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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67화 (86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67화>

하하하-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마침 현관을 지나가던 류세연과 눈이 마주쳤다.

“언니! 삼촌 또 농땡이……!”

중상모략의 화신 류세연의 고자질!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며 외쳤다.

“야, 옥상 청소 끝났어!”

그러나 이미 류세연은 내뺐고.

장민 대표가 화장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알바씨. 또 농땡이를 부렸다고요?”

“아뇨, 그게 아니라 옥상 청소를 끝내고…….”

반사적으로 변명을 하는 순간.

장민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에요. 옥탑방도 청소 거의 끝나가요. 평상에 앉아서 쉬 고 계세요. 얼른 청소 끝낼게요.”

이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장민 대표의 손에 끼워진 고무장갑!

그리고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장민 대표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대표님! 화장실 청소는 제가 하겠습니다!”

천문석이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외침.

“파파파팟- 엄청난 힘이 솟는다! 이야압! 손이 안 보여!”

특급 헌터는 어느새 욕조 안에 들어가 솔질을 하고 있었고.

장민 대표는 코끝에 주름이 잡히게 찡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우리한테 맡겨 주세요. 그보다 꼭 해 주실 일이 있어요!”

장민 대표의 눈가에 맺히는 장난스러운 웃음.

“장 좀 봐 오시고 커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죠.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요. 세연아!”

“언니 나 불렀어?”

어깨에 밀대를 척 걸치고 나타난 류세연!

“너 청소 끝냈지?”

“아니, 아직 안 끝났는데……?”

장민은 세연의 말을 자르고 외쳤다.

“잘됐네! 알바씨도 청소 끝냈다는데! 둘이 장 보고 오면 되겠다! 그렇죠. 알바씨?”

“……네?”

“둘이 같이 장보고, 카페에 들려서 커피도 부탁해요! 뭐해?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야지!”

“언니! 잠깐, 잠깐만!”

방으로 떠밀려들어간 세연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바로 외치는 장민.

“경석아 넌 무슨 커피 마실래?”

[아아!]

“앗! 나도 아아!”

“경석이는 아아, 특급 헌터는 자몽 주스. 전 뜨거운 아메리카노 부탁해요. 자 얼른 출발해요! 이 카드 받고요!”

“난 아아라고! 알바! 나나 아아야! 아아아아! 아아 비서 누나! 언제 오지?”

“아뇨! 이건 제가…….”

“세연 손!”

반사적으로 내민 류세연의 손에 쥐어지는 카드.

장민 대표는 세연에게 카드를 쥐여 주고 두 사람을 현관 밖으로 밀어냈다.

“뒷 처리는 우리한테 맡기고 다녀오세요!”

천문석과 류세연. 두 사람이 떠밀리듯 옥상으로 나오는 순간.

장민 대표의 묘한 미소와 함께 천천히 닫히는 현관문.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녀오세요. 후흐흣-.”

“…….”

“…….”

천문석과 류세연은 뻘쭘하게 서로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드르르륵-

이때 창문이 열리고 특급 헌터의 얼굴이 나타났다!

“알바! 자몽 아냐! 아아! 아아야! 아아아아라고! 아니, 내가 같이 따라갈게! 잠깐만 기다려……!”

특급 헌터가 창문틀로 기어 오르는 순간 번개같이 나타나 낚아채는 손!

“으앗! 장민! 내가 따라가야…… 으브븝-!”

장민 대표는 특급 헌터의 입을 막고 외쳤다.

“세연 출발! 땅!”

류세연은 반사적으로 달렸고, 천문석은 그 뒤를 따라 뛰었다.

* * *

50분 후.

천문석의 손에는 종량제 봉투가.

류세연의 손에는 커피 트레이가 들려 있었다.

두 사람은 단골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커피를 산 후 언덕길을 걸어 옥탑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천문석은 옥탑방으로 돌아가는 이 언덕길을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걸었다.

