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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26화 (1,02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26화>

“…….”

천문석은 멍하니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또 봤다.

화면 속 지도 중앙에 놓인 섬.

남일도(南日島).

“남일도? 와 무림 던전이 남중국에 나타났다고?! 쟤들 초대박이잖아!”

김태희 대령이 감탄하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한경석이 숨어 있는 남일도에 무림 던전이 나타났다고?!’

아무리 하늘이 기울고, 인과가 예측불허 엉망진창이어도 이런 개연성 없는 일이 일어날 리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이름만 비슷한 다른 섬이겠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진교은이 보내 준 문자로 들어가 지도 링크를 클릭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뜬 해안 지도!

바로 스마트폰의 해안 지도와 텔레비전의 해안 지도를 비교했다.

“……!”

그리고 깨달았다.

자세히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텔레비전의 남일도와 스마트폰의 남일도는 완전히 똑같이 생겼으니까!

한경석이 숨어 있는 남일도가 ‘가짜 무림 던전’이 생긴 남일도였다!

지금 중요한 건 ‘진짜’가 아닌 ‘가짜’ 무림 던전이라는 것!

어떤 미친놈이 한경석이 있는 남일도에 무림 던전이 나타났다고 사기를 친 것이다!

‘하필 찍어도 남일도를 찍어?!’

사기꾼 놈들이 ‘가짜 무림 던전’, ‘가짜 대환단’으로 유력자들을 낚으려는 사기에 한경석이 얽혀 들었다!

[대환단 vs 무림 던전]

무림 던전은 대환단의 원산지!

대환단이 평범한 대박 금덩이라면 무림 던전은 초대박 금광이다!

당연히 NTM_CHS, 최후식, 대환단이 얽혀 일어난 어제의 난장판과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난장판이 벌어진다!

한경석이 숨어 있는 남일도로 대환단을 노리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 거다!

그냥 사람만 모여들어도 온갖 사건·사고가 터진다.

남일도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무력과 권력, 재력을 갖춘 유력자들!

잊을 만하면 무림에 나타나 혈겁을 일으키는 장보도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남일도는 엉망진창 난장판이 될 테고 암살검 한경석이 여기에 휩쓸리는 순간 상상 이상의 개판이 된다!

계획이 모조리 엉망이 된 상황.

천문석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외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시바! 전생의 원수인 건가?!”

“가짜 무림 던전을 찍어도 어떻게 남일도에 찍어?!”

“가짜 무림 던전?”

“…….”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빨리 남일도에 도착해, 난장판에 휩쓸리기 전에 한경석을 데리고 튀어야 한다!

“바로 움직인다! 당장 남일도로 가야 해! 수레에 짐 챙겨!”

천문석은 외치는 즉시 움직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잡낭, 강철봉, 무장 벨트, 장난감 장갑 버스를 챙기고 한달음에 달려 수레에 실린 헌터용 배낭을 꺼냈다.

무장 벨트를 차고 잡낭을 체결하는 즉시 헌터용 배낭에 장난감 장갑 버스를 담고 강철봉을 고정해 짊어지고 일어섰다.

“야! 방금 무슨 말이야?!”

“남일도로 간다고?! 저기 텔레비전 남일도?!”

“무림 던전이 발견됐다는 남일도 말하는 거야?!”

“야, 저기 곧 난장판! 개판으로 변해!”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는 김태희 대령.

“…….”

묵묵히 짐을 챙기며 시선을 보내는 파티마.

“급해. 보트에 타고 말해 줄게! 보트 키! 열쇠가 어디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통제 콘솔 위에 보트라는 이름이 붙은 열쇠 꾸러미가 보였다.

보트 키를 낚아채는 즉시 창고 문을 열고, 담요를 돌돌 말고 잠든 퐁퐁이와 용용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나는 보트 준비할게. 너희 둘은……!”

“식수……!”

“식량도 챙기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고 움직이는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

“많은 양 필요 없다! 오늘 안에 모두 마무리한다! 바로 내려와라!”

천문석은 외치는 즉시 계단을 뛰어내리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부두로 달렸다.

부두 끝 지붕이 갖춰진 전장 10여 미터의 보트가 보였다.

단숨에 부두를 달려 도약!

쿵- 갑판을 밟고 조종석 안으로 들어가 키를 꽂고 돌린다.

철컥, 부르르릉-

바로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됐다!”

천문석은 담요에 돌돌 말린 퐁퐁이와 용용이를 조종석 대시보드 위에 내려놓고 보트를 점검했다.

