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23화 (1,32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23화>

땡-

천문석은 종소리와 함께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탄식했다.

“아니 뭔 출근이 이렇게 빡세. 걸음마다 사건이 터지냐?”

그리고 잽싸게 문밖에서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잡고 있을게, 얼른 내려.”

그르르륵-

특급 헌터와 이세기는 빵과 커피가 하나 가득 든 카트를 하나씩 밀고 내렸다.

“김철수 사무실 이쪽이야!”

그르르르륵-

특급 헌터가 카트를 밀고 달려가고 천문석과 이세기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긴 복도를 지나 곧 A4 명패가 붙은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에 도착했다.

“여기가 돌멩이 너네…….”

“어, 우리 사무실이야. 특급 헌터, 너 안 들어가고 뭐 하냐?”

특급 헌터는 철문에 귀를 찰싹 붙인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 안에 사람 있는데? 문이 잠겼어!”

“사람 있는데 문 잠겼다고?”

탁, 탁-

특급 헌터의 말대로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점심시간은 멀었는데? 혹시 야근하고 잠든 건가?”

쿵, 쿵-

천문석은 가볍게 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최설, 진교은? ……걔 이름이 뭐더라? 도를 아십니까?”

“신예은! 예은 누나!”

“아, 그렇지! 신예은! 안에 있냐?!”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위와 아래에서 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쿵, 쿵, 쿵-

“최설, 진교은, 신예은?! 자고 있냐?”

콩, 콩, 콩-

“설, 교은, 예은 누나! 빵, 과자, 초콜릿, 커피 배달 왔어!”

몇 번을 두들겨도 사무실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의 말대로 느껴졌다.

“이세기?”

눈짓하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기!

자신만 인기척을 느낀 게 아니다. 철문 너머 사무실에 누군가 있다!

김철수 사무실이 있는 재금 빌딩은, 거대 괴수의 공격조차 버티는 마도 공학의 정수, 성채 빌딩이다.

그러나 자신 앞의 문은 그냥 평범한 철문, 여는 건 간단하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특급 헌터, 뒤로 잠깐 물러서. 내가 열게.”

“알바! 쾅- 부숴 버리려고?! 문짝 사라지면 철수 형 완전 분노할 거 같은데?!!”

“야, 부숴 버릴 리가 없잖아. 잘 봐라. 내가 새로 배운 마술 보여 줄 테니까.”

천문석은 씩 웃으며 끌어올린 내력을 검지 끝에 모으고 심상을 일으켰다.

꼬물꼬물, 새싹의 심상을!

팟-

라이터를 켜듯 검지 끝에서 튀어나온 선명한 빛이 꼬물꼬물 자라났다.

“너, 그거?!”

이세기의 깜짝 놀란 외침에.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파괴력을 제거한 반쯤 유형화된 빛, 반(半)강기! 실체와 허상을 오가는 이 강기를 어떻게 쓸 거냐면…….”

열쇠 구멍에 검지를 대는 순간 폭발하듯 뻗은 기감으로 열쇠 구멍 안의 형체가 머리에 그려지고.

꼬물꼬물 새싹이 자라난다.

힘들 것도 어려울 것도 없었다.

물을 그릇에 쏟으면 그릇의 형체를 따라가듯, 강기의 새싹은 열쇠 구멍의 요철에 맞물려 자라났으니까.

할 일은 하나, 문고리를 돌리는 것!

철컥-

잠금장치가 풀리고 부드럽게 문이 열리다 탁- 안전고리에 걸려 멈췄다.

사람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

“야, 나야. 안에 누구야? 자고 있냐?!”

“특급 사원 왔어! 빵, 과자, 초콜릿, 커피 배달 왔다니까!”

문틈으로 외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석이? 특급 헌터?”

잠시 후 문틈으로 보이는 초췌한 얼굴.

“어떻게 여기에?!”

“으앗! 철수 형이잖아?!”

호랑이굴, 아니 제주도에 내려간 철수 형이 사무실에 있었다!

“철수 형, 제주도에선 언제 올라왔어요? 우선 이 문 좀 열어 봐요.”

“철수 형, 왜 문을 잠그고 있던 거야? 앗! 삼촌처럼 혼자 맛있는 거 먹은 거야?!”

“…….”

그러나 김철수는 문을 열지 않고 눈만 빠르게 깜빡였다.

“……철수 형?”

“으앗! 알바 나 알아냈어!”

깜짝 놀란 외침과 함께 옷깃을 잡아끄는 작은 손!

특급 헌터의 작은 손이 가리키는 철수 형의 다리.

