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67화 (1,16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67화>

어린이 대공원의 한 건물 옥상.

이곳에 국정원의 거대 괴수 대응팀이 있었다.

대응팀 모두는 지휘 텐트 중앙 국장의 든 전화기를 바라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거대 괴수 대응 작전은 심플했다.

1. 거대 괴수를 인적이 없는 어린이 대공원으로 유인한다.

2. 정보위 라인을 움직여 어린이 대공원에 포격을 쏟아붓는다.

문제가 발생한 건 정보위원회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5팀 최 팀장과의 연락이 끊겼다는 것!

최 팀장과 연락이 끊기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의원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약점을 잡은 최 팀장이 사라지자 태도를 그대로 바꾼 것이다!

어떻게든 최 팀장을 찾아야 했다!

사방으로 전화를 돌리고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한강으로 요원들을 보냈으나 이미 한강은 수십만 인파가 몰린 상황!

게다가 군, 경찰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정부 곳곳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정보가 새고 누군가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 이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뿐이다!

미국!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져 나온 초유의 사태!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게이트에서 괴물들이 나온다는 건 역으로 이곳에서 게이트 너머의 세계로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한강 다리 폭파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개입하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굴러갈지 몰랐다.

모두가 정신없이 대응하던 그때.

최 팀장의 휴대폰과 통신이 연결됐다!

전화를 받은 건 직장에서 부당해고 당했다는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 청년은 최 팀장과 제임스 김, 군인들이 청담대교에 정신줄을 놓고 쓰러져 있다고 알려왔다.

듣는 순간 모두는 직감했다.

최 팀장과 국정원 요원.

제임스 김과 델타포스.

앙숙인 둘이 붙고 양패구상했다!

즉시 차량을 보냈다.

어떻게든 먼저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 청년은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자꾸 발을 빼려 하고 있었다!.

-전 그냥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냥 경찰에게 휴대폰 넘기겠습니다!

청년의 목소리가 스피커폰에서 들려오는 순간.

부장의 시선이 지휘 텐트 안의 직원들을 훑었다.

양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입 모양으로 외치는 국정원 직원들!

‘경찰은 안 됩니다!’

‘경찰 무전을 감청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임스 김이 지금 넘어가면 외교 문제가 생깁니다!’

‘델타포스! 무장한 상태로 확보해야 명분에서 유리합니다!’

‘목격자 진술이! 청년을 확보해야 여론전에서 우위를 접할 수 있습니다!”

……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쏟아 냈다.

“너 직장에서 잘렸다고 했지? 우리 회사에 특채해 줄게!”

“내 권한으로 특채한다! 너 이제부터 공무원이다!”

“처음은 9급이지만 걱정하지 마라!”

“승진이 제일 빠른 최 팀장 5팀에 넣어 주겠다!”

“5팀은 평균 2년이면 승진하고 성과급도 최고다!”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최 팀장 팀에 특별히 넣어 주겠다!”

……

부장의 말을 들은 국정원 직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뭐? 평균 2년이면 승진하고 성과급도 최고라고?

최 팀장 5팀에 아무나 들어가지 못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미친 듯한 야근, 특근으로 수당이 미친 듯이 쌓이고!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개같이 굴러 승진을 하긴 했으니까 말이다!

즉, 부장은 구라로 청년을 낚고 있었다!

‘안 통할 것 같은데?!’

‘말려야 되는 거 아냐?!’

‘혹시 눈치채고 튀면 난장판 됩니다!’

……

국정원 직원들이 눈빛으로 외칠 때 전화기 너머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최선을 다해 최 팀장님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충성충성!

부장의 낚시질이 먹혔다!

목격자 청년을 확보했다!

사방에서 탄식과 탄성이 뒤섞여 터져 나오는 순간.

국장은 전화기를 직원에게 넘기고 빠르게 명령했다.

“의원 보좌관들에게 바로 연락 돌려라! 최 팀장이 도착하는 즉시 통화 연결하고 포격을 쏟아붓는다!”

“네! 부장님!”

“거대 괴수 뺑뺑이 돌리는 용역 상태는 어때? 우선 긴박하다고 말해 뒀는데?!”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잘 버티고 있습니다! 최 팀장 올 때까지 충분히 시간 끌 수 있습니다!”

쿠앙, 쿠아아아앙-

이때 거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부장은 망원경을 낚아채 옥상 가장자리로 달려갔다.

중화각, 북경반점, 삼거리 쌀집……!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배달 오토바이들!

쿵, 쿵, 쿠우웅-

그 뒤로 대지가 진동하고 나무와 가로등이 흔들리다가 불쑥 튀어나왔다.

