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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24화 (1,02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24화>

장웨이 사령관의 저택이 보이는 숲속 나무 위.

워커 실트는 위장막을 뒤집어쓴 채 스파이캠 화면을 보고 있었다.

집무실 안쪽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청년. 모자와 마스크가 사라졌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어젯밤 분지에서 만난 청년이다!

‘뭐지? 쟤가 여기서 왜 나오지?!’

‘푸젠 군벌과 관련이 있는 건가?!’

‘혹시 장웨이 사령관 아들인 건가?!’

……

머릿속에서 의문이 쏟아져 나왔다.

워커 실트는 초집중 상태로 화면과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청년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전해졌다.

[천검 이세기입니다.]

“…….”

“……!”

“……!!”

워커 실트는 연신 눈을 비비며 보고 또 봤다!

아니다.

진짜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부산 던전 7층 절벽!

해운대 앞바다 괴수 대전!!

몇 번이나 부딪힌 이세기가 절대 아니었다!!

절친 이세기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인상!

그러나 그 눈과 마주치는 순간 한 줄기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평범한 인상은 반전된다!

만년설이 쌓인 태산!

눈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흐르는 강렬한 인상으로!

그뿐만이 아니다!

절친 이세기는 자신과 대등하게 싸웠다!

수많은 마도왕, 군단장들을 물 먹이고, 마도 황제의 전능 옥좌조차 날려 버린 자신과 대등하게 싸운 것이다!

지금 화면 속 청년은 무력은 엄청나지만 달인, 마스터 기사단장급일 뿐!

운명을 비틀어 예정된 패배조차 뒤집는 진정한 강함은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인상이 완전히 달랐다!

부산 던전과 해운대에서 만났던 절친 이세기?!

당장이라도 ‘카캬카카카캌-’ 비열한 웃음을 터트리며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모두를 엿 먹일 악당 같은 인상!

반면 스파이캠으로 보고 있는 자칭 이세기?!

‘와! 이 새끼! 더럽게 잘생겼네?!’ 라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오는 주인공 같은 인상!

이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다!

화면 속 청년, 자칭 천검 이세기는 절대 자신의 절친 이세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푸젠 군벌 수장 장웨이 사령관이 더럽게 잘생긴 청년 이세기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게 뭐지?’

‘어떻게 된 거야?!’

‘쟤가 천검 이세기라고?!’

‘내 절친! 내 전우 이세기는?!!’

……

온갖 생각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어제 푸저우시에서 일어났다는 가짜 대환단 사건!

‘혹시 이 녀석들 가짜 이세기로 사기를 치려는 게 아닐까?!’

번쩍 고개를 들자 위장막과 무성한 나무 사이로 거대한 저택이 보였다.

케인 이사가 들어간 저택, 화면 속 집무실은 분명 장웨이 사령관의 저택 집무실이다!

하지만 저택이 진짜라고 저 청년이 진짜 이세기인 건 아니다!

사기꾼 놈들이 진짜 저택, 진짜 사무실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건 흔했으니까!

‘어떻게 확인하자?!’

파파파파팟-

워커 실트의 머리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갈 때 360도 스파이캠에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장성 군복을 입은 장년인, 장웨이 사령관!

‘장웨이 사령관이 진짜인지 확인하면 된다!’

워커 실트는 바로 포탈에서 ‘장웨이 사령관’을 검색해 기사 속 얼굴과 영상의 얼굴을 비교했다.

“……!”

벼락출세한 푸젠성 군벌 수장 장웨이 사령관이 맞았다!

‘사기꾼이 아니라고?!’

‘진짜 푸젠 군벌 수장 장웨이 사령관이라고?!’

남중국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 군벌 수장이 고개를 숙일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

‘진짜 천검!’

워커 실트가 충격으로 굳는 순간.

케인 이사의 비명 같은 외침이 귀를 파고들었다.

[오너?!!]

“저 녀석…… 누구야?!!”

워커 실트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이때 문득 보였다.

케인 이사의 뒤 텔레비전 화면에 노을 지는 시가지를 찍은 CCTV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한 남자가 옥상, 지붕, 베란다를 밟고 달리고, 그 뒤를 엄청난 수의 각성자들이 쫓고 있다.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는 시가지!