축 늘어진 손바닥과 거기에 붙어 있는 메모지에 적힌 내용!

[혹시 벽 뒤에 여사님 숨어 있냐??]

‘여사님, 임옥분 여사님!’

모든 의문이 풀리고 탄식이 새어 나왔다.

“철수 형. 임옥분 여사님 없어요.”

하아아-

땅이 꺼질듯한 한숨과 함께 마침내 문이 열렸다.

*   *   *

“제주도 호랑이굴이라니까.”

“하, 그러게 말이야.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어. 아, 세인 양한테 네가 연락했지? 고맙다. 세인 양 안 왔으면…… 으으.”

온갖 극한 알바에서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던 철수 형이 부르르 떨었다.

듣지 않아도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감이 왔다.

“어때요? 현실 러브 시그널은 아직 안 끝났습니까?”

“현실 러브 시그널? 아, 야, 나 그런 거 아냐!”

한발 늦게 깨닫고 허탈한 미소를 짓는 김철수.

천문석은 씩 웃으며 이세기를 가리켰다.

“허세인, 강화영, 두 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잘됐네요. 이쪽은 이세기라고 제 친구인데. 우리 사무실 직원으로 고용했습니다. 우선 사장 면접을…….”

“됐어. 면접은 무슨. 네가 고용했으면 됐다. 문석이 친구라고요? 만나서 반가워요. 김철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세기입니다.”

김철수 사장님과 신입 사원 이세기의 악수를 끝으로 첫 출근에 대표 면담까지 한 번에 해결됐다.

천문석은 진짜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보다 철수 형, 임옥분 여사님 마수에서 어떻게 탈출했어요?”

“앗! 철수 형, 제주도 할머니한테서 탈출한 거야?! 할머니 엄청 철저한데?!”

“……!”

천문석과 특급 헌터, 덩달아 이세기까지 모두의 흥미진진한 시선이 김철수에게 모였다.

“그렇지. 철저하시지. 네가 호랑이굴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하-”

김철수는 땅이 꺼질듯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진짜 운이 좋았다. 너 기억하지? 나랑 이름 같은 친척분. 그분이 연락해서 초대해 준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뭐라더라? 무슨 행사가 있다고 꼭 좀 와 달라고 초대장 보냈는데…….”

“초대장이요?”

반문하는 순간 책상 위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철수.

“어, 초대장. 말이 초대장이지 그냥 출입증, 통행증? 비슷한 거야. 너 주려고 따로 챙겨 뒀거든. 어디에 놨더라?”

“앗! 초대장! 역시 알바 따라오니까 초대장 있었어! 내가 찾을게! 나 물건 엄청 잘 찾아! 초대장, 초대장!”

환호성을 터트리며 한달음에 사무실 안쪽으로 달려가 파파팟- 감귤 박스를 열고, 휘휘휙- 선반에 놓인 비품을 확인하는 특급 헌터.

“저도 돕겠습니다.”

이세기까지 초대장을 찾기 위해 한 손 거들 때.

천문석은 기억 속에서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름이 같은 친척…… 아, 김철수 발명가! 이 사무실 얻을 때 도와주신 분! 재금 연구소에서 의뢰한 배송 경주 소개해 주신……?!”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철수 형 - 김철수 발명가 - 재금 연구소!

재금 그룹의 핵심, 재금 연구소와 줄이 닿은 사람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김철수 발명가 그분! 재금 연구소랑 연줄 있으신 거 맞죠?!”

“어, 맞아. 철수 아저씨, 어떻게 뚫었는지 사방에 인맥 있어. 여기 오리온 길드 창고 사무실도 그래서 얻었잖아? 재금 연구소랑도 연줄이 있어서 계속 출입증, 통행증, 초대장 보내 주셨는데…… 이상하네, 어디 갔지? 분명 책상에 놨던 거 같은데? 서랍에도 없고…….”

천문석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재금 그룹이랑 연줄이 있는 사람이 보내 준 ‘초대장’이라면 하나뿐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한국의 모든 헌터, 기업, 단체가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 초대장!

‘재금 아카데미 초대장!’

천문석은 터질 듯이 뛰는 심장으로 확인했다.

“혹시 그 초대장. 재금 아카데미 창립식 초대장?”

“어? 맞아. 너 어떻게 알았어?! 아 그렇지! 세연이 입학하는 대학이 재금 아카데미지?! 어, 그럼 가족 초대장 벌써 받은 건가? 그럼 철수 아저씨 초대장은 필요 없나?”

긍정의 대답!

재금 아카데미 창립식 초대장이 맞다!

