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60화>
흑전을 잡는 순간 포탈에 변화가 일어났다!
파슥, 파슥, 파스슥-
당장이라도 꺼질 듯 백열전구처럼 깜빡이는 포탈!
‘시간이 없다!’
천문석은 흑전에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불어 넣고, 무혼과 심상을 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이 동전 뭐야!?”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아득한 감각!
흑전, 검은 동전은 내력과 심상을 끝도 없이 빨아드렸다!
흠칫 놀라 멈추려는 순간 깨달았다.
나쁜 게 아니다!
WIN-WIN!
자신은 심상 공간을 터트릴 듯 넘쳐 나는 내력을 덜어 내서 좋고!
일기일원문의 제자는 어, 그러니까…….
하여튼! 자신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력은 다다익선! 내력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다!
천문석은 미친 듯이 내력과 심상을 흑전에 때려 박았다!
파슥, 파슥, 파스슥-
붉은 포탈이 점점 빠르게 점멸할 때.
팟, 팟, 파팟-
흑전도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채워지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저 일기일원문의 제자는 이미 극에 달한 존재.
단지 뒤를 돌아보고, 좌우와 발밑을 살펴 빠진 퍼즐 조각을 채워 넣도록만 하면 된다!
천문석은 마지막이 될 외침을 터트렸다.
[받아라!]
점멸하는 포탈을 향해 흑전을 던지는 동시에 강철봉을 회수에 용권풍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핑그르르르-
흑전은 단숨에 포탈을 넘어 격전이 펼쳐지는 대습지로 날아갔다!
돌진하는 강철 도마뱀을 지나고, 뿌리째 쓰러지는 나무 아래를 통과해.
대지를 갈아엎는 붉은 뱀과 충돌해 튕겨 올라.
오러 가 담겨 전진하는 강철의 벽에 맞아 포물선을 그렸다.
핑그르르르르-
그리고 마침내 닿았다.
검은 불꽃에 휩싸인 채 적을 으스러트리는 일기일원문의 제자.
황제 무사인 카이류의 머리에!
* * *
툭-
아무렇지도 않게 영역을 뚫고 들어와 머리에 닿은 무언가!
“……!”
소스라치게 놀란 무사인 카이류가 벼락 치듯 몸을 돌려 머리에 닿은 물체를 낚아챘다.
그리고 휘청였다!
엄청난 무게!
머리에 닿은 무언가를 낚아챈 손이 축 늘어졌다!
‘내가 휘청였다고!?’
바로 손을 펼치는 순간.
무사인 카이류는 전율했다!
별과 용이 새겨진 검은 동전, 흑전!
운명을 사는 화폐가 손에 놓여 있었다!
‘육체에 실리는 무게가 아니라, 혼백에 실리는 무게, 업으로 인해 휘청였구나!’
깨달음의 순간 알아챘다!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던 붉은 포탈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손에 잡힌 흑전에 담긴 엄청난 업이 느껴졌다!
흑전은 결코 우연히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누가 흑전을 던졌지!?’
의문을 품는 순간 흑전에 담긴 너무나 익숙한 내력이 느껴졌다!
일기일원공!
무사인 카이류는 번쩍 고개를 들어 포탈을 바라봤다!
이 흑전은 그분이 전해 주신 거다!
하늘의 뜻, 천의를 담은 심법 일원공.
대지의 흐름, 용맥을 담은 심법 일기공.
대지에서 하늘에 닿는 길, 일기일원공을 창안하시고!
삼천세계를 관하는 지혜로 세계의 정점에 그 뜻을 새겨!
천원좌(天元座)를 만들어 내신 분!
인지를 초월하고 인과를 벗어난 몸으로도 그 그림자조차 짐작할 수 없는 그분이시다!
일기일원문의 개파조사!
저 포탈 뒤에 개파조사께서 계신다!
“……!”
무사인 카이류는 전율했다.
이미 외침을 들어 짐작했다!
그러나 ‘흑전’ 너무나 분명한 증거를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격동에 전신이 떨렸다!
개파조사!
그분이시라면 가능했다!
아니, 오직 그분만이 가능했다!
하늘의 인과조차 비틀고!
세계의 나무에 그 뜻을 새길 수 있는 경지!
천문(天問)!
조사께 모든 마음을 다해진심으로 물으리라!
자신의 잘못을 되돌릴 방법을!
대사형을 다시 만나 사죄할 방법을!
그 답을 듣기 위해서 그 무엇이라도 바치겠다!
무사인 카이류는 한 줄기 벼락이 되어 점멸하는 포탈로 뛰어들었다!
쾅-
교룡의 권속과 군단이 한 줌 재가 되는 순간.
팟-
반짝이는 흑전이 인과를 비틀었다!
차원 좌표가 고정되고 결코 닿을 수 없던 포탈에 닿았다!
무사인 카이류는 포탈을 넘어 도약했다!
