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48화>
“절대로 문 안 열어!”
단호히 외친 장세린!
모래처럼 바스러진 강화 해머!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은 자동차!
“……!”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강화 철판과 마력 회로로 떡칠을 한 장갑 SUV도 아닌 보통 자동차 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육체 각성자의 힘을 버틴다고?!”
“역시 철수 오빠는 대단해! 나한테 요플레 뚜껑도 줬어!”
철수 오빠!
세린이에게 담요와 핫팩, 칼로리바 등등을 건네준 김철수!
‘김철수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세린이가 정신없이 외치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자동차에 그림도 그려 줬어! 짝짝- 이렇게 박수 치니까! 막막 자동차에서 빛도 나왔다니까!’
“설마?!”
장철은 각성력을 담은 손으로 자체를 훑었다.
퉁, 퉁, 퉁-
사방의 창문, 4개의 문, 강철 프레임, 강판으로 만든 차체에서 진동이 돌아오는 순간 깨달았다.
일정 이상의 각성력과 힘이 가해지는 순간, 마치 물이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있다!
보안 등급 마력 회로!
누군가 자동차 전체에 보안 등급 마력 회로를 새겨놨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은 2000년 1월 2일, 게이트가 열린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마력 회로를 개발한 재금 공업, 강화 철판을 만든 W. S. 인더스트리가 탄생하기도 전이다!
보안 등급 마력 회로는 집중되는 힘과 각성력을 분산시키는 거지,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것처럼 아예 지워 버릴 수는 없다!
게다가 마력 회로의 강도는 소재의 물성을 따라간다.
자동차의 얇은 강판에 새긴 마력 회로로 이 정도 효과라고?!
이런 마력 회로는 1세대 마력 각성자, 하얀 번개 추이린도 불가능하다!
“김철수가 마력 회로. 아니 이 자동차를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맞아! 나한테 요플레 준 철수 오빠가 문 안 열리게 도와줬어! 난 약속대로 아빠, 엄마, 고모 올 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단호히 외치는 장세린!
타다당, 타다당-
총성이 가까워지고 경찰과 군인의 긴박한 외침이 사방이 들려왔다.
“건물 안에 계신 시민분들 창문 가리고 문을 잠그셔야 합니다!”
“거기 가족분, 이쪽으로 오세요! 이 건물에 자리 있습니다!”
“항상 총구 15도 아래로! 반드시 괴물을 확인하고 점사로 발포한다!”
“빨리 움직여라! 1조는 건물! 2조는 주차장의 차량을 확인한다!”
“건물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차량을 움직여 차 벽을 세운다!”
……
군인과 경찰이 시가지를 헤집고 주차장에 접근하고 있다!
주차장에 놓인 차량으로 차 벽을 세우기 위해서!
원래 주차장의 차량으로 차 벽을 세우는 건 일어나지 않았던 일!
자신의 기억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세린이를 데리고 주차장을 빠져나가야 한다!
장철은 문손잡이를 잡고 힘을 쓰고, 철판과 유리틈에 빠루를 밀어 넣고 비틀었다.
콰드드드드득-
각성력이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강화 강철로 만든 빠루가 비틀렸다.
보안 등급 강화 철판 이상의 강도다!
이건 힘으로는 열지 못한다!
깨달음의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강제로 문을 열고 세린이를 데리고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동차에 새겨진 마력 회로로 계획이 어그러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다급한 마음에 버럭 소리쳤다.
“세린아! 당장 여기서 피해야 해! 빨리 문 열어! 장민한테 이른다!”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장세린!
특급 헌터랑 똑같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설득하지?!’
이때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특급 헌터가 매일매일 신나서 이야기하던 사람!
‘알바가 말이야……!’
‘오늘 알바랑 같이……!’
‘앗! 알바네 평상에서……!’
……
델타 포스 출신 경호팀장 제임스.
장강 유통의 비서 12명.
어린이집 5곳과 키즈카페 3곳.
초거대기업의 이사.
대형 길드의 길드장.
