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20화>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몸 아래에서 느껴지는 솜털 같은 감촉!
“……!”
고개를 돌리자 예상 그대로의 모습이 보였다.
포아아아아앙-
로켓 비행으로 날아온 퐁퐁이!
“고맙다.”
퐁퐁이는 능숙하게 척- 가슴지느러미로 경례하며 수직으로 방향 전환!
포앙, 포아앙-!
천문석을 태운 채로 순식간에 기동 병참 도시에 접근했다!
포아아아아앙-
퐁퐁이가 닿을 듯이 낮게 시가지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빗자루와 밀대, 헤라를 든 주민과 용역 헌터!
띧디디디디디-!
구으으으으응-!
더듬이와 뿔, 집게를 들어 올린 스카라베 종족!
방금까지 격전을 펼치던 주민과 헌터, 스카라베 모두가 하나가 되어 환호성을 터트렸다!
포그르르르르-
퐁퐁이는 환호성을 터트리는 사람들 위로 반짝이는 물방울을 쏟아부으며 도시를 가로질러 중앙 통제실 옥상에 멈춰 섰다.
“수고했다.”
가볍게 옥상에 내려서는 순간 느껴지는 시선.
문득 고개를 돌리자 경악한 얼굴의 동료들이 보였다.
파티마, 허준,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
“……어떻게!”
“……마도 황제?”
“너, 너, 너……!?”
“설마 이게 전부다……!?”
부릅뜬 눈과 떡 벌린 입!
동료 모두는 홀린 듯한 표정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당장 보증 좀 서달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듯한 저 모습이라니!
“뭐야? 너희 놀랐냐? 내가 항상 말했잖아. 나 엄청 강하다고…….”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걸어갔다.
우와아아아-
부아아아앙-
이 순간 환호성과 엔진음이 통시에 터져 나왔다.
끼이익-
특급 쌩쌩이가 멈춰 서는 순간.
“황제 알바아앗!”
“이세기 네가 해냈구나!”
특급 헌터와 워커 실트7이 단숨에 뛰어내려 앞뒤로 포위하고 말을 쏟아 냈다.
“황제 알바! 엄청났어! 완전 멋있었어!”
“이세기! 완벽한 호흡이었다! 역시 내가 제대로 봤다!”
“나 완전 놀랐잖아! 알바가 하늘로 휭 올라가서 멀리멀리 혼자 놀러 갈까 봐! 깜짝 놀랐어!”
“최고의 구라였다! 제대로 허신 놈들의 눈탱이를 쳤다!”
“앗! 맞다! 나 사인 좀! 알바 황제라고 크게 써 줘! 카카캌-.”
“그렇지! 나도 이세기 황제님에게 사인을 받아야지! 크카캌-.”
스케치북과 찢어진 종잇조각을 내미는 특급 헌터와 워커 실트7!
천문석은 얼떨결에 크레파스로 스케치북에 사인했다.
[특급 헌터! 꼭 훌륭한 황제가 돼라! - 알바 황제.]
“좋았어! 완전 멋져! 친구들 이거 봐! 내가 알바 황제 사인받았어!”
특급 헌터는 스케치북을 번쩍 들고 신나서 뛰어갔고.
워커7은 종잇 조각을 흔들며 다급히 외쳤다.
“야! 빨리빨리 난 대륙 최고의 타이탄 마스터라고 써 줘!”
“어, 그래……!”
[대륙 최고의…….]
사인하던 중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잠깐!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럴 때가 아니다!
균열은 닫혔지만,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가 남아 있다!
기동 병참 도시로 해일처럼 밀려 오는 저 녀석들을 정리해야 한다!
“워커7! 이 도시에 무장……!”
순간 등 뒤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빠아아앙-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자 보이는 검은 태양을 꿰뚫은 빛의 기둥!
12개의 반마탑에서 쏘아 보낸 빛의 기둥이 허공에 자리한 검은 태양을 관통했다!
아니, 자세히 살피니 관통한 게 아니었다!
검은 태양이 비틀어 연 공간으로 빛의 기둥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이 순간 완전히 깨달았다.
검은 태양과 빛의 기둥은 절멸의 빛이 아니다! 저건……!
