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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74화 (67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74화>

끄어억-

마지막 마법사가 비명과 함께 기절하는 순간.

항구 건물 옥상에서 원경 마법으로 전투를 보던 전투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딱밤……?”

“딱밤 맞고 제압됐다고!?

“그것보다 자동 방어 마법은 어떻게 뚫은 거야?”

“광탄을 막아 낸 것도 이상해!”

마력을 밀어내는 오러도 아닌 보통 강철봉으로 자동 방어 마법을 뚫고.

장난스러운 딱밤을 날려 수습 마법사뿐만 아니라 전투 마법사까지 무력화시켰다!

“마스터!?”

“오러 가 보이지 않아. 마스터는 아니다!”

“그럼 초절정의 무인인 건가!?”

전투 마법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초절정 무인의 전투는 이미 확인했다.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

이세기는 탄과는 기질과 전투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다.

원대륙의 무인이 아닌 오히려 타대륙의 용병 같았다.

그것도 보는 순간 만만함이 느껴지는 그저 그런 용병!

그런데 전투 결과는 초절정 무인을 잡을 정도로 준비를 한 마법사들이 오히려 역으로 당했다!

“이세기. 저놈 도대체 뭐야!?”

한 전투 마법사가 외치는 순간.

빙글 몸을 돌린 이세기와 시선이 마주쳤다.

“……!”

“……!”

이 순간 모두는 직감했다.

‘원경 마법에 담긴 우리의 시선을 인지했다!’

섬뜩한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머리카락이 곤두설 때 보였다!

이세기는 천천히 딱밤을 날린 손가락을 들더니 훅- 입바람을 불고 까닥까닥 움직이며 피식 웃었다.

“하- 요즘 마법사들은 근성이 없어서 큰일이라니까. 그래서 인장 반지 먹을 수 있겠냐?”

“……!”

“……!”

순간 모두의 시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늘 높이 솟은 마탑.

강 위에 생겨난 인공섬.

전투 마법사들은 깨달았다.

마탑을 보유할 열쇠, 인장 반지를 얻으려면 저 인공섬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마탑의 머릿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깨달음의 순간 전투 마법사들은 동시에 움직였다.

인공섬, 수천 명이 뒤엉키는 난장판을 향해서!

* * *

“……인장 반지 먹을 수 있겠냐?”

천문석은 어쩐지 껄끄러운 느낌이 전해지는 하늘로 도발을 날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둘 셋 넷 다섯…… 열!’

팔다리에 힘이 풀리고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강철봉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는 천문석.

간단히 마법 방어를 뚫고.

손쉽게 쏟아지는 광탄을 막고.

단숨에 마법사를 제압했다.

천문석은 압도적으로 십여 명의 마법사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일기일원공을 박박 끌어내 간신히 막아 냈다!

특히 자신에게 낚이지 않은 마법사!

그 마법사의 마법 방어를 뚫는 순간 쏟아진 천 개의 광탄은 이 강철봉이 아니었으면 위험했다!

천문석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철봉을 봤다.

역시, 캐부자 마도구 제작자 레이 실트님의 강철봉!

“와! 내가 무기 덕을 보다니! 레이님! 충성충성! 카캬카-.”

천문석이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순간 분노한 외침이 들려왔다.

“마법사 놈들!”

“내 털을 태우다니!”

“내 징에는 구멍 뚫렸어!”

“벗겨! 모조리 벗겨라!”

“정당한 손해배상이다!”

불에 그슬리고 광탄에 두들겨 맞은 하누만들이 번개같이 달려와 기절한 마법사들을 탈탈 털었다!

마법사들은 순식간에 로브와 지팡이, 장신구를 모조리 털리고 옷만 남았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헉, 허억- 기다려!”

“흐어억- 같이 가!”

……

숨이 넘어갈 듯한 헌터들과 선원, 남궁휘가 기울어진 갑판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천문석은 가장 뒤에서 달리는 남궁휘를 봤다.

“…….”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헌터와 선원들을 눈짓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휘.

당장이라도 쓰러질듯한 모습이지만, 낙오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계획대로 남궁휘가 헌터들과 선원들을 제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피식 웃은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봤다.

