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23화>
물렸다!
콰드드득-
거대한 곰 요괴조차 일격에 쓰러뜨린 꼬맹이의 물기에 당했다!
상상을 초월한 극통이 쏟아진다!
아아아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이아…… 어? 왜 안 아프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내리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양손, 양다리로 다리를 꼭 안은 채 헤실헤실 웃고 있는 꼬맹이와.
“반가워! 엄청 반가워! 왜 이제야 왔어! 나한테 이름 주러 온 거 맞지?! 나 한참 전에 깨서 오래 기다렸잖아! 아앗! 따뜻해! 진짜 사람이야! 우히히히히힛-.”
‘뭐? 이름을 줘? 오래 기다려? 이게 무슨 상황……?!’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반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순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킥, 키킼키-!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항의하듯 외치는 하늘다람쥐.
꼬맹이는 번쩍 고개를 들고 즉시 대답했다.
“아니거든! 아주아주! 아프게 물었는데 안 아파하는 거야!”
키킼, 킼키킼-!!
“아니라니까! 차별한 거 아냐! 진짜로 물었다니까!”
키킼킼, 키키킼-!!
“왜 안 아파하는지 나도 모르지! 앗! 나한테 이름 줄어 온 착한 사람이라 안 아파하는 거 아닐까?! 맞아 그런 거 같아!”
…… -
…… -
꼬맹이가 외치는 순간 위아래, 전후좌우 사방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하늘다람쥐, 여우, 사슴, 늑대, 곰, 너구리, 삵……!
입가에 풀물이 든 채 눈물을 줄줄 흘리던 동물 요괴들의 황당해하는 시선이 날아왔다!
“……!”
문득 드는 생각에 시선을 내리자 꼬맹이가 매달린 바지에 남은 흔적이 보였다.
이빨로 깨문 가늘고 긴 흔적이 아니라, 무는 시늉만 한 듯 흥건하게 침에 젖은 흔적이!
‘꼬맹이는 물지 않고 무는 시늉만 했다! 어째서?!’
깨달음과 동시에 의문을 품는 순간 잡은 다리를 놓고 펄쩍 뛰어내린 꼬맹이.
“착한 사람은 안 아파하는 거 맞다니까! 봐봐! 내가 보여 줄게! 아아앙-”
꽈득, 꽈드득-
꼬맹이는 스스로의 손을 물더니 이빨 자국이 선명한 손을 번쩍 들었다!
“하나도 안 아파하는 거 보이지! 난 착해서 안 아픈 거야!”
킥, 키키키킼-!
순간 하늘다람쥐가 갈대 바구니에 내려앉아 꼬리로 탁탁- 망태기를 두들겼다.
“아앗! 망태기!”
꼬맹이는 정곡을 찔린 듯 깜짝 놀랐고.
…… -!
…… -!
동물 요괴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와 갈대 바구니에 박혔다.
이 순간 하늘다람쥐와 동물 요괴들의 무언의 시선이 자동으로 번역됐다.
‘망태기를 훔쳤는데! 착한 사람이라고?!’
“……!”
위기의 순간!
천문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꼬맹이는 방심 중! 지금 냅다 도망치면?!
그러나 하늘다람쥐가 달라붙으면 다시 공터로 돌아올 뿐이다!
이때 망태기에 앉아 등을 보인 하늘다람쥐가 보였다.
킥, 킼키키키킼-!!
무방비 상태로 거칠게 항의하는 하늘다람쥐가!
제압해서 도망치면?
이건 먹힌다!
하늘다람쥐에 손을 뻗는 순간.
꼬맹이는 생각지도 못한 외침을 터트렸다.
“아앗! 그렇지! 맞아! 범인이 아냐!”
‘……어?’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꼬맹이에게 모이고 바로 외침이 이어졌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망태기 내가 흘렸던 거 같아!”
“알고 보니까 훔친 게 아니라 주워다 준 거야!”
“그렇지? 내 망태기 훔친 거 아니지?! 내가 흘린 거 주워 온 거지!”
꼬맹이는 숨 한번 쉬지 않고 다다다- 말을 토해 내고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맞지?”
흙먼지로 얼룩덜룩한 얼굴에선 표정을 읽기 힘들었다.
그러나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쉴 새 없이 깜빡이는 모습에서 촉이 왔다.
이 아이는 어째선지 자신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었다.
“…….”
망태기를 낚아챘고 하늘다람쥐를 인질 삼아 도망치려던 사람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맞잖아? 그렇지? 맞지?”
연이은 채근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이는 순간 망태기를 잡아당기는 작은 손, 작은 힘.
망태기는 스르륵 아이에게 넘어갔다.
“주워다 줘서 고마워!”
환하게 웃으며 뚜껑을 열고 환호하는 아이.
“고래고래! 나무 열매! 봐봐! 그대로 다 있잖아! 봤지? 봤지! 도둑놈 아냐, 착한 사람 맞잖아!”
