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81화 (88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1화>

벽과 천장, 바닥 전체에 타일처럼 금속판이 붙은 건물 3층 높이의 탁 트인 방.

이곳이 각성 검사실이었다!

박찬호 검사관은 검사실 중앙의 기계 장치를 가리켰다.

“저게 각성 검사기다. 게이트 지역 출입할 때 마력 스캔 받아 봤지? 그거랑 비슷하다.”

모두의 시선이 박찬호 검사관의 손을 따라 검사실 중앙으로 모였다.

검사실 중앙에는 12개의 돌기가 붙은 직경 10미터가 넘어가는 타원형의 금속 링이 있었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축소한 듯한 모습.

특급 헌터는 금속 링을 가리키며 외쳤다.

“세연! 간단한 옷만 입고 검사받아야 해!”

“맞아. 시계, 휴대폰, 반지, 목걸이, 신발은 모두 벗어야 한다.”

박찬호 검사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 간호사가 바구니를 내밀었다.

“소지품은 여기에 담아 주시면 돼요.”

“네!”

류세연은 바구니에 겉옷과 신발, 스마트폰, 소지품을 담고 비장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시작할게!”

목소리에 담긴 떨림과 긴장.

천문석은 한 걸음 다가가 세연의 어깨를 툭 쳤다.

“야, 뭘 긴장해? 평소처럼 해. 국가 핵심 인재 류세연이잖아?”

“하긴. 내가 원래 좀 대단하지!”

류세연은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럼 초천재 류세연은 초천재 마력 각성자 류세연이 되어 돌아올게!”

“세연 화이팅! 힘을 내!”

“세연! 특급 마력 각성자가 되는 거야! 화이팅!”

한경석, 특급 헌터의 환호성과 함께 류세연은 각성 검사기 중앙에 섰다.

“준비됐어요!”

“그럼 바로 검사 시작한다! 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 있어야 한다!”

박찬호 검사관은 바로 제어 패널을 조작했다.

파스스스-

류세연의 몸 주위를 둘러싼 금속 링에 마력광이 맺히고.

팟, 팟, 파팟-

금속 링에 솟은 12개의 돌기에 마력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모터 소리!

위이이이잉-

타원형의 금속 링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정 속도가 넘어서는 순간 물결치는 듯한 파문이 흘러나왔다!

궁궁, 궁궁궁-

대기가 북처럼 진동하고 벽과 천장, 바닥에 깔린 금속판이 부르르 떨며 쏟아지는 파문을 튕겨 냈다!

천장과 벽, 바닥에 충돌한 파문이 중첩되어 밀려 왔다!

각성 검사기 중심에 선 류세연을 향해서!

“세연 힘을 내! 세연은 할 수 있어!”

특급 헌터가 힘차게 외치는 동시에.

류세연은 번쩍 손을 들고 눈을 감았다!

쏟아지는 파문이 육체로 스며드는 순간.

팟팟파파팟-

물방울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오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

“……!”

박찬호 검사관, 특급 헌터, 한경석, 황 비서, 김 간호사.

모두가 홀린 듯이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천문석은 문득 시선을 돌려 벽을 봤다.

벽 너머에 있을 광화문 게이트 지역!

게이트 지역 중심에 자리한 광화문 게이트의 마력장이 느껴졌다!

그리고 각성 검사기의 원리가 무엇인지 감이 왔다.

수개월 전 전생을 각성했으나 지구에는 영맥이 없어 심법에 입문하지 못했다.

그때 우연히 각성 헌터를 봤고 지구에도 영맥이 있다는 걸 깨달았었다!

게이트 마력장!

각성 헌터는 각성하는 순간 게이트 마력장과 이어지는 일종의 ‘채널’이 생겨난다.

이 ‘채널’이 각성 헌터의 각성력과 이능력의 근원이다!

즉, 각성 헌터의 각성력과 이능력은 게이트 마력장에서 왔다!

각성 검사기는 각성자의 ‘본질’이 아닌 게이트 마력장과 연결된 ‘채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계였다!

천문석의 시선이 류세연에게로 움직였다.

파문이 몸에 닿자 오색의 빛이 물방울처럼 터져 나오는 류세연!

이 보습을 보는 순간 각성 검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었다.

‘세연. 하-’

내심 한숨 쉴 때 박찬호 검사관의 들뜬 외침이 들려왔다.

“됐다! 측정 끝났다! 곧 수치 나온다!”

박찬호 검사관의 들뜬 목소리만으로도 모두는 감을 잡았다.

“세연!”

“세연!”

특급 헌터와 한경석의 환희 어린 외침이 터져 나오고.

황 비서는 눈을 빛냈고, 김 간호사는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수가 많지 않은 각성자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마력 각성자다.