그러나 아직 환호성을 터트리긴 이르다.

초대장은 두 종류가 있었으니까.

신원이 특정되는 VIP 초대장과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뿌린 특정되지 않는 일반 초대장!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초대장은 VIP가 아닌 일반 초대장이다!

천문석은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금 확인했다.

“혹시 그 초대장……?”

이 순간 사무실 천장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찾았다! 여기에 있었어!”

천장까지 쌓인 감귤 박스 위!

특급 헌터의 번쩍 든 손에 쥐어진 열린 봉투와 초대장!

쿵쿵, 쾅쾅쾅-

가슴이 터질 듯이 빠르게 뛸 때.

타탓, 타타탓-

특급 헌터는 단숨에 박스를 기어 내려와 양손을 내밀었다.

동물이 문 것처럼 이빨 자국이 난 봉투!

직사각형 영화표 크기의 초대장 10여 장!

모두의 시선이 모이고 철수 형의 탄성이 터졌다.

“어, 맞아! 이거야! 그런데 초대장이 왜 감귤 상자에 있던 거야?”

“이 봉투에 이빨 자국. 이게 결정적인 단서야! 내가 보기에는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손에서 흔들리는 초대장을 샅샅이 훑었다.

작은 손에 쥐어진 직사각형 티켓에 인쇄된 글자.

[재금 아카데미 창립식 초대장]

그러나 한국 최대 포탈에서 본 초대장과는 달랐다.

천문석은 쏙- 초대장을 한 장 뽑아내 앞뒤 구석구석 자세히 살폈다.

거친 종이 질감.

조악한 인쇄 품질.

손에 묻어나는 잉크.

일련번호도, 홀로그램도 없다!

“설마 가짜?! 철수 형! 정말 이 초대장이 김철수 발명가 그분한테 받은 거 맞나요?!”

“아, 그게 사실은 말이야…….”

겸연쩍은 듯 웃는 김철수.

온 심경을 집중하는 순간 말이 이어졌다.

“내 예전 가족, 그러니까 회장님네가 운영하는 회사가 재금 그룹 협력사라, 그냥 위에 올라가면 마주칠지도 모르거든.”

“철수 형 예전 가족? 아!”

제주도 사건 때 알게 된 사실.

철수 형은 재벌 3세로 임옥분 여사님의 손녀 강화영과 선을 봤었다.

그러나 재벌 3세는 허울일 뿐, 철수 형은 보육원에서 재벌 가문으로 입양된 아이였다.

“그럼 이 초대장은……?”

“맞아. 혹시 회장님 가족들 만나면 불편할 거라고 철수 아저씨가 재금 연구소 인맥으로 따로 만들어 준 초대장이야.”

김철수는 특급 헌터의 손에서 초대장을 한 장 쏙 뽑아 흔들었다.

“아까 말했지? 가끔 만날 일 있으면 보내 주시는 출입증, 통행증이다. 이 초대장은 헬리포트, 공항. 광화문 광장에 여는 정식 통로가 아니라. 흔적 없이 조용히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뒷문을 사용하는 출입증이다.”

흔적 없이 조용히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뒷문!

자신과 워커 실트, 주호를 위해서 준비한 것만 같은 초대장이다!

“뭐, 사실 난 회장님 가족 마주쳐도 별 상관없는데 철수 아저씨가 이런 쪽으로 좀 유난이다. 가끔 만날 때마다 첩보 작전하는 거 같다니까. 하하하-”

천문석은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확인했다.

“그러니까 이 초대장이 있으면 기록 없이 천공의 섬에 올라갔다 나올 수 있다는 건가요?”

“어, 맞아. 전에도 몇 번 이용했는데 신원 확인 없이 이 초대장 안에 칩만 스캔하고 들여 보내 주더라.”

‘신원 확인도 없이 들여보내?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어, 잠깐 이거 혹시……?!’

천문석은 불현듯 느껴지는 기시감에 바로 확인했다.

“혹시 그 출입구……?”

“아, 출입구가 어디 있는지 말을 안 했네. 광화문 게이트 지역 중앙 광장 알지? 우리 배송 경주했을 때 통과한 광화문 게이트 있는 거기. 재금 연구소 설비 있는 컨테이너 구역으로 가면 소형 포탈이 하나 뚫려 있어. 그게 뒷문이다. 보통은 배달 음식 나르는 통로인데 이 초대장 가져가면 바로 통과할 수 있어. 거기 이름이 좀 그런데…….”

김철수가 겸연쩍게 웃으며 입을 열 때.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개구멍.”

