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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34화 (73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4화>

“어떻게 한다고?”

천문석의 질문에.

특급 헌터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로켓 비행! 퐁퐁검 때리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말뚝 박기…… 전부 금지입니다!”

“하늘 잇는 거는?”

“그건 살살하면 안 될까? 내가 잘 생각해 봤는데. 살살 이으면 괜찮을 거 같은데?”

“나도 생각해 봤는데, 그냥 안 풀어 주고 수레 바닥에 싣고 이동하면…….”

“으앗! 안 할게! 안 할 거야! 진짜진짜진짜 긴급 사태 아니면 하늘 안 이을게!”

“좋아. 딜.”

“딜!”

콩, 콩-

천문석의 손과 특급 헌터의 이마가 부딪치고.

파드득-

특급 헌터의 몸을 꽁꽁 묶은 천이 단숨에 잘려 나갔다.

그리고 차력 약장수의 약을 발라 푸르스름하게 물든 몸이 나타났다.

“……얼른 약 닦고 옷 입자.”

“뭐!? 약을 왜 닦아! 이거 신비의 비약이라고! 엄청엄청 비싼 약이야! 내가 약장수 누나한테 엄청 열심히 부탁해서 이 만큼 바른 거야!”

“꼬맹이! 내 약이 맘에 들었구나! 자, 이거 선물이다!”

불쑥 튀어나온 소니아가 주먹만 한 약 단지를 특급 헌터에게 건네고 천문석을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존경하는 대인! 이 약 저랑 할배가 대습지의 약초로 만든 신비의 비약입니다! 몸에 바르면 피부 탄력이 살아나고, 근육과 뼈의 강도가 강해집니다. 이 놀라운 비약을 단돈 금화 10…….”

“어, 안 사. 야, 너 진짜 약 안 닦아? 약 단지도 생겼잖아? 그냥 나중에 다시 발라!”

“이 약은 얼굴이란 다리에 발라야지!”

쓰스스쓱-

어느새 약 단지를 열어 얼굴과 다리에 약을 바르는 특급 헌터.

얼굴까지 파래진 특급 헌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퐁퐁이에게도 약을 발랐다.

“이거 바르면 퐁퐁이 너도 특급 하늘 고래 되는 거야!”

구으, 구으으으-!

곧 파란 꼬맹이와 파란 하늘 고래가 나란히 갑판 위에 섰다.

“……퐁퐁이 너 괜찮은 거 맞냐?”

“당연하지! 특급이라니까 특급 하늘고래!”

구으으, 구으으으-!

천문석의 질문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둘.

“…….”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이 모든 일의 원흉 약장수 소니아를 봤다.

“……하, 하하- 엄청 멋있네!”

“…….”

천문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광장 시장에서 특급 헌터와 퐁퐁이를 본 사람이 있어도 더는 알아볼 수 없을 거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파랗게 물들었으니까!

이때 곤돌라 사공의 외침이 들려왔다.

“손님! 저 광장이 곤돌라로 갈 수 있는 한계입니다! 모래 배 선착장으로 들어가려면 항구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

혹시 수색이 벌써 시작됐을 수도 있다.

우선 광장과 주변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

“네. 여기까지면 될 것 같습니다!”

곧 곤돌라가 광장에서 멈췄고 일행 모두는 손수레와 함께 광장에 내렸다.

천문석은 바로 데이몽에게 눈짓했다.

“바로 이동하면서 분위기부터 확인하자.”

“넵, 대인! 도련님 수레에 타세요!”

“출동!”

구으으-!

특급 헌터와 퐁퐁이가 기절한 차력사와 궤짝이 실린 손수레에 올라타 외쳤다.

일행은 손수레를 앞세워 광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모래 배 선착장!

우론과 데이몽은 같이 손수레를 밀고.

천문석과 소니아는 좌우에 서서 광장을 살폈다.

단단한 판석으로 포장된 광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터번을 두른 시민.

먹거리를 파는 상인.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용병.

적염성처럼 요마괴이가 뒤섞인 것은 아니지만, 털이 나고 꼬리가 튀어나온 수인이 인파 곳곳에 있었다.

엘프와 드워프만 등장하면 딱 판타지 영화 속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혹시 이 도시에 엘프는 없어?”

“엘프? 엘프가 대륙 남부에 있던가?”

우론이 고개를 갸웃하자, 소니아가 바로 말을 받았다.

“남부에도 사막 엘프가 있긴 한데 폐쇄적이야. 사막 엘프 도시는 인간은 못 들어가거든. 엘프 만나려면 차라리 대륙 북부 미궁 도시 가는 게 빠를걸. 그런데 엘프는 왜?”

