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89화>
시작은 계획의 1단계!
특급 헌터의 마도 엔진부터!
“마도 엔진으로 시동을 걸면, 원래 마도 엔진이 꺼질 위험이 있을까?”
[위험은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이거 촛불을 옮겨 붙이는 거로 생각하면 된다. 일시적으로 출력이 저하돼도 절대 꺼지지 않게 주의하겠다!]
마도 엔진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
“그럼 마도 엔진은 내가 특급 헌터한테 말할게.”
“감사드려요.”
바로 2단계 워커7과 엘프가 고향을 길을 뚫는 것!
“그럼 다음. 마도 엔진을 이용해서 고향으로 길을 뚫는 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아니. 시동만 걸리면 길을 뚫는 건 어렵지 않다. 도시 전체가 차원 방벽을 뚫고 넘어가려면, 마탑의 봉인을 열고, 인증 파문으로 머릿돌의 락을 풀어서 마탑의 기능을 살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우리 둘이 스카라베 일꾼 고용비만 가지고 넘어갈 거니까. 그럴 필요 없어.]
3단계, 관문 도시 마하바나에 도착할 동료들!
“열사의 사막, 관문 도시 마하바나에 같이 게이트를 넘어갈 동료들이 올 거야. 그 동료들과 합류해야 하는데 혹시 마하바나로 갈 정보…….”
[관문 도시 마하바나? 처음 듣는데 경계 너머 도시인가? 엘프?]
워커7은 바로 말을 끊고 엘프를 봤다.
“네. 경계 너머 도시입니다.”
“경계 너머라고……?”
[이 열사의 사막은 둘로 나뉘어 있어. 이곳 세계의 나무의 뿌리 스카라베 영역과 타대륙의 남쪽에 펼쳐진 사막. 중첩된 차원을 스카라베 여왕이 ‘금’을 그어 구분한 거야. 스카라베 여왕 그분께 직접 받은 경계석…… 어, 잠깐만!?]
설명하던 워커7은 돌연 깜짝 놀라 외쳤다.
[너희 설마 균열을 통과한 게 아니라 경계 넘어온 거야!? 경계 넘는 순간 스카라베 관리들이 붙어서 검증했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잠깐! 지금 그 말은 관문 도시 마하바나로 이동이 불가능하단 말이야!?”
천문석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재빨리 끼어드는 엘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워커님.”
엘프는 짧은 한숨과 함께 바로 말을 이었다.
“걱정할 것 없어요. 스카라베에게 안 걸리고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요 길드의 마스터급 강자들. 이들에게 적당한 이권을 약속하고 퀘스트를 부여하면 됩니다. 동료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주시면 관문 도시 마하바나에서 기다리는 동료분들을 이 도시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카카캌- 사고뭉치 녀석들이 이제야 쓸모가 생겼네!]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경계 너머 관문 도시 마하바나에서 아예 동료들을 도시로 데려 와 주겠다는 이야기!
이 도시에서 넘어갈 준비를 하고 동료들이 도착 즉시 계획대로 움직이면 된다.
계획의 4단계, 지구로 이어지는 게이트 통과!
천문석은 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게이트는 언제쯤 열 수 있을까?”
“지구의 W. S. 인더스트리에서 차원 좌표를 고정하는 대응 마법 회로를 가동해야 해요. 그동안의 주기로 봤을 때 대략 5, 6일?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신호가 오겠네요. 마하바나에서 이세기님이 동료분들이 도착하는 데 대략 2, 3일 정도 걸릴 테니 이건 문제가 없고. 문제는 사람이 게이트를 넘을 때 일어나는 마력장 요동인데…….”
천문석은 뒤에 나올 말이 바로 짐작 갔다.
워커7과 엘프는 스카라베를 피해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워커7이 지구로 직접 가지 못하는 이유로 게이트 통과 시 생겨나는 마력장 변화를 말했다.
즉, 자신과 동료들이 지구행 게이트를 넘는 순간 이 도시가 스카라베에게 걸린다!
그리고 그때 이 도시에는 게이트를 열어 준 워커7과 엘프가 있다!
엘프가 말한 대로 스카라베가 무시무시하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타이밍!
자신들이 게이트를 넘은 후 최대한 빨리 워커7과 엘프도 차원 방벽을 뚫고 고향으로 튀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 그대로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의장님. 스카라베에서 관측하고 채권추심원을 보내 이 도시에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스카라베에서 관측 즉시 움직이면 대략 하루쯤?]
엘프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닿았다.
“이세기님 ‘하루’ 만에 가능하시겠어요?”
계획의 5단계.