……
모두가 실패한 악마 꼬맹이 특급 헌터를 개과천선 시킨 알바 천문석!
악마 꼬맹이를 개과천선 시켰다면 특급 헌터와 판박이 장세린도 가능하다!
‘천문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특급 헌터가 외쳤던 이야기들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 지나갈 때 팟! 떠올랐다.
천문석이 그동안 실패했던 사람들과 다른 점!
특급 헌터가 사고를 칠 때면 알바 천문석이 외쳤다는 말버릇!
‘할 만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바로 이거다!
지금 문제의 해결책은 본질이 아닌 긍정적 생각에 있다!
장철은 툭, 툭- 창문을 두들기고 장세린에게 다시 확인했다.
“세린이 아빠, 엄마, 고모가 올 때까지 자동차 문 절대 안 연다고 했지? 진짜로? 정말로? 곰곰이 증인으로 절대 안 여는 거 맞아?!”
“철수 오빠랑 약속했다니까! 아빠, 엄마, 고모가 나타나지 않으면 난 절대로 문 안 열어! 곰곰이가 증인이야!”
장세린이 단호한 외침과 함께 곰곰이를 번쩍 드는 순간.
장철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알바 천문석처럼 말했다.
“할 만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움직였다.
“앗, 앗, 으아앗!”
장세린이 입을 헤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할 때.
그르르르르르륵-
주차장에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린이는 아빠, 엄마, 고모가 나타나기 전에는 절대 ‘자동차’ 문을 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자동차’에는 김철수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새겨 놓은 마력 회로가 깔려 있고, 주차장은 곧 난장판으로 변할 상황이다.
정석적인 해결책은 어떻게든 문을 열어 세린이를 아빠, 엄마, 고모에게 데려다주는 것!
변형적인 해결책은 장철과 장민을 데려오거나 올 때까지 기다려 세린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게 하는 거다!
그러나 자신과 천문석, 마혁진의 존재 때문인지 조금씩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제3의 해결책이 있었다.
악마 꼬맹이를 갱생시킨 알바 천문석의 해결 방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면 다른 해결 방법이 튀어나온다.
바로 지금처럼!
그르르르르르륵-
장철은 렉카차가 견인하듯 자동차 앞 범퍼를 들고 주차장을 달리고 있었다.
“안 돼! 멈춰! 어디로 가는 거야?!”
작은 손으로 창문을 두들기며 다급히 외치는 장세린!
그러나 장세린은 문을 열고 도망친다는 간단한 해결책을 선택하지 못했다.
아빠, 엄마, 고모가 오기 전에는 절대 문을 안 열겠다고 곰곰이를 증인으로 맹세했으니까!
지금 이 자동차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감옥이었다.
자신은 이 안전한 감옥을 통째로 옮기기만 하면 됐다.
동료와 만나기로 한 청담대교까지!
그리고 그건 육체 각성자인 자신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하하하하하-
장철이 웃음을 터트리자 장세린은 앞 창문에 찰싹 붙어 곰곰이를 흔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반칙이야! 이건 반칙이잖아! 반칙하면 나쁜 어른이야! 웃지 마! 그만 웃고 멈추라고! 앗, 아앗- 곰곰이 어떻게 좀 해 봐!!”
그르르르르륵-
장철은 세린이가 탄 자동차를 끌고 청담 대교를 향해 달렸다.
“할 만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하하, 하하하하-”
* * *
“야, 걱정 마! 이 정도면 할 만한 거야!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하, 하하-”
천문석은 힐끗 눈치를 보는 순간 뚝 웃음이 그쳤다.
푸른 불꽃이 이글거리는 마혁진의 두 눈!
싸했다!
그리고 마혁진의 표정도 여전히 싸했다!
당연했다.
마혁진의 이마에는 섬뜩한 전율이 느껴지는 십자마안(十字魔眼)이 생겨났으니까!
‘하, 시바 어쩌다 이렇게 됐지?’
갑자기 나타난 마수와 몬스터 그리고 바위 트롤 4마리!