류세연이 초딩일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장을 봐서 돌아간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

“…….”

손에 쥔 종량제 봉투, 익숙한 언덕길.

그때와 지금 다를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 익숙한 길을 걷는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어색함이 감돌고 있었다!

천문석은 슬쩍 옆을 바라봤다.

딱딱하게 경직된 채 앞만 보고 걷는 류세연!

장민 대표의 묘한 미소와 웃음!

류세연의 평소 같지 않은 모습!

둘이 어우러지자 익숙한 길이 생경하게 변했다!

어색한 침묵과 어색한 분위기!

게다가 머릿속에서는 장민 대표의 목소리가 끝없이 메아리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녀오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녀오세요!’

……

힐끗-

다시 한 번 슬쩍 옆을 보는 순간 마주친 시선!

휙-

세연의 고개가 세차게 돌아가고 귀 끝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속으로 찬바람이 휭휭- 불어왔다!

좋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아주 좋지 않았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드립을 날렸다.

“야, 우리 데이트하는 거 같지 않냐!? 카캬카-.”

“…….”

발끈하는 게 아닌 고개를 푹 숙이는 세연!

‘뭐야!? 왜 그러는데!? 네가 그러니까 진짜 데이트 같잖아!’

마음으로 비명을 지른 천문석은 후회했다.

‘어떻게든 특급 헌터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바로 지금 그 어떤 심각한 상황과 분위기도 시트콤으로 만들어 버리는 특급 헌터가 절실했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이 자리에 없다!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특급 헌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천문석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머릿속에서 파파팟- 불꽃이 튀기는 순간 어린 류세연과 처음 만난 그날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차르륵- 펼쳐졌다.

이때 세연의 시선이 움직이고 입이 서서히 열렸다.

“……삼.”

평소와 달리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순간.

천문석은 장난스러운 표정,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끊고 외쳤다.

“야, 뭐야? 너 혹시 뭐 나한테 잘못했냐? 왜 떨어? 카캬카카캌-.”

“뭐? 아니거든!”

세연이 발끈하는 순간 이 어색한 분위기를 끊어 낼 방법이 떠올랐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장난스러운 어투로 불렀다.

“건물주 대리, 류세연?”

“왜 그러시죠? 세입자!?”

눈을 반짝이며 툭 던지듯이 말하는 단어, 세입자!

카캬카카카카캌-

생각 그대로의 반응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세입자!

예전과 달리 세연의 딜이 전혀 박히지 않았다!

당연했다!

일주일 전과 지금의 자신은 완전히 달랐으니까!

금괴 112.5kg!

로또 1등이 예정된 복권!

자신은 힘을 숨긴 건물주(예정)!

건물주 대리, 류세연과는 격 자체가 달랐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당당히 말했다.

“야, 나 이제 곧 건물주 된다!”

“……아, 그러시구나? 건물주 되시는구나? 우와 대단해!”

‘뭐지, 이 영혼 없는 리액션은!?’

“야! 너 그 표정, 그 목소리, 반응이 뭐가 그래!? 설마 안 믿는 거야!?”

풉-

웃음을 삼키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는 류세연!

“삼촌이 건물주 된다고 말했을 때마다 건물 샀으면 우리 동네 건물 반은 삼촌 거였어!”

“이번엔 진짜…….”

“왜?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됐어!?”

“……!”

천문석은 말을 돌리려던 원래 목적도 잊고 반사적으로 외쳤다!

“너, 너! 설마……!? 초능력, 사이코메트리 각성한 거야!?”

“하- 그놈의 헛다리! 전에도 로또 1등 당첨된다고 말했잖아!”

“……내가 그랬다고!?”

“잘 봐! 내가 바로 보여 줄게!”

류세연은 주머니에서 천원 지폐를 꺼내 흔들며 지문을 읽듯이 말했다.

“류세연 고1. 천문석 대1. 봄!”