‘판타지면 당연히 엘프니까.’라는 속마음을 말할 수는 없었다.

천문석은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이때 습기가 가득 담긴 바람이 불어오고 물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아아-

문득 고개를 돌리자.

광장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분수가 보였다.

하얀 대리석 분수대 위로 물줄기가 높게 치솟고,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물을 길었다.

“지나가요! 잠시만 지나갈게요!”

“지나갑니다! 얼른 지나갑니닷!”

양손에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앞서 걷는 언니와 작은 양동이를 두 팔로 감싸고 따라 걷는 동생.

언니와 동생은 순식간에 광장을 가로질러 도로 넘어 상가 건물로 쏙 들어갔다.

하하하하하-

창문이 활짝 열린 건물 2층에서는 웃음소리가, 1층 상가에서는 흥정하는 소리, 방패를 땜질하고 회전 숫돌에 날을 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좀 싸게 주세요!”

“아니, 밑지고 파는 거라니까요!”

땅땅, 땅땅땅-

쓰으으으으윽-

경비대원이 쫙 깔린 광장 시장과는 달리 이곳은 여전히 사람들이 붐비는 광장, 활기찬 상점가였다!

이곳에선 수색이 시작되지 않았다!

‘하긴 이게 당연하지……!’

타이밍 좋게 만난 대형 곤돌라를 타고 어두운 화물 수로로 1시간 동안 이동했다!

보통의 도시였으면 벌써 한참 전에 도시 경계를 벗어났을 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압둘라와 경비대원들은 광장 시장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만들고 수색하고 있을 테니. 이곳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는 건 아무리 빨라도 오늘 밤에나 가능했다.

도시는 생각보다 더 컸고, 경비대원의 수는 생각보다 더 작았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다!

‘이거 잘 하면 꼬리를 완전히 끊고 흔적 없이 호텔로 돌아갈 수도 있겠는데? 아니지 혹시 모르니 그냥 2, 3일 도망 다니다가 출발 직전에 돌아갈까? 미리 연락만 넣어 주면 될 거 같은데…….’

천문석은 생각 이상으로 좋은 상황에 행복회로를 돌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르르르륵-

이때 손수레를 미는 우론은 연신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화물 수로에서는 어두워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밝은 태양 아래 광장으로 나오니 제대로 보였다.

같이 손수레를 밀고 있는 소년.

이 소년의 얼굴이 아주 낯이 익었다.

‘뭐지. 왜 이렇게 낯이 익지?’

한참을 고개를 갸웃하던 우론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어이, 소년. 너 혹시 전에 나 본 적 없냐?”

우론은 깊게 눌러쓴 후드를 슬쩍 들어 올렸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데이몽은 깜짝 놀랐다.

틀어 올린 황금빛 머리카락과 티 하나 없이 깨끗한 하얀 얼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화려한 외모!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광포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처,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데이몽 발도는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해 대답했다.

“야, 자세히 봐봐! 나 본 적 없어! 잘 생각해 보라니까!”

우론은 얼굴을 들이밀고 연신 물었다.

데이몽은 서커스 무희의 얼굴을 살피며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고 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자신이 아는 여자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신 공양 제물에서 구한 제사장.

대사형의 정보원 동네 꼬맹이들.

가끔 가는 읍내 상점가의 딸들.

……

그 누구와도 달랐다!

데이몽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 이 도시 처음이에요. 봤을 리가 없죠.”

“나도 이 도시는 처음이야.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본 것 같은데…… 뭐지? 왜 이렇게 얼굴이 낯익지? 분명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손수레를 밀던 우론은 어느 순간 번쩍 고개를 들었다!

‘기억났다!’

어린 시절 시녀로 팔려 간 장원!

특이한 장원 주인은 자신에게 온갖 것을 배우도록 했다!

시, 서, 화, 바둑, 장기, 바느질, 알까기, 요리, 빗자루질…… 그리고 무공까지!

그 어떤 무공이든 짧으면 하루에서 길면 보름이면 더는 배울 게 없었다.

결국, 수많은 무공 선생에게 온갖 무공을 배우게 됐다!

그때 아주 이상한 무공 선생을 한 명 만났다.

보름을 넘어 한 달이 되는 데도 밑천이 바닥나지 않는 무인!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부러진 검을 차고, 대사형을 찾아 세계의 나무를 헤매고 있다는 정신이 나간 듯한 남자!