거울의 양면을 넘어서는 찰나의 순간 공간의 틈에서 짧은 한숨 소리가 울렸다.
“하- 데이몽이 사고를 치더니…… 이젠 흑전이라고? 조사님. 이건 진짜 상상도 못했습니다! 허허허-.”
결코. 잊을 수 없는 이 웃음소리!
‘대…….’
이 찰나의 순간 무사인 카이류는 인지했다!
그리고 보려는 순간.
딱-
가벼운 딱밤 소리와 함께 의식이 픽- 꺼졌다.
* * *
포탈을 통과한 순간 무사인 카이류는 번쩍 눈을 떴다.
광기와 분노가 사라진 담담한 눈과 표정!
바람, 물과 같이 여상한 기도!
무사인 카이류는 완전히 달라진 기세로 용권풍이 소용돌이치는 대지를 바라봤다.
“이번엔 뭐가 문제야?”
엄청난 모래 폭풍이 소용돌이쳤지만, 바로 앞에서 보듯 모래 폭풍 속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용권풍 속을 달리는 무장 어선과 마수와 싸우며 추격하는 성채 도시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 어, 마도 제국 오리지널이잖아! 저게 왜 움직여!? 어어! 잠깐 저 성채! 공중 도시잖아! 아니, 저건 또 왜 사막에 있어!? 분명 워커가 모조리 추락 시켰…… 어, 잠깐잠깐! 저 주포 뭐야!? 어떤 미친놈이 냉각 마법도 없이 주포를 발사했어!? 마도 엔진 과부하 됐잖아!? 저거 터지는 거 아냐!?”
마도 엔진이 터지면 차원 방벽이 뚫리고 최악의 경우 차원 준위 자체가 낮아져 균열 침식이 일어난다!
“지금 시간대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시간 오류 수정자는!? 없잖아! 이 녀석들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혼자 구르는 게 빡세서 만들어 놨더니,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절로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무사인 카이류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재빨리 마도 엔진을 수습하고 포탈을 넘어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흑전이 손에 들어와 힘을 쓸 수 있다!
팅, 핑그르르르-
무사인 카이류를 흑전을 튕겨 올리며 모래 폭풍 속으로 스며드는 사람의 뒷모습을 쫓았다.
“담아주신 업은 잘 쓰고, 흑전은 바로 ‘진정한 주인’ 조사님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아! 그렇지 제가 선물도 같이 드리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크크크킄크킄-.”
무사인 카이류는 경망스러운 웃음과 함께 흑전을 잡고 당장이라도 꺼질 듯 점멸하는 포탈에 원을 그었다.
꺼질 듯 점멸하던 포탈의 빛은 순식간에 강해지고 차원 좌표가 단단히 고정됐다.
무사인 카이류는 혀를 찼다.
“하! 교룡 얍삽한 새끼! 역시 함정을 파뒀구나! 대륙 통일 전쟁 때 제일 먼저 도망갈 때 알아봤다! 하여간에 뒤통수치고 도망칠 구멍부터 만든다니까! 언제 한번 이놈도 손을 봐줘야 하는데…….”
무사인 카이류는 투덜거리며 몸을 돌려 성채 도시를 바라봤다.
“우선은 마도 엔진부터!”
이 순간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반짝-
흑전이 신호를 보내듯 반짝였고.
크아아아아아-
거대한 붉은 뱀이 차원 좌표가 고정된 포탈에서 튀어나와.
단숨에 무사인 카이류를 삼켜 버렸다.
“불운……!”
* * *
천문석은 모래 폭풍 속을 한참 동안 활강했다.
“얘들은 어디로 간 거야!?”
콰아아아아앙-
거센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촤, 촤, 촤아-
바람에 실린 모래가 전신을 두들길 때.
높게 솟은 돛대가 보이고 귀에 익은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
“그래 나야! 우론!”
“무사했구나! 야, 이세기가 오고 있다!”
외침과 동시에 거대한 와류가 날아왔다.
파아아아앙-
단숨에 모래 폭풍이 사그라들자, 망루에 선 우론이 손을 뻗는 게 보였다!
탁-
맞잡은 손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우론!
“수고했다! 어서 내려가 봐! 꼬맹이 기다린다!”
“너는?”
우론은 씩 웃으며 작살로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하늘을 가리켰다.
콰아아아아-
소용돌이치는 모래 폭풍에서 용권풍에 휩쓸린 마수가 터트리는 포효와 괴성이 들려왔다.
“쟤들 떨어지면 처리해야지. 얼른 내려가라. 수고했다.”
“고생해라!”
천문석은 우론의 어깨를 툭 치고 바로 돛대를 잡고 미끄러졌다.
주르르륵-
갑판에 닿기도 전에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왔구나! 봤지!? 내가 휘잉휘잉 부른 거 봤지!”
퐁퐁, 퐁퐁퐁-
특급 헌터, 퐁퐁이.
