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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35화 (63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35화>

초거대 하늘 고래가 땅으로 떨어지고, 도망치는 무사들로 주위가 난장판이 되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각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이 도망칠 타이밍이다!’

재빨리 어린 하늘 고래의 입을 막고 한껏 기척을 죽인 채 소리 없이 달렸다.

단숨에 성벽을 기어 올라 도착한 성벽 위.

얼빠진 얼굴로 하늘을 보는 최설과 허준이 보였다.

한달음에 달려 허리 벨트를 낚아채며 외쳤다.

“나다! 우리 바로 튄다!”

“하늘 고래! 맞지!? 너지!?”

“이세기!? 야, 하늘! 하늘 봐바! 거대한 고래가!”

최설과 허준이 동시에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허리 벨트를 낚아챈 채 성벽을 달려 그대로 몸을 날렸다.

으아악-

흐어어-

두 사람의 비명과 함께 지상에 착지하는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허준! 은인! 위치 어디야!?”

“뭐……?”

돌연한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허준!

힐끗 하늘을 보니 초거대 하늘 고래가 내원 성벽과 충돌할 때까지 길어야 2, 3분!

여기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천문석은 허준과 최설을 끌고 달리며 말을 쏟아 냈다.

“허준! 정신 차려!”

“이제 곧 하늘 고래 성벽에 충돌하고 난장판 된다!”

“너 구해 준 은인! 그 은인 찾는 대로 바로 여기서 튀어야 한다! 위치 어디야!?”

“잠시 잠시만!”

재빨리 주위를 훑은 허준이 외쳤다.

“북쪽, 북쪽으로 좀 더 달려야 해!”

“손 놓을 테니까! 바짝 붙어서 달리면서 위치 바로 말해 줘!”

“알았어!”

손을 놓고 전력으로 달리자, 최설이 다급히 외쳤다.

“야,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이것도 네 계획이야!? 하늘! 하늘에 있는 저 거대한 고래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도 네 계획인 거야!?”

나선을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지는 산악 같은 하늘 고래를 가리키는 최설.

설명보다 보여 주는 게 빠르다.

“저 거대 하늘 고래. 이 녀석이 부른 거다!”

천문석은 지퍼를 내리고 가죽 재킷 앞을 열었다.

불쑥 튀어나온 동글동글한 얼굴!

눈가에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힌 두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하늘 고래!

하늘 고래가 가슴지느러미를 마구마구 흔들었다.

휙, 휘휘휙-

“엇!”

“으아앗!?”

최설과 허준이 깜짝 놀랄 때.

어린 하늘 고래의 가슴지느러미가 천문석의 가슴을 연신 두들기더니 성벽 방향을 가리켰다.

구으, 구으응-!

왠지 억울함이 담긴 울음소리만 들어도 감이 왔다.

어린 하늘 고래는 성벽 뒤에 있을 자신에게 백보신권을 갈긴 남궁휘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에 만나면 내가 대신 혼내줄게.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자.”

천문석이 약속하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하늘 고래.

“봤지? 저 위에 하늘 고래, 이 녀석 때문에…….”

“흐어어, 흐어- 얘 뭐야! 영물? 그렇지 영물이지!?”

탄성을 터트린 허준이 귀여운 하늘 고래에 홀린 얼굴로 손을 뻗는 순간.

탁-

최설이 다급히 제지하며 외쳤다.

“이 녀석 저 위에 하늘 고래 새끼!?”

“맞아. 여기 올 때도 이 녀석 도움 받았…….”

이 순간 천문석의 촉을 건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다!’

재빨리 기억을 훑으려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

남궁휘!?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선의 주인이 보였다.

어느새 텅 빈 성벽 위에 홀로 남은 40여 명.

엄마 잃은 새끼 오리처럼 절박하게 주위를 훑는 시선의 주인!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

순간 이들과 눈이 마주쳤고, 다음 순간 절박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세기!”

“저기에 이세기가 있다!”

그리고 앞뒤 가리지 않고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용역 헌터들!

“이세기! 같이 가!”

“제발! 여기 두고 가지 마세요!”

선두의 왕체, 최림, 김기철 셋 뒤로 40여 명의 용역 헌터들은 사력을 다해 달렸다!

“으아악- 놓치면 끝장이야!”

다급한 비명이 터질 때.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야? 조폭 놈들이었잖아. 야, 쟤들은 신경 쓸 거 없어! 야, 앞장서서 전력으로 달려! 충돌 전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정신을 차린 최설, 허준이 앞장서 달릴 때, 그 뒤에 바짝 붙어 등에 손을 얹고 달리는 천문석.

천문석의 손끝에서 쏟아진 내력에 최설과 허준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용역 헌터들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이야아아악-

용역 헌터들은 악을 쓰며 각성력과 신체의 힘을 모조리 끌어올려 미친 듯이 달렸다.

맹목적으로 달리는 지금 이 순간, 40여 명의 용역 헌터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주도 - 강릉역 - 칠성산 - 던전 - 그림자 마수 - 하늘을 나는 고래 - 까마득한 탑 - 거대 사슴벌레 - 이종족의 도시 - 감옥 전각 - 격전 또 격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을 연이어 겪었다.

그 결과 어딘지도 모를 이종족의 도시 한가운데 난장판에 떨어졌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쥐어박히고, 달리고, 구르고, 납치당하고, 채찍질 당한 후 감옥에 갇혔다.

그런데 지금 거대한 산악 같은 고래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왕체와 최림, 철검장 헌터들.

김기철과 칠성파 조폭 헌터들.

고용된 추적 헌터팀과 용역 헌터들.