그 남자는 특이한 보법을 가르쳐 줬고, 자신은 한 달이 넘도록 그 보법을 완전히 익히지 못했다!

그때 분해하는 자신을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꼬맹이! 너 정도면 잘 배우는 거야! 우리 문파 수준으로 따지면…… 그래 4등쯤 되겠네!’

‘4등? 내가 최상위권이란 말이야!?’

솔깃해하는 자신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 문파. 지금은 우리 사형제 셋뿐이다! 네가 들어오면 4등! 꼴찌 확정이다! 넌 아무도 못 이겨! 하하하하하-’

“……!?”

황당해하는 어린 자신 앞에서 통쾌하게 웃던 그 남자!

타대륙에 넘어와 오대공의 ‘대륙 십존 만들기 계획’에 얽혀 그와 다시 만나고 얼마나 놀랐던가!

이 순간 그 남자의 얼굴이 소년의 얼굴에 겹쳐졌다.

지금 눈앞의 소년이 30년쯤 나이 들면 그 남자와 똑같은 얼굴이 된다!

대륙 십존의 수좌, 타대륙의 최강자 검성(劍星)!

검성이 어려진 듯한 소년이 나타났다.

그것도 검성이 어디론가 사라진 지금!

‘이게 우연일 리 없다!’

우론은 바로 확인했다.

“검성…… 아니, 너 혹시 아버지나 할아버지, 일가친척 중에 나이는 40대 중반쯤에 창과 부러진 단검을 사용하는 무인 없냐? 특기가 이렇게 뒷짐을 지고 검을 까닥까닥하다가 휙- 손을 긋는 순간 몬스터가 후두둑- 쓰러지는 건데…….”

우론의 첫마디를 듣는 순간.

데이몽 발도는 머리가 하얗게 변해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다급히 삼킨 말 ‘검성’, 그것도 뛰어날 성(聖)이 아닌 별 성(별)이다.

검성(劍星)!

이건 대사형만의 말버릇이다!

자신을 부르는 별명, 미래의 검성!

둘째 사형을 부르는 별명, 미래의 황제!

자신이 단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 없는 이 말을 알고 있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한다.

이 우론이라는 무희가 대사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안개길 너머 까마득히 먼 도시에서 만난 사람이 대사형을 알고 있을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대사형이 경계를 넘어가 사기도박을 쳤을 때 만났구나!’

즉, 지금 자신 옆의 서커스 무희 우론은 대사형에게 사기도박으로 눈탱이를 맞은 사람이다!

이 무위를 가지고 시장에서 묘기를 보여 주던 게 이해가 간다!

‘대사형에게 완전히 털렸으니까!’

순간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오싹한 전율이 등골을 달렸다!

‘시바, 시바! 대사형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겁니까!? 얼마나 업보를 쌓았으면 처음 오는 항구도시까지 눈탱이를 맞은 사람이 있어요!?’

힐끗 바라보니 우론이라는 무희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느껴졌다!

‘설마, 내가 사제라는 걸 알고 있는 건가!?’

대사형에게 끌려 갔던 도박판에서 만난 기억은 없다!

하지만 대사형은 혼자서도 수많은 사고를 치고 다닌다!

평소라면 어차피 개털 알고 있어도 그냥 배를째면 된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이세기 대인에게 고용되어 5관 금괴를 보수로 약속받았다!

여기서 자신이 경계를 넘나드는 노름꾼의 사제라는 게 밝혀지면, 5관 금괴 미래의 대상인의 밑천이 될 그 금괴가 위험해진다!

‘대응 방법은 하나뿐이다!’

데이몽 발도는 딱 잘라서 대답했다.

“전 사형이 없습니다!”

“뭐? 아니, 사형이 아니라 아버지나, 할아버지, 일가친척이…….”

우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이몽 발도는 단호히 외쳤다.

“전 3대 독자입니다! 부모님, 할아버지 모두 안 계시고요!”

우론은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이름이?”

‘아차! 이름……! 시바- 나중에라도 찾아오면 골치 아픈데…… 어, 잠깐만!?’

순간 벼락 치듯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이세기 대인은 우론과 소니아 둘과 만난 후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즉, 본명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아무 이름이나 말하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말할 이름은 하나뿐이다.

자신이 아는 가장 강한 사람!

대사형이 경계를 넘어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데도 멀쩡한 이유!

문제가 생기면 문제째로 박살 내버릴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된다!

‘죄송합니다!’

데이몽 발도는 마음속으로 사과하고 바로 이름을 말했다.

“무사인 카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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