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5화>
“……!”
우론 대공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사인 카이류!
분명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이름을 듣는 순간 가슴이 북을 치듯 빠르게 울리고!
쿵쿵, 쿵쿵쿵-
강대한 마수가 나타난 듯한 위압감,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무인의 육감이 미친 듯이 경고했다!
‘무사인 카이류’이 이름과 얽히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개고생을 하게 될 거라고!
가뜩이나 공국이 파산 직전인 상태다.
지금은 바하바나까지 무사히 이동해서 사자심검을 얻는 게 우선이다!
우론은 머릿속 이름을 완전히 지우고 말했다.
“야, 잘못 봤나 보다! 하, 하하-.”
우론이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웃자, 데이몽 발도도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렇죠?! 무희님 같은 분을 봤으면 제가 당연히 기억했죠! 헤헤헷-.”
그러나 이 순간 웃고 있는 두 사람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녀석 느낌이 안 좋아! 절대 얽히면 안 돼!’
‘분명 대사형한테 눈탱이를 맞았어! 얽히지 말아야지!’
이때 특급 헌터가 노점상을 가리키며 외쳤다.
“알바님! 저기 맛있어 보이는 꼬치 팔고 있어! 꼬치 사 와도 괜찮습니까?!”
“꼬치?”
천문석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달군 숯불에 동글동글한 고기 경단이 줄줄이 꽂힌 꼬치를 굽는 노점상 보였다.
“허락한다!”
“넵!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단숨에 손수레에서 뛰어내려 다다닥- 노점상으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
“누나! 제일 맛있는 꼬치로 여기에 꽂아주세요!”
잠시 후 돌아온 특급 헌터의 움켜쥔 손가락 사이사이에는 고기 꼬치 8개가 꽂혀 있었다.
“내가 사 왔어! 얼른 먹어!”
우론, 소니아, 데이몽.
그리고 천문석에게 하나씩 건네진 꼬치구이.
고기를 으깨 만든 경단, 동글동글한 감자, 두툼한 파가 꽂힌 꼬치에서는 매콤한 냄새가 났다.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꼬치를 먹었다.
순간 입안에 퍼지는 진한 풍미!
잡내 하나 없는 탄력 있는 고기.
담백한 감자과 두툼한 파에서 느껴지는 감칠맛까지!
“와! 이 꼬치 정말 괜찮은데?”
“그렇지?! 맛있지?! 내가 딱 봤는데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고!”
특급 헌터는 양손에 두 개씩 든 꼬치를 연신 빼먹으며 신나게 외쳤다.
“그러게! 탁월한 선택이었어! 이거 무슨 꼬치야?”
“전갈! 꼬치 누나가 전갈 다져서 만드는 거래!”
“……전갈? 그 바닥 기어 다니는 전갈?”
“어, 그 전갈 맞아! 전갈 꼬치 누나!”
특급 헌터가 몸을 돌려 손을 흔들었다.
무심결에 그곳에는 한 뼘이 넘는 커다란 전갈을 흔드는 노점상 아가씨가 있었다.
“…….”
‘뭐지, 이 꼬맹이 녀석 멕이는 건가?!’
그러나 특급 헌터는 너무나 맛있게 전갈 경단 꼬치를 먹고 있었다.
하늘 고래 퐁퐁이와 함께.
“나 한 입! 퐁퐁이 너도 한 입!”
포글, 포그르르-
하늘 고래 퐁퐁이가 꼬치를 먹을 때마다 몸에서 보글보글 물거품이 일어났다.
“그 꼬치 퐁퐁이 먹어도 되는 거야? 좀 이상한데?”
“뭐?! 퐁퐁이는 꼬치 먹으면 안 되는 거였어?!”
구으, 구으응-?!
특급 헌터와 퐁퐁이는 깜짝 놀랐다.
“야, 네가 먹어 놓고는 놀라면 어떡해?!”
구으으, 구으으응-?!
“지금 얘 뭐라는 거야?”
“원래는 먹을 수 없는데, 이상하게 땅긴다는데? 앗! 혹시 키 크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퐁퐁이 많이 먹어! 얼른 커서 우리 경주 대회 나가서 우승해야 해!”
구으, 구으으으-!!
휙휙 머리를 끄덕인 퐁퐁이는 단숨에 전갈 꼬치 2개를 통째로 삼키고 오물오물 입을 움직였다.
포그르르르-
순간 퐁퐁이의 몸에서 생겨난 물방울이 넓은 광장 위로 흩날리고.
