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88화 (88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8화>

‘경석아! 무슨 짓을 한 거니!?’

금괴를 현금화하려고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터진 상황!

황당함에 외치려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한경석은 대인전 랭커!

특급 헌터와 꼬맹이처럼 노는 모습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각성력을 기반으로 펼치는 단검술과 점멸반지, 카멜레온 은신 망토 운용능력!

앞뒤 생각 없이 일을 벌이는 사람은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없다!

당연히 경석이에겐 생각이, 계획이 있을 거다!

“……그렇게 스마트 농장을 만들 거야! 그리고…….”

천문석은 신나서 스마트 농장 건설 계획을 설명하는 한경석의 말을 끊었다.

“경석아! 너 생각! 그러니까 수습할 계획 있지!? .”

“당연하지! 난 언제나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

“계획! 언제나 철저한 계획! 메모! 메모!”

“……뭔가 불안한데……?”

당당한 태도로 대답하는 한경석.

열심히 메모하는 특급 헌터.

고개를 갸웃하는 류세연.

천문석은 기대를 담아 물었다.

“그 계획이 뭔데?”

한경석은 씩-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나! 내가 철저한 계획이야!? 앗! 나도 선인장 농장에 끼워 주는 거야! 나 완전 열심히 일할게!”

“……한경석?”

한경석은 씩 웃으며 외쳤다!

“특급 헌터가 아니라 장민 언니! 장민 언니의 인맥을 등에 업는 거야! 친구가 원천 자원 선인장을! 내가 자금을! 장민 언니가 인맥을 동원해 주면 우리는 성공할 수밖에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최후식…….”

특급 헌터는 손을 번쩍 들고 끼어들었다.

“경석형! 장민 말고 나도! 나도 끼워 줘!”

“음…… 좋아! 특급 헌터는 홍보 담당이야!”

“완전 열심히 홍보할게! 알바! 나 홍보 담당 됐어!”

“축하해…… 아니 잠깐만! 그게 아니라 최후식 이사님……!”

“역시 사장은 친구가 해야겠지? 앗! 김철수 사무실 부사장 하느라 바빠서 힘들까!?”

“사장은 여기 국가 핵심 인재 류세연이 하겠습니다!”

불쑥 튀어나와 날름 주워 먹으려는 류세연.

“안 돼! 인사는 공정해야 해! 경석형! 사장은 딱지치기! 우리 딱지치기로 정하자!”

“딱지치기?”

“야! 딱지치기로 정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불공평하거든!”

어느새 평소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대화!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굉천수의 굉음을 터트렸다.

파앙-

굉음이 터지고 대기가 요동쳤다!

“앗! 친구!?”

“알바!?”

“삼촌?”

세 꼬맹이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최후식 이사님! 최후식 이사님 발모제! 그 분노 어떻게 할 거야? 그 계획도 있지!?”

“…….”

한경석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작게 말했다.

“안 걸릴 거야…….”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말이야?

안 걸릴 거라고!?

그러니까 그 말은…….

“너 설마 아무 계획도 없는 거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발모제 가져다가 바른 거야? 그건 아니지!?”

“…….”

한경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침묵이 대답이었다!

20억+알파!

수십억의 돈에 최후식 이사의 노력까지 들어간 발모제를 슬쩍해 괴물 선인장을 만든 한경석.

한경석에게는 아무 계획도 없었다!

“……!”

순간 멍해진 머리에서 생각이 튀어나왔다.

이건 대체 뭐지!?

분명 시작은 금괴 현금화!

이상 던전 퀘스트의 마무리 단계, 보상 확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장르가 스릴러로 변했다!

그리고 이 스릴러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었다.

한경석이 발모제를 발라 괴물 선인장으로 키워 낸 선인장이 자신에게서 나왔으니까!

“……!”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알바! 걱정할 거 없어!”

“……뭐?”

“내가 엉덩이 많이 맞아 봐서 알아! 괜찮아! 이미 저질렀으니까 어쩔 수 없어!”

“……!”

트러블 메이커 특급 헌터의 외침에는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 이미 사고는 터졌다!

최후식 이사의 수십억 발모제는 사라졌고!

그 발모제를 빨아먹은 선인장은 이미 괴물처럼 자라난 상황이다!

과거를 돌릴 수는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데미지 컨트롤이다!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경석아! 최후식 이사님 지금 어디……!?”

“걱정 안 해도 돼! 방금 확인했는데 감시원 기척 없어! 후식이 박찬호 준장 만나러 가서 아직 안 올라왔나 봐! 크크큭-.”

“그 슬쩍 했다는 발모제는……?”

“메이플 시럽 희석액 채워 놨어! 색이 완전 똑같아! 구분 못할 거야!”

손가락으로 ‘V’ 자를 만들며 웃는 한경석.

메이플 시럽 희석액…….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네? 발모제에서 왜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 거 같지?’