이때 남쪽 방향, 뒤엉킨 배 사이로 붉은 달 깃발이 보였다!

적월 상단의 대형 범선이다!

목표로 삼은 갤리선은 저 깃발 바로 옆에 있을 거다!

천문석은 남궁휘에게 외쳤다.

“적월 상단의 깃발이 보입니다!”

목적지 갤리선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

남궁휘는 계획대로 바로 선두로 나섰고.

천문석은 발을 끄는 헌터와 선원들에게 외쳤다.

“뭐야! 왜 이리 굼떠! 악으로 깡으로 버텨! 고향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저기 붉은 달 깃발까지만 달리면 된다!”

으아아악-

발을 끌던 헌터와 선원들이 악을 쓰며 달리는 순간.

천문석의 시선이 하누만 농악대에 향했다.

“야, 그만 털고 움직여! 최종 단계다! 쟤들 엉덩이 걷어차면서 뛰어!”

“그런 건 또 우리 특기지!”

“뛰어라! 달려라! 크하하하-.”

“준비할 테니까! 얼른 따라와라!”

천문석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주위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돛대 위로 올라갔고.

하누만들은 뒤처지는 헌터와 선원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선두의 남궁휘를 따라 달리는 헌터와 선원, 하누만 농악대는 점점 빠르게 달렸다.

수백척의 배가 뒤엉켜 만들어진 인공섬 남쪽 끝을 향해서!

그리고 이렇게 달리는 사람 중에는 데이몽 발도도 끼어 있었다.

헉, 허억-

숨은 턱 끝까지 올라왔고.

쿵쿵, 쿵쿵쿵-

심장 소리는 머리를 울린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운 건 찢어질 듯 경련하는 옆구리!

아, 둘째 사형 말대로 제대로 수련하는 건데!

“이게 전부 다 대사형 때문이야!”

힘내기 위한 구호를 외친 데이몽 발도는 옆에서 달리는 여자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까지 달려야 하나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힘겨워 보이는 여자는 파르르 경련하는 손을 들어 얽혀 있는 돛대 사이를 가리켰다.

“저 붉은 달 깃발! 저 뒤에 갤리선!”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붉은 달 깃발이 보이고 바로 감이 왔다!

동심원을 그리며 뒤엉킨 수백척의 배 중 가장 늦게 충돌한 갤리선!

갤리선을 타고 빠져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그걸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텐데?’

의문을 품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

재빨리 앞과 좌우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문득 든 생각에 뒤를 살피자 보였다.

이 거대한 난장판을 달리는 모든 사람의 목표.

이세기는 어느새 돛대 꼭대기에 올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사방에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순간 이세기의 생각이 짐작됐다,

‘동료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미끼 역할을 하고 있다!’

치사한 대사형과는 너무나 다른 이 군자 같은 행동이라니!

데이몽 발도는 돛대 위 이세기를 향해 마음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 * *

돛대 위에 오른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마법사와 기사들을 처리했고 하늘에서 느껴지든 껄끄러움도 사라졌지만, 육감에 걸리는 위기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인공섬의 반 이상을 뚫었고.

남쪽에 목표로 삼은 갤리선도 보였다.

그리고 동료들은 이제 곧 목적지 갤리선에 닿는다!

이때 달려가는 동료들이 고개를 돌리는 게 보였다.

선원 사이에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소년.

후미에서 엉덩이를 걷어차는 하누만 농악대.

선두에서 길을 뚫는 초절정 고수 남궁휘.

이들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천문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

남궁휘와 하누만, 용역 헌터와 선원들은 갤리선에 도착 즉시 출발 준비를 할 거다.

이제 자신은 동료들이 출발 준비를 끝마칠 때까지 적들을 끌고 다니며 시간을 끌어 주면 된다.

그리고 준비가 끝난 갤리선을 타고 빠져나가면.

“이 난장판도 끝이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천문석은 여전히 대낮처럼 밝은 하늘을 바라봤다.

“희한하네. 노을이 지다가 다시 밝아진다고? 이 세계는 원래 이런 건가?”

