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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68화 (76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68화>

5에서 10미터 훌쩍 넘는 전장과 3미터가 넘는 체고!

어지간한 승용차, 화물차보다 큰 거대 개미, 풍뎅이, 딱정벌레, 물방개…… 거대 곤충들!

진실을 아는 순간 위협적으로 보이던 이 거대 곤충들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이 녀석들은 배를 끌기 위한 렉카였다!

“와!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네!”

천문석은 새삼 감탄했다.

한국이나 이세계나 마찬가지였다.

사고가 터지니까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게 렉카라니!

게다가 하늘 고래호 뱃머리에 모여든 렉카들이 끝이 아니었다.

모래 언덕을 넘어 줄줄이 미끄러지는 수많은 모래 배, 수레, 뗏목, 썰매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하늘 고래호가 그냥 모래 위에 멈춰 선 게 아니라 뭔가 사고가 터졌다는 것을!

이때 소니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저 사람들 올라와서 이야기한다는데 어떡해? 우선 올라오라고 할까?”

천문석은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막아! 절대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쟤들 그냥 두면 안 돼!”

이 외침에 하늘 고래의 모두가 움직였다.

선원과 동료들은 장대를 들고 뱃머리로 달려가 갈고리와 줄사다리를 벗기고, 장대로 달라붙은 사람들을 밀어내며 외쳤다.

“그만! 올라오지 마요!”

“거기 멈추세요!”

“선체에 단검 박지 말라니까!”

“뭐야!? 우리 도와주려고 온 거야!”

“맞아! 여기에 배 댔다가 교통사고 나면 벌금에 합의금까지 엄청나!”

“재수 없게 스카라베 경비대한테 걸리면! 강철 도시 끌려가서 강제 노역한다니까!”

“선생님! 지금 당장 도로에서 배 빼서야 합니다!”

갑판 위와 아래에서 정신없이 고함이 쏟아지고 장대와 갈고리, 줄사다리가 계속 날아왔다!

선원들과 동료들은 뱃머리에 달라붙은 사람들을 강하게 밀어내지 못했다.

바람도 모래도 흐르지 않는 이상한 상황!

달려온 사람 중에는 사막에서 처음 보는 이종족과 고블린과 오크 같은 몬스터와 아무리 봐도 고양이, 개로 보이는 동물까지 있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적의를 드러내며 공격하는 게 아니라 선의를 보여 주며 도와주려고 했다!

선원들과 동료들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야, 이 사람들 말대로 도로에서 빼야 하는 거 아냐?”

“그래! 혹시 모르니까! 배를 도로에서 빼자! 사고 나면 합의해야 한데!”

어느새 파티마와 우론마저 솔깃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벌써 반쯤 넘어간 얼굴!

주위를 살피며 상황을 확인하던 천문석은 기겁해서 외쳤다.

“안 돼!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이거 지금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 아냐! 배 움직이는 거 무조건 막아야 해!”

배가 도로에 멈췄다는데 나타난 건 렉카뿐! 아직 관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상태로 예인용 밧줄이 걸리고 배가 움직이면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지 눈에 선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청구서가 날아올 거다!

툭-

이때 중앙 갑판 난간에 밧줄이 걸리고 가늘고 매끄러운 손이 난간을 잡았다!

“야! 뒤에 중앙 갑판! 저기 막아!”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하얀 얼굴과 털이 풍성한 꼬리, 여우 수인!

여우 아가씨가 빙글 거꾸로 난간 위로 올라와 다다다닥- 번개같이 난간 위를 달렸다.

“멈춰!”

“밀어내!”

“그물! 그물 던져!”

선원들이 다급히 몸을 던지고, 장대를 휘두르고 그물을 던졌다.

탁, 탁, 타악-

여우 수인은 선원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고, 장대 위로 펄쩍 뛰고, 납작 엎드려 그물을 피했다!

순식간에 도착한 후갑판!

여우 수인은 타륜을 잡은 선장을 향해 외쳤다!

“선장님! 이 배 선장님 맞으시죠!?”

“어? 내가 선장인데…….”

여우 수인은 눈을 반짝이며 성큼 다가와 손을 잡고 새하얀 꼬리로 쓱쓱 선장의 등을 쓰다듬으며 폭풍처럼 말을 쏟아 냈다!