마도 공학 연구, 마력 물품 제작, 의료 등 마력 각성자의 수요는 항상 부족한 상황!

마력 각성자가 된다는 건 각성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층으로 올라간다는 뜻이었다!

류세연은 천문석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천문석이 내심 웃음을 삼키는 순간.

박찬호 검사관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 어!? 뭐야!? 이거 수치가 왜 이래!?”

“의사 할아버지! 특급이야!? 세연 누나 특급 마력 각성자 된 거야!?”

“야! 내가 각성 등급 중에 특급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 아니지!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잠깐만 움직이지 마! 측정치 다시 확인할게!”

박찬호 검사관은 정신없이 제어 패널을 두들겼다.

수많은 각성 검사를 했을 베테랑 각성 검사관의 당황한 모습!

류세연, 특급 헌터, 한경석은 직감했다!

‘상급 이상의 마력 각성이구나!’

상급 이상의 마력 각성자라면 상위 0.01%! 국가에서 특별 관리하는 재원!

“세연! 각성 등급 완전 높은가 봐! 축하해! 앗! 끝나면 내 등 좀 두들겨줘! 나도 기운 받아야 해!”

“세연! 상급 마력 각성이면 장난 아냐! 길드, 연구소, 정부 기관 골라서 갈 수 있어! 재금 연구소! 재금 연구소가 최고야! 꼭 재금 연구소로 가!”

류세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음…… 난 개인 사업하려고. 꼭 ‘부하’ 직원으로 고용해야 하는 사람이 있거든! 흐흐흐-.”

음흉한 미소와 함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힐끗 천문석을 보는 류세연!

“…….”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세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오빠 봤지? 나 각성했어!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지?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크흐흐-.”

처음 만난 초딩 때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마음에 품어 왔던 비원이 마침내 이뤄진다!

류세연은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

꼬맹이 세연의 부하 직원이 될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

그러나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세연을 바라봤다.

이때 박찬호 검사관이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결과가 나왔다!”

“……!”

류세연, 한경석, 특급 헌터!

셋의 확신이 담긴 시선이 쏟아질 때.

박찬호 검사관은 류세연을 가리키며 선고했다.

“각성 아냐. 어떤 채널도 연결되지 않았어.”

“세연! 최고…….”

“축하해…….”

“드디어…… 네?”

커진 눈, 헤 벌린 입, 당황으로 물든 얼굴!

천문석은 같은 표정을 지은 셋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류세연 너 각성 한 거 아니래.”

“……어, 어어!? 어어어!”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류세연!

딱-

천문석은 손가락을 튕기며 다시 한 번 알기 쉽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류세연. 너 각성 꽝이다!”

* * *

“꽝이라고? 내가 각성한 게 아니라고!? 그럴 리가! 이거 정확한 거 맞나요!?”

세연이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뒤이어 외쳤다!

“아까 집에서 세연 팟하고 사라졌다가 멀리서 나타났어! 모두 봤지!?”

“맞아 나도 봤어! 분명 순간이동 했어!”

박찬호 검사관은 고개를 저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해! 이 파장 봐라. 마력장 연결이 전혀 없어. 각성하면 ‘채널’이 뚫려야 하는데 안 뚫렸어. 각성 아냐!”

“아까 번쩍번쩍 빛 나왔잖아!”

“그게 이상해서 다시 검증했는데…… 각성은 아니다. 채널 연결이 없다!”

박찬호 검사관이 딱 잘라 말하자.

한경석은 재빨리 세연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분명 뭔가 느껴지는데! 진짜로 각성 아냐!?”

“아니라니까 그러네! 채널이 안 열렸어! 마력, 무공, 육체, 마탄, 초능력, 오러! 주요 이능력뿐만이 아니라. 기록된. 아니, 기록되지 않은 다른 어떤 채널도 안 열렸어. 각성 아냐!”

박찬호 검사관의 단호한 외침에 류세연은 휘청였다.

“내가…… 내가 각성이 아니라고! 분명 마력 각성인 줄 알았는데!?”

“세연! 아직 모르는 거야! 한 번 더 검사받아 봐!”

“맞아! 순간이동 했잖아! 어쩌면 채널이 잠깐 닫혔을 수도 있어!”

“한번 열린 채널은 안 닫혀! 이 각성 검사기 정확도는 세계 최고다! 그리고 각성 검사는 하루에 한 번 검사가 한계라니까! 몸에 무리 간다!”

……

특급 헌터, 한경석, 박찬호 검사관의 외침이 이어질 때.

천문석은 시선을 내려 세연의 손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는 손가락!

특급 헌터가 건네준 구리반지가 없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이 왔다.

세연이 했던 순간이동은 그 구리반지의 힘이다!