“개구멍. 어, 너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개구멍은 어제 워커 실트와 배달원으로 위장하고 통과하려던 곳이니까!

그 개구멍을 통과할 방법이 등잔 밑, 김철수 사무실에 있었다!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

너무나 황당한 우연에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당연히 알지! 알바가 하늘섬에 올라가는 건 이미 정해져 있거든! 그러니까 철수 형, 나도 초대장 줘!”

“응? 뭔가 문맥이 이상한데? 장민 대표님이 VIP 초대장 받았을 텐데?”

“VIP 완전완전 별로야! 숨 막히는 옷 입고, 차려자세로 앉아 있어야 해! 개구멍! 파파팟- 기어가는 개구멍이 훨씬 더 마음에 들어!”

“이게 기어가는 개구멍은 아닌데. 초대장은 많으니까 줄게. 2장. 아니, 3장 줘야 하나? 장민 대표님, 장철 헌터님이랑 같이 갈 거지?”

“아니. 한 장! 난 한 장이면 충분한데?”

“뭐? 아니 왜?! 아, 알바랑 같이 올라가려고?!”

……

김철수와 특급 헌터의 정신없는 대화가 이어질 때.

천문석은 철수 형의 재금 아카데미 초대장을 보고 있었다.

VIP, 일반 초대장을 뛰어넘는 ‘최고의 초대장’이 손에 들어왔다.

돌도 돌아 다시 개구멍이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이 초대장이면 출입 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개구멍’을 사용할 수 있다!

초대장만이 아니다.

재금 빌딩 앞에서 행사장에서 어그로를 끌어 줄 강자까지 구했다.

단혈철검 주호!

반쯤 포기 상태로 이세기에게 사무실을 소개해 주러 출근한 오늘.

황당하게도 워커 실트의 계획을 실행할 두 가지 조건이 자동으로 갖춰졌다.

‘이렇게 쉽게?’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포기하니까 오히려 얻게 된다고?!’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선반에 가려진 강화 유리창 너머 하늘을 봤다.

하늘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자동으로 질문이 튀어나왔다.

‘하늘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무정한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서 질문이 들려왔다. 너무나 흥미진진한 질문이!

“그런데 철수 형. 왜 김철수 아저씨랑 이름이 같아? 앗! 혹시 김이 성이고 철수가 돌림자인 거야? 친척들 전부 다 김철수?!”

“내가 말 안 했나? 김철수는 성당에서 만들어 준 이름이야.”

“왜 이름을 성당에서 만들어? 엄마·아빠가 만들어 주잖아?”

“나 게이트 전쟁고아거든.”

“앗, 아앗, 으아앗-!”

특급 헌터의 당황한 표정과 목소리.

“야, 괜찮아. 특급 헌터 그런 표정 할 거 없어. 우리 성당 신부님, 수녀님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 보육원 아이들 전부 버스에 태워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부 무사히 데려오셨고. 우리 수녀님 음식, 특히 김밥 정말 잘 싸셔. 성당 생활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동생들…….”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너무나 흔한 게이트 전쟁의 이야기.

하지만 흔한 이야기라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슬픔이 작아지지는 않는다.

철수 형은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과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렇지 철수 형은 이런 사람이었지.’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씩 웃으며 ‘할 수 있다. 할 만하다.’ 말하고 실제로 해내는 사람.

무공, 각성력, 재력, 권력, 직업은 그 사람의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지 못한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건 그 사람의 말과 행동뿐이다.

그렇기에 무공, 각성력, 재력, 권력 모든게 없더라도 철수 형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난 김철수 내 이름 아주 맘에 든다. 입에 착착 붙거든. 김철수 발명가, 김철수 사장 한글로는 같은데, 한자는 다르거든.”

김철수는 화이트 보드에 이름을 썼다.

김철수(金錣洙)

김철수(金鐵燧)

“윗 이름이 김철수 발명가, 철수 아저씨 김철수(金錣洙). 난 아래 이름 김철수(金鐵燧). 쇠 철(鐵)에 부싯돌 수(燧).”

“쇠랑 부싯돌? 강철과 돌멩이?! 어, 이거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할 때.

김철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강철과 돌멩이, 여기서 보육원 동생들이 지어 준 내 별명이 나왔어. 자 여기서 질문! 내 별명이 뭘까? 상품은 감귤 10상자!”

김철수의 시선이 천문석, 이세기를 거쳐 특급 헌터에게 닿는 순간.

“나, 나나! 나 알 거 같아!”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확신을 담아 외쳤다.

“김돌쇠! 맞지?!”

“아니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