하루 만에 지구의 워커 실트에게서 ‘물건’을 회수해 보내 줄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그전에 확인부터 할게. 게이트 너머 도착할 위치를 지정할 수 있을까?”
[가능해, 그리고 게이트를 넘어가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워커 실트 위치 확인용 마도구도 같이 넘겨줄게. 지구 어디에 있던 확인 가능하다.]
워커 실트는 아직 한국에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
한국으로 넘어가 마도구를 사용하면 성공이든 실패든 결론이 나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오히려 문제는 계획의 5단계의 타겟이 ‘워커 실트’라는 것에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워커 실트7과 똑같은 얼굴과 모습.
그러나 지구에서의 사회적 위치는 완전히 다르다!
초강대국 미국을 상징하는 나이트 아머!
그 나이트 아머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 W. S. 인더스트리다.
그리고 워커 실트는 그런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였다!
왕이 무서운 건 그 자신의 무력보다 영향력 때문!
워커 실트 본인은 전능 옥좌의 눈치를 보느라 숨어다닌다고 해도 누가 워커를 주시하고 있을지 몰랐다.
미군, 미 정보기관, W. S. 보안팀.
나이트 아머를 노리는 여러 기업과 각국의 첩보단체!
일이 잘못 꼬이면 후환이 어디까지 미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
한참을 고뇌하던 천문석이 문득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그 ‘물건’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 ‘물건’이 없으면 엉망이! 아니지 엉망이 안 되는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야!]
워커7이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하는 순간.
엘프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하- ‘물건’은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일꾼을 고용하기 위해 스카라베 총독에게 지급할 비용을 제외하고. 대가로 올릴 수 있는 건 귀금속과 보석뿐이네요. 이런 작은 대가로는 이세기님에게 이 일을 강요할 수는 없겠죠?”
‘귀금속과 보석!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나올 귀금속과 보석이면 그 양이 엄청날 거다!’
내심 환호한 천문석은 우선 확인부터 했다.
“혹시 물건 회수에 실패하면 어떡할 생각이야?”
순간 엘프의 시선이 특급 헌터에게 구슬치기를 배우는 인공 정령 아수라에게 향했다.
“저희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다시 열사의 사막을 이동하며 기회를 기다리면 됩니다.”
[뭔 소리야! 채권추심원이…… 읍흐흐븝흐-]
워커7이 외치는 순간 엘프는 재빨리 그 입을 막았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했다.
엘프는 마도 엔진을 챙기려는 워커7에게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고.
워커7은 채권추심원이 도시에 도착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말했다.
이번 계획에 실패하면 이 도시가 다시 열사의 사막을 이동할 일은 없었다.
스카라베 채권추심원들이 강제 채권 추심에 들어갈 테니까!
어떻게든 성공해야 하는 단 한 번의 기회!
그러나 엘프는 빙그레 미소 지은 채 말없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순간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천문석은 결심했다.
전생에서 현생까지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원칙대로 움직인다!
호의에는 호의로!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할게.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견적이 서면 포기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24시간 안에 최대한 빨리 연락할게.”
엘프는 워커7의 입을 가린 손을 풀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세기님.”
[그럼 협상이 완료된 거지! 딜?]
워커7이 척 작은 손을 내밀며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의 마지막 6단계.
워커7과 엘프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온전히 두 사람의 몫!
이걸로 세부 사항 협상은 끝났다!
천문석은 손을 내밀다가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멈췄다.
“잠깐만. 그 회수할 ‘물건’이 뭐야? 혹시 그림 같은 거 있냐?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잖아?”
[어, 내가 안 보여 줬냐? 잠깐만 바로 보여 줄게! 내가 어디에 놨더라?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앗! 여기 있었구나!]
워커7은 공구 벨트에서 검은 가루가 들어 있는 크리스털 병을 꺼내 자랑스레 외쳤다.
[이게 바로 인과를 반전시키고! 정해진 운명의 궤도조차 비트는! ‘물건’이다!]
거창한 설명과 달리 워커7이 내민 작은 크리스털 병에 담긴 검은 가루는 평범한 철가루처럼 보였다.
“이게 회수할 물건이라고?”
[맞아! 이게 바로 워커 실트에게 회수할 ‘물건’이다! 이것과 완전히 똑같다!]
기감을 집중했지만, 검은 가루에서는 아무런 느낌도 오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아무 느낌이 없는데?”
[당연하지! 이건 가짜니까!]
“가짜? 회수할 물건이랑 똑같다며!?”
엘프가 바로 끼어들어 대신 대답했다.
“그렇게만 말하면 오해하시잖아요! 가짜라서가 아니라. 회수할 진짜 ‘물건’에서도 아무 느낌이 없어요!”
