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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30화 (1,33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30화>

행사장에서 일반인이 반쯤 빠졌을 때.

타이밍을 재고 있던 이세영이 외쳤다.

“이태성! 시작한다! 네가 중앙이다!”

“기다렸다!”

십 미터가 넘는 표상 오러가 치솟았다.

하아아앗-

이태성 길드장이 기합과 달리는 순간.

쿵쿵, 쿵쿵쿵-

장철 헌터와 최후식 이사가 바로 그 뒤로 따라붙었다.

세 사람은 지그재그로 찢어진 20미터가 넘는 균열의 중심에 섰다.

이 순간 이세영은 빠르게 지휘명령을 쏟아 냈다.

“오러, 육체 각성자! 전위!”

“근딜, 전위 뒤에 선다!

“원딜, 새는 놈 막는다!”

1세대 헌터들과 최고 등급 각성자들은 몸에 새겨진 지휘명령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포메이션을 만들고 균열을 반포위하는 타이밍.

크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균열이 찢어지고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졌다.

쾅, 쾅, 콰아아앙-

전위의 오러 각성자와 육체 각성자들이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강 대 강!

물리력과 물리력의 충돌에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가 주춤하는 순간.

“뒤로! 전위 빠진다!”

타탓-

전위는 뒤로 빠져 공간을 만들고.

“근딜 전진 몰아친다!”

흐아앗-

공간으로 파고든 근딜의 공격이 쏟아졌다.

제대로 된 무기가 없어도 1세대 헌터와 최고 등급 각성자들이다.

기세를 잃고 주춤한 마수와 몬스터는 그대로 깨지고 부러져 줄줄이 쓰러졌다.

공격을 버티고 어깨를 붙여 라인을 생성하는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핏, 피피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가 연속으로 터지는 순간 불쑥불쑥 튀어나온 단검이 오금, 다리, 발목을 날려 버렸으니까!

“암살검!”

경악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다시금 지휘명령이 울려 퍼졌다.

“교대! 근딜 빠지고, 전위 앞으로!”

외침과 동시에 근딜이 빠지고 전위가 앞에 서는 순간 다시금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졌다.

“커맨더 누구야?!”

“와 미친! 타이밍!”

“네가 이태성보다 낫다!”

“새꺄! 여기 이태성 길드장님 계신다! 하하하-.”

……

왁자한 웃음이 터지는 순간 베테랑 헌터 모두는 커맨더의 의도를 깨달았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전위와 근딜이 파도처럼 번갈아 몰아쳐 균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를 돈좌시킬 생각이다!

균열 봉인구를 만들 때까지!

그리고 모두가 예상한 외침이 들려왔다.

“마력 각성자! 균열 봉인구는 아직이냐?!”

“만들고 있어! 회로 활성화에 10분. 아니, 8분이면 된다!”

“난 11분 정도 걸린다!”

“난 13분!”

“정제 마석 남는 사람?! 마석 부족하다!”

……

이세영은 빠르게 행사장을 훑다 시선을 멈췄다.

“거기 너! 무공 각성자지? 당장 이태성 앞 5미터, 균열 뒤에 서라!”

“어, 나? 아니 왜……?!”

주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 각성력이 담긴 폭탄 같은 외침이 쏟아졌다.

[새캬! 당장 움직여!]

[커맨더가 지시하잖아!!]

[뒤질래? 지휘명령에는 자동 반사 몰라?!]

……

주호는 다급히 달려가 이태성 앞 5미터에 서는 순간 깨달았다.

균열 뒷면, 허공의 섬뜩한 살기!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내려찍는 동시에 허공이 찢기고 훅 몬스터 악취가 올라왔다.

크아-

포효를 터트리기도 전에 검의 궤적에 걸린 머리와 팔이 떨어져 나가는 몬스터!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균열 뒤 허공 곳곳이 장마철 제방 터지듯 부풀어 오르고 진득한 살기가 쏟아졌다.

주호는 내력을 폭발시키고 움직였다.

위에서 아래로 긋고.

죄에서 우로 가른다.

단혈철검(丹血鐵劍)!

피처럼 붉은 강기가 맺힌 철검이 만드는 열십(十)자에 걸리는 모든 게 잘려 나가고, 몬스터의 푸른 피가 쏟아졌다.

“쟤 뭐야?! 너보다 센 거 아냐?! 강철 해머, 후식이! 힘 좀 내라! 하하하-.”

그 모습에 이태성 길드장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웃음이 터지는 순간.

부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외침이 들려왔다.

“총, 마탄, 무기 도착했다! 제자리 대기! 대기! 가져다줄게!”

끼이익-

트럭이 멈추는 순간 휙휙 허공을 날아오는 무기들.

“좋아! 역으로 밀어붙인다! 가자, 피바람을 불러일으키자! 휘이이이-.”

