흑마···법?”

“흑마법이라··· 하긴 마약보다는 흑마법이 더욱 그럴듯하군. 어린 친구의 말대로 저 오크와 돌아가는 상황이 좀 수상해.”

드워프들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지(理智)가 사라졌기 때문에 부상을 당했어도 저렇게 다가오고 있지 않겠는가.

“아저씨들~ 흑마법사부터 찾아 죽여야 해요. 그럼, 오크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 어, 어라? 어떻게 내가 제대로 말했지?”

황당하게도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자 피리온의 낯가림이 사라졌다.

아무튼, 피리온의 상황판단에 팰리스와 일행들은 흑마법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흑마법사로 추정되는 인간이 정말로 오크무리의 한 복판에 턱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일행과 300m가량 떨어져 있어 뭐라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오크들에게 명령하는 모습은 확실했다.

“이런 어떡해요? 흑마법사가 너무 멀리 있어요.”

“자기야~ 흑마법사는 나중이야. 지금은 당장 싸워야할 오크부터 처리해야 해.”

‘핑~ 핑핑···’

티아늄 부부의 말에 세륨과 안티몬이 사격(?)을 중지했다.

둘은 등에 걸머진 쌍도끼를 꺼내들었다.

‘처척~’

“하긴 뭐 그렇겠지? 그렇다면··· 나가자!”

“다른 놈들은 이곳이나 지키라고~ 이얏호~”

연노의 사격이 잠시 멈췄다.

그 틈을 타 은백색의 (SD)강철인형 2개가 오크무리를 향해 빠르게 뛰어들었다.

“뒈져라~”

‘휘익, 휘익~’

‘서걱~ 서걱~ 툭, 툭!’

세륨의 도끼질에 오크 둘이 머리가 잘려 죽었다.

“너도 뒈져~”

‘휘익, 휘익~’

‘서걱~ 서걱~ 툭, 툭!’

안티몬의 활약도 대단했다.

단 둘이서 별다른 고민도 없이 80여 마리의 오크 속으로 뛰어들만한 용맹이었다.

은백색의 강철인형은 순식간에 천연재질의 빨간 물감으로 도색되었다.

그런데 이곳의 오크들은 일반적인 오크가 아니었다.

팔이 잘렸어도 굴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어떻게든 붉게 변한 강철인형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 새끼들이 감히··· 야리꾸리하게 어딜 더듬어? 너, 이 새끼··· 뒤졌어! 에잇~”

‘휘익~’

‘서걱~’

“너, 안 떨어질래? 에잇~”

‘서걱~’

세륨과 티아늄은 오크의 머리를 잘라내고서야 겨우 성추행범(?)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출근길 지하철도 아닌데 성추행범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한쪽 팔이 잘리면 성한 팔과 두 다리를 이용해 안티몬에게 들러붙었고 기어코 땅바닥에 넘어뜨리고야 말았다.

그러자 밧줄을 가진 오크가 강철인형을 묶으려고 다가왔다. 세륨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안 되겠다. 일단 세륨과 안티몬부터 구하자.”

“가자~”

“이얏호~”

후방의 드워프들이 일제히 오크들에게 돌격했다.

그들은 매섭게 공격하여 세륨과 안티몬을 묶고 있던 오크부터 처리했다.

“가만~ 이상하게 너무 쉬워! 이놈들이 왜 공격을 안 하지?”

“너 바보냐? 당연히 노예로 잡을 목적이라서 그런 거잖아!”

그제야 드워프들이 데이비드의 목적을 알아차렸다.

노예로 잡히면 평생을 족쇄를 차고 강제노동에 시달릴 것이다.

“야~ 거기 둘~ 그렇게 떠들 시간이 있냐?”

“빨리 망할 놈의 오크나 죽여 버려!”

세륨과 안티몬을 구한 드워프들은 오크들의 머리를 모두 잘라내고서야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헉, 헉~ 젠장! 기분이 정말 더럽군.”

“지금까지 순결을 지켜왔는데 크흑~ 더러운 오크새끼들이 순결한 내 몸을···”

세륨과 안티몬이 과장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붉게 도색된 투구 속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데이비드가 쌩쌩한 오크 100마리를 다시 접근시켰기 때문이다.

‘터벅, 터벅~’

“젠장~ 이런 식이면 정말 곤란한데.”

투구 때문에 티아늄의 표정을 알 순 없었다. 그러나 그 또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자못 무거워졌다.

단순무식 토머스가 롱소드와 도끼로 무장하고 앞으로 나섰다.

“아저씨들~ 제가 한 번 공격해 볼게요. 저 쪽에 있는 인간··· 아니, 흑마법사만 죽여 버리면 끝나는 거겠죠?”

