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95화>
냐아아아앗-!!
거대 고양이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이세기의 외침과 거대 고양이의 포효에 담긴 투지가 충돌해 살벌한 기파가 퍼져 나가는 순간.
이세기와 거대 고양이는 강철봉과 기둥 같은 앞발을 앞세워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쿵-
얼어붙은 땅이 요동치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빠르게 긴장이 고조됐다.
영화 속 최종 결전 같은 모습!
그러나 상대는 무시무시한 괴수가 아닌, 귀여운 어린 삼색 고양이를 그대로 확대한 듯한 거대 고양이었다.
게다가 이세기의 동료, 해머 헌터와 염동 대협의 반응도 비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멀리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끝내라!”
“야, 적당히 얻어터지고 끝내! 나비 효과 알지? 네가 오늘 하루 종일 말한 나비 효과! 크크크크킄-”
격전을 앞둔 동료에게 건네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외침!
염동 대협과 해머 헌터는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강조했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저 고양이한테 총 한 발도 발사하면 안 된다!”
“욕해도 안 돼. 제 사람 말 다 알아듣는다!”
“저 고양이 다치면 대참사가 터진다!”
“혹시 삐지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동료가 아닌 거대 고양이를 더 걱정하는, 싸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리는 장난 같은 내용.
그러나 해머 헌터와 염동 대협의 표정과 목소리는 한없이 진지했다.
풀려난 권 의원, 어느새 옷을 입은 국정원 5팀장은 직감했다.
‘저 고양이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
‘저 고양이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
염동 대협, 해머 헌터라는 초인의 회유가 물 건너간 상황에 등장한 초능력 고양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권 의원과 5팀장은 부하들에게 슬쩍 눈짓하고 발걸음을 늦췄다.
이때 김철수는 나무 위에서 숲을 향해 다가오는 붉은 기운을 확인했다.
재의 기사가 숲으로 다가오고 있다!
뽀미와 짭천마가 싸운 게 전화위복이 된 상황!
더럽게 말 안 듣는 꼬맹이 같은 뽀미를 달래가며 재의 기사에게 데려갈 필요가 없어졌다!
재의 기사가 숲에 도착하는 순간 뽀미의 관심을 살짝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짭천마! 네 희생은 끝까지 기억해 주마!’
김철수는 굳게 다짐하며 잽싸게 나뭇가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마력 폭풍을 일으키기 위해 바닥난 내력을 채우는 것!
똑, 똑, 똑-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한 방울씩 채워지는 마력!
계곡과 능선마다 마석을 품은 마수와 몬스터가 득실득실 차오르고 있는데 이러고 있다니!
절로 울화통이 터졌지만, 언제 세계에서 튕겨 나갈지 모르는 지금 몬스터를 잡아 마석을 찾고 정제할 시간은 없다!
‘회사만 만들면 반드시 정제 마석을 전 세계에 퍼트린다!’
김철수는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마력 수인을 짚고 인증 파문을 퍼트렸다.
파스스스-
마력 파문이 거대한 흐름 영맥에 닿는 순간 똑, 똑, 똑- 천천히 마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간당간당하지만 가능하다!
재의 기사가 도착하기 전에 마력 폭풍을 터트릴 마력을 모을 수 있다!
김철수는 내심 환호하며 무아지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권 의원, 5팀장, 김철수 모두가 각자의 목표를 세우는 이 순간.
천문석은 뽀미를 마주 보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뒤에선 재의 기사가 다가오고!
바로 앞에는 분노한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가 있다!
재의 기사의 유형화된 빛, 오러 블레이드에 뽀미가 당하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북한산 안전지대를 만드는 뽀미가 사라지면, 수십만, 아니 백만 단위의 인명 피해가 난다!
절대 뽀미와 재의 기사가 만나게 두면 안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재의 기사가 도착하기 전에 절벽으로 유인, 최대출력 굉천수를 먹여 멀리 버리고 온다!
그러기 위해선 뽀미의 어그로를 한계까지 끌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 싸울 상대가 뽀미라는 것!
과연 명불허전!
각성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느껴지는 각성력은 강철 해머 장철, 염동 대협 마혁진 이상이다!
게다가 장철과 마혁진이 외침대로 치명타를 가할 수도, 삐지게 화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어떻게 상대하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이름들!
키즈 카페, 악마 꼬맹이, 특급 헌터!
냠냠이,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퐁퐁이…… 그리고 니케!
니케와 전투 스타일이 비슷하다!
뽀미는 무림인, 각성 헌터, 마수, 몬스터로 생각하고 싸우면 안 된다!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들!
그중에서도 ‘니케’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파파팟-
머릿속에 불꽃이 튀며 니케와의 전투가 머릿속에 펼쳐지고 순식간에 공방의 합이 그려졌다!
‘이건 먹힌다!’