피를 끓어오르게 휘파람 소리와 함께 강철과 각성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돈좌시킨 마수와 몬스터를 단숨에 균열 너머로 밀어내는 순간.

“봉인 시작한다!”

“1미터에서 2미터다! 거리 유지해라!”

마력 각성자가 뛰어들어 균열에 마력 회로판을 던지고 긴급 봉인 절차에 들어갔다.

파슥, 파슥, 파슥-

스테이플러로 찢어진 상처를 봉합하듯, 마력 회로판에서 허공으로 뻗어 나간 회로가 20여 미터에 달하는 균열을 봉쇄했다.

“12시간 밖에 못 버텨!”

“됐어! 그 정도면 충분해!”

“커맨더, 다음은 어디냐? 어디로 가야 해?!”

이태성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연단의 이세영에게 향했다.

이세영은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고 빠르게 외쳤다.

“3시! 5시! 7시! 10시! 균열 4개가 곧 열린다! 5팀으로 구성한다! 이태성, 장철, 후식이, 경석이, 거기 무공 각성자까지 5명이 팀장이다! 인원 구성은……!”

이세영은 순식간에 헌터 전체를 5팀으로 쪼개, 4방향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 5개 팀 중 3시 방향 팀을 이끄는 팀장은 주호였다.

‘뭐지, 지금 나 뭘 하는 거지? 지금이라도 튈까?!’

“팀장 잘 부탁해! 아까 칼질 보니까? 나랑 같은 오러 각성자 같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깔끔한 검로 못 봤냐?! 팀장 당연히 나 같은 무공 각성자다!”

“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뛰어! 균열 완전히 열리면 개고생한다! 자리 잡기 전에 얼른 봉인해야 해!”

“균열 봉인쯤이야! 간단하지! 우리 팀 1세대 헌터, 최고 등급 각성자만 30명이다! 이 인원이면 재앙급 마수도 잡는다!”

압도적인 승리의 잔향이 담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듣는 순간 피가 끓고 전의가 치솟는 살벌한 웃음이!

주호는 튀는 게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30명의 강자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천문석! 재앙의 화신 같은 새끼!’

주호는 천문석에게 이를 갈며 3시 방향 균열을 막기 위해 전력으로 달렸다.

그러나 이번 일은 천문석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

천문석도 당황하고 있었다.

*   *   *

“야, 이게 뭐야?! 지금 무슨 일이 터진 거야?!”

천문석은 통제실 벽에 붙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가리켰다.

전력 자체는 순간적으로 끊겼으나, 곧 복구됐다!

하지만 지상과 이어진 모든 게이트가 끊기고, 헬리포트와 비행장이 멈췄다.

행사장에 균열이 열렸다가 닫히고.

헌터들과 재금 보안 요원들이 무장하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어느새 텅텅 빈 거리와 불안한 얼굴로 빌딩과 건물 창문에 바리케이드를 쌓는 시민들.

하지만 균열, 마수, 몬스터는 걱정거리도 아니다!

더 큰 문제 초대형 참사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부유감!

지금 이 순간에도 부유감이 느껴진다!

“워커! 이 부유감 뭐야?! 설마, 추락하는 거야?!”

“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77%! 짭 마도 엔진 출력이 77%라고?!”

천문석은 혼이 나간 워커 실트의 얼굴 앞에서 박수를 쳤다.

쾅-

천둥 치는 소리가 터지는 순간 가장 중요한 걸 확인했다.

“방법! 추락 막을 방법부터!!”

“보조 마도 엔진에 시동 다시 걸어야 한다! 연료 슬롯에 최상급 정제 마석 때려 박고 시동 걸면 돼!”

“바로 시작……!”

“안 돼! 마석 셋팅해야 한다! 마도사급 마법사 최소 2명이 더 있어야…….”

“내가 잡아 올게! 시작하고 있어!”

통로로 달려가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통로 멀리에서 들려왔다.

“워커 실트 미친놈!”

“미친! 또라이 새끼!”

“빨리 뛰어! 대참사 터진다!”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 쟤들이 왜 여기?!”

순간 워커 실트의 두 눈이 번뜩였다.

“야, 재들 들어오면 바로 입구 막아. 쟤들 있으면 보조 엔진 시동 걸 수 있다!”

대답할 시간도 아깝다!

천문석은 잽싸게 입구 옆 벽에 찰싹 붙어 호흡을 멈추고 존재감을 지웠다.

“통제실 보인다!”

“빨리! 엔진 출력 올려야 해!”

“문 열려 있잖아?! 이 허술함! 진짜구나! 하아-.”

다다다다닷-

세 사람이 통제실 입구로 뛰어들고 천문석이 반사적으로 입구를 막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워커 님! 저희 왔습니다!”

“쪽지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

“충성충성! 오너! 케인 이사 부름을 받고 즉시 왔습니다!”