“아유 선장님! 정말 남자답게 잘생기셨네요! 와! 이 코어 근육 봐! 어머! 어머! 도시에 가면 정말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열사의 사막은 초행이시죠? 배 멈춘 거 보고, 제가 감이 딱 오더라고요! 사실 저도 처음 사막 왔을 때! 배가 멈춰 서 엄청 고생했거든요! 그거 아세요? 재수 없다고 이름도 잘 말하지 않는데! 사실 여기가 ‘스카라베’라고 무시무시한 놈들 다니는 도로 거든요! 이렇게 도로를 막았다가 스카라베 일꾼이랑 충돌이라도 하면! 으으윽-! 걔네들 최소 한 달은 드러눕고! 진흙 온천에 모래 찜질방에서 두 달은 요양한다니까요! 완전 돈독이 오른 놈들이에요! 게다가 벌금에 합의금까지! 진짜 엄청나요! 저도 그때 그 돈 내느라고 엄청엄청! 고생했다니까요! 에휴- 그때 저도 이렇게 옆에서 도와주는 분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지금 상황을 이제 아시겠죠? 그럼 저기 옆으로 배 조금만 뺄게요! 괜찮으시죠? 자 그럼 여기 편안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다 할게요!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답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꼭 잡고, 몽글몽글 새하얀 꼬리로 등을 쓱쓱 쓰다듬는 여우 수인!

여우 아가씨는 순식간에 선장을 홀렸다!

선장은 어느새 ‘어, 어?’ 하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다급히 달려와 막으려던 천문석마저 홀린 듯이 여우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카라베?’

여우 수인은 후갑판 난간에 뛰어올라 손을 흔들었다.

“야, 여기야! 빨리 예인용 밧줄 던져! 멋진 선장님께 허락받았어! 얼른 끌자! 흐흐흣-.”

후두두둑-

곧 후갑판에 묵직한 밧줄이 무더기가 떨어졌다!

‘아차!’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반사적으로 후갑판으로 뛰어올라 외쳤다.

“멈춰! 안 돼! 아니 안 해! 얼른 밧줄 가지고 내려가요! 예인 필요 없습니다!”

“뭐!? 아니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선장님이 고개 끄덕였잖아요!”

“내가 선주야! 안 한다니까요! 밧줄 가지고 얼른 내려가요!”

번개같이 예인용 밧줄 무더기를 집어던지고 여우 수인을 낚아채는 순간.

파밧-

여우 수인은 납작 엎드려 데굴데굴 굴러 손을 피하고 번개같이 뛰어올라 타륜에 매달렸다.

“안 가! 그냥은 못 가! 구두 계약도 계약이야! 계약 파기하려면 위약금 내놔!”

“야! 뭔 위약금이야! 배는 움직이지도, 아니, 그 전에 밧줄도 안 걸었잖아!”

“밧줄 던지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게다가 내가 꼬리로 쓱쓱도 해 줬잖아! 위약금 내놔! 위약금 주기 전에는 절대 못 내려가!”

여우 수인은 타륜에 다리와 새하얀 털이 난 꼬리를 칭칭 감고 늘어졌다!

“야, 얼른 풀어! 타륜 잡은 꼬리 놓으라니까!”

천문석은 재빨리 달려들어 풀려 했지만.

그륵, 그르르륵-

여우 수인은 타인을 빙글빙글 돌리며 완강히 버텼다!

“어디를 만져! 꼬리 만지면 고소할 거야! 너 벌금 내고 강철 도시 끌려가서 노역한다!”

“와, 와! 와!”

천문석은 말문이 컥 막히고 절로 혈압이 치솟았다!

렉카! 드러눕기! 고소하겠다고!?

이세계에서 겪을 거라곤 상상도 못한 삼단 콤보 공격에 머리가 어찔어찔했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난간이 뚫렸다!

“아니! 어디를 기어 올라가요! 위험해요! 내려 와요!”

데굴데굴 갑판을 굴러 돛대에 닿는 순간.

파파팟- 번개같이 돛대를 기어 올라가 외치는 도마뱀 인간!

“이 배는 우리 붉은 꼬리단이 먹었다!”

“우와아아! 붉은 꼬리! 붉은 꼬리! 붉은 꼬리!”

“으아악! 안 떨어져! 이 녀석들 뭐야!?”

줄줄이 난간에 달라붙어 미동도 하지 않는 나무늘보를 닮은 털 뭉치들!

“열사의 사막은 처음이시죠?”

“그럼 길잡이를 꼭 고용해야 합니다!”

“우리 검은 고양이 남매로 말할 것 길잡이 경력 한 달의 노련한…….”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의 우론과 파티마를 둘러싸고 열심히 호객 중인 말하는 검은 고양이들!

“이 배 주인 누구야!? 길 한복판을 막아서 내 모래 썰매에 기스 났잖아! 얼른 내려 와서 보상해!”

잡동사니를 모아 만든 뗏목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늑대 인간!