우와아아아-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주위를 돌아봤다.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질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항구도시 바나는 경비대원 몇과 몇몇 유력자가 뒤엎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도시였다!
광장과 거리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수많은 이방인과 상인, 용병, 모험가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었다.
어디서도 긴장감,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바짝 긴장했던 모두의 얼굴이 풀어지고, 얼굴이 환해진 소니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잘하면, 1번 계획대로 할 수 있겠는데?”
이대로 추적이 흐지부지 끝나면 도망칠 필요도 없었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모래 배 선착장까지 확인해 보고 결정하자.”
소니아, 우론, 데이몽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특급 헌터가 퐁퐁이를 번쩍 들고 외쳤다.
“비서형! 달려! 우리가 1등으로 도착해야 해!”
“넵! 도련님!”
“꽉 잡아! 바로 달린다!”
구르르르르륵-
데이몽과 우론이 미는 손수레가 광장을 질주하고.
포그르르르르-
퐁퐁이 몸에서 솟아난 물방울이 하늘 높이 흩날렸다!
우와아아아아아-
광장에 흩날리는 오색 물방울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질 때.
“야, 같이 가!”
“얼른 뛰어 알바! 약장수 누나!”
천문석과 소니아는 재빨리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광장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지하수로로 도망칠 때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일행 모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래 배 선착장을 향해 달렸다!
* * *
난장판이 된 광장 시장, 수백 명의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힘을 내! 할 수 있어!”
“거의 다 했어!”
“이제 곧 끝난다!”
……
수백 명의 경비 대원이 바라보는 골목 안, 완전히 맛이 간 함성이 들려왔다.
“십! 구! 팔! 칠! 육…….”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오! 사! 삼! 이! 일!”
……
“드디어!”
“마침내!!”
“끝이다!!”
으아아아악-!
숫자를 모두 외친 경비대원들은 괴성을 지르다가 아찔한 현기증에 비틀거리며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이 경비대원들은 천문석의 삼보단장에 맞은 이들이었다!
시장 바닥에서 처절하게 구른 압둘라의 모습을 본 순간 경비대원들은 이세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삼보단장을 풀기 위해 10만에서 1까지 거꾸로 숫자를 셌다!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다.
즉, 1시간은 3600초다.
10만이라는 숫자는 1초에 하나씩 외치면, 27시간이 넘게 걸리는 엄청난 숫자였다!
그 엄청난 숫자를 경비대원들은 제자리에 멈춰 선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아 모두 외쳤다!
그 결과 경비대원들은 극한의 전투 끝에 탈진하듯 모조리 쓰러졌다!
그러나 한 명 쓰러지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경비대장!
경비대장은 들어 올린 채로 굳어 버린 발을 조심조심 바닥에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봤다.
한자리에 모인 수십 명의 조장, 수백 명의 경비대원이 광장이 가득했다.
압둘라 왕자가 시장 바닥을 구르는 순간, 경비대장은 직감했다.
‘이세기, 차력 약장수, 서커스 무희는 보통 놈들이 아니다!’
그래서 경비대원들이 사방을 들쑤시지 못하게 한자리에 모았다.
이제 제대로 된 추적을 시작할 때다!
경비대장은 완전히 쉬어 버린 목으로 명령했다.
“이세기와 동료들! 동쪽으로 도망갔다! 포위망을 펼치고 단 한 번에 잡아야 한다!”
“대장 도시 동쪽이면 상단, 길드가 많습니다. 혹시 찾아도 상단, 길드에 숨으면 잡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한 조장의 말에, 경비대장은 눈을 번뜩이며 웃었다.
“여우 사냥을 한다.”
“……!”
“……!”
도시에서 10년 이상 구른 베테랑 조장들은 경비대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경비대장은 눈을 번뜩이며 설명을 이었다.
“최대한 소란스럽게 수색해서 여우가 놀라 도망치게 한다!”
“놀란 여우는 당연히 모래 배를 타고 사막으로 도망치려고 할 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하다. 분지에서 모래사막으로 나가는 출구! 그 출구에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것!”
이때 살기 어린 외침이 들려왔다.
“바로 움직여라! 당장 그놈들! 특히 이세기 그놈을 반드시 잡아 와…… 컥-.”
압둘라 왕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경비대장과 조장들은 깜짝 놀랐다.
시장과 가마에 누운 압둘라 왕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분노 어린 외침을 토하던 압둘라 왕자의 머리를 검은 비단옷을 입은 여자가 쥐어박았다!
“조용히 해라.”