천문석 빙글빙글 회전하던 발을 멈추고 강철봉을 앞세웠다.
냐아앗-!!
즉시 멈춰 선 채 당장이라도 돌진할 듯 몸을 낮추고 털을 곤두세우는 뽀미!
당장이라도 터질 듯 가파르게 치솟는 긴장감!
어느새 물러나던 장철과 마혁진, 모두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전장을 바라볼 때.
천문석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뽀미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으아앗! 저거 뭐야?!”
꼬맹이나 속을 유치한 낚시질!
그러나 이 낚시질이 뽀미에게 먹혔다.
냐앗-?!
깜짝 놀라 뒤를 보는 뽀미!
쿠우웅-
이 순간 천문석은 내력이 실린 강철봉을 들고 도약했다!
…… -!!
뽀미의 앞발 치기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 찢어발겼다!
당연했다.
천문석은 앞이 아닌 뒤로 뛰었으니까!
타타타타타탓-
몸, 얼굴, 시선은 정면에 둔 채로 번개같이 뒤로 달렸다!
…… -?!
뽀미의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물들 때 다시 한번 외쳤다.
[정정당당히 붙자!]
타다다다닷-
그리고 몸을 돌려 미친 듯이 달렸다.
파파파파팟-
이 순간 쉴 새 없이 섬광이 터져 나왔다.
연속 순간이동!
냐앗, 냐아앗-!
섬뜩한 울음소리와 함께 뽀미의 거체가 허공에서 튀어나오고 각성력을 휘감은 기둥 같은 앞발이 쏟아졌다.
빠아앙-
공기가 찢어지고!
콰드드득-
나무가 줄줄이 부러져 날아가고!
쾅, 쾅, 콰앙-
바위와 암반이 으스러져 자갈이 됐다!
스치기만 해도 작살이 날 물리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 모든 공격을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 갈대처럼 모조리 피하며 도발했다!
“이 정도냐? 이것밖에 안 되냐?! 더 빨리! 더 강하게 몰아쳐라! 카캬카카칵-.”
듣는 순간 깊은 빡침이 몰려오는 웃음을 터트리며.
폭풍에 흩날리는 깃털처럼 잠시도 멈추지 않고 구르고, 뛰고, 기고, 도약했다!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도주!
“……!”
“……!”
어느새 모두는 넋을 놓고 이세기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런 놈을 잡겠다고 쫓아갔으니. 이 꼴이 되지…….”
마혁진은 탄식하다 멈칫했다.
부러진 나무, 박살 난 바위, 치솟은 흙과 낙엽!
뽀미의 공격에 사방으로 흩날리는 모든 게 일정한 공간 안에 쌓이고 있다!
이세기를 중심으로 그린 원 안에!
“……!”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 반사적으로 외쳤다.
“역장, 새캬, 염동력장!”
‘염동력장?’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흠칫 놀랐다.
단 한대의 공격도 먹히지 않는 상황인데도 조금의 짜증도 없이 기대로 반짝이는 뽀미의 눈!
‘무언가 잘못됐다!’
쿵-
반사적으로 바위를 밟고 몸을 훌쩍 뒤로 빼려는 순간.
파아아아앙-
부러진 나무와 바스러진 바위, 파헤쳐진 흙과 모래가 한 점을 향해 날아왔다!
그 중심 천문석을 향해서!
염동력장의 폭풍!
피하기에는 늦었다!
으아아아악-
반사적으로 강철봉에 내력을 담아 원을 그렸다.
콰카카카카캉-
강철의 폭풍이 역장에 끌려 날아오는 물체들을 산산이 부서트리고 길이 열렸다.
‘지금 빠져나가면 된다!’
천문석은 역장의 폭풍 사이 작은 틈을 향해 바람처럼 달렸다.
그러나 뽀미가 한 발 빨랐다.
턱-
기다렸다는 듯이 파르테논 신전 기둥 같은 거대한 앞발이 몸통을 찍어 눌렀다.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세워 흘리려는 순간 전신을 찍어누르는 엄청난 무게!
‘중력장?!’
오지산에 깔린 손오공처럼 얼어붙은 대지에 그대로 몸이 고정됐다.
연속 순간이동으로 한 번 낚고.
염동력장으로 두 번 낚고.
마지막 체크메이트!
중력장에 몸이 고정되고!
신전 기둥 같은 앞발에 밟혔다!
완벽히 당했다!
힘을 빼는 순간 짓뭉개진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자신에게는 최후의, 최후의 수단, 그 어떤 사람도 설득할 수 있는 입이 있으니까!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어 뽀미를 향해 진심을 담아 외쳤다.
“야! 무승부! 우리 무승부로 하자!”
* * *
…… -
뽀미의 눈동자를 스치는 당혹!
1초, 2초, 3초…… 길어지는 침묵!