황당함에 반문하려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문장들.
눈앞의 워커7.
지구의 워커.
워커7이 준비한 진짜와 똑같은 가짜 ‘물건’.
그리고 자신이 워커에게서 회수할 진짜 ‘물건’.
“……!”
스파크가 튀듯 머릿속에서 섬광이 터지고 모든 걸 깨달았다!
“지구의 워커 실트가 가진 진짜! 이 가짜와 진짜를 바꿔치기하는 거구나!?”
[역시 한방에 알아듣는구나! 카카캌-]
워커7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엘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일에는 제약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감이 왔다.
“당연히 물건이 바뀌었다는 걸 몰라야겠지?”
“네. 맞아요. 혹시라도 워커 실트님이 알아채게 되면 시간 오류가 생겨 새로운 나뭇가지가 자라날 수도 있어요. 괜찮으시겠어요?”
오히려 좋다!
할 일이 물건 바꿔치기라면, 워커 실트를 제압할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더 쉽게 일이 해결될 수도 있었다.
지금 확인할 사항은 셋!
천문석은 바로 크리스털 병을 가리켰다.
“가짜랑 진짜가 다르면 눈치챌 수 있는데?”
“아뇨. 이 물건은 어떤 마법적, 주술적 탐지도 먹히지 않아요. 담고 있는 크리스털 병으로만 구분할 수 있는데…….”
[병으로는 절대 구분 못하지! 진짜랑 가짜가 담긴 크리스털 병! 두 개 모두! 내가 만든 거니까! 카카캌-]
“물건이 있을 위치는? 혹시 금고나 그런 곳이야?”
“의장님?”
[항상 가지고 다닌다. 아니 그냥 넣어 두고 잊어버렸다는 게 더 정확하다! 요기 이 공구 벨트 가방 보이지? 이 안에 잠금장치, 방어 마법 없이 그냥 들어 있다. 이렇게 지퍼를 열고 꺼내기만 하면 된다!]
워커7은 공구 가방의 지퍼를 찍, 찍- 여닫으며 내부구조를 보여 줬다.
“확실해? 첫 시도에 실패하면 경계심이 부쩍 올라가서 두 번째는 힘들 거야.”
워커7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99% 확실하다! 워커 실트는 모래처럼 산산조각난 ‘물건’을 간신히 회수해 동료들과 만났는데! 생각도 못한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 지구에 낙오한 상태거든! 게다가 워커는 이 ‘물건’이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공구 벨트에 넣어 놨다는 것도 까먹고 있을 거야!]
“여기로 ‘물건’을 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만들어 줄 마도구에 찍히는 좌표에 놓으면 마도구가 알아서 날려 보낼 거다.]
질문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척척 돌아오는 대답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계획이라는 게 느껴졌다.
특히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목표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사람보다 물건이 변수가 적다!
게다가 워커 실트를 주시하는 단체. 기관, 사람이 있더라도 물건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적게 쓸 거다!
눈치채지 못하게 크리스털 병만 바꿔치기하면 미션은 성공이다!
‘이거 생각보다 더 쉽게 끝날 수도 있겠는데!?’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름!
아직 이 ‘물건’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물건 이름이 뭐야? 혹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응하려면 이름을 알아 둬야 할 것 같은데?”
순간 엘프와 워커7의 시선이 마주쳤다.
“……!”
[……!]
복잡한 시선이 얽힌 후 워커7이 말했다.
[이거 진짜 이름을 말할 수가 없어. 관측만으로도 결과가 바뀌듯이. 이 ‘물건’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름을 말하기만 해도 인과가 뒤틀리고 사고가 터지거든!]
“이름을 말하면 사고가 터진다고? 왜, 이름 부르면 재수 없어진다고도 말하지?”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순간.
워커7은 단 한번도 보이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물건’ 이름 부르면 재수 없어진다!]
‘이 표정 설마 진짜야!?’
깜짝 놀라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엘프도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예요. 이 물건 인과를 역전시키고 운명의 궤도를 비틀어 세계의 나무가 자라나는 방향조차 바꿔버려요!”
[그뿐이 아냐! 이 물건의 진정한 무서움은 옮는다는 거다!]
“맞아요! 이 물건을 가진 사람과 동료만 돼도 엄청난 불운과 시련이 옮아서 개고생하게 돼요!”
워커7과 엘프는 직접 겪은 듯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문득 감이 왔다.
“너희 설마!?”
워커7과 엘프는 몸을 파르르 떨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직접 겪었다!]
“네! 제 경험담이에요!”
그리고 번개같이 고개를 돌려 동시에 침을 뱉었다!
[퉤퉤퉤-!]
“퉤퉤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