“천문석 - 세연아! 나 이번 주 토요일에 건물주 된다!”

“류세연 - 오빠 건물주 되는 거야!? 진짜로!? 이번엔 정말로 건물주 되는 거야!?”

“천문석 - 당연히 진짜지! 이번 주 토요일! 여기 이 로또가 당첨될 예정이거든! 감이 아주 좋아! 이번에는 분명 1등 된다!”

“류세연 - 예정이라고? 그럼 안 될 수도 있잖아?”

“천문석 -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주는 거야! 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 세연! 너도 빨리 기도해! 로또 1등 가자!”

“류세연 - 황당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고 외친다. 로또 1등 가자…….”

“천문석 - 더 크게! 더 절절하게! 온 우주가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당첨되면 1/3 뚝 떼어 준다!”

“류세연, 천문석 - 로또 1등 가자! 로또 1등 가자아! 로또 1등 가즈아……!”

류세연은 연극 지문을 읽듯 상황을 설명하고 성대모사까지 했다.

그리고 ‘봤지?’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기억나지?”

“……!”

너무나 생생한 말투와 표정!

천재 류세연의 순간 기억 능력으로 재생된 흑역사!

첫 외침을 듣는 순간 모든 게 기억났다!

대학에 합격했지만, 아직 장학금이 확정되지 않고 철수형을 만나 고부가가치 알바를 돌리기 전!

저부가가치 알바 5개를 빡세게 돌릴 때의 일이다!

그때 자신은 진지하게 로또가 될 거로 생각했다.

로또를 사기 전날 밤의 꿈!

그 꿈이 너무나 의미심장했으니까!

수십 개의 나라와 수백의 종족이 어우러진 광대한 대륙을 지배하는 제국!

그 제국의 절대자 황제가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는 거대한 광휘를 두르고 꿈에 나타났다!

황제는 자신의 어깨에 팔을 턱 올리며 마치 친구한테 말하듯 툭 던졌다.

‘야, 너 뭐 가지고 싶은 거 없냐?’

꿈속인데도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

‘로또!’

‘좋아! 온 우주의 기운이 네게 모이게 해 주지!’

황제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은 로또를 샀다.

그러나 고1 세연과 함께 본 로또 추첨 방송의 결과는 꽝이었다!

그냥 꽝도 아닌 단 하나의 번호도 맞지 않은 일말의 여지조차 없는 꽝꽝꽝꽝꽝!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이번에도 가짜인 건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5게임, 8장 4만원! 40개의 로또 번호가 꽝이라고!?’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어찔해지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럴 리 없다!

황제 개꿈과 달리 이번 용꿈은 스승님에게 번호를 직접 점지받았다!

이번 대박을 주신 분은 뜬금없이 나타난 황제가 아니라 그 얼굴, 목소리, 종잡을 수 없는 행동까지 모든 게 생생한 전생의 스승님이다!

의심암귀에 빠지면 눈앞의 진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법!

지금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8장의 로또!

40개의 로또 번호 중에 반드시 당첨 번호가 있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외쳤다.

“이번엔 진짜야!”

“네, 네 그러시겠죠.”

“이번에 스승님이 직접 번호를 찍어 줬어!”

“스승님? 꽝손 이세영 선생님?”

“아니, 이세영 선생님이 아니라. 전생의 스승…….”

흠칫 놀라 류세연을 보는 순간 돌아오는 대답.

“전생이라고? 오빠 혹시 무슨 사이비 종교단체 같은데 가입한 거야? 하아- 어쩐지…… 로또를 4만원어치나 사더라니…….”

류세연의 마음이 잡힐 듯 생생히 느껴진다.

황당함, 어이없음!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야! 로또는 아무것도 아냐! 진짜 대박은 따로 있어!”

“네, 네. 그러시겠죠.”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훑어보고 소리 죽여 말했다.

“5관 금괴. 18.75kg짜리 금괴를 여섯 개나 얻었다!”