꼬맹이는 망태기를 들고 빙글빙글 돌며 동물 요괴들에게 보여 줬다.
…… -
…… -
…… -
그러나 호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황당한 시선, 어이없는 표정, 터질 듯한 침묵만이 돌아왔다.
킥, 키키키킼-!
하늘다람쥐가 항의했지만.
“자, 이제 다 알았지? 알았다고! 그럼 모두 내가 준 약 꼭꼭 씹어 먹어!”
꼬맹이는 간단하게 씹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천문석을 바라보며 말을 쏟아 냈다.
“어디서 왔어?”
“앗! 혹시 꿈꾸다 이름 까먹어서 온 거야?!”
“나도 아주아주아주 오래 자다가 깰 듯 말 듯 할 때 왔는데!”
“내가 원래 머리 엄청 좋은데. 너무 오래 자서 이름을 까먹었어!”
“앗! 그래도 지도는 기억나서 이름 찾으러 가고 있었거든!”
“그런데 누가 나뭇가지를 빙글빙글 꼬아 놔서 갈 수가 없어!”
“분명 내 친구 이름을 가져간 나쁜 놈이 빙글빙글 꼬아 놓았을 거야!”
“걱정하지 마! 이름 기억나면 길 찾을 수 있어! 길 찾으면……!”
순간 눈을 번뜩이는 꼬맹이.
“나쁜 놈 내가 불러서 혼내줄 거야! 엉엉 울게 물어 버릴 거야!”
꼬맹이가 선언하는 순간 사방에서 동물 요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우우웅-
깨개개객-
키킼킼킼-
카아아앙-
……
이 순간 꼬맹이의 외침이 머릿속에서 재구성됐다.
-꿈, 오랜 잠, 아주 오래 자서 잊어버린 이름.
-지도를 보고 이름을 찾으러 가던 길.
-빙글빙글 꼬아진 나뭇가지에 갇혔다.
-친구의 이름을 가져간 나쁜 놈.
-이름을 찾으면 나쁜 놈을 엉엉 울게 물겠다는 선언.
……
머릿속에서 파팟- 불꽃을 튀기며 단어와 문장이 재구성되는 순간 깨달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도 이해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이름!’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빙글 공터 주위로 시선이 움직였다.
꼬맹이에서 시작해 하늘다람쥐, 곰, 여우, 사슴, 너구리, 삵을 지나 뚜껑이 열린 망태기에서 시선이 멈췄다.
망태기 안에는 한껏 바람을 불어넣어 빵빵해진 풍선처럼 변한 하늘 고래와 벨루가가 있었다.
이 순간 방금 전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꼬맹이는 동물 요괴들을 불렀다.
‘다람쥐, 곰, 고래고래’라고.
그리고 자신을 향해 물었다.
‘나한테 이름 주러 온 거 맞지?!’
‘혹시 꿈꾸다 이름 까먹어서 온 거야?!’
이 모든 기억이 합쳐지는 순간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혹시 너희 전부 이름을 잊은 거야?”
꼬맹이는 고개를 휙휙 끄덕였다.
“맞아. 친구, 다람쥐, 곰, 여우, 사슴, 삵, 너구리, 고래고래…… 이 숲은 이름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야!”
그리고 초롱초롱 기대로 반짝이는 눈으로 질문했다.
“그래서 내 이름 뭐야?”
* * *
“…….”
맥락 없이 이어지는 말.
여전히 꼬맹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방에서 쏟아지는 동물 요괴들의 기대감이 담긴 시선에서 알 수 있었다.
어이없지만 이 꼬맹이는 자신이 이름을 말해 주러 온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천문석은 흙먼지로 얼룩덜룩한 꼬맹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름, 적당한 이름, 꼬맹이가 납득할 만한 이름을 말해 준다면?!
흙먼지로 얼룩덜룩한 얼굴과 삐죽빼죽 까치집이 된 머리를 보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가장 흔하고 무난한 이름, 철수와 영희!
“영…….”
“아앗!”
첫 글자만 말했는데 와락 일그러지는 얼굴!
“가 아니라!”
재빨리 말을 삼키고 다른 이름을 찾을 때.
꼬맹이는 번쩍 고개를 들어 휙휙 가로저었다.
“앗!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냐!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나쁜 놈이 길을 전부 다 빙글빙글 꼬아놨는데?!”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져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순간 깨달았다.
‘기억에 단절이 있다!’
사람이 잠드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늘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기억, ‘왜, 어떻게?’ 이 숲에 떨어지게 됐는지 기억이 없다!
기억 속에 남은 마지막 장면은…….
“오리배 악어에서 담요를 덮고…….”
“오리배 악어?!”
깜짝 놀라 외치는 꼬맹이.
“어, 오리배 악어가 뭐냐면…….”
“엄청 멋진 악어 위에 완전 훌륭한 오리 붙어 있는 거?!”
주머니에서 돌멩이를 꺼내더니 쓱쓱쓱- 순식간에 바위에 그림을 그려 냈다.
