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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62화 (86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62화>

‘로또!’

꿈속에서 스승님을 만났을 때 들은 로또 번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천문석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로또 추첨일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

지금 제일 먼저 확인할 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다!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곳곳에 보이는 시계, 시계, 시계……!

시계만 보일 뿐 필요한 요일이 보이지 않는다!

‘요일! 요일이 어디에 있지!?’

이때 신문을 쥐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 신문에 적힌 요일!

수요일!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꿈속에서 전생의 스승님을 만나고 로또 번호를 들은 건 모래사막 추격전에서 기동 요새 도시의 마도 엔진이 폭발할 뻔했을 때다!

중요한 건 그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는 마경, 열사의 사막이었다!

열사의 사막에서 렉카를 만나고 스카라베 종족을 피해 도망쳐 기동 병참 도시에 도착했다!

기동 병참 도시에서 스카라베 압류팀, 거대 괴수와 정신없이 싸워 도착한 곳이 이곳 부산이다!

지구와 이세계 간에 시차는 거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지난 시간은 길어야 3일!

3일의 시간을 되짚으면 수요일, 화요일, 월요일, 일요일!

로또 번호를 들은 후 단 한 번도 토요일이 지나가지 않았다!

‘스승님에게 들은 로또 번호는 유효하다!’

결론이 나는 순간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안도감.

천문석은 재빨리 기억을 되짚어 로또 번호를 되살렸다!

[5, 7, 8, 24, 35]

뇌리에 새겨진 것처럼 즉시 숫자가 떠올랐다!

‘됐다!’

내심 환호하는 순간 앞으로의 계획이 자동으로 세워졌다.

자신이 아는 번호는 다섯 개뿐!

그리고 이 번호가 몇 회차의 로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지금부터 매주 경우의 수를 고려해 40장의 로또를 사면 된다!

매주 4만원, 한 달이면 16만원!

예전이라면 부담스러웠겠지만, 지금 자신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서울에 올라가서 미리 기입한 로또 용지를 들고 동네 복권방을 한 바퀴 돌면 대박을 터트릴 준비는 끝난다!

게다가 어째선지 감이 왔다.

스승님의 로또 번호는 조만간 당첨될 거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이!

불끈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와! 이걸 어떻게 잊었냐!? 시껍했네! 하하하-.”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음을 터트리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번에 자신이 얻은 보상은 5관 금괴 6개, 금괴 112.5kg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로또 1등까지 예약됐다!

이번 던전에선 그야말로 대박+대박, 초대박이 터진 거다!

“와! 진짜 한 번에 운이 트이네! 야, 나 이번에 장난 아냐! 초대박 터졌다! 하하하-.”

뿌듯한 마음에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돌리자 굳어 있는 한경석과 특급 헌터가 보였다.

“으으- 이걸 어떻게 까먹고 잊었지 으으으-!”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은 한경석.

“난 특급 헌터도 아냐! 고기 먹는다고 까먹다니! 으으앗! 바보! 멍충이! 으아아-.”

퐁퐁검을 휘두르며 괴로워하는 특급 헌터.

“야, 왜 그래? 너희 괜찮아?”

순간 한경석과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고 동시에 외쳤다.

[친구! 대환단! 경매 올린 대환단 가지고 있지? 대환단 이야기 들었지!?]

“알바! 퐁퐁이! 퐁퐁이가 없어졌어! 퐁퐁이 없어졌는데! 난 그것도 까맣게 잊고 한우 맛있게 냠냠 먹었어! 으아악-!”

‘퐁퐁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잊고 있던 건 로또 번호만이 아니었다.

수평선 너머로 날아간 퐁퐁이도 완전히 까먹고 잊었다!

이때 한경석이 다시 한번 다급히 외쳤다.

[대환단! 친구 대환단 이야기 들었어!? 아까 둘! 이름이……? 맞아! 최설, 진교은! 두 사람한테 대환단 이야기 꼭 하라고 내가 말했는데! 들었지!? 대환단 가지고 있는 거 맞지! 눈탱이 맞은 거 아니지!?]

