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87화 (88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7화>

“……!”

분명 한경석 공방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뒤에서 튀어나온 건 생각지도 못한 거대 선인장이었다!

“이게 뭐야? 잘 못 열었나!? 혹시 문이 더 있었던 거야!?”

천문석은 바로 문을 닫고 옆을 확인하려 했다.

순간 한경석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 어어! 내 선인장! 이 문 뭐야!? 왜 내 재배실로 연결돼!”

‘재배실!?’

“설마 저 선인장……?”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릴 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알바! 저 선인장 그때 봤던 그 선인장이야! 혼령 퇴치했던 경석형 공방에 있던 그 선인장!”

‘저게 그때 그 선인장이라고? 아니, 그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경석은 성큼 방 안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준 선인장 맞아. 와! 이 문 창고로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사무실이랑 연결됐어! 이제 감시원 걱정 없이 사무실 올 수 있어! 완전 운 좋아!”

쿵, 휘익-

쿵, 휘익-

특급 헌터와 한경석은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며 탄성을 터트렸다.

“진짜잖아! 전에 혼령 퇴치했던 경석형 공방이야! 세연 봐봐! 대발견이야! 경석형 공방이랑 철수형 사무실이 연결됐어!”

“아! 여기가 그 혼령 퇴치를 했다던 공방이구나?”

세연이 문을 넘어가고 대리 4인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혼령 퇴치?”

“우리 사무실 옆에 암살검 공방이 있었다고……?”

“어, 잠깐! 한동안 쿵쿵 소음이 심했었는데…….”

“소음? 아, 그 최설 사원이 해결했던…….”

말을 잇다 흠칫 놀라 굳어 버리는 엠마.

엠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걸음 물러선 최설을 봤다.

하얗게 질린 얼굴과 힘이 풀려 휘청이는 다리!

최설의 모습에 과거의 장면이 오버랩됐다.

서랍에서 고무망치를 뽑아 들고 벽으로 달려가던 최설!

‘으아악-! 이런 썅! 고무망치! 내 고무망치!’

최설은 분노한 외침과 함께 미친 듯이 고무망치를 휘둘렀다!

쾅쾅쾅, 쾅쾅쾅쾅-

“…….”

엠마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문을 봤다.

휘익, 쿵- 휘익, 쿵-

문을 여닫으며 신기해하는 꼬맹이와 한경석.

“…….”

최설이 미친 듯이 고무망치를 휘두른 벽 너머에 저기 꼬맹이랑 같이 신나 하는 한경석이 있었다.

대인전 세계 랭커!

안전 호텔 오너인 암살검 한경석이!

꼬맹이랑 노는 모습에 속아 서는 안 된다!

암살검 한경석은 말보다 주먹, 아니 단검이 앞서는 존재!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천문석의 함정에 빠져 안전 호텔에서 농락당하듯 잡혔던 그 날이!

그런 한경석 공방을 향해 고무망치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고!?

“……!”

눈앞이 아득해지고 몸에 힘이 빠져 휘청일 때 어깨를 잡는 손.

천문석 부사장!

“그럼 잘 부탁한다.”

“네……?”

“저 김밥 철수형 돌아오면 잘 전해 줘. 음식 잘 먹고 수고해라!”

“네!? 잠깐 꼭 드릴 말씀이!”

“야, 됐어! 걱정할 거 없어! 우리는 모두 김철수 사무실 ‘한 식구’잖아! 그렇지?”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옮겼다.

게릭, 클릭스, 폴리머, 최설.

그리고 진교은.

시선이 닿는 순간 흠칫 놀라 시선을 피하는 네 사람.

“……?”

진교은만 영문 모를 얼굴로 마주 바라봤다.

천문석은 진교은을 보며 말을 이었다.

“특히 진교은 신입 사원이 오래오래 한 식구로 같이 일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럼 수고해라. 신입 사원한테도 설명해 주고!”

천문석은 엠마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쿵- 문이 닫혔다가 열리는 순간 잽싸게 들어갔다.

“야! 그만해! 경석아! 저 선인장 어떻게 된 거야!?”

천문석이 사라지고 문 앞에 남겨진 대리 4인조와 최설은 눈빛으로 대화했다.

“……!”

“……!”

악당은 눈치가 없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직업.

전직 악당 대리 4인조와 전직 삼합회 비서 최설은 순식간에 합의를 끝냈다.

진교은은 소외됐지만, 그 또한 눈치라면 뒤지지 않는 카지노 딜러 출신!

진교은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바로 물었다.

“최설! 지금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 맞아?”

최설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교은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

“너 우리랑 진짜 한 식구. 그러니까 정직원 돼야 할 거 같아…….”

