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46화 (84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46화>

“……!”

다급히 내려치던 강철봉을 멈추는 순간 들려오는 확신이 담긴 목소리!

[알바씨!]

자신을 알바라고 부를 사람은 두 명뿐이다!

한 명은 여기에 없다.

다른 한 명이 눈앞의 나이트 아머에 타고 있다면 이어질 말은 하나뿐이다.

특급 헌터!

[특급 헌터! 이상 던전에 같이 들어간 특급 헌터는……!]

파지지직-

스파크와 함께 전성관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끊기고.

나이트 아머 조종사가 외쳤던 말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네가 전국에 뿌린 앵커다! 강원도에서 생겨난 이상 던전! 그 던전을 연 게 너란 걸 이미 알고 있다! …… 이계인! 널 추궁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그 이상 던전을 다시 여는…….’

그리고 방금 전 떠올렸던 질문이 떠올랐다.

‘저 나이트 아머는 ‘왜?’ 이상 던전을 열려고 했을까?’

“이상 던전 안에 꼭 찾아야 할 게 있었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리고 답이 떠올랐다.

이상 던전 안에 있는 꼭 찾아야 하는 것!

자신과 함께 이상 던전에 들어간 아이, ‘특급 헌터’!

나이트 아머가 워커 실트를 잡으려던 건 ‘특급 헌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봤다.

반으로 쪼개졌다가 초재생후 다시 박살 난 악어 로봇!

촉수를 늘어트린 채 마침내 침묵한 해파리 괴수!

최루 가루 폭탄을 맞은 워커 실트와 치열한 격전을 치른 자신까지!

이 모든 것을 해낸 나이트 아머 조종사는 특급 헌터 엄마, 장민 대표다!

“……!?”

논리적인 해답이 튀어나오는 순간 의혹이 폭발했다!

‘저 나이트 아머 조종사가 장민 대표라고!? 아니, 무슨 코믹스도 아니고 재벌 회장이 나이트 아머 조종사야!?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다시 한 번 머리를 스치는 기억!

제주도에서 본 나이트 아머!

전투기에서 떨어져 마신의 강림체에 막타를 갈기고 자신에게 성큼 다가와 물었었다!

‘부가티 헌터 미니! 그 빌어먹을 차! 어디 있죠!?’

그 나이트 아머는 특급 헌터의 특급 쌩쌩이, 부가티 헌터 미니를 들고 사라졌다!

“……!”

문득 고개를 들어 나이트 아머를 살피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외형, 전투 동선!

모든 게 눈에 익다!

지금 눈앞의 나이트 아머가 제주도에서 만났던 바로 그 나이트 아머다!

한 번이라면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연이 두 번이나 겹칠 리는 없다!

나이트 아머 조종사는 장강 유통 대표, 재벌 회장 장민 대표다!

* * *

깨달음의 순간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장민 대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조종석 열고 꺼내 드리겠습니다!”

강철봉에 내력을 밀어 넣고 달리려는 순간.

나이트 아머는 주먹을 들어가슴을 연신 내리쳤다!

쾅, 쾅, 콰아앙-

외장갑이 깨지는 순간 돌연 다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 어디에!?]

주어가 빠졌지만 누굴 찾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와 동료들이 기다리는 산을 가리켰다.

“저 산에 있습니다! 특급 헌터 제 동료들과 같이 있습니다! 안전…….”

쿠르르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이트 아머는 뒤틀린 다리 관절을 강제로 맞추고 일어나 달렸다.

팟, 파짓, 파팟-

구멍 난 외장갑에서 스파크가 튀고 바스러진 부속품이 쏟아져도 멈추지 않았다.

나이트 아머는 정신없이 달려 바다로 뛰어내렸다.

촤아아아아아-

그리고 특급 헌터가 기다리는 산을 향해 직선으로 달렸다.

“…….”

나이트 아머의 움직임에서 다급함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당연했다.

저 나이트 아머에 타고 있는 건 사라졌던 아이를 찾아가는 엄마였으니까…….

특급 헌터는 이제 곧 엄마와 재회하게 된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눈에 선했다.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던 상상하지 못한 재회가 이뤄지리라!

“하- 그걸 직접 봤어야 하는 아깝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EMP 마력 폭풍이 훑고 지나간 주위로 고개를 돌렸다.

쏴아아아아-

바닷물이 비처럼 쏟아지는 하늘.

걸레짝이 된 거대 악어 로봇.

사체 곳곳에서 마력 스파크가 튀는 거대 괴수.

