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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23화 (1,02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23화>

비서가 열어 준 문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엔 장웨이 사령관 집무실로 이어지는 비서실이 있었다.

케인 이사가 들어오자 대기하던 군인이 재빨리 다가와 절도있게 허리를 숙였다.

“장웨이 사령관님 부관입니다. 사령관님은 갑자기 오신 손님과 잠시 대화 중입니다. 제가 우선 집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케인 이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관을 따라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책상과 회의 테이블이 놓인 넓은 집무실.

벽에 자리한 선반을 따라 온갖 마도구와 아이템, 마석이 줄줄이 전시돼 있고.

방금까지 방의 주인이 있었는지, 벽에 붙은 대형 텔레비전에서는 어제의 난장판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사령관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푸젠성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관은 케인 이사를 벽에 붙은 선반으로 안내했다.

“샤먼 인근 던전 광산에서 나온 천연 마석입니다. 잔류 사념이 없어 정제 효율이 아주 높은…….”

푸젠성 던전에서 나온 마석과 아이템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하는 부관.

당연한 모습이었다.

지금 자신은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의 이름으로 푸젠성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구라를 쳤으니까!

‘하-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마음속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오는 순간, 부관의 외침이 귓가로 흘러가고 몇 시간 전 일어난 일들이 떠올랐다.

간신히 시동을 건 미궁 악어 7호를 마경에 숨기고 마침내 푸저우시에 도착했다.

오너의 예상대로 푸저우 시가지는 휑하게 느껴질 정도로 텅 비어 있던 상황!

각성자와 시민 모두 마석과 부산물에 눈이 돌아가 정신없이 바위산 암반 지대로 달려가고 있었다!

즉시 텅 빈 도시를 가로질러 호텔로 달렸다.

이때 휑한 시가지에 퍼져 나가는 소문을 들었다.

‘대환단을 얻을 수 있는 무림 던전이 등장했다!’

듣는 즉시 이 소문의 의미를 깨달았다.

천검이 찾고 있는 영약 대환단!

무림 던전에서 나온 대환단만 있으면 다이렉트로 천검을 만나고 이 엉망진창 특수 임무도 끝난다!

“워커 님! 대환단을 구하면 바로 천검을 만날 수……!”

하지만 오너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럭 소리쳤다.

“필요 없다! 나와 이세기는 피로 맺어진 전우! 전우끼리는 뇌물 같은 건 필요 없다!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아무 대가 없이 도와줄 거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절친……!”

예전이었다면 감히 오너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샤먼시에서 여기까지 개같이 구르며 깨달은 게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 불운, 뭐가 됐든 오너의 계획은 항상 뭔가 핀트가 어긋난다!

그래서 케인 이사는 당당히 외쳤다.

“아니, 지금 그 얼굴을 보여 주기를 못 하고 있잖아요?! 만나야 도와주지!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데 절친인 게 무슨 소용입니까?!”

“아…….”

깨달음의 탄성.

요동치는 눈동자.

그리고 고개를 젓는 오너!

“야, 무림 던전에서 언제 대환단을 찾고 있냐? 됐어! 나한테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푸젠성 대빵 성향 파악 끝났다!”

“푸젠성 대빵, 푸젠 군벌 수장 성향 파악이 끝났다고요?”

오너는 자신이 메고 있던 헌터용 배낭을 가리켰다.

“그 배낭 안, 축소해 둔 장갑 버스 금고에 장웨이 사령관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

“꼭 필요한 물건이면?”

“벼락출세한 푸젠성 대빵의 허술한 입지를 탄탄히 다져 줄 물건!”

“어디서나 먹히는 가치의 척도 그 자체!”

“최고의 안전 자산!”

“설마……!”

머릿속에 노란 광채의 금속이 그려지는 순간 예상 그대로의 외침이 터졌다.

“금! 장갑 버스 금고에 골드바를 잔뜩 쌓아 놨다! 그 금을 뇌물로 먹이면 된다!”

“역시 오너! 언제나 계획이……!”

반사적으로 아부하는 순간 문득 깨닫고 질문했다.

“……그러니까 이 배낭에 넣어 둔 축소된 장갑 버스 금고에 골드바가 잔뜩 있다고요?”