그리고 한경석의 느꼈던 힘, 각성력이라고 생각했던 힘은 각성력이 아니다!

류세연은 자신과 같았다.

자신이 각성이 아닌 일기일원공의 내공을 쌓았듯이.

류세연은 ‘밖’ 게이트 마력장과 채널이 연결되는 각성을 한 게 아니라. ‘안’ 내부의 힘을 일깨웠다.

한경석이 세연의 이마와 심장에 손가락을 올리고 했던 말.

‘……무공이랑은 좀 다른데 그렇다고 마력 각성자 같지도 않거든?’

이 말에 단서가 있었다.

무공과는 결이 다르고 그렇다고 마력 각성도 아닌 것 같은 힘.

그 힘이 바로 구리반지에 담겨 있었다.

주술력!

구리반지에 담겨 있던 건 엄청난 주술력이다!

그리고 그 주술력이 어디서 왔는지도 짐작이 갔다.

세연이 무너지듯 기절했을 때 붉은 구리반지 안에 새겨진 이름 두 개를 찾았다.

류세연.

적예(赤芮).

류세연은 각성한 게 아니라 구리반지에 담겨 있던 적예의 주술공을 얻은 것이다!

게이트 마력장과 채널이 연결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각성력 검사기에 나타날 리 없었다!

문제는 주술공 중에는 마공 이상으로 위험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

구리반지를 봉인하고 적당히 상황을 무마했지만, 언젠가는 깨질 임시방편일 뿐이다.

주술공의 정체를 파악해야 했다.

그러나 전생의 기억 중 적예와 관련된 대부분이 날아간 상태!

세연이 얻은 적예의 주술공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지금의 자신은 알 수 없었다.

전생의 적예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세연의 몸에 스며든 주술공을 컨트롤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이룰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적예를 아는 사람이 있고.

류세연의 몸에 담긴 주술력을 통제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장소.

무림 던전!

그곳에 들어가 이세기를 다시 만나야 한다!

방법도 생각해 뒀다.

장민 대표는 남중국에 있는 무림 던전 입구를 확보한 상태! 그 입구를 이용하면 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금괴, 로또, 건물 일이 적당히 마무리되면 남중국 무림 던전에 들어가 이세기를 다시 만난다!’

천문석이 앞으로의 계획을 확정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당당한 외침이 들려왔다.

“……세연이 꽝이라고!? 뭔가 이상해! 의사 할아버지! 이번에는 내가 검사받아볼 게!”

박찬호 검사관은 피식 웃었다.

“저번 주. 아니지 지지난번 주까지 계속 꽝꽝꽝인데 이번이라고 되겠냐? 그냥 포기하지? 지금 포기하면 당근 주스 반으로 봐준다! 딜?”

“특급 헌터는 포기하지 않는다! 난 그때의 특급 헌터가 아냐! 이번엔 달라! 알바! 나한테 힘을 줘!”

배낭과 퐁퐁검, 상의와 신발을 훌훌 벗어 던지고 번쩍 손을 들더니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을 보내는 특급 헌터.

“…….”

“빨리! 손 짝 해 줘야 출동하지!”

짝-

손바닥이 부딪치는 순간 특급 헌터는 양손을 좌우로 내밀었다!

짝, 짝-

“특급 헌터 부탁해!”

“넌 할 수 있어!”

“걱정 마! 난 꼭 성공할게! 출동!”

파바바밧-

특급 헌터는 단숨에 검사실을 달려 금속 링 가운데 멈춰 서 양손을 번쩍 들었다.

“으아아악- 엄청난 힘이 솟는다! 지금이야! 의사 할아버지 빨리빨리! 측정해 줘!”

파직, 파지직-

12개의 돌기에 마력 스파크가 튀기고!

위이이이잉-

타원형의 금속 링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특급 헌터 힘을 내!”

“넌 할 수 있어 특급 헌터!”

류세연과 한경석이 응원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다시 한 번 외쳤다!

“할 수 있다! 난 각성한다! 이얍-!”

“마침내 특급 헌터가 된다! 이야얍얍-!”

궁궁, 궁궁궁-

금속 링에서 쏟아지는 파문에 다시 한 번 물결치듯 흔들리는 대기!

파지지지직-

12개의 돌기에 맺힌 마력 스파크가 섬광과 함께 하나로 이어져 원을 그렸다!

이 순간 특급 헌터는 천천히 손을 내리더니 번쩍 고개 들고 번쩍 눈을 뜨며 외쳤다!

“의사 할아버지! 나 각성했지! 맞지!?”

제어 콘솔 앞에 박찬호 검사관은 마찬가지로 번쩍 고개 들고 번쩍 눈을 뜨며 대답했다.

“응 아냐. 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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