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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17화 (1,21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17화>

천문석이 세운 계획은 심플했다.

교차로에서 직진하는 자동차를 불쑥 튀어나온 10톤 트럭이 들이박는 그림!

직진하는 자동차가 갑자기 나타난 강적.

불쑥 튀어나온 10톤 트럭이 자신이었다.

그리고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됐다.

마치 유령처럼 숲에서 불쑥 인형이 튀어나오는 순간.

천문석은 작은 소리 하나 없는 진각을 밟고 가속했다.

상대는 하늘에서 타오르는 각성력의 태양에 온 신경이 팔린 상태.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트럭, 천문석의 존재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첫 번째 진각을 밟는 순간 바로 촉이 왔다.

이건 먹혔다!

완벽한 타이밍이다!

상대가 눈치채기도 전에 끝난다!

7걸음!

7번의 진각을 밟아 압축하고 압축한 초절정의 내력을 강적의 옆구리에 쏟아붓는다.

자동차를 들이박는 10톤 트럭처럼!

정체불명의 강자가 날아가는 순간 기척을 죽인 장철과 마혁진이 돌진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고.

자신이 결정타를 때려 박으면 깔끔하게 북한산 난장판은 끝난다!

그리고 모든 것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하나, 둘, 셋, 넷!

네 번째 진각까지만!

소리도 기척도 없는 진각을 네 번 밟았을 때.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강자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사념파가 터져 나왔다.

[하늘님…… 천마가 왔습니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천마? 천마가 여기서 왜 나와?!’

하늘님!

초월자 김철수다!

그렇다면 천마(天魔)는?!

머릿속에선 불꽃이 튀고 기억이 휘몰아쳤다.

재의 기사, 서약의 불꽃, 적층형 마력 회로, 각성력의 태양, 초월종의 그림자……!

정신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난장판에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

북한산 난장판이 시작된 이유!

초월자 김철수가 천의의 실 자락을 통해 자신을 불렀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혹시 천마신가요?’

그렇다! 초월자 김철수가 천마를 불렀다!

이 순간 논리와 이성이 아닌 직관으로 깨달았다.

초월자 김철수가 부른 천마는 자신만이 아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천마!’

번쩍 고개가 들리고 각성력의 태양을 향해 절절한 사념파를 쏟아 내는 상대의 모습이 눈에 새겨졌다.

미끄러지듯 숲에서 나와 각성력의 태양에 온 정신을 집중한 채 유리 위를 걷듯 살금살금 움직이는 모습!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맺힌 거대한 백광!

유형화된 강기의 갑옷, 광휘를 두른 듯한 모습.

마치 신성의 현현체 같은 장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천문석은 보는 순간 바로 이 백광의 정체를 바로 알아봤다.

저 빛은 광휘가 아니다!

그 안에 있는 존재도 현현체 같은 게 아니었다.

저 백광은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태우는 천강의 불꽃이다!

천강의 불꽃이 전신을 뒤덮은 천마는 마도 18문의 수천 년 역사에 단 한 명뿐이다.

어느새 마지막 7걸음째 진각을 밟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름이 튀어나왔다.

“돌멩이?”

[……!]

하늘을 향하던 얼굴이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백광 속에서 희열에 찬 사념이 흘러왔다.

[하늘님……?!]

그러나 그 희열에 찬 사념파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탓-

마지막 7걸음.

가볍게 더 가볍게, 경보(輕步)!

깃털 같은 진각이 대지를 디디는 순간 7번 비틀어 압축하고 압축한 신속의 일권이 쏘아졌다.

“……!”

[……!!]

경악한 시선이 얽히는 동시에 공격을 비틀고, 몸을 움직여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툭-

신속의 일격은 안으로 작열하는 백광에 닿았고.

7번 비틀어 압축한 내력이 일점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보통의 내공이라면 백광을 뚫지 못했다.

그러나 이 순간 폭발한 내력은 일기일원공이었다.

무의 극에 달했던 천문석이 전생과 현생의 모든 기억과 경험을 담아 만들어 낸 무공!

7번 압축되 회전하는 일기일원공이 백광에 구멍을 뚫는 순간 거대한 천기와 지기의 흐름이 쏟아져 들어갔다.

콰아아아앙-

전생 천마는 트럭에 받힌 사람처럼 허공으로 훨훨 날아갔다!

“야, 절대 고의가 아닌……!”

천문석은 사색이 된 얼굴로 움직이며 외쳤지만, 그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잘했다!”

“완벽한 기습이다!”

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던 동료들이 움직였으니까!

헌터들은 계획에 따라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하도록 훈련한다.

장철과 마혁진 모두 1세대 헌터!

계획대로 상대가 날아오자 계획대로 움직였다.

하아아아앗-

장철 헌터는 해머를 어깨에 걸고 돌진!

후우우우웅-

마혁진의 염동력장에 깨진 바위와 돌멩이가 회전했다!

“멈춰! 계획 변경……!”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공격은 시작됐다.