이태성 길드장, 장철 헌터에 이어 암살검 한경석까지!?

‘대환단에 무슨 일이 생겼구나!’

천문석은 확신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대환단이 아니다!

특급 헌터의 친구, 퐁퐁이!

나이트 아머에 붙잡혀 수평선 너머로 던져진, 미아가 된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가 더 급했다!

“경석아! 잠깐만 퐁퐁이부터 찾아야 해! 특급 헌터 혹시 퐁퐁이 부를 수 있냐!? 니케처럼…….”

“앗! 아앗! 그렇지!”

특급 헌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퐁퐁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퐁퐁이! 들리면 대답해! 나야 특급 헌터! 퐁퐁이!”

포그르르르-

퐁퐁검에서 물방울이 쏟아졌지만, 이곳은 천장이 막힌 부산역 안!

“잠깐만! 밖에서 해 보자!”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번쩍 들고 한달음에 부산역 밖으로 달려갔다.

특급 헌터는 부산역 밖으로 나오는 순간 퐁퐁검을 하늘에 휘두르며 소리쳤다.

“퐁퐁이! 퐁퐁이 내 말 들리면 대답해!”

포그르르르르-

공기 방울 총을 갈기듯 폭발적으로 생겨난 물방울이 하늘로 퍼져 나갔다.

[퐁퐁이? 퐁퐁이가 누군데? 지금 누굴 찾고 있는 거야!?]

“잠깐만 경석아 우선 확인부터 하고! 특급 헌터 어때? 감이 와!? 퐁퐁이 어디 있는지 알겠어!?”

순간 퐁퐁검이 뚝 멈추고 특급 헌터는 머리를 잡고 고통스럽게 외쳤다.

“안 돼! 반응이 없어! 으악! 난 특급 헌터 자격이 없어! 한우 먹는다고 퐁퐁이를 깜빡했어! 으아악-!”

특급 헌터의 외침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계단산에서 해운대까지!

하늘 고래 퐁퐁이의 도움으로 수많은 위기를 벗어났다!

자유자재로 하늘을 나는 퐁퐁이가 없었다면 부산 해운대로 돌아오지도 못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전우를 깜박하다니!’

깊은 자괴감이 속이 바싹 타들어 가는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포아아아아-

퐁퐁이의 로켓 비행음이!

특급 헌터는 퐁퐁검으로 허공을 때리며 외쳤다.

“으아아- 난 맨날맨날 고등어를 먹어야 해! 바보! 멍청이! 퐁퐁이를 깜빡했어!”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제지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바로 움직이면 돼! 경석아! 특급 헌터 좀 봐줘! 나 바로 해운대로 가야 할 것 같아!”

[어……? 해운대로 간다고? 왜……?]

“퐁퐁이 찾아야 한다! 자세한 건 다녀와서 이야기해 줄게!”

몸을 돌려 달리려는 순간 펄쩍 뛰어 찰싹 등에 달라붙는 특급 헌터.

“알바! 같이 가! 퐁퐁이는 내 친구야! 내가 꼭 찾아야 해!”

“야! 너 이번에도 도망치면 엉덩이 없어질 때까지 맞을지도 몰라!”

“괜찮아! 엉덩이가 없어져도 퐁퐁이를 구해야 해!”

결연한 외침과 굳은 얼굴에 담긴 확고한 신념!

특급 헌터는 퐁퐁이의 친구이자, 대화가 통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시작해 기약 없이 남해를 훑어야 하는 지금, 특급 헌터는 커다란 도움이 될 거다!

천문석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찾자! 대표님한테 혼날 때 나도 같이 혼날게! 경석아! 장민 대표님에게 잘 말해 줘!”

[잠깐! 퐁퐁이가 누군데? 알아야 설명을 하지!]

“엄청 멋지게! 포앙, 포아아앙- 비행하는 하늘 고래야! 빨리빨리 출발해! 퐁퐁이가 나 찾을 거란 말야!”

[어? 포아아앙-!?]