장철 헌터를 먼저 보내고 마혁진과 둘이서 마수와 몬스터, 바위 트롤을 정리했다.
자신과 마혁진 둘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예상이 틀렸다!
마혁진 혼자로도 충분했으니까!
문득 하늘로 향하는 시선에 보였다.
콰카카카카쾅-
거대한 역장의 폭풍이 하늘에 몰아친다!
자동차, 트럭, 철근 콘크리트 같은 온갖 잡동사니!
오크, 랩터, 고블린 자잘한 마수와 몬스터 수백 마리!
그리고 바위 트롤 3마리까지!
거대한 분쇄기가 되어 서로를 박살 내는 역장의 폭풍!
십자마안이 생겨난 염동 대협 마혁진의 이 역장의 폭풍을 일으켰다!
‘아니, 왜 갑자기 마안이 생겨 난 거야?! 마혁진 이 녀석 혹시 반요, 반마 그런 거 아냐?!’
그럴 리 없다!
십자마안에서 느껴지는 건 요기, 마기가 아닌 각성력이었으니까!
이때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입을 털었다.
“당연히 긍정적이지! 야, 괜찮아! 내가 보니까! 일시적 현상이야! 그 십자 상처 나으면 빛 더는 안 나와! 아니 계속 빛 나와도 괜찮아! 돈 주고 문신도 하는데 이건 그냥 문신도 아니고 빛까지 뿜어져 나오잖아! 십자마안! 딱 봐도 슈퍼히어로 같고 완전 멋져 보여! 들리지?! 저기 사람들 환호하는 거!”
“…….”
마혁진은 힐끗 주위를 돌아봤다.
하늘에서는 마수와 몬스터, 바위 트롤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가 뒤엉킨 역장이 폭풍이 몰아치고.
그 아래에는 이마에서 번쩍번쩍 십자마안이 빛나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
“염동 대협!”
“염동 대협!
……
환호하는 사람들.
“……?”
“……!!”
……
넋 나간 얼굴로 눈을 비비는 경찰과 군인들.
“신이시여!”
“엄마! 저기 저 형 이마 좀 봐!!”
……
저마다의 신을 찾는 사람과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꼬맹이들.
사람마다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멍하고, 넋이 나간,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사실 가장 경악한 건 마혁진 본인이었다!
당연했다!
주위에 가득한 사람들에겐 남의 일이지만, 자신은 당사자, 이마에 십자마안이 생긴 건 마혁진 자신이었다!
‘시바, 시바시바!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마음으로 묻는 순간 이세기와 얽혀 구른 경험이 즉시 대답한다!
‘그럴 리 없다!’
이때 이세기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염동! 저기 건물 도로. 자동차랑 잔해로 막아! 전부 막으면 터진다! 숨구멍은 열어 둬! 거기 군인들 저지선 빨리 완성해!”
강철봉을 어깨에 걸치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이세기.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역장의 폭풍을 움직였다.
쾅쾅, 콰아앙-
역장의 폭풍에서 떨어진 자동차와 잔해가 건물 사이사이를 막자 이세기는 외쳤다.
“지금이다! 빨리빨리 움직여!”
땅땅, 땅땅땅-
피스를 박고 펜스를 세우고 철조망을 깔아 저지선을 보강하는 군인들!
마혁진은 기계적으로 건물 사이를 막으며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이 모든 난장판의 시작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열사의 사막의 난장판이 끝나고 도착한 부산!
이세기와 이태성 길드장을 피해 남중국으로 튀었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이 남중국에 나타난 이세기!
이태성 길드장과의 관계개선을 조건으로 이세기와 용역계약을 하고 동전 하나를 계약금으로 받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계약하자마자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사고에 미친 듯이 굴렀다!
‘빌어먹을 재앙의 화신 같은 놈! 보자마자 도망쳐야 했는데!’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남일도에서 이상한 던전에 빨려 들어와 시간을 거슬러 올라 2000년 1월 2일 게이트가 열린 대한민국에 떨어졌으니까!