빠아아앙-

염동력자의 염동 포탄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후우우웅-

육체 각성자의 힘과 각성력이 담긴 해머가 벼락 치듯 떨어졌다.

거대한 바위조차 바스러트릴 힘과 기세가 담긴 공격이 쏟아졌다.

이 순간 가랑잎처럼 허공으로 날아가던 천마는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추고 아무렇지도 않게 암반에 내려서 빙글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바라봤다.

천문석 자신을!

후두두둑-

이때 염동포탄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

천마는 시선은 정면에 둔 채로 가볍게 원을 그렸다.

빙글-

우박처럼 쏟아지는 염동포탄이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하아아앗-!

폭음 같은 기합과 함께 철거용 오함마가 떨어져 내렸다.

이 순간 원을 그리던 손이 파리를 쫓듯 허공을 가르고 맨손과 힘과 각성력이 실린 오함마가 충돌했다.

폭음도 손이 아작 나는 일도 없었다.

와그작-

오함마 헤드는 덜 마른 찰흙처럼 뭉개지고 산산이 부서져 쏟아져 내렸다!

“……!”

“……!”

장철과 마혁진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맨손으로 마법 회로가 깔린 강화 강철을 바스러트렸다.

한국 최고의 오러 각성자 이태성도 불가능한 일이다!

‘엄청난 강자다!’

직감하는 순간 수백 수천 번의 전투 경험이 장철을 움직였다.

이런 강자를 자유롭게 놓아 두면 끝장이다!

딜러, 전위의 의무.

적이 새지 않게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

어느새 양손에 쥐어진 해머가 충돌했다.

쾅, 쾅, 쾅-

양손의 해머가 충돌하는 순간 물결치듯 퍼져 나온 마력장을 몸에 휘감고 그대로 돌진했다!

하아아앗-

장철은 기합을 지르며 양손의 해머를 미친 듯이 긁고 찍고 때려 박았다.

까가가가깡-

육체와 강철의 충돌에 불꽃이 터지고 충격파가 쏟아졌다.

장철이 맹공을 쏟아부을 때.

마혁진도 움직이고 있었다.

딴 길로 빠졌지만, 마혁진도 게이트 전쟁의 난장판에서 살아남은 1세대 헌터!

장철이 붙는 순간 바로 알아챘다.

엄청난 강자를 붙들고 늘어져 후위에 공격 기회를 만들어 줬다!

아군이 붙은 상황!

염동포탄은 안 된다!

피피핏-

연속 순간이동으로 접근해 순수한 역장을 쏟아 냈다.

바람처럼 무게도 질감도 없는 역장이 강적의 전신을 뒤덮은 순간 형질을 변화시킨다.

질척질척 전신을 붙잡고 늘어지는 늪으로!

‘완벽하게 들어갔다!’

이 순간 장철과 마혁진의 폭풍 같은 공격이 쏟아졌다.

양손에 들린 해머가 전신을 두들기고.

질척질척한 역장이 다리를 잡아끌고 몸통과 머리, 팔을 짓눌렀다.

그러나 상대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암반에 발이 붙은 것처럼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무심한 손으로 원을 그렸다.

이 원을 뚫을 수가 없었다!

마경이 된 서울에 피로 길을 뚫은 강철 해머 장철.

염동역장으로 바이스처럼 조이고, 드릴처럼 갈아내는 마혁진.

1세대 헌터 두 사람은 재앙급 마수조차 위협을 느낄 맹공을 쏟아부었지만, 맨손으로 그려내는 원조차 뚫지 못했다!

아니 원을 그려내는 상대의 시선조차 돌리지 못했다!

[…….]

백광에 휘감긴 상대의 얼굴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곳에 꽂혀 있었다.

“…….”

“…….”

장철과 마혁진은 어느새 공격을 멈추고 상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봤다.

언제나 사건, 사고, 난장판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시선의 끝에 있었다.

이세기!

“…….”

[…….]

이세기와 강자는 말없이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귀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여상한 질문이 들려왔다.

[누구냐?]

장철과 마혁진은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이세기를 봤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마찬가지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대답했다.

[난 너다.]

입에 물을 머금은 채 말을 하면 물이 튀어나오듯.

지혜의 빛으로 눌러둔 천마신공의 무명(無明)이 새어 나왔다.

*   *   *

“……!”

[……!]

천마신공의 무명이 허공을 스치는 순간.

천문석의 당황한 시선과 천마의 분노한 시선이 얽혔다!

[야, 이건 내가 다 설명을…….]

[너 마공을 익혔구나!]

벼락 같은 노성이 터지는 순간 여상한 기세가 일변했다.

우르르릉-

하늘이 울고 대지가 요동친다!

어느새 들어 올린 주먹이 겨눠지는 순간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듯한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야, 이건 사정이 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프링을 누르듯 굽혀지는 무릎과 상체가 보이고 다음 순간 소리보다 빠르게 쏘아졌다.