정체를 짐작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갑판 위에도 모래 폭풍이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퐁퐁이를 타고 날아오는 특급 헌터 주위에는 모래 폭풍이 닿지 않았다!
특급 헌터 만이 아니다!
곳곳에 흩어진 동료들과 선원, 바람잡이, 선장까지!
모두의 몸 주위는 마치 다른 공간인 것처럼 모래 폭풍이 닿지 않았다!
“야, 뭐야!? 모래 폭풍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나랑 휘잉휘잉은 친구 먹었거든. 앗! 알바도 해 줄게!”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달려와 퐁퐁검을 휘둘렀다!
퐁, 퐁, 퐁-
퐁퐁검에서 생겨난 물방울이 몸에 스며드는 순간.
거짓말처럼 몸 주위로 쏟아지는 모래 폭풍이 멈췄다!
“야, 이거 어떻게……!?”
경악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사방에서 달려온 동료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세기 대인!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선주님! 훌륭한 계획이었습니다!”
“야! 아니 이세기님 오셨군요! 엄청난 활약이었습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역시 날 이긴 놈답다! 하하하-.”
“이세기님! 지금 당장 확인할 게 있습니다! 시간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선주님!”
“10년! 아니, 평생 술집에서 할 이야깃거리가 생겼습니다! 크하하-.”
“알바! 알바! 내 이야기부터 들어! 내 이야기부터 들으란 말야!”
……
데이몽, 바람잡이, 소니아, 압둘라와 오마르 장로, 흥분한 선원들과 특급 헌터의 외침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천문석은 모두의 말을 끊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을 확인했다.
“이동 성채 도시! 뒤를 쫓던 녀석들은 어떻게 된 거야!? 분명 같이 용권풍에 휩쓸렸는데!?”
하하하-
압둘라는 웃음을 터트리며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배 뒤쪽을 가리켰다.
“그놈들은 걱정할 거 없다! 포탈에서 떨어진 마수 대부분이 그쪽으로 떨어졌거든! 시가지가 난장판이 됐다! 걔네들 이제 우리는 신경 쓰지 못한다!”
“아니, 그래도 지금 같이 이동하고 있잖아? 목적지에 도착하면?”
“괜찮습니다! 마수에게 시가지가 뚫린 걸 보니 마도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합니다! 용권풍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면, 성채 도시는 기동 불가 상태일 겁니다. 바로 튀면 됩니다!”
오마르 장로가 바로 나서서 대답했다.
“그럼 이제?”
천문석의 시선이 닿는 순간 모두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니아가 대표로 나서서 외쳤다.
“이대로 용권풍을 타고 도망치면 됩니다! 마침내 모든 게 끝났습니다!”
“드디어 길고 긴 하루가 끝났구나!”
“에휴, 오늘 엄청 힘든 하루였어.”
특급 헌터가 한발 먼저 한숨 쉬는 순간.
콰아아아앙-
폭음이 터지고 마력 유동이 느껴졌다!
‘성채 도시!?’
같은 생각을 한 모두는 번개같이 후갑판으로 달려갔다!
천문석은 가장 먼저 후갑판으로 도착해 강철봉을 찔렀다!
콰아아아앙-
폭발하듯 소용돌이치는 와류가 단숨에 모래 폭풍을 날려 버리고 시야가 확 트였다!
난장판이 된 성채 도시!
용권풍에 휘말린 마수들이 깔때기로 미끄러지듯이 성채 도시로 줄줄이 떨어지고.
마력 회로가 점멸하는 시가지에서 수많은 마수와 병사들의 격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성채 도시 정상 한껏 고각으로 세워져 하늘을 겨눈 포신이 보였다.
마력 대포 포신에 새겨진 마력 회로는 다시금 마력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력 대포를 다시 쏜다고!? 미친놈들아! 지금 주포를 다시 쏘면 차원 방벽! 아니, 마도 엔진이 폭발할 수도 있어! 사막 반이 날아간다! 멈춰! 당장 멈추라고!”
오마르 장로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
그러나 마력 회로에 모여드는 마력광은 점점 강해졌다!
천문석은 성채 도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마력 대포로 마수가 쏟아지는 포탈을 통째로 날려 버릴 생각이다!
이제는 마수도 나오지 않고 그냥 두면 사라질 포탈에 마력 대포를 발사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야! 대포 멈춰! 그냥 놔둬도 포탈 없어져!]
“쏘지 마! 쏘면 진짜 큰일 난다! 마도 엔진 터진다고!”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던 일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빠아아아아앙-
마력 대포가 포탈을 향해 빛의 탄환을 발사하는 순간.
크아아아아아-
거대한 붉은 뱀이 포효와 함께 포탈에서 쏟아졌다.
마력 대포가 쏘아낸 빛의 탄환은 단숨에 모래 폭풍을 날려 버리고 거대한 붉은 뱀을 직격했다!
무사인 카이류를 삼킨 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