“맞아! 포아아앙- 물방울을 폭발하듯 쏟아부어 엄청난 속도로 로켓 비행하는 새끼 고래야! 해운대에서 실종됐어! 해운대 앞바다에서 시작해서. 찾지 못하면 남해 전체 훑어야 한다! 경석아! 장민 대표님께 잘 말해 줘!”

“장민한테! 잘 말해 줘! 알바! 빨리빨리!”

반사적으로 달리려는 순간 팟- 점멸 이동으로 앞을 막는 한경석!

“경석형! 우리 엄청 바쁘다니까! 퐁퐁이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단 말야!”

“맞아! 나도 들리는 것 같아!”

[포아아앙 하면서 난다고?]

“왜 자꾸 같은 걸 물어봐!”

특급 헌터가 분노하는 순간.

한경석은 손을 들어 광장을 가리켰다.

뉴스 속보가 흘러나오는 전광판.

“뉴스? 전광판? 갑자기 왜?”

“경석형! 우리 지금 엄청 급하다고!”

특급 헌터가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얼핏 귓가를 스치는 작은 소리.

포아아-

‘전광판이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경석아 이 소리? 전광판!? 너도 들었냐!?”

한경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움직이는 내력의 양은 여전히 극소수!

“특급 헌터! 저기 전광판에서 들리는 소리 확인해 봐!”

“알바까지 왜 그래 우리 엄청 급하다니까!”

“빨리해 봐! 퐁퐁이 소리 들리는 거 같아!”

깜짝 놀란 특급 헌터는 바로 귓가에 손을 가져갔고 굳어 버렸다!

“어, 어어!? 퐁퐁이! 퐁퐁이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서 확인하자!”

전광판으로 달리려는 순간 한경석이 외쳤다.

[잠깐 저기 말고 역 안에 대형 텔레비전 있어! 거기로 가자!]

대합실 좌석 앞에 놓여 있던 대형 텔레비전!

소리와 영상 확인 모두 그게 낫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부산역 안으로 달려갔다.

대합실 좌석 앞에 놓인 대형 텔레비전!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전광판과 같은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성큼성큼 걸어갔다.

난장판이 된 해변과 바닷물이 기둥처럼 솟은 바다!

거대 괴수 사체가 마치 장난감처럼 바닷물 기둥에 붙잡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화면 속에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다를 바라보는 상인들과 정신없이 배를 돌려 도망치는 헌터들이 가득했다!

“해운대? 저기 왜 저렇게 된 거야!?”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화면 아래로 자막이 지나갔다.

[해운대! 용용이 출현! 부산, 울산, 거제, 통영 선박 통행 전면 금지…….]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해운대에 접근했습니다! 해운대 일대에 국지 폭풍우가 몰아쳐. 긴급 대피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지금 현장에는 저희 취재팀이 게이트 물리학 전문가 서울대 한호석 교수님을 만나…….

난장판이 된 바다와 해운대의 실시간 영상이 나오고, 기자가 긴박한 얼굴로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화면이 아닌 소리에 집중했다.

콰아아아아아-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 소리 사이로 얼핏 얼핏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리!

포아, 포아아-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서로를 봤다.

“특급 헌터! 들었지? 맞지!?”

“알바! 들었어! 맞는 거 같아!”

퐁퐁이!

천문석과 특급 헌터의 시선이 한경석에게 향했다.

질문하기도 전에 한경석은 대답했다.

[나도 분명 들었어!]

순간 세 사람은 대형 텔레비전 옆에 찰싹 달라붙어 귀를 기울였다.

귀를 기울이자 더 크고 분명하게 들린다!

으아아악-

-해운대 현장은 지금 아수라장입니다!

헌터들의 비명과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콰아아아-

촤아아아-

몰아치는 비바람과 소용돌이치는 파도!

그 사이사이에 섞여서 들려오는 너무나 작고 자주 끊기지만 너무나 귀에 익은 소리!

포아, 포아, 포아앙-

퐁퐁이의 로켓 비행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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