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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83화 (68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83화>

밤하늘을 물들인 푸른 화염에서 하나로 뒤엉킨 배와 강으로 화염이 쏟아졌다.

화르르르-

하나로 뒤엉킨 수백척의 배는 거대한 장작이 되어 불타오르고.

파앙, 파아앙-

화염이 쏟아지는 강은 폭음과 함께 새하얀 수증기가 곳곳에서 치솟았다.

수증기가 자욱하게 깔린 강에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보트와 온갖 부유물을 잡고 항구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이때 항구에서는 환호성과 다급한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이아-

“야! 밀고 나오지 마!”

“뒤에서 구경해!”

“사람들 빼내는데 거치적거리잖아!”

“담요, 사다리 더 가져오고!”

“불 더 피워라! 몸을 녹여야 한다!”

항구 관리들은 문짝, 나무통, 판자 같은 온갖 잡동사니에 매달려 헤엄치는 사람들을 쉴 새 없이 구명정으로 실어 날랐다.

선원, 해적, 무인, 낭인 할 것 없이 덜덜 떠는 사람들이 선착장으로 올라와 담요를 덮고 모닥불 앞에 앉았다.

잡동사니에 매달려 강에 뛰어내린 사람들 대부분을 구한 상태!

몇몇 배가 아직 항구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강으로 쏟아지는 화염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강을 가로질러 사방으로 도망치는 배에도 하나둘 불이 붙고 있다!

“좀 더 빨리 움직여!”

“화염 강해지고 있다!”

“이제 곧 강으로 구명정 못 띄운다!”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구명정의 속도가 점점 빨리 질 때 갑자기 뚝, 뚝 끊어지는 징 소리가 들려왔다.

징, 징, 지잉-

문득 고개를 돌리자 갑판 가득 사람을 태운 갤리선이 항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구명정 바로 빠져!”

“갤리선 들어올 길 열어 줘야 한다!”

항구 관리가 외치는 순간.

엉망진창 농악과 외침이 들려왔다.

땅, 땅, 따앙-

삐리리리리리-

“야, 여기 사람 엄청 많아!”

“바로 접안하고 내린다!”

“모두 준비해라!”

다급히 구명정이 좌우로 갈라지는 동시에.

갤리선이 충돌하듯 선착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쿠우웅-

충돌 순간 하누만 농악대는 일제히 외쳤다!

“널빤지 다리 놔라!”

“야, 모두 얼른 내려!”

“늦게 내리면 집어던진다!”

“어이 노잡이! 얼른 나와서 불 꺼라!”

널빤지 다리가 놓이고 갤리선 위에 가득한 사람들이 쏟아지듯 항구로 내렸다.

이 중에는 탄과 태웅, 당종과 마법사와 기사들도 섞여 있었다.

담요를 들고 달려 오던 관리들은 생각지도 못한 거물들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가주님!”

“단주님?”

“소란 떨 거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해라!”

이들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남궁휘가 재빨리 인파에 스며들어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하누만 농악대가 선착장에 내렸다.

갤리선에 남은 건 40명의 용역 헌터와 선원들뿐!

왕체와 최림, 김기철은 서로를 봤다.

하얗게 말라붙은 소금기로 엉망이고, 미친 듯이 노를 젓느라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그러나 이것도 곧 끝이다!

이세기의 지시를 모두 이행했다.

이제 계획대로 하류로 내려가 이세기의 동료들과 합류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이 엉망진창 이상한 던전을 벗어나 지구로 갈 수 있다!

왕체는 외쳤다.

“널빤지 다리 거둬라! 우리는 바로 하류로 내려간다! 하류에서 목표와 만나는 즉시 이 갤리선을 넘겨주겠다! 모두 한몫 크게 챙기는 거다!”

와아아아아아-

갑판 위 잔불을 끄던 선원과 노잡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순간 미친 듯이 노를 젓다가 깜빡 잠들었던 데이몽 발도가 번쩍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

멍한 눈으로 주위를 보는 순간 노 구멍 너머로 항구가 보였다!

“……!”

경악한 데이몽 발도는 재빨리 갑판으로 뛰어나왔다.

널빤지 다리가 거둬지고 갤리선이 항구에서 출항하려 했다!

“잠시만요! 저 내려요! 저 내린다고요!”

데이몽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갑판을 달리며 외쳤다.

이 순간 선착장의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저 갤리선! 저놈들 이세기 패거리다!]

“……!”

“……!”

순간 사나운 시선이 모이고 분노한 외침이 끝없이 이어졌다.

“인장 반지!”

“이세기 형이다!”

“야, 미친놈들아!”