“야! 워커7! 검은 태양, 빛의 기둥! 저거 절멸의 빛 아니지!?”
워커7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구라지! 뭐? 절멸의 빛!? 멍청한 허신 놈들! 역시 본질까지 혼돈에 오염돼서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절멸의 빛을 쏠 수 있으면 처음부터 빵빵 쏴서 모조리 끝장냈지! 크카카카캌-.”
“와, 이 사기꾼 녀석!”
“우리가 한 건 사기가 아니라 예술이다! 그것도 혼이 담긴 예술! 그리고 난 저 검은 태양이랑 빛의 기둥이 절멸의 빛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절멸의 빛’이라고 외친 것뿐이야. 허신 놈들이 자기 맘대로 오해한 거야! 크카카칵-.”
천문석은 워커7의 웃음을 끊고 확인했다.
“야, 그보다 저거 그거 맞냐!? 차원 좌표…….”
“맞아! 차원 통신 마법이다! 검은 태양으로 차원 방벽에 통로를 뚫고, 저 빛의 기둥에 정보를 담아 쏜 거다! 즉 그 말은…….”
[통신 마법이 차원 방벽 뚫었다! 곧 통신 연결될 거야!]
스피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아수라 비서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됐다!’
반사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이 이뤄졌다.
통신 연결하고 차원 좌표 따는데 5분!
차원 좌표 고정하는데 10분!
게이트를 여는데 5분!
게이트를 여는데 걸리는 시간 20분!
홀로그램 지도에 표시된 마경의 경계까지 40분!
사기를 쳐서 허신을 쫓아 보내고, 기동 병참 도시가 멈춰 서 늦어졌지만, 이 정도 지연이면 양호하다!
지금부터 할 일은 경계에 도착하는 40분 안에 뒤에 붙은 꼬리인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를 떼어 내고 게이트를 열고, 경계를 넘고, 배를 탄 동료들이 튀고, 도시째로 차원 도약하면 된다!
“아수라! 우선 경계로 이동부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동이 느껴졌다!
쿠르르릉, 쿵쿵, 쿵쿵쿵-
다시금 사막을 걷기 시작하는 말년 병장!
그리고 엘프와 아수라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려왔다!
[신호는 가는데 아직 차원 통신 연결이 안 됐어요! 그래도 주 엔진 출력으로 타겟이 있는 위치 예측했어요! 예측된 위치는 부산! 계속 신호가 가니 곧 통신 연결될 거예요!]
[주 엔진 출력 일부 돌려서 바로 이동 시작했다! 엔진 출력 충분하다! 통신 연결되고 좌표만 고정되면 바로 게이트 열 수 있다!]
차원 통신이 연결될 장소, 부산!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남은 시간 20분!
이제부터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차르르륵-
도미노가 순서대로 넘어가듯 모든 일이 순서대로! 타이밍에 맞게 일어나야 한다!
“타이밍…….”
마이크를 낚아채 외치는 순간 엘프와 아수라 비서는 한발 먼저 외쳤다.
[타이밍이 중요해요! 좌표 고정되면 바로 연락할게요!]
[타이밍 맞춰야 한다! 게이트 열기 전에 다시 연락할게!]
엘프와 인공정령 아수라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게이트는 두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이곳에서 할 일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적과 아군의 구분!
천문석은 바로 기동 병참 도시와 사막을 훑었다.
압류 딱지를 붙이고, 뿔을 앞세워 돌진하고, 고유 마법을 쏟아 내던 스카라베는 더는 없다!
모든 스카라베 종족이 뿔과 집게, 더듬이를 높게 세우고 승리에 환호하고 있었다!
스카라베는 더는 적이 아니다!
남은 적은 마신이 사라지기 전에 남긴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의 해일뿐!
초거대 악어거북 말년 병장이 달리고 있지만, 점차 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 곧 격전이 시작된다.
사슴이, 반짝이가 있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다!
천문석은 바로 워커 실트7을 봤다.
“크카카카카카캌- 완벽했어! 우리는 완벽하게 엿을 먹였다!”
“워커! 야, 그만 웃고 무장! 이 도시에 무장 없냐!? 마력 대포 같은 거 없어!?”
워커7의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무장? 당연히 무장 있지! 이 도시는 허신을 파리 잡듯 때려잡은 마도 제국 군단의 기동 병참 도시다!”