신속의 일격!

자신이 피하는 순간 이 공격의 여파가 주위로 퍼져 나간다!

천문석은 마주 돌진하며 일기공과 일원공이 담긴 양손으로 원을 그렸다.

우르르르릉-

내력과 내력이 충돌해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전생 천마의 기교도 변화도 없는 우직한 일권이 날아왔다.

산이 무너져 쏟아지듯 막막함이 밀려올 때 천문석은 보법을 밟았다.

찰나의 순간 생사가 교차하는 팔문을 밟아 전진하며 내력이 담긴 손을 뻗는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천추, 천선, 천기, 천권!

옥형, 개양, 요광!

손끝에 담긴 내력이 일곱 번 허공을 찔러 괴와 표를 합친 일곱 개의 별, 북두칠성(北斗七星)을 그려내는 순간.

회(回)!

빛과 그림자, 하늘과 대지!

전생 천마의 일권까지 모든 것이 비틀렸다!

전생 천마의 비틀린 주먹이 암반을 때렸다.

쿠우우우웅-

암반을 타고 전해진 힘에 산이 종처럼 울고 거대한 힘의 잔향이 파동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돌이, 나무가, 바위가, 능선과 계곡, 산악이 진동하고 하늘이 떨어 울었다!

탓, 타타탓-

천문석은 미친 듯이 생사팔문의 보법을 펼쳐 거리를 벌리고 외쳤다.

“잠깐……!”

이때 보였다.

장철과 마혁진이 당장이라도 뛰어들 듯 각성력을 일으키고.

멀리 몸을 숨긴 청년 마혁진과 새끼 여우가 달려오고 있다.

‘아니! 왜 달려오는데?!’

상대는 천마다!

천마 신공의 12성 대성을 넘어 전인미답의 경지를 열었고.

천강의 불꽃으로 스스로를 불태우고 그 찰나의 순간에 멈춘 존재.

마도 18문 수천 년에 비견할 이 없는 절대자다!

그 힘의 여파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박살 난다!

지금의 천마와 힘과 힘, 강대 강으로 충돌해서는 답이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었다!

초월자 김철수가 자신을 부르면서 외쳤던 말!

천문석은 사자후를 터트렸다.

[금괴 10톤!]

우르르르릉-

자세를 잡던 천마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하- 금괴 10톤? 내가 돈에 흔들릴 것 같냐?! 마공을 익힌 마인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단호한 대답!

그러나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전생 천마는 잊어버린 기억 속의 자신이니까!

자신이 잊었던 기억!

천강의 불꽃으로 연결된 하늘에 기원을 전하고 훅 가기 전, 찰나!

그 찰나의 순간을 무한히 늘리고 인과를 비틀어 김철수의 부름에 응한 상태다!

즉, 지금 천마는 죽기 직전이었다.

[마지막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딱 10초 준다! 하나둘셋…….]

10초도 필요 없다.

단어 몇 개면 충분하다.

“부자집 아들.”

[……!]

숫자가 멈추고.

“객잔, 반점 주인.”

[……!]

앞세운 주먹이 툭 떨어졌다.

[너, 너! 그걸 어떻게?!]

전생 천마, 돌멩이 천문석이 바란 미래의 기원과 과거의 소원!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기원이자 소원이었으니까!

천마의 경악한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바로 쐐기를 박았다.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엄지로 중지를 눌렀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딱밤 자세.

파스, 파스스-

그러나 다음 순간 엄지와 중지가 맞닿아 만들어진 원에서 파문이 흘러나왔다.

물결치듯 허공으로 퍼져 나가는 파문!

전법륜인(轉法輪印)!

무림에서 단 두 명!

천문사의 전 주인과 현 주인만이 아는 수인이 펼쳐졌다!

[……!]

이 순간 전생 천마의 전신이 격동으로 떨렸다.

전생 천마는 백광에 물든 손을 들어 거울을 마주 보듯 엄지로 중지를 짚고 마음을 일으켰다.

파스, 파스슥-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허공으로 파문이 퍼져 나갔다.

현생 알바와 전생 천마.

두 사람이 일으킨 파문이 허공에서 만나는 순간.

쾅-

벼락 맞은 듯한 전율이 영육과 혼백에 휘몰아쳤다.

전법륜인.

대덕, 고승이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법(法), 뜻을 전하는 수인이 만들어 낸 파문이 닿는 순간 두 사람은 알게 됐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한 이유를.

하늘의 인과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천문석은 초월자 김철수를 보며 생각했었다.

초월자 김철수는 왜 인연도 이어지지 않는 지구를 위해 명운까지 태웠을까?

이 질문은 자신에게도 해당했다.

천강의 불꽃에 훅 간 천마 천문석은 어떻게 인연도 이어지지 않은 지구에서 알바 천문석으로 다시 태어났을까?

그 질문의 답이 바로 이곳, 이 순간에 있었다.

2000년 1월 2일.

세기말 대한민국 북한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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