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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62화 (96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62화>

압도적인 힘 앞에 잔머리, 자잘한 계획은 무용지물.

그 압도적인 힘을 보여 줄 최고의 파트너가 자신 앞에 있었다.

초절정 무인, 파티마 알사우드!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검사 끝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며?!”

“헉, 허억- 그게 예상보다 빨리…….”

허리를 꺾고 숨을 몰아쉬는 황 비서가 대답하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악- 알바 도망쳐! 그 누나잖아! 그 누나! 지렁이 누나!”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떠는 특급 헌터.

“지렁이 누나?”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류세연.

이 순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전조 동작도 낌새도 없었다.

핏-

바람이 움직이는 순간 황 비서를 지나 현관을 스치는 그림자.

휙-

경악한 얼굴의 특급 헌터는 어느새 공중에 번쩍 들려 있었다.

파티마 알사우드의 손에 잡혀서!

“다시 만나서 반갑다. 꼬맹이.”

“하나도 안 반가워! 셋까지 안 놓으면 하늘 잇는다!”

“잠깐! 정지! 멈춰!”

다급한 외침과 함께 손을 뻗는 순간, 특급 헌터와 파티마가 동시에 움직였다.

“셋셋셋! 하늘을 잇는다! 이야압-!”

단숨에 셋을 외치고 딱밤을 날리는 특급 헌터!

“너 좋아하는 거 선물로 가져왔다. 꼬맹이.”

특급 헌터의 목깃을 손으로 쓱 훑는 파티마.

“앗! 뭐야? 뭐 넣은 것……? 우헤히헤헿헤-.”

깜짝 놀란 외침과 동시에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튀어나오고.

거실에 내려진 특급 헌터는 데굴데굴 구르며 외쳤다.

“우헤헤히헿- 니케 출동! 바로 출동이야! 우히히힣헿- 왜 안 나와! 사슴이! 반짝이! 출동출동이라니까! 우히헿-.”

그러나 아무리 크게 외쳐도 니케, 사슴이, 반짝이, 각성 동물 친구들은 출동하지 않았다.

특급 헌터의 손에 잔뜩 묻은 끈적끈적한 나뭇잎 덩어리를 피해 모두 도망쳤으니까!

특급 헌터는 바로 타깃을 바꿨다.

“우히헿- 황 비서 누나! 보고 있지만 말고! 우히힣- 도와줘! 후이힣-

그러나 황 비서는 도울 수 없었다.

“꺄아아- 지렁이, 지렁이야!”

꿈틀거리는 지렁이에 하얗게 질려 접근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지렁이가 왜?! 우히헤헤- 지렁이는 멋지단 말이야! 간지러워! 얼른 떼 줘…… 후히헤헿- 세연! 세연, 얼른!”

“미안. 특급 헌터 나도 무리야!”

세연도 어느새 천문석의 등 뒤에 몸을 숨긴 상태.

후헹헿히헤힣-

특급 헌터는 스스로 쌓은 업보에 짓눌려 거실 러그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이때 돌연 들려오는 웃음소리.

후흐흐흐흐흣-

순식간에 특급 헌터를 무력화시킨 파티마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꼬맹이, 너 왜 이렇게 재밌니?”

“하나도 안 재밌어! 후에힣히- 복수! 우이헿- 복수할 거야! 알바아아!”

처절한 외침과 함께 팔다리를 쭉 뻗으며 바들바들 떠는 특급 헌터.

‘아차! 넋 놓고 구경할 때가 아니지!’

천문석은 한달음에 거실을 가로질러 특급 헌터를 번쩍 공중으로 던지고 양손으로 원을 그렸다.

타닥, 타타탁-

흡(吸)자결의 요결이 담긴 권지장(拳指掌)이 이삭을 털 듯 특급 헌터의 몸을 털었다.

후두두두둑-

상의 속으로 쏟아진 지렁이가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손에 착착 달라붙었다.

십여 마리의 지렁이를 떼어 냈는데도 아직도 옷 속에 남아 있다!

“특급 헌터, 만세!”

“만세?”

번쩍 든 손을 따라 상의를 벗겨 내고 내력을 담아 털어 낸다!

빠아앙-

내력이 담긴 옷에서 지렁이가 튕겨 오르는 순간, 빙글 원을 그리는 손!

공중에서 떨어지던 실타래 같은 지렁이들이 모조리 손안으로 모여들어 작은 공처럼 변했다.

“지렁이 폭탄! 나 줘! 그거 나한테 줘!”

허공에서 핑그르 회전하던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지렁이 덩어리를 낚아채고.

탁, 타탁-

천문석의 옷과 몸을 밟고 바닥으로 뛰어내려 손을 번쩍 들고 달렸다!

파티마를 향해서!

타다다다닥-

상의를 벌거벗은 채 돌진하는 꼬맹이.

절로 웃음이 터지는 광경이었지만, 웃음이 아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꼬맹이 특급 헌터의 손에는 수백 마리 지렁이가 뭉친 공이 들려 있었으니까!