워커7은 번쩍 손을 들어 도시 곳곳을 가리켰다.
“타이탄 완편 사단 셋!”
“고속 부유 함대!”
“역장 보호막!”
“중력자 대포!”
“인과율 조율기!”
“차원 통신망 접속기!”
……
워커7의 외침에 담긴 강렬한 자신감!
바로 감이 왔다!
뒤를 쫓는 몬스터 정도는 문제 거리도 아니다!
“워커7! 네가 드디어 한 건……!”
환희에 차서 외치려는 순간 문득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절멸의 빛이라고 구라를 쳐서 쫓아 버린 영락한 마신들!
“잠깐만! 이런 무장이 있었으면서 왜 방금 구라를 친 거야!?”
천문석이 묻는 순간.
워커7은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쏟아 냈다.
“왜 구라를 쳤냐고!?”
“당연히 이 모든 무장에 락이 걸렸으니까!”
“주 엔진에 시동까지 걸었는데! 이 도시에 설치된 무장과 장비는 하나도 사용하지 못해!”
“딱 하나! 저기 저곳을 움직일 열쇠가 없어서!”
워커7은 광기 어린 눈으로 도시 한 곳, 15미터 남짓한 탑을 가리키며 울분을 터트렸다!
“마탑! 빌어먹을 마탑! 겉과 속 모두 멀쩡한 완전한 마탑인데 ‘머릿돌’을 찾을 수가 없다! 온갖 방법으로 마력 스캔하고 하나하나 찍기까지 했는데! 전부 안 먹힌다! ‘머릿돌’만 찾으면 마탑을 깨울 수 있는데! 기동 병참 도시의 진정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데! 적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는데! 그 빌어먹을 ‘머릿돌’을 찾을 수가 없어!”
“으아아- 머릿돌!”
워커7이 하늘을 향해 울분을 토해 낼 때.
천문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마탑, 머릿돌, 봉인, 무장!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 결론은 간단했다!
이 도시에 엄청난 무기가 있지만, 머릿돌이 없어 사용할 수 없다!
“야! 결국, 안 된다는 거잖아! 저 뒤에 놈들 처리해야 한다! 바로 움직이자!”
“잠깐!”
천문석이 움직이려는 순간 워커 실트7은 외쳤다.
“나한테 방법이 있다!”
“역시! 뭔가 계획이 있었구나!”
“당연하지! 난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다! 난 항상 계획이 있다!”
당당히 외친 워커7은 도시를 가리켰다.
“봐라! 네 엄청난 위업에 환호하는 저 스카라베들을!”
구으으으으으-!
띠이이이이이-!
도시 곳곳 머리를 번쩍 들고 환호하는 스카라베들!
워커7은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를 가리키며 눈을 번뜩였다!
“봐라! 저 위에 진정한 주인의 등장에 전전긍긍하는 강철 도시의 불법 점유자들을!”
신기루 벽 너머 환하게 불이 밝혀진 강철 도시!
워커 실트7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확신을 담아 외쳤다!
“내 계획은 간단하다! 저 강철 도시 마도 황제의 도시다! 즉, 저 위에 불법 점유한 스카라베 놈들은 엄청난 월세를 빚진 채무자다! 방금 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합을 맞춰 ‘스카라베’를 낚는 거다!”
불법 점유!
엄청난 채무자!
스카라베를 낚는다!
팟-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워커7의 계획을 깨달았다!
마도 황제의 이름을 팔아 불법 점유자이자 채무자인 스카라베를 끌어드려 뒤를 쫓는 몬스터 해일과 싸우자는 계획!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주위 스카라베를 훑었다!
사막을 달리는 거대 스카라베 경비대!
하늘에서 원을 그리는 스카라베 마술사!
인도, 도로, 가로수 위에서 환호하는 스카라베 압류팀!
그리고 하늘 위에 펼쳐진 강철 도시에 있을 수만, 수십만의 스카라베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스카라베를 끌어들여 몬스터 해일과 싸우자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흐르고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적이 아니다!’를 뛰어넘는 패러다임의 전환!
‘같이 싸우자!’
천문석은 직감했다.
‘된다! 이건 반드시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