연료는 풀! 조종석 옆, 선실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벽 침대가 갖춰졌고 물과 식량, 물자가 꽉꽉 채워져 있다!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상태다!

천문석은 바로 갑판으로 올라와 부두에 묶인 밧줄을 확인했다.

이때 익숙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부아아아앙-

김태희 대령이 바이크에 파티마가 수레에 탄 바이크 수레!

“그대로 올라와! 다리 내릴게!”

천문석은 갑판에 놓인 널빤지를 부두에 걸치고 바로 조종석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르르륵-

바이크 수레가 단숨에 널빤지 다리를 지나 갑판에 올라오는 순간 두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올라왔어!”

“다리 치우고 밧줄 풀었습니다!”

“바로 출발한다!”

부르르릉-

보트는 천천히 부두를 벗어나 민장강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깨어 보트가 출발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천문석.

퐁퐁이, 용용이.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

다섯을 태운 고속 보트는 민장강 하류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푸텐 앞바다의 섬, 남일도이고.

목표는 남일도에 숨은 암살검 한경석이다.

“설마! 늦은 건 아니겠지?”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주식도 그러지 않던가?

신문과 뉴스에 기사가 떴을 때면 이미 퍼질 만큼 퍼진 정보라고!

‘이미 남일도가 난장판이 됐으면?!’

천문석은 머릿속 부정적 생각을 털어 버렸다.

난장판이 됐어도 상관없다!

무림 던전이 가짜라는 걸 이미 알고 있고, 자신의 목적은 무림 던전이 아닌 가출한 친구 한경석이다!

경석이를 찾는 즉시 남일도를 빠져나오면 무림 던전을 노리는 유력자들과 얽힐 일 자체가 없다!

게다가 이 보트에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해양 마수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바다의 마경 해협! 대만 해협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널 방법이!

천문석은 햇살이 쏟아지는 조종석 유리창 아래의 대시보드를 봤다.

담요를 돌돌 말고 햇살 아래 쿨쿨 잠든 새하얀 벨루가!

바람을 한껏 불어 넣은 풍선처럼 변한 이 벨루가가 미 7함대도 피해 다니는 바다의 재앙, 용용이다!

한경석이 있는 남일도가 사기꾼들의 타깃이 된 건 예상 밖의 변수지만, 이 정도면 상정 범위 안이다!

‘경석이를 찾는 즉시 잽싸게 대만 해협으로 튄다!’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속도를 서서히 올렸다.

부아아아앙-

천문석 일행을 태운 보트가 민장강 하류를 향해 빠르게 가속했다.

“야!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김태희 대령의 외침과 파티마의 의아한 시선.

“하-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천문석은 짧은 한숨과 함께 설명을 시작했고.

모두에게서 잊힌 10여 명의 각성자들은 서로를 보고 있었다.

“…….”

“…….”

“…….”

비밀거점을 지키다가 꽁꽁 묶인 철검장 조직원들은 황당했다.

갑자기 쳐들어와서 비밀거점을 힘으로 강탈한 세 남녀.

그 녀석들은 잠시 눈을 붙이더니 일어나자마자 다급히 떠나갔다.

꽁꽁 묶어 놓은 자신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철검장 조직원 모두는 같은 생각을 했다.

‘이럴 거면 왜 쳐들어온 거야?! 그냥 하루 자고 갈 거였다면 여관이나 호텔을 잡았어야지!!’

절로 분통이 터지는 상황!

원래대로라면 당장 보스에게 연락하고 뒤를 쫓아 응징해야 했다!

그러나 새벽에 본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허공을 유영하는 수천의 물로 이뤄진 동물 형상을 만들어 낸 바다의 재앙!

그 바다의 재앙이 간이침대에 잠든 남자 헌터의 각성력을 쪽쪽 빨아 먹었다!

그렇게 빨린 각성력은 그 좌우에 누운 두 각성자의 몸에 스며들어 노화 역전 각성을 일으켰다!

남자 헌터는 자신이 정기를 빨렸다는 건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바다의 재앙과 함께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을 보스에게 보고하면 무조건 뒤를 쫓아야 한다.

하지만 차마 바다의 재앙의 뒤를 쫓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했다간 자신들도 그 헌터처럼 각성력을 쪽쪽 빨릴 수 있었으니까!

“……!”

“……!”

“……!”

파고들듯 벽에 바짝 붙은 철검장 조직원 10여 명은 한참 동안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덮자.’

‘그냥 덮죠.’

‘그래 덮어 버리자!’

……

철검장 조직원들이 새벽의 사건을 덮어 버렸을 때.

