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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80화 (98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80화>

콰직-

김태희 대령은 두 번째 정제 마석을 깨트리며 외쳤다.

“야! 어디로 가는 거야?!”

“지금 알바 찾으러 가는 거 맞아?!”

“대답 좀 해 봐! 지금 상황이 꼬였다고!”

“바로 만나서 빠져야 해! 여기서 오래 버티지 못해!”

……

김태희 대령이 아무리 말을 쏟아 내도.

파티마는 묵묵부답 시가지를 계속 달렸다.

이세기는 숙소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숙소로 바로 달릴 수는 없었다.

끈질기게 뒤를 쫓고 있는, 뭔가 이세기와 인연이 있는 듯한 각성자.

그리고 들불 번지듯이 사방에서 일렁거리는 투지와 솟구치는 기세가 느껴졌으니까!

초절정에 발을 걸친 무인의 직감이 경고를 울리고 있다!

둥, 둥, 둥-

북을 치듯 가슴이 울리고 목덜미가 서늘하다.

이 거대한 도시에 흐름이 생겨나고 하나둘 강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래서 파티마는 동쪽으로 도심지를 달리고 있었다.

이 거대한 흐름과 강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모두를 유인해서 떨구는 순간, 이세기가 있는 서쪽으로 달린다!

사실 이세기, 스승님이 위험할 리는 없었다.

항구 도시 바나의 난장판, 바람 사막의 도주극, 엉망진창 열사의 사막!

자신이 직접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이세기가 위기에 빠지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다시 한번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열사의 사막 때처럼 이세계로 이어지는 차원문이 열리면?

분통을 터트리며 차원문에 떨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자신이 이 세계에 온 것은 무의 길을 열어 줄 스승을 갈망했기 때문!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기에 파티마는 푸저우 시가지를 달리고 있었다.

사방에 흩어진 적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그리고 이렇게 모인 적들의 꼬리를 끊고 목적지, 민장강 북항!

이세기 스승님이 유람선을 타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그리고 계획 이상으로 빠르게 그 수와 질 모두 만만치 않은 강적들이 몰려오고 있다.

자신 뒤를 따라 달리는 쉴 새 없이 외치고, 마력을 풀풀 풍기는 훌륭한 미끼를 따라서!

“야, 야! 대답 좀 해 봐! 알바 꼭 만나야 한다니까! 와, 너희 둘 진짜 짜증 난다! 으아아악-.”

‘하하하-’

파티마는 분통을 터트리는 미끼를 힐끗 바라보며 내심 웃음을 삼켰다.

* * *

푸저우 시가지가 파티마, 김태희 대령에 의해 실시간으로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을 때.

빵빵, 빠아앙-

장갑 버스 한 대가 비포장도로를 질주하고 그 뒤로 거대한 흙먼지가 치솟고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면 당연한 일!

그러나 그 흙먼지의 규모는 1, 20미터 정도가 아니었다.

거대한 토룡(土龍)이 꿈틀꿈틀 기어 오듯!

비포장도로뿐만 아니라 숲과 언덕, 초지까지 1km가 훌쩍 넘는 거리에서 흙먼지가 일어났다!

이 흙먼지 속에서 대기를 뒤흔드는 포효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

수백 수천의 마수와 몬스터 무리가 내지르는 포효와 장갑 버스에 설치된 마력장이 충돌!

파직, 파지지직-

마력 불꽃이 쏟아졌다.

운전대를 잡은 케인 이사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 갔다.

당연했다. 로롤로 의장의 부름을 받고 남중국에 올 때는 수천 마리의 마수와 몬스터에게 쫓기는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바로 답이 떠올랐다.

샤먼시에서 출발한 지난 밤!

빠르게 길을 뚫기 위해 사용한 압축공기 마력건이 이 어이없는 상황의 원인이다!

빵빵, 빠아앙-

압축공기 폭발에 튕겨 나갔던 마수와 몬스터가 장갑 버스 뒤를 따라 달린 것!

원래대로라면 야성이 폭발해 쫓았어도, 야성이 가라앉는 순간 떨어져 나갔어야 했다.

구멍 뚫린 냄비에 물을 받는 것과 것처럼.

구멍 난 냄비에 물을 받으면 당연히 고이지 않고 모두 흘러나간다.

그런데 만약 흘러나가는 물보다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당연히 냄비에서 물이 넘치게 된다!