비틀린 주둥이와 암석 갑각이 솟은 등, S자를 그리는 꼬리!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진 뻥 뚫린 공간에 의자가 있는 오리배 보트!
삐뚤빼뚤 어린애 그림이지만,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잠들고 장철 헌터와 염동 대협이 기절한 오리배 악어다!
“너 이거 언제, 어디서 본 거야?!”
“나 고래고래 찾아 달려오다가 저어어기 퐁당퐁당 호수에서 봤잖아! 몇 번이나 불렀는데 안 와서! 여기 먼저 왔어! 호수에 아직 있을 거야!”
빙글 몸을 돌려 오솔길 너머 숲을 가리키는 꼬맹이.
자신만 이상한 숲에 떨어진 게 아니라 오리배 악어도 같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당연히 장철 헌터, 마혁진도 같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찾아야 한다!
반사적으로 달려가다가 멈칫했다.
주위에 펼쳐진 숲과 오솔길은 공터로 이어져 있다.
3차원의 구를 2차원에 평면에 펼쳐 놓은 것처럼 어디로 달리던 공터로 돌아온다.
이 닫힌 공간을 빠져나가 오리배 악어가 추락한 호수에 가려면?
순간 천문석과 꼬맹이의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데려다줄게! 다람쥐! 출동이야! 으아아아악-“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잽싸게 망태기를 짊어지고 오솔길로 달려가는 꼬맹이.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뒤를 따라 달리며 외쳤다.
“야, 잠깐 오솔길에 경계가…….”
이 순간 하늘다람쥐가 휙 머리 위를 지나 선두로 나아갔다.
“다람쥐! 퐁당퐁당 호수에 멋지고 훌륭한 오리배! 기억나지! 거기야 얼른 가자! 닫힌 길, 비틀린 나뭇가지 펄쩍 뛰어넘는 거야!”
키킼, 키키킼-
“좋아! 나무 열매 열 개 줄게!”
킥키키킼킼킼-
“알았어! 약초 먹는 것도 3번 면제해 줄게!”
꼬맹이가 외치는 순간.
번쩍, 번쩍-
하늘다람쥐가 명멸하기 시작하고.
후두두둑-
어느새 날아온 도깨비불에서 불티가 쏟아졌다.
“야, 불티!”
재빨리 꼬맹이를 낚아채 옆구리에 끼는 순간.
도깨비불에서 쏟아진 불티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커다란 원을 그렸다.
“저 안으로 뛰면 돼!”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땅을 밟고 불티가 그려 내는 원을 향해 뛰었다.
원을 통과하는 순간 한번 겪었던 일이 다시 일어났다.
톡-
머리에 닿는 보송보송한 솜털, 하늘다람쥐!
팟-
새하얗게 시야를 물들이는 섬광!
순간 오감으로 느껴졌다.
숲 내음 가득한 바람에 실려 오는 물기가!
‘근처에 호수가 있다!’
직감하는 순간 번개같이 옆구리를 빠져나와 등을 타고 어깨에 매달린 꼬맹이가 외쳤다.
“다람쥐! 따라가면 돼!”
하늘다람쥐는 번쩍이며 오솔길 위를 활강했고.
천문석은 다람쥐 뒤에 바싹 붙어 오솔길을 달렸다.
휘이이잉-
바람에 실려 오는 물기가 점점 짙어졌다.
그리고 오솔길이 끝나는 순간 달빛에 환하게 밝혀진 호수가 나타났다.
“퐁당퐁당 호수! 저기에 있어! 보이지?”
꼬맹이가 가리키는 호수 위 너무나 익숙한 오리배 악어가 떠 있었다.
워커 실트의 미궁 악어 7호와 결합한 오리배 보트!
2020년 남일도, 2004년 부산, 2000년 서초구에 함께한 오리배 보트가 맞다!
“바로 간다!”
천문석은 호수를 향해 가속했다.
“앗! 물! 앞에 호수 있어! 아아앗! 물에 빠진다고!”
“괜찮아!”
천문석은 한달음에 호수로 달려가 물 위로 몸을 던졌다.
파파파팟-
그리고 물 위를 달려, 오리배 악어를 향해 호수를 가로질렀다.
“아앗! 물 위를 뛰잖아! 으아앗!”
꼬맹이의 경악한 외침과 함께.
동물 요괴와 대화하고, 물어서 기절시키고, 부탁해 경계를 넘는 꼬맹이가 물 위를 달리는 것에 경악하고 있다.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더 빠르게 가속했다.
파파파파팟-
오리배 악어 앞에 도착하는 순간, 내력을 실어 수면을 때렸다!
파아아아앙-
솟구치는 물기둥에 실려 오리배 악어로 날아가는 천문석과 꼬맹이.
“아앗- 하늘을 날잖아!”
꼬맹이의 환호성과 함께 악어 위에 고정된 오리배 안으로 쏙 들어갔다.
“마혁진, 장철 헌터님?!”
그러나 오리배 안에는 배낭과 핫팩, 담요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