고개를 갸웃한 천문석은 돛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리고 달려가는 순간 바로 앞 기절한 마법사 아래에서 섬뜩한 예기가 느껴졌다!

천문석은 쓰러진 마법사를 낚아채 바닥을 굴렀다!

파스슥-

오러 가 실린 검들이 솟아오르고.

콰아앙-

산산조각난 갑판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이세기!”

그리고 들려오는 분노 어린 외침!

순간 마법사를 잡은 채 바닥을 구른 천문석은 벽을 밟고 반전했다!

구멍이 뻥 뚫린 갑판에서 나온 건 마법사의 광탄 폭격을 맞은 기사 셋!

“아니, 그 폭격을 어떻게 버틴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기사들의 검에 맺힌 오러 가 보였다!

오러 각성자의 오러는 거대 괴수의 반발장조차 깎아 낸다!

‘오러로 광탄 폭격에 담긴 마력을 버텼구나!’

그러나 모든 기사가 광탄 폭격을 버틴 건 아니다.

단지 셋뿐이다!

그중 한 기사는 하누만에게 잡혀 강에 던져진 선임 기사 마이웨이 바라다스!

셋을 제외한 다른 기사들은 걸레짝이 된 갑옷을 입고 기절해 널브러진 상태였다.

그리고 광탄 폭격을 뚫고 나온 세 기사도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팔과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검에 오러 가 맺혔지만, 그뿐!

오러조차 버티는 레이 실트의 강철봉이라면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견적을 세우고 격돌하려는 순간.

“저기 이세기가 있다!”

“드디어! 찾았다! 달려라!”

“헉, 시바! 제발! 말 좀 들어!”

“적월 상단이 거래를 제안한다! 이세기!”

다급한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밀려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파도처럼 밀려 오는 해적들과 선장!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는 미호와 태웅, 탄!

적월 상단의 고위직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같이 만만찮은 녀석들이 달려 오고 있다.

까닥하다가는 발이 잡힐 상황!

천문석은 기사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정정당당히 싸우자!”

남방 공국의 기사들은 이세기의 정정당당히 싸우자는 외침에 낚여 개같이 굴렀다!

‘같은 수법을 또 쓴다고!?’

분노한 세 기사는 검을 앞세워 바로 돌진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잡고 있던 마법사를 집어던졌다.

마법을 막기 위해 신체 내부로 밀어 넣은 일기일원공을 회수하고!

피이이이-

날아가는 마법사에게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마력장이 급격하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몸에 걸린 자동 방어 마법이 되살아나고 다음 순간 폭발했다!

파아아아앙-

압축 공기 폭발은 순수한 물리력!

세 기사가 오러를 담은 검을 찌르는 순간 이미 몸은 폭발에 휘말리고 있었다.

우당탕탕-

장난감처럼 나뒹군 기사들이 기울어진 갑판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천문석은 단숨에 갑판을 미끄러져 35도 각도로 하늘로 솟은 돛대 위를 달렸다.

으아아악-

데굴데굴 구르던 기사들은 악을 쓰며 갑판에 검을 박아 간신히 몸을 멈췄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기울어진 돛대를 달려 다른 배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세기!”

“야, 이 새끼야!”

“멈춰! 싸우기라도 하고 가라!”

절규하듯 외쳤지만, 이세기는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이세기에게 다시 한 번 낚였다!’

자괴감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가슴에서 차오른 분노가 머리에 닿아 시야마저 흔들렸다!

이때 사방에서 밀려 온 사람들이 이세기를 쫓아 달리는 게 보였다.

“야! 그 돌 반지! 인장 반지! 이야기 좀 들으라니까!”

‘인장 반지!’

선임 기사 마이웨이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인장 반지가 우선이다! 우선 달리자!”

세 기사는 분노를 삼키며 이세기를 쫓아 달렸다.

이 순간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캬카카카카카-]

[야, 좀 더 힘을 내!]

[이래서 술래 잡겠냐?]

……

천문석은 쉴 새 없이 외치며 적들을 배와 배 사이로 끌고 달렸다.

동료들이 달려가는 남쪽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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