“이야아압! 복수다! 엉엉 울려 주겠어! 처절한 복수다!”

“지렁이! 그만! 제발 멈추세요!”

황 비서가 사색이 된 얼굴로 뒤로 물러서고.

“꺄아- 오빠! 지렁이야! 너무 무서워!”

류세연이 단숨에 달려와 천문석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황 비서와 류세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력화됐다.

하지만 지렁이 폭탄의 타깃, 파티마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기습 공격을 받은 특급 헌터와 파티마의 2차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2차전의 승패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갈렸다!

천문석은 류세연의 팔을 풀어내고 내력을 실어 발을 디뎠다!

쿠우웅-

화살이 쏘아지는 듯한 가속!

단숨에 거실을 가로질러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렸다.

“멈춰! 이러면 안 돼!”

휙, 휙, 휙휙휙-

특급 헌터의 달려가던 다리가 허공을 휘젓고!

“돼! 완전 돼돼돼! 분노했어! 복수! 복수의 시간이야! 엉엉 울릴 거야!”

만져질 듯 선명한 분노가 담긴 외침이 울려 퍼진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가 잊고 있던 걸 상기시켰다.

“서울역! 특급 헌터! 서울역 잊었냐?!”

“응? 서울역?”

고개를 갸웃하던 특급 헌터는 곧 깜짝 놀란 얼굴로 손에 들린 지렁이 폭탄을 봤다.

경악으로 부릅뜬 눈이 손과 파티마를 오가고. 팔다리, 전신이 충격으로 파르르 떨렸다!

‘기억했구나!’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거실에 내려놓았다.

“……!”

특급 헌터의 공포 어린 시선이 파티마에게 향하는 순간.

딱-

파티마는 이빨을 맞부딪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맛있어.”

으아아아악-

* * *

귀신이라도 본 듯 핏기가 사라진 특급 헌터의 얼굴!

으아아아악-

비명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타다다다닥-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거실을 달린다.

특급 헌터는 천공탑 안으로 도망쳐 문을 닫으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문! 내 문 어디 갔어?! 앗! 상자! 무장 상자 만들었잖아?!”

반사적으로 거실로 달려 나오려는 순간.

쿵-

파티마가 거실로 발을 내디디며 말했다.

“맛있어!”

“멈춰!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특급 헌터는 천공탑 안으로 도망치며 외쳤다.

그러나 파티마의 발과 입은 멈추지 않았다.

쿵쿵-

“아주 맛있어!”

“으엌- 말하지 마! 오지 말라고!”

쿵쿵쿵-

“지렁이 아주 맛있어!”

“아냐! 그러지 마! 지렁이 맛 말하지 말란 말이야!”

쿵쿵쿵쿵-

“맛있으니까 너도 줄게!”

“알바, 도와줘! 나한테 지렁이 먹이려고 하잖아! 나 지렁이 안 먹어! 지렁이는 먹는 거 아니라고!”

특급 헌터의 두려움 가득한 절규가 옥탑방에 울려 퍼졌다!

“특급 헌터…….”

천문석은 탄식했다.

특급 헌터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업보!

거미, 매미, 개미, 풍뎅이, 지렁이, 잠자리…… 온갖 곤충들로 경호팀과 비서실 직원들을 울리고 괴롭혔던 업보가 돌아오고 있었다!

쿵, 쿵쿵-

공포 영화 속 귀신처럼 천천히 압박하는 파티마를 통해서.

“지금 이게 어떻게……?!”

황 비서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멍하니 바라봤고.

“오빠! 지렁이야! 꺄아, 꺄아! 무서워!”

류세연은 어느새 달려와 팔짱을 끼고 개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특급 헌터를 도와줄 사람도, 출동할 동물 친구들도 없었다.

“으악- 빨리! 빨리빨리! 천공탑 연결해야 해! 이야압! 나와랏! 10점짜리 돌! 빨리빨리 나왓! 왜 안 나오는 거야! 지렁이 악마 온다고! 빨리 나와! 이압, 얍얍얍-!”

휙휙, 휙휙휙-

극한의 공포에 빠져, 정신없이 공간 상자를 흔들며 횡설수설하는 특급 헌터!

‘이제 한계다!’

직감하는 순간 한달음에 달려, 찢어진 골판지 무장 상자를 낚아채 천공탑 입구부터 가렸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골판지를 잡고 외치는 특급 헌터.

“알바! 세연! 황 비서 누나! 얼른 들어와! 내가 나무 그릴게! 우리 얼른 천공탑으로 도망쳐야 해!”

“특급 헌터, 정지! 잠깐만 기다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딱, 딱- 이빨을 맞부딪치며 다가오는 파티마를 봤다.

“야, 그만해. 애 경기 들리겠다!”

순식간에 옥탑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파티마는 즉시 멈춰 서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네. 스승님.”

“스승님은 됐고, 그냥 이름 불러.”

“네, 이세기 님.”

“…….”

‘이름도 말 안 했던 거야?’