발모제를 바르며 고개를 갸웃하는 최후식 이사님의 목소리가!

언젠가 폭탄이 터지겠지만, 나중 일!

지금 당장 폭탄이 터질 위험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재빨리 할 일을 하고 위험 지대에서 같이 도망치는 거다!

“경석아! 빨리 끝내고 튀자! 우리 할 일 알지!?”

“당연히 알지!”

천문석과 한경석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동시에 외쳤다.

“금괴 감정!”

“선인장 마비독! 우리 계획의 핵심! 독 정제한 거 보여 줄게!”

전혀 다른 외침이 터지는 순간.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깜짝 놀라 외쳤다.

“독! 경석형 독을 뽑았어!?”

“금괴? 삼촌 갑자기 금괴는. 아, 그 던전에서 얻었다는…… 그게 진짜였어!?”

“아, 그렇지. 금괴 감정 해야지…….”

“그래! 바로 금괴부터 감정하고 얼른 집에 돌아가자!”

한경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방으로 가려다 멈칫했다.

“……독 정제 한 거 안 봐도 괜찮아? 이거 벌써 수율이 30%나 나오는데? 조금만 더 자라면 곧 50% 넘을 것 같아! 그럼 스마트 농장 만들고 우리 모두 엄청난 대박…….”

“아냐! 경석아! 선인장 독은 됐고 우선 금괴 감정부터……!”

특급 헌터가 불쑥 끼어들었다.

“알바! 감이 와! 이건 엄청난 대사건이야! 선인장 농장 세우면 초초초대박 날 거야! 저기 저 선인장 봐봐! 딱 보기만 해도 엄청 무서워 보이잖아! 나도 살게! 1호! 내가 1호 손님 될 게!”

초초초대박!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괴물 선인장을 보자 어이없게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알록달록 형광색으로 물든 몸체!

기괴하게 뻗은 줄기와 섬뜩하게 빛나는 독 가시!

이 알록달록 괴물 선인장은 기이한 매력이 있었다.

얼어붙은 벌판에 홀로 선 거대한 괴목(怪木)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먹이를 덮치기 위해 수풀 사이에 엎드린 호랑이를 보는 것 같은 어찔한 감각!

1호 손님이 되겠다는 특급 헌터의 말대로 지금 당장 가져다 팔면 못해도 100만원은 받을 수…….

‘100만원!?’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시선이 돌아갔다.

어깨에 짓누르는 안전 상자!

이 안전 상자 안에 가득한 금괴를 현금화하러 왔는데 100만원에 정신이 팔렸다고!?

천문석은 단호하게 외쳤다.

“선인장은 나중에! 우선 금괴부터 확인하자!”

“알바! 금괴보다 선인장이 더 멋지잖아! 촉이 온단 말야!”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낚아채 옆구리에 끼고 턱짓했다.

“저기가 공방 맞지?”

그리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성큼성큼 걸었다.

“우선 금괴부터 확인하자!”

“알았어! 친구!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한경석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점멸이동 공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를 천문석과 특급 헌터, 류세연이 따랐다.

“괴물 선인장 잠시 안녕! 곧 돌아올게!”

“금괴를 감정한다고? 1kg 2kg? 골드바를 얻은 거야!?”

“골드바?”

하, 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5관 금괴 6개, 총 30관!

112.5kg의 금괴!

로또 1등은 비교도 안 되는 초대박!

마침내 현생 알바 최고의 대박을 확인할 시간이다!

* * *

전동 해머와 모루.

열기를 뿜어내는 전기 고로.

그리고 벽에 줄줄이 걸린 단검들.

위이이이잉-

대형 환풍이기 돌아가는 한경석 공방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상자 어디에 내려놓을까?”

“거기 모루 앞에 내려놓으면 돼.”

금괴 상자를 내려놓는 순간 쿵- 묵직한 굉음이 울렸다.

“어!? 삼촌. 지금 그거……?”

소리만 듣고도 세연의 얼굴색이 변했다.

“바로 열게.”

천문석은 씩 웃으며 안전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나무 궤짝을 꺼냈다.

그리고 활짝 열린 나무 궤짝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천문석은 나무 궤짝에서 금괴를 꺼내 차곡차곡 쌓았다.

벽돌 금괴 6개가 피라미드 형태로 쌓이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안녕! 다시 봐서 반가워!”

“이게 친구가 말한 금괴구나!”

“……어, 어? 삼촌! 이 금괴 뭐야!? 진짜야!? 진짜로 이게 다 금괴라고!?”

천문석은 금괴를 들어 류세연에게 쥐여 줬다.

“무겁다. 양손으로 받아라.”

헉-

금괴를 받자마자 축 늘어지는 세연의 손!

“5관! 18.75kg 금괴 6개! 총 30관! 112.5kg이다!”