“그렇다! 로롤로 녀석의 대여금고를 탈탈 털어 왔다! 입이 떡 벌어질 양을 준비했다!”

카카카카캌-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오너.

“…….”

케인 이사는 웃음을 터트리는 오너를 말없이 따라 달리다가 웃음이 멈추는 순간 물었다.

“오너. 그러니까 우리가 샤먼에서 타고 온 장갑 버스에 골드바가 있다는 말이죠? 그것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요?”

“그렇다! 카카카카캌-.”

케인 이사는 다시 터진 웃음이 멈추기를 기다려 다시 질문했다.

“그 금을 그냥 샤먼에서 뇌물로 먹였으면. 이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던 거 아닌가요?”

“어……!”

다시 터진 깨달음의 탄성.

다시 요동치는 눈동자.

그러나 이번에는 고개를 젓지 못하는 오너.

“…….”

“…….”

깊은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이 달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 침묵이 깨진 건 목표로 한 호텔 간판이 보였을 때였다.

[민장 호텔]

“저기다! 저 호텔이다! 얼른 주차장으로 가자!”

타다다다다닥-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번개같이 주차장으로 달려가는 오너.

“하아- 씹!”

케인 이사는 목 끝까지 튀어나온 외침을 간신히 삼키고 오너를 따라 주차장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CCTV의 사각인 주차장 구석 오너는 명령했다.

“케인, 장갑 버스 꺼내라!”

즉시 헌터용 배낭을 뒤집었고 온갖 잡동사니가 와르르 쏟아지는 순간 깨달았다.

장갑 버스가 사라졌다!

“……이게 어디로 갔지?!”

“……야! 제대로 확인해 봐!”

몇 번이나 헌터용 배낭을 확인하고 확인해도 결론은 같았다!

30cm 남짓! 축소해 헌터용 배낭에 넣어 둔 장갑 버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장갑 버스가 왜 없죠?”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크아앙- 맹호출격!”

백곰이 울부짖는 듯한 포효와 함께 분노한 오너!

파르르르-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리고 전신에 통증이 느껴졌다.

“하아- 씹…….”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귀에 붙여 둔 골전도 통신기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전해졌다.

[……정신 차려! 앞에! 앞에 봐! 새캬! 맹호출격!]

“……!”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부관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케인 이사는 재빨리 표정을 고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예전에 백곰 마수에게 당한 부상 때문에…….”

말끝을 흐리는 순간, 부관은 반색해서 선반에 놓인 포션을 내밀며 말을 쏟아 냈다.

“그러시군요! 이 포션은 어떠신가요? 푸젠성에서 시범 생산한 유사 포션입니다! 아직 포션 등급은 받지 못했지만, 핵심 원재료 함유량은 동급 포션 대비 300% 이상입니다! 기술 지원, 아니 공장이나 연구 단지를 직접 만드신다면 토지 무상 제공에 5년 동안 법인세 90% 감면에…….”

“음, 음……!”

케인 이사는 고심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나 그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몰아치고 있었다.

헌터 배낭에 넣어 둔 장갑 버스가 감쪽같이 사라지며 장웨이 사령관에게 뇌물로 먹일 골드바가 모조리 날아갔다!

오너의 적들 때문에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 불가능.

그 결과 머리를 쥐어 짜낸 방법이 지금 자신의 모습이었다.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의 이름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것처럼 뻥을 치고 장웨이 사령관과 면담 약속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바로 옆 한국에 있는 재금 그룹 때문에 W. S. 인더스트리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었다.

즉, 이제부터는 아무 약속 없이 입만 털어 장웨이 사령관을 구워삶아 내일 천검이 참석하는 파티에 초대받아야 했다!

실패하면?

백곰이 울부짖고 맹호가 출동한다!

케인 이사는 어떻게든 투자를 유치하려는 부관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천검의 파티에 초대받기 위해서!

이때 집무실 안쪽 문이 열리고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명에 초거대기업의 이사가 직접 왔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문득 고개를 들자 문을 열고 나오는 장성 군복의 남자가 보였다.

장웨이 사령관!

이제 시작할 때다!

‘후, 하-’

마음속으로 깊은 심호흡을 하고, 재빨리 준비한 멘트를 치려는 순간.