간신히 따라붙는 순간 픽픽 쓰러져 나가는 각성자들!

“……어, 어어?!”

너무나 익숙한 모습에 눈이 점점 크게 뜨일 때 화면 아래로 스르륵 자막이 지나갔다.

[가짜 대환단으로 푸저우 시가지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의 용의자를 공개 수배합니다. 용의자는 20대로 남성으로 NTM_CHS, 가짜 최후식이란 이름을 사용하며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포션 탈모…….]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에 조악한 화질의 현상 수배 사진이 나왔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얼굴 대부분을 가려 한쪽 눈만 보이는 사진.

그러나 이 한쪽 눈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캬카카카카캌-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으나 같이 싸우며 전우, 친구가 된 이세기!

자신이 찾던 절친 이세기는 남중국의 절대자 ‘천검’ 이세기가 아니라, 지금 뉴스에 나오는 ‘사기꾼’ 이세기였다!

처음부터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

거대한 깨달음의 쓰나미가 전신을 강타했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정신이 아찔해지는 순간.

옛옛 친구의 깊은 한숨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하- 워커. 너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새끼야! 이게 전부 다 너 때문이잖아!!’

마음속에서 분통이 터져 나오는 순간.

파파파팟-

수많은 장면이 폭죽 터지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옛옛 친구와 타이탄을 만들며 겪은 불운!

옛 친구와 마도 엔진에 시동 걸다 겪은 불운!

지금 친구, 사기꾼 이세기와 얽히며 겪은 불운!

불운, 불운!

그리고 더 큰 불운!

끝없이 이어지는 이 불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용과 별이 새겨진 검은 동전.

신에게서 운명을 사는 화폐.

흑전!

워커 실트는 마침내 깨달았다.

흑전의 불운에 얽히지 않으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은 이미 늪에 발을 들여놓았다.

흑전의 불운이란 바닥이 없는 거대한 늪에!

충격에 눈앞이 아득한 이 순간에도 통신기에서는 외침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오너, 오너! 듣고 있습니까?!]

[대응 방법! 어떻게 대응합니까?!]

[장웨이 사령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

방구석으로 이동한 케인 이사의 대응 방법을 묻는 다급한 외침!

“…….”

그러나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의 기초이자 근간!

천검 이세기는 자신의 절친이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자신의 존재를 밝혀도 아무 의미가 없다.

천검 이세기에게는 기동 병참 도시의 차원 좌표가 없다!

차원 좌표를 얻어 기동 병참 도시행 게이트를 연다는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으아악- 빌어먹을 흑전!”

워커 실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토해 냈다.

이때 통신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짜 최후식. 하하하-]

뉴스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천검 이세기.

그리고 장웨이 사령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가짜 최후식이 천검의 이름을 사칭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즉시 푸저우 시가지와 무림 던전이 있는 남일도를 샅샅이 수색해서 체포하겠습니다.]

무림 던전!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기듯 키워드가 떠올랐다.

가짜 대환단.

가짜 최후식.

대환단 사기 사건.

자신의 절친 사기꾼 이세기.

사기꾼 이세기가 가진 차원 좌표.

……

이 모든 키워드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툭- 질문이 튀어나왔다.

“자신의 절친, 사기꾼 이세기는 어디에 있을까?”

자신이 찍기의 신, 꼬맹이도 아니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가짜 대환단 사기를 친 사기꾼 이세기가 어디로 올지는 알 수 있었다!

장웨이 사령관이 이미 말했다.

대환단이 나오는 무림 던전이 있는 섬, 남일도!

자신의 절친이자 전우, 대환단 사기꾼 이세기는 반드시 남일도로 온다!

지금 당장 남일도로 가야 한다!

워커 실트는 바로 통신기를 잡고 외쳤다.

“케인! 미안하다! 걔 내 절친 아니다! 잘못 찍었다! 얼른 빠져나와라!”

* * *

천검 이세기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집무실 창밖 정원을 내려다봤다.

정신없이 정원을 달려가는 남자.

방금까지 이곳 집무실에서 대화하던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케인 이사였다.

케인 이사를 처음 봤을 때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

구두, 벨트, 단추, 옷깃, 소매, 재봉선.