거대한 기둥 같은 다리.

암녹색 비늘로 덮인 몸통.

섬뜩한 빛을 뿌리는 갈고리발톱까지!

모든 게 영화 속 이족 보행 공룡, 랩터와 똑같았다.

10층 건물 높이에 자리한 머리와 생각보다 느린 속도를 제외하면!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 랩터가 숲을 지나 배달 오토바이 뒤를 쫓고 있었다!

“하, 이게 먹히네? 배달 오토바이를 용역이라고 데려왔을 때는 뭔 병신 짓인가 했는데…….”

부장이 탄식하는 순간 한 직원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배달 오토바이는 철저한 경쟁 체제입니다! 짜장면 시켰는데 30분! 이러면 바로 짤리죠! 서울에선 배달 재들보다 빠른 애들은 없습니다! 특히 저기 리더가 대장이라고 불리는 대학생인데 장난이 아닙니다! 어젯밤 동네에 나타난 괴물들을 주민들과 함께 바리케이드로 몰고, 투석과 쇠 파이프로 뚝배기를 깨뜨려 잡았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순간 감이 딱 왔습니다!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구나! 그래서 제가 바로 연락처를 받고 이렇게 외주 용역으로 섭외…….”

부장은 말을 쏟아 내는 직원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비서에게 확인했다.

“혹시 쟤도 최 팀장 밑에 있는 애냐?”

“네. 5팀 김 대리라고 최 팀장이 직접 뽑은 직원입니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비서.

“최 팀장 밑에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왜 저 모양이야. 최 팀장, 이 녀석 나중에는 사기도 치고 다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하아…….”

부장이 탄식하는 순간 한숨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들.

그러나 곧 모두는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격으로 갈아 버리려면 준비할 게 많았다!

“배달 오토바이들! 연락하는 순간 바로 이탈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확인해라! 혹시 포격에 휩쓸리면 안 된다!”

“네! 다시 한번 전하겠습니다!”

김 대리는 확성기를 낚아채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갔다.

이때 거대 괴수와 가장 가까이서 달리는 ‘삼거리 쌀집’ 상호가 인쇄된 오토바이를 탄 라이더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뭐 간단한 고수익 알바라고?! 아니 저런 괴물을 끌고 달리는 게 알바가 맞는 거야?!”

삼거리 쌀집 라이더가 분통을 터트리자 앞서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에서 목소리가 돌아왔다.

“대장! 힘을 내라고!”

“그래 대장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빌어먹을 그놈의 대장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까! 차라리 이름! 임수정이라고 부르라고!”

하하, 하하하-

부콰아아아앙-

왁자한 웃음과 구멍 뚫린 머플러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지고.

쿵, 쿵, 쿠우우웅-

그 뒤로 거대 괴수의 육중한 진동이 이어졌다.

* * *

부앙, 부아앙-

천문석은 강변에 가득한 인파 사이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계획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내 계획은 이거다! 뭘 해야 할지 알겠지? 염동?!”

“…….”

“염동? 다시 설명해 줄까?! 이해 안 가는 부분 있냐?!”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반문하는 순간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너, 장철, 나. 세 사람이 거대 괴수를 잡아야 한다는 거지?”

“그게 아니라……!”

천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혁진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당연히 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하긴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거대 괴수를 셋이서 잡자고 할 리 없지! 그래 그런 거지 같은 이야기는 또라이 이태성도 안 할 거다! 하하하-”

무기력했던 모습이 거짓말인 듯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마혁진!

천문석은 같이 웃음을 터트리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하하하- 걱정 마라! 그건 플랜 B니까!”

“…….”

뚝 웃음이 멈추고 섬뜩한 시선이 날아오는 순간.

천문석은 잽싸게 말을 이었다.

“야, 플랜 B까진 가지도 않아! 플랜 A에서 끝나니까 걱정할 것 없어!”

“……플랜 A? 어린이 대공원?”

“맞아! 어린이 대공원에 포격을 쏟아부어 거대 괴수를 끝장내는 거다! 우리는 대공원에 가서 설득하기만 하면 된다!”

“새꺄! 그게 안 됐다니까 그러네! 거대 괴수한테 포격을 안 했다고!”

“걱정할 거 없다!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설득할 수 있다!”

“뭔 헛소리야! 뭐가 다른데?! 어떻게 설득하려고?!”

천문석은 엄지를 세워 등 뒤, 오토바이 뒷좌석을 가리켰다.

“염동 대협!”

“……나?”

얼빠진 목소리가 돌아오는 순간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그래 너, 염동 대협이 있다!”