“어?”

콘솔 뒤에 숨었던 워커 실트는 벙찐 표정으로 일어났다.

“너희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저희 방문에 쪽지랑 팸플릿 보내셨잖아요?”

“쪽지? 팸플릿? 뭔 소리야?!”

워커 실트가 반문하는 순간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 셋의 얼굴은 와락 일그러졌다.

반사적으로 통로를 봤지만, 그곳은 이미 천문석이 막은 상태.

“어?”

에코가 탄성을 낼 때.

“하여튼 잘 왔다! 우선 천공의 섬 추락부터 막자!”

워커 실트는 버럭 소리치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꺼진 보조 마도 엔진에 다시 시동 걸어야 한다! 저기 벽에 격자 보이지?”

“전능 옥좌 양산계획에 따른 표준 설계안에 따르면, 연료 슬롯이 분명하다!”

“아리엘, 에코, 케인! 당장 격자 열고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 넣고 마력으로 세팅해라!”

“고압의 마력을 한 방에 쏟아부어, 꺼진 보조 마도 엔진을 살려낸다!”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

워커 실트는 벨트에 걸린 잡낭을 던졌다.

“그 안에 있다! 빨리빨리 움직여!”

“네!”

“넷!”

“넵!”

에코와 아리엘, 케인 이사는 한달음에 벽으로 달려가 숫자가 새겨진 격자 서랍을 뽑아냈다.

그르르르륵-

가로세로 10칸의 반 이상이 더미 정제 마석!

워커 실트의 잡낭 잠금을 풀자 공간 축약 마법이 해제되어 챠르르륵- 사방으로 펼쳐지고 천 개가 넘는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이 드러났다.

그르륵, 탕-

그르륵, 탕-

셋은 정신없이 더미 정제 마석을 교체하고 마력으로 세팅해 연료 슬롯을 밀어 넣었다.

“마력압 올라오기 시작한다! 더, 더 빨리! 세팅 속도 올려! 임계점 넘어가면 추락 못 피해! 거의 다, 거의 다! 됐다! 보조 마도 엔진 시동 건다!”

쾅-

워커 실트가 컨트롤 콘솔을 내려치는 순간 통제실의 모두는 느꼈다.

만져질 듯 선명한 마력 파문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부유감을!

“됐다! 성공했다!”

“역시 최고의 마도 공학자!”

“전 처음부터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오너! 언제나 전 오너를 믿었습니다! 충성충성!”

아리엘, 에코, 케인 이사가 털썩 환호하는 순간 천문석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뭐가?!”

“이 마력 파문 나한테도 보이는데 이거 정상 맞냐?!”

“아, 그거! 저기 격벽 너머에 엔진실 있다. 마도 엔진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각성자는 당연히 볼 수 있다. 각성력과 마력이 사실은…….”

“나, 각성자 아닌데, 그래도 볼 수 있어?”

“어?!”

워커 실트의 말문이 막히는 순간.

천문석은 두 번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벽에 붙은 대형 디스플레이 구석, 빌딩 정상에 마력광이 모이고 있었다!

“저 마력광 뭐냐?”

“마력광?”

“어, 저거 뭐지?”

“어디, 어디에 있는데? 아!”

“왜 빌딩 정상에 마력광이 모이고 있어?”

모두의 시선이 디스플레이 구석 마력광이 모이는 빌딩 정상에 닿는 순간 화면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빛의 기둥이 쏘아졌다.

빠아아아아앙-

시차를 두고 통제실 스피커에서 굉음이 울려 퍼질 때.

빛의 기둥은 역장 매트릭스를 지나 푸른 하늘을 꿰뚫었다.

빛의 기둥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금이 푸른 하늘 전체로 퍼져 나갔다.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거미줄 같은 금이 간 하늘 전체가 와작 깨져 나가는 순간. 무한한 공허, 아득한 심연이 생겨났다!

*   *   *

“어, 어어어?!!”

“빛의 기둥?! 설마, 저거?!”

“하늘이 깨졌어! 지금 하늘이 깨지고 밤이 됐다고!”

“밤하늘이 아냐.”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래 밤하늘이 아니다.”

워커 실트가 바로 말을 받았다.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는 다시 보는 순간 알아챘다.

단 하나의 별도 없다.

푸른 하늘이 깨지고.

갑자기 밤이 된 게 아니다.

저 깜깜한 하늘은 밤하늘이 아니다.

무한한 공허, 아득한 심연.

저 깜깜한 하늘은 차원 방벽 너머의 혼돈이다!

차원 방벽이 깨졌다!

이 사실이 빛의 기둥의 정체와 천공의 섬의 상황을 말해 줬다.

“차원 좌표 고정장치.”

워커 실트는 빙글 몸을 돌려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천공의 섬. 차원 도약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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