정신없이 자전거를 타고 질주, 염동력장을 쥐어짜 뚝 끊겨 버린 다리를 넘었다.
잠시 숨돌렸다고 생각한 순간 거대 괴수의 피어가 터져 나오고 그 피어에 담긴 반발장을 중화해야 했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진 바위 트롤과의 격전!
이를 갈며 염동력장을 펼치는 순간 깨달았다.
염동력장이 대형 몬스터, 바위 트롤의 반발장을 단숨에 억눌렀다!
대형 몬스터가 아니라 고블린처럼 바위 트롤이 간단히 허공에 날아올랐다!
염동력장에 톤 단위 자동차와 화물차, 철근 콘크리트 잔해가 떠올라 강철의 폭풍을 만들어 냈다!
오크, 고블린, 랩터 같은 자잘한 놈들은 끌려 오는 순간 갈려 나가고!
바위 트롤 셋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멧돌에 갈리는 콩처럼 으깨진다!
전능감(全能感)!
무한한 힘의 원천에 닿은 듯 각성력이 끝없이 쏟아지고!
고양감(高揚感)!
당장이라도 대지를 뒤흔들고 하늘을 깨트릴 듯한 힘이 느껴진다!
‘어떻게?!’
의문을 품는 순간 이마가 지끈거리고 깨달았다.
이마에 남겨진 십자 상처!
각성력이 바닥났다고 말한 순간 이세기 새끼가 날린 딱밤에 맞고 생긴 십자 상처!
이 십자 상처로 엄청난 각성력이 밀려들어 왔다!
그렇다! 밀려들어 왔다!
마치 안테나가 전파를 수신하듯이 어디선가 각성력을 수신하고 있다!
즉, 이세기가 자신에게 날린 딱밤이 만든 십자 상처 아니 십자마안이 전능감과 고양감의 이유였다!
끼이이이잇-
날카로운 포효가 생각을 끊었다.
반사적으로 역장을 펼치려는 순간 보였다.
크아아아아-
숨구멍으로 열어 둔 도로에서 튀어나온 랩터 십여 마리!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타다다다당-
사선 확인의 외침과 함께 6곳의 진지에서 쏟아진 탄환이 랩터 10여 마리를 갈아버렸다.
“사격 중지! 모두 잡았다!”
“이렇게 간단하다고?!”
“뭐, 이렇게 빨라?!”
“모두 총구 내리고! 예비조 확인 사살한다!”
“모두 잊지 마라! 거리 유지! 확인 사살! 총기 발사 전 사선 확인한다!”
번개같이 달려가 거리를 두고 확인 사살하고 밀대로 사체를 밀어내는 군인들!
“거리 유지!”
“거리 유지!”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타타탕, 타타탕-
끼이잇, 끼에엣-
게이트 전쟁에서 수년은 구른 것처럼 능숙하게 움직이는 군인들!
‘뭐야 이거?!’
의문은 바로 풀렸다.
“이세기 선생님 말씀대로 죽은 척하는 몬스터들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항상 거리 유지, 사선 확인을 해야 합니다. 주위에 널린 자동차로 차 벽을 세워 거리를 유지하고. 마수와 몬스터와의 전투는 인간과의 전투와는 다릅니다! 폭발적인 순간 속도를 따라 총기를 움직이다 보면 오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항상 사선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금 상대한 랩터를 닮은 공룡형 몬스터는…….”
이세기 녀석이 장교들에게 대몬스터전 전술을 줄줄이 읊고 있었다!
‘나비 효과라며?!’
황당함에 멍하니 보고 있자 어느새 설명을 끝내고 돌아와 입을 털기 시작했다.
“뭐야? 그 표정? 너 아직도 이마 걱정하는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두건만 둘러도 안 보여! 아니 두건 두를 필요도 없어! 제천대성 긴고아 같아서 완전 멋진…….”
마혁진은 말을 끊고 물었다.
“……아까 일시적 현상이라는 말 진짜냐?”
“당연히 진짜지!”
천문석은 마혁진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즉시 대답했다.
당연히 구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