빵빵, 빠아앙-

쉴 새 없이 쏘아지는 오너의 빵빵 마력건이 쏟아지는 물 역할을 했다!

데굴데굴 구르는 빡친 마수와 몬스터가 미처 다 흩어지기 전에 모이고 모이고 계속 모이더니 결국 넘친 것이다!

게다가 불빛 한점 없는 밤의 비포장도로를 정신없이 달린 게 문제를 키웠다.

해가 뜨고 장갑 버스 뒤를 쫓는 마수와 몬스터 무리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그 규모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후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커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등 뒤에서 포효를 터지는 순간, 메아리치듯이 좌우 숲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

크아아-

콰아아아-

끼에에에엑-

……

하나가 된 무리의 포효는 다른 마수와 몬스터를 불러들였고, 모인 마수와 몬스터는 다시 포효를 질렀다.

악순환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마수와 몬스터 무리는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거대한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있다!

오크와 고블린, 검치호와 늑대, 트롤과 오우거가 같이 달리고 있다!

마치 하나의 무리인 것처럼 어깨를 붙인 마수와 몬스터!

서로 다른 마수와 몬스터의 반발장이 뒤엉키더니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이건 이미 마수, 몬스터 무리가 아닌 ‘웨이브’였다!

지금 이 추세라면 푸저우시에 도착하기 전에 웨이브에 삼켜진다!

“워커 님! 지금이라도 해안으로! 안정화 권역으로 가야 합니다! 푸저우시에 도착하기 전에 웨이브에 따라잡힙니다!”

순간 장갑 버스 천장에서 마력건을 발사하던 워커가 외쳤다.

“안 돼! 지금 해안가로 가면 발이 묶인다! 이번에도 천검을 놓치면 끝장이야! 계속 달려! 우리는 푸저우시에 가야 해!”

“아니! 천검이 문제가 아니라고요! 우리 지금 끝장나게 생겼다니까요!”

“생즉사! 사즉생!”

“네? 그게 무슨……!”

“내 옛 친구가 한 말이다! 원래 인생은 빡센 거라는 말이다! 외쳐! 우리는 할 수 있다!”

“…….”

케인 이사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너는 어젯밤부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시바시바시바! 로롤로 의장이 허리를 붙잡고 튈 때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케인 이사는 절박한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외쳤다!

“그러니까 그게 안 된다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니까!! 푸저우시에 도착하기 전에 저놈들! 웨이브가 장갑 버스 삼키고 우리 죽는다고!! 요.”

빵빵, 빠아앙-

마력건을 당기며 대답하는 워커.

“걱정할 것 없다! 내 필생의 역작에는 아직 기능이 있다! 어떻게든 푸저우시 인근까지만 도착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푸저우시 근처에 도착하면 해결된다고?!’

케인 이사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오너! 지원팀이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나이트 아머 강습부대?!”

나이트 아머 강습부대가 출동하면 마수와 몬스터 2, 3천 정도는 순식간에 박살 낼 수 있다!

희망에 얼굴이 환해지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뭐?! 야, 이거 극비 임무라니까! 당연히 지원팀 없지!”

“잠깐! 그러면 도로 순찰대, 군벌한테 연락이라도……!”

“뒤에 반발장 합쳐졌잖아? 웨이브 마력 교란 상태다! 지금 통신기 맛 갔어! 최소 1km이상 거리를 벌려야 통신 된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1킬로미터?!’

‘당장 100미터 간격 유지하는 것도 빡센데! 1킬로미터 거리를 벌리라고?!’

이건 결국 아무 대책도 없다는 이야기다!

케인 이사는 분노를 꾹꾹 억제하며 외쳤다.

“워커 님! 이대로 푸저우까지 가도 끝장입니다! 인위적인 몹 몰이, 웨이브, 방화는 중범죄…… 아니, 이 정도 규모면 도시에 접근하기 전에 마탄 포격으로 갈아엎는다고요! 당연히 우리도 같이 뒤져요!”

“카캬카캌- 평소라면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네?”

케인 이사가 반문하는 순간.

워커 실트는 당당히 외쳤다.

“천검 이세기와 군벌 수장들이 푸저우시로 오고 있다! 지금 푸저우에 천검, 군벌한테 줄 한 번 대겠다고 모여드는 각성자 놈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데 웨이브가 밀려오네? 그럼 걔네들이 어떻게 하겠냐?!”

“어……?!”

“맞아! 온갖 각성자, 군벌 놈들이 천검에게 잘 보이겠다고 모조리 쏟아져 나와, 이 웨이브를 끝장낼 거다!”