상황은 천문석의 예상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대정보컨설팅그룹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무림 던전과 남일도의 소문이 퍼져 나가던 상황!

여기에 긴급 뉴스 속보가 폭탄이 되어 떨어졌다!

푸저우시의 각성자 대부분은 마석과 부산물을 회수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푸젠성은 넓었고, 남중국은 그 푸젠성보다도 더 넓었다.

기업 오너, 조직의 수장, 헌터 군벌.

남중국 유력자들의 시선이 푸젠성 푸텐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 모였다.

남일도(南日島)!

이곳에 100% 진품 대환단을 얻을 수 있는 무림 던전이 있다! 유력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일도에는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른 아침 푸저우에서 출발한 유람선에 탄 세 그룹!

장철 헌터는 섬 동쪽 장강 유통의 무림 던전 현장으로 이동했고.

마혁진과 칠성파 잔당들은 타깃이 섬에 도착한 걸 확인하고 항구에서 대기했으며.

임제원 실장과 에코, 아리엘은 가짜 무림 던전을 만들기 위해 섬 서쪽 산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남일도를 향해 질주하는 배 세 척이 있었다.

“도착 즉시 무림 던전을 확보한다! 전원 무장하고 전투를 준비한다!”

대형 페리선에 장갑 SUV와 함께 탑승한 철검장주 주호와 정예 무사들!

“오너! 너무 빠릅니다! 이대로면 엔진 박살 납니다!”

“어차피 이번 기회 놓치면 끝장이야! 버텨! 반드시 사기꾼 이세기를 찾아야 한다!”

최고 출력으로 물속을 질주하는 미궁 악어 7호와 그 위에 꽁꽁 묶인 오리배,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

“케인 이사가 장웨이 사령관 저택을 나와 오리배를 산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네! 한강에 있는 그 오리배가 맞습니다! 네! 빌린 게 아니라 차고 있던 시계를 주고 샀다고 합니다! 네! 농담 아니라 사실입니다! 푸텐 앞바다 남일도가 목적지 같습니다!”

고속 보트를 타고 케인 이사를 추적하는 재금 그룹 추이린 수석 연구원.

그리고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의 바이럴 마케팅에 낚인 유력자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남일도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무림 던전이 가짜란 걸 알고 있기에 남일도의 난장판에 얽힐 일은 없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장철 헌터.

-마혁진과 칠성파 조폭들.

-임제원 실장, 에코, 아리엘.

이미 남일도에 도착한 사람들.

-주호와 철검장 무사.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

-추이린 수석 연구원.

남일도를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

천문석이 헌터 일을 시작하며 사방에 던졌던 스노우볼들이 지구와 이계를 넘나들며 데굴데굴 굴러 마침내 돌아오고 있었다.

사건의 중심으로!

‘가짜 무림 던전, 대환단, 남일도’는 사건의 중심이 아니었다.

사건의 중심은 한 사람이었다.

천강흔 랜덤 박스가 반쯤 녹아내린 전생 천마이자 현생 알바.

보트 운전대를 잡고 미친 듯이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친구를 찾아온 헌터.

천문석이 모든 사건의 중심, 태풍의 핵이었다.

태풍의 중심은 고요한 법!

천문석은 자신이 태풍의 핵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자신과 인과가 얽힌 이들이 모여드는 남일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가짜 무림 던전과 대환단.

기동 병참 도시의 차원 좌표.

초거대 기업의 천재 마도 공학자.

아직 고정되지 않은 가능성, 던전 시드.

이 모든 것이 남일도에 모인 것은 우연이고 또한 필연이었다.

천문(天問).

천문사의 계승자는 검은 동전을 튕기며 하늘에 물었고, 하늘의 저울에 대답이 놓였다.

하늘의 저울은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으니.

하늘의 저울에 놓인 대답을 가져가는 데 필요한 것은 동등한 대가였다.

검은 동전, 운명을 사는 화폐는 우연과 필연을 씨줄과 날줄 삼아 저울에 올라갈 대가, 태피스트리를 짜 올렸다.

수많은 시련과 고난, 불운이 줄이 되어 이 태피스트리에 스며들었고, 전생 천마의 업이 담긴 천강흔으로 태피스트리가 마침내 완성됐다.

완성된 태피스트리의 이름은 운명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검은 동전은 업으로 운명으로 사는 화폐이고.

하늘의 저울에 올라온 대답, 한 사람의 명운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동등한 대가 운명이 필요했으니까.

남일도를 향하는 모두의 앞에 운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긴 세월 간절히 바랐던 대로.

혹은 절대로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천문석과 인과가 얽힌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운명, 남일도 사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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