“너희 때문에 내 배 불탔어!”

“잡아! 저 새끼들 잡아!”

“이세기 그 새끼 어디 갔냐!?”

“그 갤리선! 우리 갤리선이잖아!”

“저놈들 우리 갤리선 타고 튄다!”

……

간신히 항구에 도착한 선원, 해적, 낭인, 무사뿐만 아니라 구경 중이던 사람들까지 갤리선으로 달렸다.

이때 하누만 농악대가 재빨리 이들을 막아서며 외쳤다.

“야, 우리가 막을 게 얼른 튀어!”

“빨리빨리! 항구에서 빠져나가!”

“이세기한테 최고였다고 전해 줘!”

“아카린 만나면 나 대신 엉덩이 걷어차 주고!”

“겁 없는 녀석들 모조리 집어던져 주마!”

삐리리리리-

쾅, 쾅, 콰아앙-

엉망진창 농악과 함께 갤리선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 틈에 갤리선은 항구를 벗어나 쏟아지는 화염을 뚫고 강 하류를 향해 나아갔다.

촤아, 촤아아아-

갤리선이 물살을 타고 하류로 나아갈 때.

데이몽 발도는 멍하니 멀어지는 항구를 봤다.

믿을 수가 없었다.

항구로 뛰어내리기 직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온 외침 때문에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이렇게 재수 없을 수가 있다고!?”

데이몽은 문득 고개를 돌려 강을 내려다보는 남쪽 절벽을 바라봤다.

대사형이 있을 절벽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전부 다 대사형 때문이야! 으아아!”

데이몽 발도가 괴성을 지르는 순간 선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신입!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달려와!”

“속도 올려서 화염 지대 빠져나간다!”

“갤리선 판 돈 받으려면, 농땡이 부리지 마라!”

어차피 하선은 물 건너간 상황.

분배금이라도 제대로 받으려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네! 바로 갑니다!”

크게 외친 데이몽 발도는 바로 하갑판으로 내려가 대형 노에 달라붙었다.

둥, 둥, 두우웅-

그리고 북소리에 맞춰 노잡이, 용역 헌터들과 함께 노를 젓기 시작했다.

데이몽은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육체에 쥐어 짜낸 내력을 밀어 넣으며 악을 썼다.

“시바! 대사형! 시바아! 대사형!”

촤아아, 촤아아아-

데이몽 발도가 미친 듯이 노를 저을 때, 선착장에선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내 사제. 한번 탔으면 끝까지 가야지. 중간에 내리면 안 되지!”

카캬카카카-

대사형은 섬광과 화염이 뒤엉키는 밤하늘과 강을 가로지르는 갤리선을 보며 웃었다.

하늘에선 허공도의 제사장과 오랜 잠에서 깨어난 여우가 추격전을 펼치고, 강에선 수백척의 배가 불타며 환하게 강을 밝혔다!

조사님은 예상보다 더 화끈하게 난장판을 만드셨고, 검성의 운명에서 탈출하려는 막내 사제도 성공적으로 막았다!

모든 게 난장판, 엉망진창이 된 것 같지만 그건 겉보기일 뿐.

오늘 하루 이곳 적염성에 사는 수많은 사람의 운명은 변화했다.

좋은 방향으로!

피 대신 땀이 흐르고, 단말마의 비명 대신 울화통을 터트렸으니까!

그리고 인과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허공도의 제사장.

황당한 모험을 하게 될 여우.

타대륙으로 돌아갈 사략 선단 제독.

커다란 꿈을 품은 원양 상단의 후계자.

정신없이 마탑을 향해 달리는 마법사들.

허탈하게 서로를 보더니 터벅터벅 걷는 기사들.

그리고 일기일원문까지!

이 모든 게 조사께서 하신 일, 조사께서는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하셨다!

적염성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하늘과 땅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사형은 수백척의 배가 불타오르는 강 위의 난장판을 향해 인사를 했다.

“조사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막내 사제 잘 부탁합니다! 빡세게 굴려 주세요!”

요새 부적 개김성이 증가한 막내 사제.

하지만 조사님과 미친 듯이 구르다가 돌아오면 다시 공손해지리라!

“카카카카카- 이제 슬슬 도박판을 벌일 준비를 해야지…… 여기서 얻을 게 그러니까…….”

웃으며 몸을 돌리는 순간 번개 치듯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화로!”

‘아차! 조사께서 잃어버리는 화로를 줍는 걸 깜빡했다!’

대사형은 재빨리 품에서 흑전을 꺼내 하늘로 튕겨 올렸다.