“오~ 정말 용감한 친구로군. 하지만 안 돼! 너무 위험하다.”

“그래, 토머스! 그건 너무 위험해.”

팰리스는 직감했다.

아무리 대단한 토머스라도 지금은 절대로 통하지 않을 것임을.

“위험하겠지. 그렇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내가 어떻게든 흑마법사를 잡아볼게.”

토머스의 말대로 다른 방법이 없었다.

레인저들이 몰려와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또 모를까!

“어, 어?”

‘그래, 레인저! 토머스를 전령으로 보내 구원을 요청하면 되겠다.’

토머스는 이제 겨우 11살이었지만 영지의 기사단, 피닉스기사단원들은 결코 어린아이로 대하지 않았다.

조만간 마나회로를 개척하여 막내단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그런 강자(强者)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머스가 그런 강자라 오크들의 포위망을 뚫고 이곳의 급박한 사정을 전해주기에 적당했다.

“토머스! 마을 아저씨들에게 이곳의 소식을 전해 줘.”

“싫다!”

“어? 시, 싫다··고?”

“당연하지. 너희들을 놔두고 나보고 도망가라고?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도망가지 않을 거야.”

“하아~ 토머스 도망이 아냐. 이곳에서 싸우는 것보다 그 일이 훨씬 중요해.”

팰리스가 설득했지만 토머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리온까지 가세했다.

“팰리스 말이 맞아. 지금은 소식을 전하는 임무가 훨씬 중요하고도 위험해!”

“중요하고도··· 위험해?”

순간적으로 토머스의 입매가 위로 살짝 휘었다.

팰리스는 여기에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

“당연하지~ 오직 너만이 가능한 ‘매우’ 중요하고도 중요한 임무야.”

“나 만이 가능한··· 임무?”

“웅, 토머스!”

“으헤헤헤~ 팰리스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깐? 부탁한다, 토머스.”

“좋아! 그 어렵다는 임무··· 나에게 맡겨줘.”

토머스는 그제야 주먹으로 가슴을 치곤 위태로운 암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무사히 바위언덕을 넘어가더라도 수많은 오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먼 곳의 데이비드가 절벽을 오르는 토머스를 손가락질하며 오크들에게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무사해야 할 텐데··· 부탁한다, 토머스!”

팰리스가 작게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오크들을 노려봤다.

그사이 새로운 오크들이 파도가 되어 50m 이내로 다가왔다.

일곱 드워프들은 다시 왼손을 들어올렸다.

“야~ 딴 데 맞춰봐야 소용없다. 머리나 심장을 맞춰야 해! 알았냐?”

“당근이지. 너나 잘 해라!”

‘피식~’

“그래~ 누가 더 많이 죽이나 내기하자.”

“그럼, 준비된 사수부터···· 발사!”

‘핑! 피핑~ 핑핑핑핑!’

강철침 7발이 다시 오크들을 향해 날아갔다.

머리나 심장에 맞아 즉사한 일부 오크는 그제야 전진을 멈췄다.

그러나 다른 부위에 맞은 대부분은 다시 일어나 거리를 좁혀왔다.

“쉬지 말고 계속 쏴!”

‘드르륵~ 철컥~’

‘드르륵~ 철컥~’

‘핑~ 핑핑···’

거리가 줄어든 만큼 명중률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무거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또 다른 100마리의 오크들이 두 번째 파도가 되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파도에서 살아남은 오크 60여 마리. 일제히 달려들어 난전에 들어갔다.

다행히 생포하려는 목적 때문에 공격을 머뭇거렸고 그래서 놈들을 어렵사리 상대했지 만약 살의를 가졌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투가 마냥 쉬운 건 결코 아니었다.

팰리스와 피리온도 어쩔 수 없이 난전에 참여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둘이 검을 들고 난전에 끼어들려고 하자 세륨과 안티몬이 만류했다.

“어린친구들~ 너희들은 무장과 방어구가 너무 부실하다.”

‘단번에 목을 따버릴 힘이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이라는 뒷말이 생략된 느낌이었다.

“그래~ 안전한 곳에서 기다렸다가 떨어져 나온 놈이나 처리해라.”

다소 비겁했지만 솔직한 마음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역주- 不敢請 固所願, 차마 부탁하지는 못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바라던 바였다.)

“쳇~ 알았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들~ 어? 조심해, 팰리스!”

마침 드워프의 도끼에 튕겨 나온 오크 한마리가 팰리스 쪽으로 비틀거렸다. 그것을 발견한 피리온이 경고했다.

팰리스는 즉각 반응해 오크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에잇~”

‘스윽~’

힘이 모자라고 높이(키)가 낮았는지 경동맥만 잘렸다.