확연히 보일 정도로 작아진 게이트.

텅 빈 해운대와 금이 쩍쩍 간 빌딩 유리창, 엉망이 된 저지선.

이제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집에 갈 때다.

“워커 이제 우리도 빠져나가자!”

천문석은 외치는 동시에 워커 실트를 찾았다.

워커 실트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게이트! 쿨럭! 젠장!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쿨럭-.”

충격적인 상황에 최루 가루를 맞은 워커 실트를 잊고 있었다!

“야! 워커! 너 괜찮아!? 이 수통으로 입 안 씻어 내!”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워커를 일으켜 세우며 등 뒤로 손을 움직였다.

그르륵-

공구 벨트에 달린 가방 지퍼가 열리는 동시에 번개같이 크리스털 병을 바꿔 치는 순간.

찌리릿-

정전기가 오르듯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

흠칫 놀라 고개를 들자.

펑, 퍼퍼펑-

거대 악어 로봇 곳곳에서 폭음이 터지고 새파란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폭우가 되어 쏟아지는데도 꺼지지 않는 새파란 화염이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워커! 이 불꽃 뭐야!? 다 끝났는데!?”

“증거 인멸용 소각절차 시작한 거야! 쿨럭- 바로 달려서 낙하산 타고 활강하자! 아직 늦지 않았어!”

워커 실트는 눈물 콧물로 엉망인 얼굴로 게이트를 노려봤다.

“뭐!? 야! 이미 늦었어! 지금 활강해도 통과 못해!”

지금 게이트 직경은 3미터 남짓!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게이트 수면이 흐려져 반대편이 보이지도 않는 상태!

지금 상태로는 낙하산으로 활강해 도착해도 게이트 수면을 통과하지 못한다!

만에 하나 게이트 수면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그곳에 기동 병참 도시는 없다.

이미 신기루 벽을 넘어 차원 도약을 했을 테니까!

“그 기동 도시가 아직도 있을 가능성 없어! 벌써 차원 도약했을 거다! 게이트 넘어가도 사막뿐이야!”

워커 실토는 확신 어린 얼굴, 결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냐! 아직 가능성은 있어! 쿨럭- 난 반드시 배로 돌아가야 한다! 쿨럭- 도와줘서 고맙다! 먼저 갈게! 넌 돌아가라!”

으아아악-

워커 실트는 악을 쓰며 악어 로봇 위를 달렸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휘청이다가 픽- 주저앉았다!

이야아악-

주저앉는 순간 악을 쓰며 반사적으로 일어나 다시 달리는 워커 실트!

하늘에선 폭우가 쏟아지고 바닥에는 부서진 암석 갑각과 깨져나간 표피가 가득하다!

게다가 푸른 화염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워커 실트는 걷는 것보다 느리게 달렸다.

이대로라면 뛰어내려 낙하산을 펼쳐도 도착 전에 게이트 닫힌다.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도착해도 게이트를 넘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게이트를 넘는다고 해도 기동 병참 도시가 여전히 사막에 있을 가능성도 없었다.

워커 실트는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예정된 실패를 향해 비가 쏟아지고 화염이 치솟는 악어 로봇 머리 위를 달렸다.

천문석은 이 어리석고 바보 같은 모습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오락실에 놓인 새 게임 기계와 익숙한 게임 기계.

그리고 주머니 속 100원짜리 동전 3개.

익숙한 게임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익숙하지만 긴 즐거움이.

새 게임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새롭지만 짧은 즐거움이 있다.

선택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진실이 있었다.

동전을 넣지 않으면 게임은 시작되지 않고.

게임이 시작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구경꾼일 뿐이라는 것.

삶 또한 게임과 같다.

불가능, 무의미, 예정된 실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돈, 시간, 노력, 열정이라는 삶의 동전을 넣어야 한다.

천문석 자신이 처음 보는 게임 기계에 전 재산 300원을 넣던 무모하고 어리석고 바보 같은 꼬맹이였기에 워커 실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워커 실트를 이해한 순간 깨달았다.

고집불통, 사고뭉치, 너무나 불운한 이계인, 워커 실트와 어느새 친구가 됐음을!

타다다다닥-

천문석은 단숨에 화염과 잔해를 뚫고 달려 워커 실트를 낚아챘다.

“이세기?”

“내력을 실어서 최대한 멀리 던져 줄게! 늦게! 최대한 늦게 낙하산 펼쳐! 그러면 게이트까지 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야!”