모래 언덕을 미끄러진 건 렉카만이 아니었다!

자해 공갈단!

고양이 호객꾼!

삥 뜯으려는 늑대 인간!

보따리에서 주섬주섬 물건을 꺼내는 상인!

생각지도 공격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항해의 달인 무장 어선의 선원들!

한 명 한 명이 경지에 오른 우론, 소니아, 파티마 동료들!

선원들과 동료들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휘둘리고.

어느새 하늘 고래호 전체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었다!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모래 뗏목, 썰매는 줄줄이 달려 오고 갑판으로 오르는 이종족은 늘어나고 있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최소한 한 명은 더 필요하다!

이때 어쩐지 신나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사람들 엄청 많이 왔어! 완전 축제야! 앗! 아수라파천무 출까!? 아수라파천무 다시 보여 줄까!?”

조각상을 들고 외치는 특급 헌터!

순간 벼락 치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특급 헌터! 봉인 해제! 하늘이어라!”

“응? 하늘 이으라고? 전부 멀쩡한데?”

특급 헌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 순간 천문석은 행동으로 보여 줬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깨달음을 전하는 방편, 전법륜인의 수인!

쿵-

가볍게 보법을 밟아 뛰어드는 순간.

엄지로 누른 검지가 벼락처럼 쏘아졌다!

타륜에 칭칭 휘감은 여우 수인에게!

“딱밤!? 후헤헤헷-! 내가 딱밤 맞는다고 놓을 줄 알아!? 난 위약금 받기 전에는 절대로……!”

따아악-

잘 마른 장작을 때리는 듯한 통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우 수인은 감전이라도 된 듯 전신을 파르르 경련하다가 툭 떨어져 내렸다!

“봤지!? 이렇게 하면 돼! 특급 헌터 출동!”

“…….”

그러나 특급 헌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특급 헌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충격받은 얼굴로 외치는 특급 헌터와 퐁퐁이!

“으앗! 알바! 완전 멀쩡한데! 하늘 이으면 어떡해!? 여우 누나 정신 잃었잖아!”

구으, 구으으응-!

“……!?”

‘뭐!? 이 녀석 뭐라는 거야!? 평소에 난사하고 다녔으면서!?’

말문이 컥 막히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생각!

아수라파천무!

“아수라파천무! 그래 하늘 잇지 말고 아수라파천무 펼쳐!”

“앗! 알았어! 내가 얼른 보여 줄게! 모두 엄청 좋아할 거야! 카카캌-.”

신나서 달려가려는 특급 헌터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재빨리 말했다.

“휘잉휘잉? 걔 힘들다며!? 네가 춰라!”

“……난 아직 배우는 중인데?”

“괜찮아! 계속 연습해야 잘 하지! 아까 나 깨울 때 하려던 거 있지? ‘이마!’ 그대로 하면 된다!”

“알았어!”

특급 헌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한달음에 난간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 손에 들어오는 조각상을 도장 찍듯 내려찍었다!

“아수라파천무!”

꾹, 꾹, 꾹-

그리고 생각 그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후두두두둑-

난간에 달라붙은 나무늘보, 털 뭉치들이 줄줄이 떨어지고!

쿵쿵, 쿵쿵쿵-

갑판, 돛대, 돛 줄, 선원의 팔다리에 찰싹 달라붙은 이종족이 픽픽 떨어졌다!

특급 헌터는 10년 동안 결재 도장을 찍은 사장님처럼 신속 정확하게 아수라파천무 도장을 찍으며 종횡무진 누볐다!

‘됐다! 이제 돛대와 활대, 갑판에서 도망치는 녀석들을 정리하면 된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리며 바로 움직였다.

“모두 난간만 신경 써! 배 위에 올라온 녀석들은 내가 처리할게!”

타다다다닥-

천문석은 갑판을 가로지르며 장대에 와류의 내력을 담아 휘둘렀다!

훙훙, 훙훙훙-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장대에 맞는 순간 와류의 내력이 쏟아졌다!

팔, 다리, 꼬리, 이빨로 물고 늘어지던 인간, 늑대, 도마뱀, 고양이 수인과 고블린, 오크 같은 몬스터 종족까지 온갖 이종족과 동물들이 무더기로 갑판에 나뒹굴었다!

이 순간 선원들이 번개같이 달려와 기절한 이종족을 난간 너머 사막으로 집어던졌다!

“으악, 으아악-.”

“안 돼! 이대로 갈 수 없어!”

……

비명과 함성, 고함과 애원!

기어 오르는 이종족과 날아가는 이종족이 교차하고 갑판 위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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