40여 명의 헌터들은 이제 처음 목적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어떻게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이자, 집으로 돌아갈 유일한 희망!

이세기가!

지금 눈앞의 이세기는 집으로 돌아갈 유일한 희망이었다!

당연히 모두는 온 힘을 다해, 미친 듯이 이세기를 쫓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세기님! 이세기 대협!”

“당장 계약 파기하겠습니다!”

“저희는 용역 놈들이랑 상관없습니다!”

“제발! 제발 우리도 데리고 가주세요!”

“착하게 살겠습니다! 부디! 제발! 같이 좀!”

……

절절한 외침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최설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제 강릉역에서 만났을 땐 기세등등했던 왕체와 최림이 이제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절절하게 사정사정하고 있다!

이 상황을 만든 것이 바로 뒤에서 달리는 천문석이다.

어이없게도 천문석은 저들과 제대로 싸운 적이 없었다.

천문석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그 결과 용역 헌터들은 미친 듯이 구르고 개고생을 했다!

“…….”

터프한 용역 헌터들과 철검장의 왕체와 최림이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최설은 깨달았다.

천문석은 태풍의 눈이다.

그 자신은 고요하나 그 주위에선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의 눈!

이때 등을 미는 손길이 느껴지고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충돌한다! 그대로 앞으로 굴러!”

“……!”

데굴데굴-

바닥을 두 바퀴 구르는 순간.

웅크린 몸을 가리는 탄탄한 육체가 느껴졌다.

‘천문석?’

“눈 감고! 귀 막아라!”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귀를 가리는 순간.

파아아앙-

엄청난 바람이 쏟아지고.

콰아아아앙-

단숨에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굉음이 터졌다!

쿠르르르릉-

느껴지는 건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는 대지!

후두두두둑-

강풍에 날아오는 모래와 돌멩이, 나뭇가지 온갖 잡동사니들!

잠시 후 최설이 눈을 떴을 때, 커다란 바위를 쌓아 올려 만든 내원 성벽과 그 주위 건물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마치 신화적인 거인이 산을 뽑아 굴린 듯 직선으로 뻥 뚫린 폐허!

그리고 이 폐허 끝에서 부드럽게 하늘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고래가 보였다!

구으으으으으응-

부드러운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휘이이, 휘이이잉-

하늘 고래의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부드럽게 허공을 움직였다.

이 순간 숨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안개.

부우우우우웅-

거대한 하늘 고래가 안개를 휘감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경이로운 광경!

웅장한 폭포.

깎아지른 절벽.

끝없이 펼쳐진 사막.

거대한 자연은 그 모습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이 순간 최설과 허준은 긴박했던 상황도 잊고 넋을 놓고 하늘 고래가 허공을 유영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방금 상상을 초월한 파괴를 일으킨 하늘 고래를 보고 있는데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해지고, 푸르스름한 안개가 몸에 닿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숨이 가빠졌다.

이때 익숙한 외침, 귀에 익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최설! 허준! 너희들 봤지!? 모두 내 계획대로 됐다! 카캬카카카카-.”

“야, 무슨 말도 안 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치던 최설은 말문이 턱 막혔다.

자신과 허준의 깨끗한 모습과 달리. 흙먼지와 돌멩이, 온갖 잡동사니를 뒤집어쓴 천문석.

천문석의 모습을 보는 순간.

최설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거대한 하늘 고래가 내원 성벽을 으스러트리며 날았을 때.

천문석은 스스로의 몸을 방패 삼아 자신과 허준을 지켰다.

“…….”

최설이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천문석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뭐야 너 그 얼굴? 특급 헌터한테 간 고등어 선물 했을 때 얼굴인데?”

“……뭐?”

최설이 황당해할 때.

천문석의 재킷에서 불쑥 머리를 내미는 어린 하늘 고래.

휙휙, 휙휘이익-

어린 하늘 고래가 작별 인사하듯이 가슴지느러미를 크게 흔들자.

구으으으으응-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늘 고래가 대답하듯이 울었다.

그리고 천문석이 외쳤다.

“이제 우리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얼른 은인 찾아서 튀자!”

퐁퐁, 퐁퐁퐁-

하늘 고래에게서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천문석, 최설, 허준은 내원 북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부러진 나무와 벽돌과 기와, 잡동사니가 쌓인 폐허에서 기어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왕체와 최림, 김기철.

그리고 40인의 용역 헌터들!

이들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넋 나간 얼굴로 도망치고.

폐허가 된 건물로 기어 들어가고.

커다란 궤짝, 보따리를 들고 달리는 사람들.

다급히 움직이는 인간, 수인족, 이종족과 폐허가 된 성벽과 건물만 보였다.

난장판이 된 주위 어디를 살펴도 이세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세기! 집으로 돌아갈 동아줄을 놓쳤다!’

현실을 깨달은 모두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때.

“……얼마 지나지 않았다!”

“바로 움직이면 따라잡을 수 있어!”

타다다다닥-

미친 듯이 달려가는 헌터들이 있었다.

추적팀 헌터들!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은 본능에 따라 이들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이 모습을 폐허가 된 전각 잔해 위에 남궁휘가 봤다.

초절정에 달한 무인의 직감이 말한다.

이세기!

저들을 쫓아가면 이세기를 만날 수 있다!

남궁휘는 주저하지 않고 헌터들을 따라 달렸다!

이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

아기 하늘 고래 방패로 호랑이 일족 장원에 궤멸적 타격을 입히고, 장원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

천문석 뒤로 긴 꼬리가 만들어졌다.

왕체, 최림, 김기철과 40인의 용역 헌터.

소림 속가 제자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남궁휘.

눈이 비탈을 구르듯 난장판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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