장웨이 사령관은 마치 상관을 모시는 부하처럼 열린 문을 잡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

그리고 열린 문에서 한 청년이 성큼 걸어 나왔다.

가벼운 셔츠에 청바지와 운동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눈에 익은 복장의 청년.

그러나 청년이 나타나는 순간, 케인 이사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각성력, 위압감, 카리스마 같은 건 생각할 틈도 없었다.

청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 녀석 뭐가 이렇게 잘 생겼어?!!’

* * *

케인 이사가 멍하니 청년의 얼굴을 바라볼 때.

부관은 귓가로 입을 가져와 재빨리 속삭였다.

“천검이십니다!”

“……!”

케인 이사가 흠칫 놀라는 순간.

청년, 천검은 성큼성큼 집무실을 가로질러 손을 내밀며 웃었다.

“천검입니다.”

“케인이라고 합니다.”

얼떨결에 손을 잡는 순간 케인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천검!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입을 털어 파티에서 만나려 했던 천검!

오너의 절친이자 함께 싸운 전우인 천검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오너는 없지만, 상관없다!

자신의 귓가에 붙은 골전도 통신기!

옷깃과 옷 소매에 심어 둔 초소형 마이크!

단추, 벨트, 구두! 옷 곳곳에 박은 360도 스파이캠까지!

오너는 이 장비로 지금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고 있었으니까!

즉,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있을 오너의 말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천검은 그 자신의 절친 워커 실트, 오너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 엉망진창 난장판, 개같이 구른 특수 임무가 마침내 끝나는 거다!

“드디어 만났군요! 정말, 정말로 반갑습니다!”

케인 이사는 터질듯한 희열을 담아 외치며 천검의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오너의 지시를 기다렸다.

[…….]

“…….”

“…….”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골전도 통신기.

뜨악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관과 장웨이 사령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하는 천검.

“혹시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아!”

“잠시만!”

천검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케인 이사는 잽싸게 말을 끊고 한달음에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갔다.

천검을 등지고 마이크가 달린 옷깃에 속삭였다.

“오너 뭐 하세요? 천검, 오너 절친 나왔잖아요?! 얼른 천검이 알아볼 증거를 말해 줘야죠?!”

[…….]

다급히 외쳤지만, 여전히 골전도 통신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너? 오너?!”

‘설마, 이 타이밍에 맛이 간 거야?!’

흠칫 놀라 정신없이 마이크와 골전도 통신기를 두들기고 문지를 때.

천검의 반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생각났습니다!”

“……!”

‘오너의 말을 전하지도 않았는데 생각났다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리는 순간 성큼 다가와 웃으며 말하는 천검.

“지난밤 마경! 민장강 강변 분지에서 장갑 버스 사고 났던 분 맞으시죠?!”

“……!!”

케인 이사는 경악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설마, 사람 마음도 읽는 거야!!’

“아, 제가 그때는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못 알아보시나 보네요. 잠시만.”

천검은 씩 웃으며 뒷주머니에 꽂아 둔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꺼내 착용하더니 돌연 탄성을 터트렸다.

“이거 정말 신기하네요? 이야기 속 외발 도깨비 상자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이 커다란 버스가 작아지다니! 기억나시나요?”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생뚱맞은 탄성.

그러나 귀에 익은 탄성을 듣는 순간 번쩍 기억이 떠올랐다!

어젯밤 들었던 탄성이고 목소리다!

몬스터 웨이브를 끌고 달리다 섬광탄이 터져, 분지에 처박혔을 때 만난 청년!

지금 눈앞의 청년은 어제 그 청년!

그 자신을 ‘이세기입니다.’라고 소개했던 청년이었다!

‘설마. 설마! 설마!!’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듯 같은 외침이 울려 퍼질 때.

청년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천검 이세기입니다.”

“……!

순간 케인 이사의 머릿속에 쾅- 벼락이 떨어졌다.

오너가 절대 천검 이세기가 아니라고 공언했던 청년이 ‘진짜 천검 이세기!’였다!

“……!?!”

순식간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고 전신이 얼음처럼 굳었다.

케인 이사는 한참 동안 멍하니 천검 이세기를 바라봤다.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천검 이세기가 질문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오너?!!”

이 순간 침묵하던 골전도 통신기에서 마침내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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