* * *

으아아-

가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비명!

이 비명은 진교은 사원의 영구 고용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비명이었다!

하-

헛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은 재배실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경석, 특급 헌터, 류세연 세 사람은 어느새 거대한 선인장 앞에 모여 있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높이!

양팔을 활짝 벌려도 안을 수 없는 거대한 몸통!

게다가 빽빽하게 솟은 가시에는 빛을 받아 번뜩이는 체액이 맺혀 있었다!

바로 감이 왔다!

저 체액 독이다!

“저 괴물 선인장이 내가 준거라고?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자랐어!”

감탄하며 선인장에 다가가자 신나서 설명하는 한경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급 헌터! 세연! 더 가까이 가면 안 돼! 저 가시에 맺힌 체액! 마비 독이야!”

“독 선인장! 완전 위험해 보여! 엄청 멋지잖아!”

“언니! 독 선인장이면 식물형 몬스터잖아! 이거 게이트 관리법에 위반되는 거 아냐?”

류세연의 걱정스런 물음에 한경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킄-! 그게 바로 놀라운 점이지! 이 선인장은 식물형 몬스터가 아냐! 아니 이계 품종도 아냐! 100% 지구산, 국내 품종이야!”

천문석은 바로 끼어들었다.

“이 괴물 선인장이 그 선인장이라고? 오리온 길드 현장 면접 때 내가 준 그 만세 선인장?”

“맞아! 알바가 나한테 선물한 지구산 만세 선인장이야! 내가 완전 열심히 키웠어!”

한경석이 자랑스럽게 선인장을 가리키는 순간.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알바! 알바가 이 멋진 선인장을 경석형한테 줬다고!?”

“이게 지구 선인장? 가시에서 독이 맺히고 이렇게 괴물같이 자랐는데! 지구 품종이라고!?”

“당연하지! 알바가 나한테 선물로 준 선인장이야! 엄청 멋지지! 그냥 멋지기만 한 게 아냐! 이 선인장이 얼마나 훌륭한지!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깜짝 놀란 특급 헌터.

의심스러워하는 류세연.

신이 나서 설명하기 시작하는 한경석.

천문석도 특급 헌터와 류세연에게 동감이었다.

깜짝 놀라고 의심스러웠다!

3미터? 4미터!?

가까이서 본 선인장은 더 거대했다!

고개를 들어 올려야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높게 자란 선인장이 넓은 재배실 사방으로 줄기를 뻗었다!

알록달록한 형광색 줄기와 섬뜩한 독 가시!

누구나 보는 순간 식물형 몬스터를 의심할 외형을 가진 괴물 선인장!

‘이 선인장이 내가 가져온 선인장?’

철수형이 사무실을 차렸을 때 개업 축하 선물로 가져온 만세 선인장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가시는 있었지만 저런 장침 같은 무시무시한 독 가시가 아닌 보송보송한 가시!

찔려 봐서 잘 안다!

당연히 독 같은 것도 없었다!

우연히 오리온 길드 현장 면접에 휘말려들면서 한경석에게 그 만세 선인장을 넘겼다!

그리고 혼령 사건으로 한경석 공방에 다시 방문했을 때 만세 선인장이 훌쩍 자란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불과 몇 달!

그런데 지금 다시 본 선인장은 자신이 건네준 선인장이란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이제는 식물을 넘어 괴물! 숫제 몬스터로 보일 지경이다!

아무리 식물이 사람 손에 따라 천차만별이어도 이게 가능한 건가!?

“너 선인장에 뭘 한 거야?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거대해졌냐!?”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한경석은 반색해서 대답했다.

“친구 엄청 멋지지? 나 엄청 고생했어! 후식이 발모제 가져다가 매일매일 발랐다니까!”

“…….”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한경석을 봤다.

“……내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저기 뭐를 발랐다고……?”

“후식이 발모제!”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말이야!

“최후식 이사님! 발……!”

경악해서 외치는 순간 재빨리 입가에 손을 올리는 한경석.

“쉿- 이거 비밀이야! 잠시만 확인할 게!”

핏, 피피피핏-

한경석은 점멸이동으로 빠르게 벽을 훑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후식이 감시원 없어! 말해도 돼! 맞아! 이 선인장에 최후식 이사 발모제 발랐어!”

“……!”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이야!?

발모제! 최후식 이사님 발모제를 선인장에 발랐다고!?

‘아니, 그걸 선인장에 왜 발라!’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순간.

특급 헌터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다.

“발모제! 발모제 발라서 이렇게 잘 컸구나! 역시 비밀이 있었어! 발모제! 그게 이 멋진 선인장의 비밀이었어!”