“아, 그러세요? 방 청소할 때는 안 보이던데? 그 금괴는 어디에 있을까요? 앗! 내 금송아지처럼 드림 은행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거야!? 풉- 드림 은행에서 잠잔 데! 크크큽-.”

스스로한 드립에 빵 터진 류세연.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진실을 말했다.

“특급 쌩쌩이 트렁크에……!”

“특급 쌩쌩이? 제주도에서 나이트 아머가 들고 간 부가티 헌터 미니? 특급 헌터 어린이 자동차 말하는 거야?”

류세연의 표정에 드러났던 황당함과 어이없음은 꺼지듯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한가지 감정이 채웠다.

‘걱정.’

‘오늘따라 더 이상하네? 혹시 이번 던전에서 머리라도 맞은 거 아냐!?’

류세연의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머리 맞은 적 없다.”

흠칫 놀라 한걸음 떨어지는 류세연!

“뭐야? 어떻게 알았어! 진짜로 이상한 이계 신 믿고 그런 거 아냐!? 오빠! 이거 몇 개야!”

류세연은 손가락을 눈앞에서 흔들며 외쳤다.

“빨리 37단 거꾸로 외워봐! 급해 빨리!”

은근슬쩍 오빠라 부르며 개기고.

폈다 접기를 반복하는 손가락을 흔들며.

평소처럼 37단을 거꾸로 외우라고 말하는 류세연!

류세연은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처음 계획은 어색한 분위기를 돌리는 거였다!

그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지금 이 순간 류세연의 얼굴에서 경악과 놀람을 보고 싶었다!

천문석은 정직과 신뢰가 담긴 웃음을 지으며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세연아. 진짜다. 금괴랑 로또 처분하면 최소 100억 이상의 돈이 들어온다. 나 곧 건물주 된다.”

세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오빠! 지금 그 표정, 말투! 이번엔 진짜…… 인게 아닌게 아닌게 아니구나!”

“그래 네가 드디어…… 뭐라고!?”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는 류세연.

“내가 또 속을 거 같아!? 안 속아! 카카카카캌- 메로나나 먹어! 메롱메롱 메로나!”

류세연은 종량제 봉투에서 꺼낸 메로나를 입에 물며 비열한 악당 웃음과 함께 꼬맹이처럼 조롱을 보냈다!

상식적인 어른 천문석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빡침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분노의 딱밤을 날릴 듯 파르르 떨리는 손!

그러나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지금 딱밤을 날리면 말싸움에서 밀려서 딱밤을 날리려는 걸로 보일 거다!

그럴 수는 없다!

천문석은 류세연 얼굴을 향해 번개같이 손을 뻗었다!

“앗! 딱밤!? 반칙……!”

깜짝 놀란 류세연이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탁-

얼굴 앞을 스치는 손에 목적으로 했던 게 잡혔다!

메로나!

“앗! 뭐 하는 거야!? 설마, 설마!? 으앗! 그러면 안 돼!”

경악한 류세연이 팔을 뻗는 순간.

천문석은 주먹 쥔 팔을 마주 뻗었다.

툭-

가볍게 팔을 밀어내고.

빙글-

엄지가 땅을 가리키는 순간.

쓰으읍-

메로나가 통째로 천문석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받아라. 선물이다.”

그리고 류세연의 손에 소중하게 쥐어지는 메로나였던 아이스크림 막대기!

“……!”

충격받은 류세연을 향해 천문석은 외쳤다.

“불신자에게는 그것도 과하다! 메롱메롱 메로나! 카캬카-.”

“삼촌!”

류세연이 분노하는 순간.

카캬카카카캌-

천문석은 승리의 웃음과 함께 달렸다!

어느새 도착한 언덕 끝 옥탑방 건물!

언제나처럼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가 있는 옥상을 향해서!

“알바! 아아! 아아, 아아 사 왔지! 아아 비서 누나!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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