“아! 아니, 잠깐! 그럼 우리도 끝장이잖아요?! 웨이브 발생은 중범죄라니까요!!”

카캬카카캌-

워커 실트는 돌연 웃음을 터트리더니 외쳤다.

“미궁 악어 7호! 그때쯤이면 가속 중인 미궁 악어 7호가 민장강에 도착한다! 7호는 위장과 잠입, 은신, 감청에 특화된 기체! 그걸 타고 바로 민장강으로 튄다!”

케인 이사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회사 내에서 전설처럼 떠도는 소문.

나이트 아머를 초월하는 W. S. 인더스트리의 기술력이 집약된 오파츠.

미궁 악어 시리즈!

자신이 들은 소문의 30%만 사실이어도 탈출은 문제없다!

‘과연 홀로 초거대 기업을 키워 낸 오너! 이미 완벽한 계획이 있었구나!’

치솟는 존경과 경외에 자신도 모르게 외침이 터져 나왔다.

“오너! 역시 오너는 계획이 있으셨군요!”

“당연하지! 난 언제나 플랜 ABCZ가 있다! 옛옛 친구! 옛 친구와 함께 개같이 구르면서 터득한 지혜다! 케인! 나를 믿어라! 우리는 푸저우시에 경고하고! 잽싸게 미궁 악어 7호를 타고 민장강으로 튀면 된다! 자 외쳐라! 우리의 구호!”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만하다!”

“할 만하다!!”

……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는 동시에 외치고 다시 정신없이 움직였다.

빵빵, 빠아앙-

워커 실트는 쉴 새 없이 마력건을 발사해 달라붙는 마수와 몬스터를 떼어 냈고!

부아아아아앙-

케인 이사는 정신을 집중해 거친 비포장도로 위로 장갑 버스를 운전했다.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

두 사람은 점점 커지는 마수와 몬스터 웨이브를 끌고 달렸다.

남중국 전체에서 각성자들이 모여들고 있는 푸저우시를 향해서!

워커 실트는 마력건을 360도로 돌리며 생각했다.

푸저우시에 도착했을 때쯤이면 뒤를 쫓는 웨이브의 규모는 지금의 몇 배 이상으로 불어났으리라!

그러나 푸저우시는 지금 남중국 전체에서 헌터 군벌, 대형 길드, 대기업, 다국적 기업, 조직들이 모이고 있는 상황!

그 전력이면 웨이브가 지금 10배 이상 크기로 불어나도 단숨에 갈아 버릴 수 있다!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동 속도가 빨라진 미궁 악어 7호를 타고!

민장강을 거쳐 푸저우시로 스며들면 완벽하게 성공!

바로 천검 이세기와의 만남을 주선할 인맥을 뚫으면 된다!

워커 실트는 계획의 성공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건 워커 실트의 예측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속도가 빨라진 미궁 악어 7호는 남중국해를 지나 푸저우시 바로 앞 대만으로 접근했고.

헌터 군벌, 다국적 기업, 대형 길드에서 작은 헌터팀까지 온갖 각성자들이 푸저우시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나 워커 실트도 예측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미궁 악어 7호의 울퉁불퉁한 갑각 위에는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 둘이 데굴데굴 신나게 구르고 있었고.

푸저우시에 모여든 대형 길드, 대기업, 조직들은 이미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내 밝혀진 NTM_CHS의 정체 최후식.

최후식이 가지고 있는 대환단을 찾기 위해서!

최후식은 잠적했지만, 두 동료, 템빨 헌터와 무공 각성자는 도심을 달리고 있었다!

이 순간 대환단을 쫓는 모든 이들은 생각했다.

[두 동료 -> 최후식 -> 대환단]

두 동료를 잡으면 대환단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대환단을 손에 넣으면 돈, 권력, 영향력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걸 얻을 수 있었다.

남중국 연방 총통이 될 천검의 호의.

워커 실트의 계획은 누군가 무심코 던진 스노우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

-미궁 악어 7호에 실린 불청객 둘.

-난장판으로 변해 가는 푸저우 시가지.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스노우볼, 한 무리의 각성자들이 난장판으로 변해 가는 푸저우 시가지에 발을 내디뎠다.

마혁진, 김기철, 수십 명의 헌터들.

이세계와 열사의 사막에서 개같이 구르다가 간신히 남중국으로 탈출한 칠성파 조폭 헌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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