“발모제 발라서 선인장이 이렇게 자랐다고!? 그게 말이 돼!? 언니 정말로!?”

“진짜임! 후식이 발모제 장난 아냐! 내가 살짝 슬리퍼에 칠해 봤거든! 그러니까 발바닥에서도 털이 났어! 그거 원료가 장난 아냐! 엄청 희귀한 식물 마수 부산물에! 완전 찾기 힘든 식물 몬스터 마석이랑…….”

“식물 몬스터 마석! 그렇구나! 그게 있어야 잘 자라는구나!”

황당해하는 얼굴이 된 류세연.

수첩을 꺼내 재빨리 받아적는 특급 헌터.

신이 난 얼굴로 열심히 설명하는 한경석.

그러나 천문석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의 발모제!’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과부하가 걸린 머리에 불쑥 기억나는 게 있었다!

헌터 나라!

대환단을 경매로 올렸던 직거래 사이트!

경매를 올릴 때 헌터 나라 VIP 회원인 최후식 이사의 아이디로 올렸다!

한경석은 말했었다.

헌터 나라 VIP등급은 20억원 이상 구입해야 올라간다고.

최후식 이사가 탈모약을 사서 그 등급을 달성했다고!

“경석아! 그 발모제 혹시 최후식 이사님이 헌터 나라에서 샀다는……!?”

“맞아!”

한경석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쏟아 내듯 설명했다.

“후식이가 사용하는 탈모약, 발모제 원료가 희귀한 식물형 몬스터 마석이랑 부산물이거든!”

“헌터 나라 앱에서 재료 사서 길드 마력 각성자 통해서 정제하고 직접 조합해서 만들어!”

“후식이가 만든 발모제 효과 장난 아냐! 그걸로 포션 후유증까지 극복했어!”

“그런데 완치됐는데도 계속계속 바르는 거야! 엄마가 후식이 엄청 걱정했다니까!”

“그래서 내가 그 발모제 슬쩍 빼내서 친구 선인장 이렇게 키워냈어!”

“알겠지? 우리는 완벽하게 성공했어! 이 선인장은 친구랑 내가 함께해서 이룬 성과야!”

한경석은 괴물 선인장을 가리키며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훌륭하지!? 이제 곧 대량 생산하면 이 멋진 선인장을 모두가 알게 될 거야! 그 날이 오면…….”

뒷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최후식 이사의 발모제!

들어간 재료비만 최소 20억!

마력 각성자와 최후식 이사의 공임을 생각하면 그 가치가 얼마나 올라갈지 감도 안 온다!

한경석은 수십억 가치의 발모제를 발라서 이 괴물 선인장을 키워 낸 것이다!

‘한경석!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마음속으로 절규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훌륭해! 경석형! 이건 정말 훌륭한 선인장이야! 완전 멋져! 알바 집에 앙꼬 대장 나뭇가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훌륭해!”

“하아- 언니. 예쁜 화분 같은 걸 키워야지. 이런 괴물 선인장을 키우면…….”

세연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특급 헌터는 바로 반박했다.

“세연! 이건 그냥 화분과는 차원이 달라! 딱 봐도 엄청 무섭게 생겼잖아! 게다가 독 가시가 있어! 이게 완전 훌륭해!”

“맞아! 독 가시가 핵심이야! 특급 헌터 넌 바로 알아보는구나!”

한경석은 선인장을 가리키며 자랑스레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이건 시작일뿐이야! 벌써 수율이 30%야! 안정화 되고 수율 더 올라가면! 바로 증식 시작해 선인장 농장을 만들 거야! 엄청나지!? 당연히 친구한테도 농장 지분 줄게! 앗! 그렇지! 그전에 약속한 대로 선인장 화분에 담아 나눠 줄게!”

“경석형! 나도나도! 엄청완전 멋진 선인장 나도 나눠 줘!”

“미안 특급 헌터. 이건 친구한테 밖에 못 줘. 약속했거든.”

“으앗- 알바는 엄청 멋진 옥탑방에! 완전 멋진 선인장까지 가지게 됐잖아! 난 내 쌩쌩이들은 달리지 못하는데!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

천문석은 말없이 앞을 바라봤다.

최후식 이사가 20억+알파! 수십억의 돈과 노력, 열정을 쏟아 만들어 낸 발모제!

그 발모제를 발라 키워 낸 괴물 선인장!

이 어이없는 결과물의 시작, 처음 구른 스노우볼은 자신이 한경석에게 선물한 작은 만세 선인장이었다!

‘경석아! 너 무슨 짓을 한 거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