하도 이세기를 팔아 대니 이제는 본명을 말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천문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세기는 내 별호 같은 거니까. 앞으로는 천문석이라고 불러라.”

“네, 천문석…….”

“님 붙이지 말고. 편하게 불러 편하게!”

천문석은 잽싸게 말을 가로채고 천공탑 입구를 확인했다.

찢어진 골판지 박스로 입구를 가린 채 겁먹은 눈으로 살피는 특급 헌터.

“이제 괜찮아. 파티마 그렇지?”

파티마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꼬맹이 한번 봐줬다.”

“……!”

특급 헌터의 겁먹은 얼굴에 분노가 피어나고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천공성 앞을 막고 파티마에게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파티마. 그만해! 그보다 일거리가 하나 생겼는데…… 이게 좀 빡센 실전이 있을 거 같거든. 어때? 같이 갈래?”

예상 그대로의 대답이 즉시 돌아왔다.

“맡겨 주십시오!”

대답에서, 눈빛에서, 몸짓에서 느껴지는 결연한 감정!

파티마는 자신에게 무공을 배우기 위해 게이트를 넘어 이세계, 지구까지 온 상태!

자신과 함께하는 실전을 마다할 리 없었다!

이걸로 남중국 푸젠성 퀘스트의 동료가 확보됐다.

자신은 편안함을, 파티마는 실전 경험을 쌓는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이자 상부상조! 자신과 파티마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실전에서 개같이 구를수록 무공은 쑥, 쑥- 성장하는 법이니까!

“파티마, 한 시간쯤 후에 출발할 건데? 괜찮아?”

“네!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생사결을 앞둔 무사처럼 결연한 얼굴, 결연한 목소리로 존대하는 파티마.

높임말을 들을 때마다 전신이 간지러웠지만,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었다.

최설, 대리 4인조, 허준, 바람잡이가 그러했듯,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르다 보면 어느새 야, 야! 거리고 있을 테니까!

‘카캬캌-.’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여전히 현관에 서 있는 황 비서를 봤다.

“황 비서님. 파티마 해외 출국 문제없나요?”

“네, 넷! 신분 등록하면서 장철 헌터님이 신원보증을 해 주셔서 출국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해외라고요? 무슨 일인지…….”

말끝을 흐리며 힐끗 천공탑을 살피는 황 비서.

듣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망가진 골판지 문을 들고 분노 어린 시선을 보내는 특급 헌터.

강릉 이상 던전 사건 때처럼 특급 헌터가 도주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

“세연아. 파티마 마실 것 좀 내줘. 황 비서님, 잠시 대화 좀…….”

“알바! 어디가?! 가면 안 돼! 위험하다니까!”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파티마에게 말했다.

“파티마. 저 천공탑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

“천공탑이요?”

흠칫 놀라는 파티마.

천문석은 등 뒤 특급 헌터가 들어간 박스 성을 가리켰다.

“이 박스 성 보이지. 여기는 이 안에 있는 꼬맹이, 특급 헌터의 집이다. 접근 금지. 알았지?”

“네, 네! 알겠습니다!”

“특급 헌터 들었지?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올게.”

천문석은 황 비서와 함께 현관 밖 옥상으로 나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이 좀 생겨서 중국에 가야 하는데. 특급 헌터가 따라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시! 하아아아-.”

황 비서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혹시 언제 출발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인천 공항에 10시까지 도착해야 해서. 8시에는 나갈 생각입니다.”

힐끗 창문 안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는 황 비서.

“40분 정도 남았네요.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황 비서는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30분 정도만 더 계시다가, 8시 30분쯤에 출발하시면 안 될까요? 대신 대기 중인 장갑 SUV로 인천 공항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늦어도 9시 50분까지 공항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콜택시를 부르는 것보다 오히려 일찍 도착하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게다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도 짐작이 갔다.

창문 너머 거실을 힐끗힐끗- 살피는 황 비서.

특급 헌터가 혹시나 도망치지 않을까 살피고 있다.

감이 오는 순간 질문이 튀어나왔다.

“혹시 대표님……?”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입가에 손을 가져가는 황 비서.

쉿-

황 비서는 창문 너머 특급 헌터의 동태를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대표님 전용기로 급하게 오고 계세요. 대략 8시 30분쯤에 한국에 도착하실 것 같네요.”

‘역시!’

처음 집에 돌아와 옥탑방으로 올라올 때 생각한 대로다!

-주차장 구석에서 전화 통화하던 장강 유통의 경호원!

-오늘 하루 너무나 조용했던 특급 헌터의 헌터용 시계!

예상대로 이상을 감지한 장민 대표님.

특급 헌터의 천적, 엄마가 오고 있었다!

황 비서의 목적은 장민 대표님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오랫동안 특급 헌터를 붙잡아 두려는 것!

머지않아 장민 대표님은 이곳 옥탑방에 도착한다!

즉, 파티마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특급 헌터는 곧 엉덩이에 불이 날 예정이었다!

‘카캬카카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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