“누님! 제가 무슨 일을 당한 줄…… 으아앗-.”
여자는 압둘라의 귀를 잡고 흔들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함대로 돌아가 있어라.”
“네?! 잠깐…….”
깜짝 놀란 압둘라가 입을 여는 순간 가마꾼이 벌떡 일어나 달렸다.
“잠깐만 멈춰! 야, 이! 멈추라니까!”
압둘라가 탄 가마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여자는 서늘한 눈으로 조장들을 훑어봤다.
그 시선이 경비대장을 지나 시장에게 멈추는 순간 입이 열리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우 사냥 계획 좋군요. 분지 출구는 우리 함대와 모래 기병이 막겠습니다. 시장님 협조 부탁드립니다.”
시장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모두 들었지? 계획대로 몰이 사냥을 시작한다! 바로 움직여라! 혹시 짱박히거나 어리바리 타는 놈은 내가 직접 진흙 사막 순찰대에 처넣는다!”
기겁한 조장들이 바로 몸을 돌려 조원들을 이끌고 달렸다!
“비상이다! 모두 달려라!”
“자경단! 상인회! 길드에 연락해라!”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모조리 동원한다!”
“몰이 사냥을 시작한다!”
……
순식간에 휑해진 골목에는 시장과 경비 대장, 검은 비단옷의 여자 셋만 남았다.
검은 비단옷의 여자는 시장을 향해 가볍게 고개 숙였다.
“시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이라뇨!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분지 출구에서 기다리십시오! 여기 경비대장! 베테랑 경비대장이 최선을 다해 몰아갈 겁니다!”
눈치가 빠삭한 경비대장은 바로 대답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모든 인원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분지 출구로 몰아넣겠습니다!”
시장과 경비대장은 허리를 90도로 꺾고 고개를 연신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몰이에 저도 참여하고 싶은데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이 어딘가요?”
순간 경비대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분명 압둘라가 누님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압둘라 일족의 고위직일 텐데 몰이에 참여한다고?!
항구도시 바나는 사막 부족뿐만 아니라 남방 마탑과 여러 상단, 길드의 힘과 재력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다.
이들 모두는 도시에 지분과 자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시장이 명령하고 경비대가 움직여도 호락호락하게 고개를 숙일 세력은 없다.
몰이 사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거다!
‘그런 위험한 몰이에 직접 참여한다고?’
경비대장은 시장을 향해 눈빛으로 물었다.
‘이거 괜찮은 건가요?’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경비 대장은 바로 입을 열었다.
“동쪽 모래 배 선착장으로 도망쳤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경비대원을 한 명 붙여 드리겠습니다! 어이, 거기 너 이리 와라!”
“네! 대장님!”
광장에서 대기 중이던 경비대원 재빨리 달려왔다.
“이분을 모시고 가장 빠른 길로 모래 배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감사합니다. 경비대장님.”
가벼운 인사와 함께 검은 비단옷을 입은 여자는 경비대원을 따라 사라졌다.
텅 빈 골목길.
경비대장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하고 시장에게 물었다.
“큰아버지.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 검은 비단옷 입은 여자 누굽니까?! 압둘라 왕자가 누님이라고 하던데?!”
“압둘라라니! 너 미쳤냐?! 입 조심해! 저분 원대륙에서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혹시라도 들으면……!”
시장은 기겁해서 주위를 확인했다.
“아니, 어차피 다 그렇게 부르는데…… 잠깐 원대륙이면 혹시 저분?!”
경비대장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는 순간.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압둘라. 흠, 흠. 카즈빈 왕자의 누이! 사자심검의 주인, 전대의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다.”
“아니 왜 그분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사자심검을 물려주고 원대륙으로 떠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경비대장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먼 지얀데의 압둘라 왕자가 폭풍해의 바나항까지 온 이유가 이거 때문이다!’
10년 전 전설의 ‘샤’를 찾아 원대륙으로 떠났던 압둘라 왕자의 누이.
사막 최강의 무인!
파티마 알사우드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파티마 알사우드가 왜 돌아왔는지도 바로 감이 왔다.
자신의 동생 압둘라 때문이다!
우론 공국과의 해전!
압둘라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해전에서 우론 대공에게 패배하고 사자심검마저 빼앗겼다.
결국, 압둘라 일족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사자심검을 돌려받은 후 그 소유권마저 넘겨야 했다!
파티마 알사우드는 그런 가문의 치욕을 씻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다.
즉,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는 대륙십존 우론 대공과 일전을 겨루기 위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