“일반인이 말했으면 씨알도 안 먹혔을 거다! 하지만 넌 그냥 일반인이 아니다!”

“몬스터를 역장의 폭풍으로 갈아 버리고!”

“범람 직전인 중랑천 물길을 뚫고, 끊어진 청담, 영동대교를 이어 수많은 시민을 구했다!”

“이 모든 것을 해낸 염동 대협의 이름으로 설득하는 거다!”

“염동 대협이 말하면 반드시 먹힌다!”

“와! 진짜 새옹지마 아니냐? 중랑천 뚫고 다리 잇느라 개고생한 보람이 있다!”

“하늘님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한다니까!”

“어때 너도 될 거 같지?!”

카캬카카캌-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마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꼬리를 흐렸다.

“먹힐 것 같긴 한데…….”

“한데 뭐?”

“왜 이렇게 불안하냐?”

“불안할 거 없어! 우리한테는 완벽한 계획! 플랜 ABC가 있다니까! 게다가 하늘님이 가호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불안한 거다. 그놈의 계획 때문에!’

마혁진이 마음속으로 말을 삼킬 때 귀에 익은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다!”

청담대교 아래!

낯익은 자동차 앞에서 손을 흔드는 밝은 얼굴의 장철 헌터가 보였다.

“자동차 준비했다! 바로 움직일 수 있어!”

“봤냐! 하늘님의 가호다!”

부아아아앙-

오토바이는 단숨에 가속했고.

천문석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장철 헌터에게 외쳤다.

“바로 뒤로 따라붙으세요! 당장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야 합니다!”

“알았다!”

장철은 묻지도 않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오토바이 뒤를 따라 달렸다.

이때 최 팀장과 제임스 김. 기절한 직원과 특수부대원을 구겨 넣듯 태운 승합차는 이미 어린이 대공원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승합차에는 9급 공무원이 된 환한 얼굴의 청년 마혁진이 타고 있었다.

청년 마혁진이 탄 승합차.

천문석이 몰고 염동 대협이 탄 오토바이.

장철 헌터가 운전하는 세린이가 탔던 자동차까지.

모두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정된 포격이 미뤄진 어린이 대공원에선.

배달 오토바이를 탄 임수정과 라이더들이 거대 괴수를 끌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있었다.

천문석, 마혁진, 장철 헌터.

청년 마혁진.

국정원 최 팀장.

CIA 제임스 김.

국정원 대응팀.

배달 오토바이 라이더.

삼거리 쌀집 딸 임수정.

……

2020년 남중국.

2004년 부산.

2000년 3월 서초구.

2000년 1월 2일 서울까지!

천문석이 굴린 스노우볼, 일으킨 나비효과에 휩쓸린 사람들 모두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모이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으어어억-

처절한 괴성이 북한산 국립공원에 울려 퍼졌다.

7살 남짓 검은 로브를 걸친 꼬맹이가 허리를 잡고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빌어먹을 젠장! 꿈인데, 영체인데! 허리가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아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꼬맹이는 이상한 숲에서 이상한 아이에게 배낭을 받았다가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깨어난 김철수였다.

김철수는 장세린에게 배낭을 건네주고 바로 북한산으로 이동했다.

잃어버린 돌과 철을 찾기 위해서!

돌은 어떤 마법적 탐지도 먹히지 않는다!

마도의 기억을 잃은 지금의 김철수도 돌을 찾을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김철수에겐 계획이 있었다.

철, 타이탄을 우선 찾고 1호 타이탄의 힘으로 돌, 첫 번째 마탑의 머릿돌을 찾는다!

보석과 강철의 황제!

마도 황제의 보석과 강철, 머릿돌과 타이탄을 찾는다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잃어버린 기억만 되찾으면!

게이트, 던전, 균열,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이 모든 난장판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다!

김철수는 자신이 있었다.

이곳은 2000년 1월 2일!

자신이 지구로 귀환한 직후, 세기말 대한민국이었으니까!

‘변수가 적은 지금이라면 철을 찾을 수 있다!’

김철수는 북한산에 도착하는 즉시 남은 마력을 모조리 쥐어짜 광역 스캔을 펼치고 땅바닥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없었다!

강철, 타이탄 1호기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강철! 타이탄! 야, 어디야?! 너 어디에 짱박혀 있는 거야?!

아무리 광역 스캔하고, 마력 파문을 퍼트리며 외쳐도 타이탄 1호기, 강철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반응했다.

사박, 사박-

우아하게 낙엽 위를 걸어와 발 앞에 발라당 누워.

냐야, 냐아아-

작은 발과 꼬리 휘저으며 우는 삼색 고양이.

뽀미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