핑그르르르-

흑전이 솟아오를수록 정신이 가속됐다.

그리고 흑전이 정점에 닿는 찰나의 순간 ‘화로’의 인과가 보였다!

무쇠 화로는 새파란 화염을 꼬리처럼 끌고 로켓이 되어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금 ‘화로’는 우주에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 끝나고 떨어지는 흑전을 낚아챘다.

“…….”

대사형은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불타오르는 수백척의 배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깊게 탄식했다.

“하아- 조사님…….”

그리고 강 하류를 향해 달려갔다.

* * *

“와! 저 녀석 진짜 잘 도망치네!”

불바다로 변한 배 위를 달리는 천문석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탄성을 터트렸다.

파바바밧-

섬광을 터트리며 쉴 새 없이 공간 도약하는 새끼 여우 섬초.

화르르륵-

새파란 화염을 꼬리처럼 끌고 그 뒤를 쫓는 허공도의 제사장.

섬초와 제사장은 순식간에 밤이 돼버린 까마득한 하늘에서 스펙타클한 추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푸른 화염을 추진체로 사용한 허공도의 제사장은 예상보다 더 빨랐다.

그러나 섬광이 터질 때마다 공간을 뛰어넘는 섬초 또한 예상을 벗어났다!

스스로 공간을 뛰어넘는 것뿐만이 아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접근하는 순간.

섬광이 제사장을 삼켜 엉뚱한 곳으로 뱉어 냈다!

[이 망할 여우 요괴!]

제사장이 분통을 터트리자, 비웃는 듯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냐, 냐앜, 냐아앜-

[너 말할 수 있잖아! 그 바보 같은 고양이 울음 그만두고! 당장 경계석 반지 내놔라!]

“……!”

천문석은 제사장의 외침을 듣는 순간 흠칫 놀랐다!

그렇다!

섬초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우는 개과 동물이다.

고양이처럼 냐아- 울 리가 없다!

[싫은데! 내 맘인데!]

[그리고 먼저 잡은 사람이 주인이야! 냐아, 냨냨냨-]

비웃음 담긴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섬초는 점점 높이 올라갔다!

섬초, 저 새끼 여우는 일부러 허공도의 제사장을 분노하게 하고 있었다!

‘뭐야? 왜 일부러 도발하지!?’

순간 주변 상황이 머리에 새겨졌다.

밤하늘에서 빙글빙글 섬광의 원을 그리는 섬초.

섬초의 뒤를 쫓는 제사장을 두른 푸른 화염.

푸른 화염에서 떨어지는 화염 덩어리.

화염 덩어리에 불타는 배와 강!

“와, 강에서 싸웠던 게 운이 좋았네…… 앗!”

천문석은 깨달았다!

그렇다!

정말 운이 좋았다!

뒤엉킨 수백척의 배들이 연환계를 펼친 군선처럼 불타올랐다!

달아오른 대기에서 후끈한 열풍이 쏟아지고, 화염이 떨어진 강에선 폭음이 터지고 수증기가 폭발했다!

허공도의 제사장과 새끼 여우 섬초가 추격전을 펼치는 장소가 강 위가 아니라 적염성 위였다면 엄청난 피해가 있었을 거다!

‘이건 운이 아니다!’

새끼 여우 섬초는 일부러 허공도의 제사장을 강 위에서 뺑뺑이 돌리고 있었다!

적염성, 수십만 명의 인간과 요마괴이가 살아가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걸 깨닫는 순간 가슴속에서 웃음이 차올랐다!

항구에선 엄청난 인파가 추격전을 보며 환호하는데, 강에선 수백척의 배가 뒤엉켜 엄청난 불길이 솟구쳤다!

해적, 선원, 기사, 마법사, 무인, 낭인, 용병, 주민, 수인, 꼬맹이.

그 누구의 머릿속에도 싸우겠다는 생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옥상, 지붕, 테라스, 창문에 모여 미친 듯이 환호하고, 나무통, 보트, 판자, 구명정을 탄 사람들은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됐다!

처음 생각한 대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환호하는 축제를, 모두가 데굴데굴 구르는 난장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화룡점정!

새끼 여우 섬초가 허공도의 제사장을 강 위에서 뺑뺑이 돌리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가슴이 펑 뚫리는 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카카-

모든 게 완벽하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완벽한 성공이다!

이제 강 하류로 도망쳐 동료들과 합류 하기만 하면 된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강과 가장 가까운 곳 당종과 만났던 대형 범선을 향해 직선으로 달렸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쩌면 흘리고 간 물건이 있을지도 몰랐다.

30관, 112.5kg의 나무 궤짝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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