“……!”

류세연은 돌이 된 듯 굳어 버렸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리며 금괴를 한경석에게 건넸다.

“경석아 우선 감정부터 해 줘!”

“바로 시작할게!”

순식간에 준비가 끝나고 금괴 감정이 시작됐다.

“금이면 반응이 없어야 해.”

한경석은 금괴를 문지른 시금석에 검사 용액을 떨어뜨렸다.

똑-

“알바 시작했어!”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한경석, 류세연, 천문석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집중했다.

쿵쿵, 쿵쿵쿵-

미친 듯이 요동치는 심장!

천문석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시금석을 바라봤다.

1초, 2초, 3초…… 10초!

영원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한경석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어……?”

생각과는 다른 탄성이 튀어나온 순간 눈빛이 흔들리는 한경석!

“왜? 경석아! 무슨 문제 있어? 설마……!?”

한경석은 씩 웃으며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 문제 없어! 봐봐? 검사 용액 떨어진 시금석에서 아무 반응 없지? 24k 순금 맞아!”

“……!”

“우와아아아- 알바 대박이야! 축하해! 그럼 우리 선인장 다시 보러 가자!”

“진짜라고!? 삼촌이 100kg이 넘는 금괴를 얻었다고!? 정말로 건물주가 되는 거야!?”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외치는 순간 마지막 의심이 날아가고 희열이 끓어올랐다!

마침내 이날이 왔다!

결정적 순간마다 모든 게 허사가 됐던 불운!

누군가 예비하기라고 한 듯한 불운을 끊어 냈다!

112.5kg의 순금!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초대박이 터졌다!

카캬카카카캌-

가슴속에서 끓어오른 희열이 웃음이 되어 터져 나왔다!

“알바! 우리 선인장! 이제 선인장 보러 가야지! 선인장 엄청난 초초초대박이라니까!”

“삼촌…… 건물 사면 혹시 이사 가는 건 아니지?”

“앗! 이사? 알바 안 돼! 우리 옥탑방 완전 멋지잖아! 이사 가면 안 돼! 절대 안 돼!”

“맞아! 옥탑방 리모델링 돼서 엄청 좋잖아! 건물 사면 그건 월세 주고 계속 옥탑방 살아! 응, 응응?”

다리와 팔에 매달려 정신없이 외치는 특급 헌터 꼬맹이와 류세연 꼬맹이!

그러나 두 꼬맹이의 외침은 귓가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당연했다!

버려진 산속 사당에서 살던 전생의 꼬맹이 시절부터 알바를 7개씩 돌리던 현생까지!

자신의 오랜 꿈, 희망, 열정, 욕망! 이 모든 게 담긴 비원!

건물주!

112.5kg의 금괴가 진짜로 밝혀진 지금 건물주의 꿈이 바로 눈앞에 보였으니까!

‘마침내 비원을 이룬다!’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 때.

한경석이 금괴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친구 이 금괴 현금화 어떻게 해 줄까? 현찰로 준비해 줄까? 아니면 유통 가능한 골드바로 제련해 줄까?”

“유통 가능한 골드바?”

한경석은 씩 웃으며 단검이 진열된 벽 철망을 옆으로 밀었다.

그르르륵-

벽 철망이 밀려나고 드러난 커다란 금고.

활짝 열린 금고 안에는 금속괴가 잔뜩 쌓여 있었다!

“단검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들이야. 골드바가 있을 텐데…… 아, 여기 있네!”

한경석은 골드바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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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FINE GOLD

999.9

1,000g

A2019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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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 골드바!

“내가 만든 골드바야. 현금이랑 똑같아. 시세 그대로 현금처럼 유통 가능해.”

“직접 만든 골드바가 현금처럼 유통 가능하다고? 그게 가능한 거야?”

“예전에 영국 정부일 해 주면서. LBMA 런던 금시장 연합회에 등록하는 걸 조건으로 걸었거든. 내가 만든 금은 LBMA, 영국 정부에서 보증해 줘. 현금이랑 똑같이 사용 가능해.”

“여기 찍힌 일련번호는!?”

한경석은 1kg 골드바에 찍힌 이니셜을 톡 건드렸다.

[KS]

“경석?”

“맞아. 내가 제련한 후에 일련번호 찍고 연락하면 그쪽에서 전산에 증빙을 입력해. 그리고 한국에서 ‘KS’ 골드바에 태클을 걸 사람은 없어. .”

천문석은 한경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감을 잡았다.

특급 헌터와 놀아주는 친한 동네 누나 같은 한경석.

그러나 한경석은 대인전 랭커 암살검이자, 온갖 사람들이 모여드는 안전 호텔의 오너!

겉모습. 행동과 달리 한경석은 한국 헌터 업계의 어둠에 한발 걸친 거물이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친구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천문석은 손을 내밀었다.

“골드바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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