‘됐다! 먹히고 있다! 좀 더 입을 털면…….’
내심 반색해서 입을 여는 순간.
앞발에 실린 힘이 2배로 강해졌다!
으아아악-
천문석은 악을 쓰며 힘을 끌어내는 동시에 외쳤다.
“잠깐! 이유! 이유가 있다! 내가 괜히 무승부로 하자는 게 아냐! 너도 들으면 한 번에 이해할 거야!!”
내리누르는 힘이 약해지고 번뜩이는 눈빛이 쏟아졌다.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설득하지 못하면 끝장이다!
천문석은 심호흡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입을 털었다.
“내가 아까 딱밤 때린 건 전부 널 위해서다!”
“생각해 봐! 내가 딱밤 때려서 네가 이 힘을 얻은 거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너 마수랑 몬스터랑 싸우다가 꼴까닥 했다니까! 꼴까닥! 너 꼴까닥 알지?!”
“그런데 내가 딱밤을 때려서 어떻게 됐어?! 이제 마수랑 몬스터! 거대 괴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니까!”
“엄청! 완전! 최고로 멋지고! 강하고! 고독한! 특급 뽀미가 된 거야!!”
“특급 뽀미!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 난 너한테 딱밤을 날린 원수가 아니라 각성력을 깨워 준 은인이야!”
……
천문석은 놀랍게도 진실만을 외쳤다.
그러나 상대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었다!
그것도 행동 양식이 예측되지 않는 어린 고양이!
“그러니까 여기서는 무승부로 하는 게 합리적…… 끄어억-.”
냐앗, 냐아앗-!!
분노어린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꼬리가 몸을 칭칭 휘감아 들고 각성력과 물리력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파직, 파지직-
각성력과 내력이 충돌해 상쇄되는 순간.
와드드드드득-
꼬리에 칭칭 감긴 몸에 엄청난 압력이 밀려왔다!
으아아악-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힘과 내력을 끌어올려 버텼다.
강기를 사용하면 빠져나올 수 있지만, 상대는 수백만 생명을 살릴 서울의 수호자 뽀미!
뽀미를 강기로 공격할 수는 없다.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방법을 쓸 차례다!
천문석은 고개를 번쩍 들어 불벼락 번쩍이는 눈으로 뽀미의 두 눈을 바라보며 외쳤다.
“항복!”
…… 냐앗-??
“항복이다!”
“내가 졌다!”
“뽀미 네가 이겼다!”
“지금 엄청 강한 녀석이 다가오고 있디!”
“너와 나! 사람과 고양이로 종은 다르지만 같은 대의로 뭉쳤다!”
“우리 힘을 합쳐 같이 싸우자!”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외쳤다.
그러나 뽀미는 멈추지 않았다!
스으으윽-
꼬리에 잡힌 천문석을 움직였다.
강화 강철보다 단단한 거대 괴수의 피부조차 찢어발기는 무시무시한 이빨이 솟은 커다란 고양이 입을 향해서!
“야, 그냥 공격하고 빠져나와! 너 그러다 죽어!”
“아니 뭘 어떻게 했으면, 각성 동물이 사람을 진심으로 공격해?!”
황당한 얼굴의 마혁진과 장철 헌터가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천문석은 한껏 벌린 뽀미의 입 앞에 도착했다!
“야, 이러면 안 돼! 내 뒤에, 내 뒤에, 내 뒤에……! 그렇지 니케! 니케라고 엄청엄청 무서운 다람……! 하여튼 무시무시한 녀석 있어! 걔가 물면 너도 한 방 컷……!”
협박이 끝나기도 전에 튀어나온 혓바닥!
핥짝핥짝핥짝-
뽀미는 수천 개의 가시돌기가 솟은 분홍 혓바닥으로 미친 듯이 핥기 시작했다!
천문석의 얼굴과 목, 상반신을!
수천 개의 가시돌기에 사포로 갈아내듯 옷이 해지고 피부가 쓸렸다.
반사적으로 피부에 내력을 집중하는 순간 주르륵-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침!
“……야, 이! 이거 풀고 정정당당히 싸우자!”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릴 때.
장철과 마혁진, 수사관과 경찰, 국정원 요원 모두는 어느새 발길을 멈춘 채 바라봤다.
핥짝핥짝핥짝-
거대 새끼 고양이가 꼬리로 사람을 휘감고 침을 바르고 사탕처럼 핥고 있는 초현실적인 광경을!
“야, 염동 어떻게 좀 해 봐! 앗, 앗, 으아악!”
천문석이 악을 쓰며 힘을 줬지만 꼬리는 요지부동!
마혁진과 장철이라고 뽀미 상대로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천문석이 외침은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재의 기사가 다가오는 지금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 국정원 요원들 사이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귤이? 너 혹시 감귤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