“너 지금……!”

긴 이야기는 필요 없다!

천문석은 마지막 남은 내력을 끌어올려 전력으로 달렸다!

쿵-

절정의 보법에 실린 힘과 내력이 속도로 변화되어 쏘아진다!

방향은 게이트! 경로는 직선!

이글거리는 열기를 뚫고 널려 있는 잔해를 바스러트리며 달렸다!

그리고 푸른 바다 너머 게이트가 보이는 순간.

천문석은 전신에 실린 힘과 속도, 마지막 내력 한 조각까지 모두 끌어모아 워커 실트를 게이트를 향해 던졌다.

파아아아앙-

워커 실트는 내력에 휩싸인 채 화살처럼 허공을 가르고 나아갔다!

게이트까지 100, 80, 60, 50미터!

낙하산을 펼치지 않고 버티고 버티던 워커 실트가 줄을 잡아당겼다!

파아아아아앙-

워커 실트는 낙하산을 펼친 채 추락하듯 게이트를 향해 활강했다!

게이트는 점점 작아져 이제는 2미터 남짓한 크기!

게다가 게이트 수면은 흐려진 걸 넘어 차오른 물이 마르기 시작했다!

이제 곧 게이트가 닫힌다!

워커 실트는 그런 게이트를 향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날아갔다!

천문석은 이 모습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바라봤다.

워커 실트가 게이트를 넘어가 기동 병참 도시를 먹는 데 성공하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

그러나 이 순간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외쳤다.

“워커! 꼭 성공해라!”

워커 실트는 게이트에 시선을 둔 채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외쳤다.

“기동 도시를 먹고!”

“반드시 돌아간다!”

“열려라! 게이트!”

그리고 언젠가 올 기회를 잡기 위해 모아둔 재금 그룹의 최상급 정제 마석을 집어던졌다!

퍽, 퍽 퍼퍼퍽-

23개의 최상급 정제 마석이 게이트와 충돌해 깨지는 순간.

파스스스스슥-

초고농도로 정제된 액화 마석이 대기로 퍼져 나왔다.

게이트 링의 빛이 강해지고 말라가던 수면이 단숨에 차올랐다!

“됐다! 다시 열린다! 넘어갈 수 있다! 내가 기동 병참 도시를 먹는다! 크카카카카칵-.”

줄어들던 게이트 링이 반전해 다시 커지는 타이밍!

워커 실트는 낙하산을 조정해 게이트 수면으로 돌진했다!

파아아아아앙-

10, 9, 8, 7, 6, 5미터!

게이트를 통과하기 직전 워커 실트는 고개 돌려 외쳤다!

“이세기! 고맙다! 삶은 유한 해도 그 본질은 무한히 이어진다! 끝없이 자라나는 세계의 나무 위에서 언젠가 다시 만나자! 친구!”

천문석은 마주 손을 흔들며 외쳤다.

“잘 가라! 친구!”

이 순간 게이트 직경이 9미터를 넘어가고 가득 차오른 수면이 선명하게 변했다.

‘지금이다!’

파아아아앙-

워커 실트가 게이트 수면으로 들어가는 찰나의 순간.

파스스스스-

게이트 수면 위로 고속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원반이 비쳤다!

‘글라이더선? 저게 왜……!?’

그리고 미처 생각을 잇기도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게이트 직경이 커지는 타이밍이 조금만 늦거나 빨랐으면.

낙하산을 맨 채 활강하는 게 아니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워커 실트는 불행하게도 너무나 완벽한 타이밍에 게이트 수면으로 들어갔다.

글라이더선의 직경은 10미터.

작아진 게이트에 걸려 넘어오지 못하던 글라이더선은 게이트 직경이 10미터가 넘어가는 순간 폭발하듯 쏘아졌다.

파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쏘아진 글라이더선에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워커 실트의 낙하산이 걸렸다!

그리고 부산 던전, 공방 도시 절벽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시금 재현됐다.

초대형 뱁새에게 잡혀 날아갔던 낙하산은 이번에는 글라이더선에 걸린 채 날아간 것이다.

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글라이더선.

“안 돼에에에에!”

글라이더선에 낙하산 채로 끌려가는 워커 실트.

“……저게 왜 튀어나와!?”

천문석의 뒤늦은 외침이 터지는 순간.

워커 실트는 처절한 고함을 지르며 순식간에 멀어졌다.

“빌어먹을! 끝까지 이게 뭐야!? 더러운! …… 의 불운! 제에엔자아아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