즉사를 면한 오크는 분수처럼 사방에 피를 흩뿌리며 비틀거렸다.

팰리스와 피리온에게도 피가 튀었다.

둘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다.

‘가르륵, 가르륵~’

비릿한 피 냄새에 곁들어진 오크의 마지막 헐떡거림. 결코 낭만적이지도 멋진 장면도 아니었다.

욕지기가 절로 치밀었다.

‘젠장~ 소설에서는 정말 멋지고 낭만적이던데.’

전쟁처럼 자신이 그 대상이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그 어떤 전쟁이나 싸움도 멋지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그만 죽어, 에잇, 에잇~”

오크에게 안식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마나를 사용하거나 여러 번 검을 휘둘러야 했다.

팰리스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세륨과 안티몬은 그런 팰리스를 보호하는 진형으로 연노를 쏘며 동료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에잇~”

‘핑~ 핑핑···’

“죽어!”

‘핑~ 핑핑···’

‘1파는 쉽사리 물리칠 수 있겠다. 그러나 2파까지 합류하면 좀 힘들어지겠군. 그런데 3파까지 몰려온다면···’

그럼, 별수 없이 죽거나 포로가 될 것이다.

팰리스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분명 드워프는 뛰어난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했다. 일반적인 오크라면 분명 무난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팰리스와 동료들이 싸울 오크는 일반적인 오크가 아니었다.

만일, 일반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를 위해서는 흑마법사를 반드시 죽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타깃은 300m나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엄청난 수의 오크들을 몰려 있었다.

수많은 오크들을 물리치며 300m의 거리를 돌파할 방법. 아니면 그만한 거리를 단번에 극복할 만한 무기라면 오늘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아차!”

‘이런 멍청한··· 편전을 잊고 있었다.’

“아저씨들~ 잠시만 저를 보호해 주세요. 제가 흑마법사를 꼭 잡을 게요.”

“팰리스 네가? 도대체 무슨 수로?”

'나도 못하는데'라고 안티몬이 작게 중얼거린 것 같았다.

“야~ 안티몬! 아무려면 어떠냐? 설마 지금보다 더욱 나빠지겠어?”

세륨의 말처럼 뭔가를 벌인다고 해서 더욱 나빠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어린 친구! 네 마음대로 해봐라. 그동안 너를 안전하게 지켜주마.”

“고마워요, 세륨 아저씨. 그럼···”

팰리스는 화살통에서 통아와 애기살을 꺼내 장착하곤 각궁의 시위에 걸었다.

타깃은 당연히 오크들을 지휘하는 데이비드!

시위를 힘껏 당기자 각궁이 작게 투덜거렸다.

‘끄드드득~’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은 거의 없었다.

빨리 적을 사살하여 위기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위를 놓았다.

‘가라~’

‘피릿~ 툭!’

시위를 벗어난 통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통아를 박차고 나간 애기살은 목표를 향한 빛줄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좌측으로 2m가량 빗나가 애꿎은 오크만 쓰러뜨렸다.

팰리스는 다시 편전을 쏠 준비를 했다. 편전 사격에 놀란 세륨이 부릅뜬 눈으로 팰리스의 행동을 자세하게 살폈다.

“이거,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그런데 그게 뭐야?”

“편전이라는 거예요.”

“팬져? 역시 이름부터가 왠지 강력한 느낌이군.”

“팬져가 아니라 편전이요.”

“그래 팬져! 아무튼 이번엔 확실하게 보내버려!”

각궁이 가꿍으로 통하듯이 아무래도 편전은 팬져로 불리게 될 것 같았다.

“하아~ 네! 아저씨!”

팰리스는 호흡부터 가다듬었다.

‘후우웁~ 후우~ 후우웁~ 후우~’

‘방금 전엔 조금 서둘렀다. 빨리 쏘기보다는 정확하게 쏜다!’

호흡이 제법 정리되었다.

팰리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목표를 노려보며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

‘끄드드득~’

‘조, 조금만 더··· 이제부터는 호흡을 멈추고··· 가랏!’

‘핑~’

각궁과 데이비드 사이에 빛줄기가 그려진 순간이었다.

갑자기 타깃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제대로 명중했던 것. 사건의 원흉이 쓰러지며 마침내 오늘의 사태가 일단락····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방아쇠로 작용했다.

http://static.munpia.com/files/attach/2017/0126/000/oWdJlUWsVHKjKC9p.jpg" style="width:100%;"/>

http://static.munpia.com/files/attach/2017/0126/000/7QPSEnwKbyQhRqN3.jpg" style="width:100%;"/>

http://static.munpia.com/files/attach/2017/0126/000/GqCNgD50xkR8Vwzn.jpg" style="width:100%;"/>

8. 혈투-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