전신에 감시 장비를 줄줄이 달고 나타났으니까.

하지만 곧 케인 이사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케인 이사는 지난밤 푸저우 인근 분지에서 만났던 두 사람, 꼬맹이와 어른 중 어른이었다.

그렇다면 감시 장비 너머에 누가 있을지 쉽게 예상이 됐다.

분지에서 만난 꼬맹이.

처음 요괴선, 마신이 아닌지 의심했던 게이트 너머 이세계에서 온 이종족 강자다!

이 두 사람 때문에 잠시 발걸음이 멈췄고, 그 약간의 지체로 오랜 친우 돌멩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반가움과 고마움에 처음 만났을 때처럼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인사했고.

케인 이사는 깜짝 놀라 방구석으로 달려가 ‘오너’를 불렀다.

그리고 잠시 후.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투자 상담은 나중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급함 외침과 함께 집무실을 나가 도망치듯 정원을 달리고 있었다.

케인 이사가 도망치듯이 달려가는 이유가 보였다.

정원 너머 울창한 숲속 나무에서 날아오는 시선이 케인 이사에게 박혀 있었다.

분지에서 만난 꼬맹이, 이세계에서 온 강자의 시선이다.

케인 이사는 이세계 강자의 호출을 받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세계 강자가 케인 이사를 다급히 호출한 이유도 짐작이 됐다.

빙글 몸을 돌리자 그 이유가 나오는 텔레비전이 보였다.

어제 푸저우 시가지와 마경을 난장판으로 만든 가짜 대환단 사기꾼, 가짜 최후식의 현상 수배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화면 구석에 떠 있는 한쪽의 조악한 수배 사진.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사기꾼, 가짜 최후식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돌멩이.

지난밤 자신에게 진짜 대환단을 던져 준 돌멩이는 어째선지 가짜 대환단 사기꾼, 가짜 최후식으로 현상 수배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세계 강자는 이 현상 수배를 보고 케인 이사를 호출했다.

즉, 돌멩이와 꼬맹이 모습의 이세계 강자는 무언가 얽혀 있었다.

그리고 무엇으로 얽혔는지 짐작 가는 게 있었다.

돌멩이 녀석에게서 시작된 불운의 파도가 두 사람에게까지 전해진 것!

게이트를 넘어온 다른 세계의 강자도 돌멩이 녀석의 불운은 피해갈 수는 없던 것이다!

‘하하하하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순간.

천검 이세기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일은 없던 일로 하세요.”

“네?”

장웨이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가 흠칫 놀라 고개를 숙였다.

“네! 바로 덮도록 하겠습니다!”

천검 이세기는 고개를 젓고 다시 말했다.

“아뇨, 저 일은 ‘없었던 일’입니다.”

장웨이 사령관은 행간의 의미를 알아채고 즉시 대답했다.

“아예 일어난 적 없는, 없었던 일!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부관!”

“네! 대환단 사기 사건을 완전히 덮어 버릴 이슈가 있습니다!”

부관은 대답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바로 연락했다.

“임제원 실장? 남일도에 도착했습니까?!”

-…….

“던전이 준비되지 않았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당장 무림 던전을 방송에 내보내야 합니다!”

-…….

“급한 사정이 생겼습니다! 방송국 번호를 드리겠습니다! 미리 연락해 둘 테니 즉시 자료를 보내 주십시오!”

그리고 5분 후 현상 수배 중인 뉴스 화면에 긴급 속보가 떴다.

[긴급 속보! 푸젠성 무림 던전 발견! 그 위치는?!]

천검 이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 대환단 사기는 무림 던전 발견으로 덮였다.

장웨이 사령관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현상 수배는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리라!

‘이제 돌멩이는 무엇을 할까?’

앵커의 긴박한 목소리가 대답하듯이 들려왔다.

[긴급 속보입니다! 남중국해의 섬에서 무림 던전이 발견됐습니다! 이어지는 광고 후에 무림 던전이 있는 섬의 위치를 시청자 여러분께 공개하도록…….]

무림 던전.

옛 친우 돌멩이를 다시 만나 이 모든 게 시작된 장소!

천검 이세기는 유리 벽 너머 푸저우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어딘가에 있을 친우에게 마음을 전했다.

‘수고해라.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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